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을 읽는 책

 


  나는 어릴 적에 봄꽃이라 하면 ‘개나리’와 ‘진달래’라고 배웠습니다. 아니, 내 어릴 적 인천에서 봄에 보는 꽃은 으레 개나리와 진달래로 여겼습니다. 이야기책에서는 봄을 맞이해 ‘할미꽃’이 핀다고 말했습니다. 정작 봄에 할미꽃을 본 해는 서른여덟 해를 살며 몇 차례 되지 않으나, 스무 줄 끄트머리와 서른 줄 첫머리에 할미꽃 봄을 맞이한 적 있습니다.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제금난 이듬해부터는 서울사람들이 말하는 봄꽃을 느끼는데, 서울사람은 으레 ‘벚꽃’으로 봄을 헤아립니다. 그렇지만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나라에서 벚나무를 도시 한복판에 심어 봄꽃놀이 즐기던 햇수가 얼마나 되는가요. 참말 이 나라에서 벚꽃을 구경하고 벚꽃잎 흩날리는 밑에서 사진을 찍어야 기쁜 봄맞이라 할 만할까요.


  스무 해나 서른 해쯤 자란 벚나무도 제법 우람합니다. 섬진강 둘레에서 벚꽃잔치를 열기도 하고, 나라 곳곳에서 벚꽃이 예쁜 데가 어디라는 둥 말이 많은데, 봄꽃잔치를 굳이 억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느끼지 않아요. 왜냐하면, 봄꽃은 한 가지 꽃나무를 길가에 잔뜩 심어서 즐기는 봉우리가 아니니까요.


  봄꽃은 온 목숨이 고운 햇살을 받아 사랑스럽게 피우는 봉우리입니다. 갖은 꽃이 차례차례 피어나며 갖은 빛깔을 뽐냅니다. 더 짙거나 더 돋보이는 봄꽃은 없습니다. 저마다 아리땁게 입은 꽃잎으로 저마다 향긋한 내음을 베풉니다. 자그마한 들꽃들이 먼저 고개를 내밉니다. 이윽고 산수유와 매화가 봉우리를 터뜨리고, 잇달아 복숭아와 살구와 능금이 봉우리를 터뜨리며, 조팝나무랑 모과나무가 봉우리를 터뜨려요.


  높고 낮은 멧등성이 숲속에 멧벚나무 드문드문 어여쁩니다. 곁에서 아까시나무도 어여쁜 빛을 드러냅니다. 멧벚이나 아까시처럼 하얗거나 발그레한 빛깔은 아니지만, ‘푸른 꽃’을 피우는 나무들 새잎 또한 어여쁩니다. 느티나무 푸른 꽃이 어여쁩니다. 단풍나무 새 잎으로 푸른 물결이 어여쁩니다. 다 다른 나무들 다 다른 잎사귀와 봉우리가 온 들판과 멧자락을 울긋불긋 알록달록 무늬짓습니다.


  날마다 천천히 새 봉우리를 터뜨리는 우리 집 뒤꼍 모과나무를 바라봅니다. 아이들을 안고 꽃 앞에 코를 대어 냄새를 맡도록 합니다. 손가락으로 꽃잎을 한 장씩 쓰다듬으며, 아이 예쁘구나, 하고 소리내어 이야기합니다. 모과꽃에 뒤이어 감꽃이 찾아올 테지요. 이제 막 돋는 새 감잎을 하나씩 따서 옆지기와 아이하고 잘근잘근 씹어서 먹습니다. 감꽃이 피면 감꽃도 몇 송이 따서 먹을 생각입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어여쁜 풀꽃과 나무꽃처럼, 아이들은 언제나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어여쁜 목숨이라고 느낍니다. 한참 바라보다가는 잎사귀를 뜯고, 나무 둘레 풀을 뜯습니다. 아이들을 한참 바라보다가는 내 어린 날 내가 했던 놀이를 하나하나 떠올려 우리 아이들하고 놀자고 생각합니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 님 《초원의 집》을 읽다가 살며시 덮습니다. 드넓은 들판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담아 멋스러운데, 막상 봄꽃 흐드러지는 이야기라든지, 봄풀 짙푸르다는 이야기는 얼마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로라 잉걸스 와일더 님은 바람소리를 이녁 글에 담아요. 햇살 소리와 냇물 소리를, 봄흙 소리를, 들짐승 소리를, 들새 소리를, 이녁 어머님과 아버님이 땀흘려 살림을 일구고 집을 지으며 밭을 돌보는 소리를 찬찬히 글로 빚어요. (4345.4.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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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데즈카 오사무 님 작품이 얼마나 번역될 수 있을까. <불새> 17권을 모두 이야기하고 나서 다른 작품을 이야기하려 생각했는데, 자칫 <칠색 잉꼬> 장만하기를 잊을 뻔했다. 다섯째 권이 나온 소식을 듣고는 첫째 권부터 차근차근 사서 책꽂이에 두어야겠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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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색잉꼬 2
테츠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2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2년 04월 1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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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색잉꼬 3
테츠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2년 04월 19일에 저장
품절
칠색잉꼬 4
테츠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2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2년 04월 1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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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색잉꼬 5
테츠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4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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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덕 님 새 사진책이 나온 소식을 들었는데, 책값이 만만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싼값이라 할 수 없겠지. 고인돌을 찍은 150만 원짜리 사진책을 헤아려 본다. 150만 원짜리 사진책, 10만 원짜리 사진책. 살림에 따라 주머니를 열며 책을 어찌 장만할까 헤아리기도 할 텐데, 미리보기를 몇 장이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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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stract in Photography- 주명덕 사진집 한정판
주명덕 지음 / 포토넷 / 2012년 4월
100,000원 → 90