아이의 체온 - 뷰티플 라이프 스토리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372



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

― 아이의 체온

 요시나가 후미 글·그림

 장수연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2002.4.15.



  아이들은 어버이가 물려주는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사랑을 먹이면서 즐겁습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쓰다듬는 손길을 타면서 자랍니다. 어버이는 아이들을 곱게 어루만지면서 기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품는 꿈을 지켜보면서 자랍니다. 어버이는 아이들하고 함께 꿈을 키우면서 아름답게 살림을 가꿉니다.


  숲이 푸릅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이 푸릅니다. 나무는 우리한테 고운 바람을 일으키고, 나무는 우리한테 집을 지을 기둥을 선물하며, 나무는 우리가 먹을 맛난 열매를 나누어 줍니다. 숲이 없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숲을 가꾸거나 사랑하거나 아끼지 않는다면, 이 지구별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 “아빠! 나 어떡해.” “뭐냐.” “나, 우리 반 애 임신시켰을지도 몰라.” (5쪽)

- “집안일 같은 건 역시 혼자 하세요?” “엉? 아아, 그렇지. 덜렁, 아빠에 아들뿐이니까. 코이치도 꽤 거들어 주긴 한다만.” “왠지 아주 친한 것 같아요.” “흠, 확실히 둘밖에 없으니 다른 집보다야 그렇지만, 아직 중1이니까 앞으로 반항기 같은 것도 오지 않을까?” “그럴 리 없어요. 계속 사이좋게 지내실 거예요. 우리 집이랑은 완전 딴판이니까. 우리 아빠랑 아주 다르세요.” (18∼19쪽)



  요시나가 후미 님이 빚은 만화책 《아이의 체온》(서울문화사,2002)을 읽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어버이 눈길이 그윽하게 흐르는 만화책입니다. 책이름에서 줄거리가 환하게 드러납니다. 아이 몸에서 흐르는 따스함이라니, 아이를 마주하며 따스한 기운을 느끼는 어버이라니,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얼마나 즐겁고, 얼마나 아름다우며, 얼마나 참다울까요.


  어버이와 아이는 사랑으로 맺는 사이입니다. 어버이와 아이는 사랑으로 이어진 삶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를 사랑하기에 한집을 이루고, 아이들도 서로 아끼고 돌보는 따사로운 사랑이 있기에 씩씩하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놉니다.


  참말 우리한테 있어야 할 한 가지란 오직 사랑입니다. 돈도 이름도 힘도 아닙니다. 즐거운 사랑, 맑은 사랑, 아름다운 사랑, 착한 사람, 꿈꾸는 사랑, 노래하는 사랑, 온갖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 “아저씨 같은 분이 아빠였음 하나도 안 창피했을 텐데.” (21쪽)

- ‘요즘 어린 아이들은 어른스럽긴 하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고, 비밀이 많지만 무책임하다. 뭐야. 우리 어렸을 때랑 똑같잖아?’ (29∼31쪽)



  시골자락에 골프장을 지으려는 어른들한테도 사랑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시골마을에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함부로 지으려는 어른들한테도 사랑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시골과 숲과 들을 온통 송전탑으로 망가뜨리려는 어른들한테도 사랑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전쟁무기를 끝없이 만들 뿐 아니라, 군대와 경찰을 자꾸 늘려서 건사하려는 어른들한테도 사랑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논밭에 농약을 뿌리는 어른한테는 어떤 사랑이 있을까요. 농약을 듬뿍 마시고 자란 푸성귀나 열매를 아이들한테 줄 수 있나요? 농약내음 맡으면서 능금알을 깨물면 맛날까요? 농약에 푹 절은 포도를 아이 입에 넣을 만한가요? 농약에 절디전 쌀로 지은 밥이 고소한가요?


  핵무기도 무시무시하고, 핵발전소도 무시무시하며, 핵쓰레기도 무시무시하지만, 농약과 비닐도 무시무시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옥죄는 입시지옥도 무시무시합니다. 왜 이 나라 어른들은 아이들을 옥죄는 것만 잔뜩 만들까요? 왜 이 나라 어른들은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들볶는 것만 잔뜩 지을까요?



- “이건 네 숙제.” “엉? 뭐야. ‘여성의 신체구조-부모와 아이가 함께 대화하는 피임과 섹스’?” “그거 읽고, 일주일 후에 리포트를 제출하도록.” “에이, 관두자. 이런 개방적인 가족 흉내내는 거, 우리같이 스마트한 집엔 너무 창피하다구!” “아야카는 그 100배는 더 창피했어!” (33쪽)

- “내 손으로 끝까지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하는 거였구먼.” “예예. 이 미네스트로네는 아마 장모님이 늘 만드시는 거랑 조리법이 같을 겁니다.” (46쪽)

- “오늘 만든 요리는 모두 그 사람이 가르쳐 준 겁니다.” “알고 있었네. 이 케이크도 예전에 자주 만들던 거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나. 이제사 겨우 카나코 얘길 꺼낼 수 있게 됐구먼.” “­네에, 떠나 보내고 1년 만에 겨우.” (54∼55쪽)



  만화책 《아이의 체온》에 나오는 어버이는 수수합니다. 흔히 볼 만한 어버이입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아이도 수수합니다. 둘레에서 익히 볼 만한 아이입니다. 두 사람이 맺는 사랑도 수수합니다. 우리들 누구나 누리거나 나누는 사랑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니까, 여느 자리에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라면 누구나 사랑을 속삭이고 사랑을 키우며 사랑을 나눈다고 하겠지요. 날마다 즐겁게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삶에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태어날 테지요.


  극장이나 텔레비전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책이나 인터넷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살림살이에서 샘솟는 이야기입니다.



- “뭐야. 너네 집에선 부모 자식 간에 손도 잡냐?” “어어. 우리 집은 아빠랑 나뿐이거든. 식구가 딱 둘이야. 그건 핑계가 안 되나? 암튼 스킨십이 좀 많긴 해. 왜?” “왜 넌 그게 되지?” “크큭, 아하하하하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두 돼. 절대 된다구.” (151∼153쪽)

- ‘코이치가 울고 있다. 내가 야단쳤기 때문이다.’ (187쪽)



  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로 삶을 짓습니다. 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로 지구별을 보듬습니다. 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로 꿈을 키웁니다. 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로 숲을 보살피며 하루를 새롭게 일굽니다. 4347.9.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


아아... 겉그림과 속그림을 사진으로 한 장도 안 찍어 놨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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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폭 덮다



  아침 아홉 시부터 차를 탔는데, 저녁 일곱 시가 가깝도록 아직 차를 타고 움직인다. 하루만에 서울서 볼일 보고 음성 거쳐 고흥으로 돌아오자니 빙글빙글 돈다. 마실길에 읽으려고 챙긴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얇은 시집 하나 남았는데, 배가 느글느글하다. 도무지 책에 손이 안 간다. 얼른 집에 닿아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고는 씻고 자리에 드러눕고 싶다. 그보다 좀 걷고 싶다. 맑은 바람 쐬며 두 다리를 움직이고 싶다. 4347.9.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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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우리 아버지



  조선일보와 티비조선만 보는 우리 아버지가 조선일보를 한참 뒤적이다가 이명박을 거친 말씨로 나무라신다. 나라를 말아먹은 나쁜 놈이라고 부아를 내신다. 조용히 아버지 말씀을 듣닌다. 나는 한 마디도 보태지 않는다.


  조선일보나 티비조선에서 이명박을 나무라나? 두 매체에서도 4대강이 얼마나 끔직한 짓이었는지 밝히나?


  그런데 아버지는 이명박을 찍었고, 나더러 이명박을 찍어야 나라가 산다고 예전에 말씀했다. 아버지는 예전에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알까?


  아마 아버지는 박근혜를 찍으셨겠지. 나중에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면 조선일보와 티비조선은 박근혜가 얼마나 끔직한 짓을 일삼았는지 밝힐까? 4347.9.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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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서울에서는 어디에서나 자동차가 많다. 서울에서는 어디에서나 길이 막힌다. 시외버스는 서울과 가까울수록 더디 달린다. 서울에서 벗어나려 할 적에도 시외버스는 고단하기만 하다. 와, 서울사람은 이런 데서 우예 사노, 하는 소리가 절로 터져나오는데, 온갖 자동차들이 내 피어린 외침소리를 잡아먹는다.


  시골 할매와 할배는 아이들을 몽땅 서울로 보냈다. 서울로 간 아이들은 이곳에서 짝을 만나 아이를 낳는다. 너도 나도 서울내기가 된다. 전라말 충청말 강원말 경상말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모두 새침데기 서울말이 된다. 자동차가 물결친다. 4347.9.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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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집 귀뚜라미



  서울에서 하루를 묵은 뒤 전철역으로 걸어간다. 음성 아버지한테 선물로 드릴 큰 사진판을 옆구리에 끼고 걷는다. 옆구리가 결릴 즈음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듣는다. 어, 뭔가. 두리번두리번 살핀다. 어디를 봐도 아스팔트뿐인 이곳에 어인 풀벌레 노래인가.


  이윽고 저 앞에서 대추나무를 본다. 푸른 알이 잔뜩 맺혔다. 소담스럽다. 옆으로 호박넝쿨이 울타리를 휘감는다. 그렇구나. 이 서울 한복판에서 대추나무 감나무 건사하며 아끼는 집이 있네. 골목집 한 곳이 조그맣게 숲이네.


  귀뚜라미가 아침나절에 노래하는 집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가운데 고개를 돌려 노래잔치를 듣는 사람은 안 보인다. 저마다 귀에 꽂은 딴 노래를 듣는다. 귀뚜라미는 힘차게 노래한다. 바람이 맛있다. 4347.9.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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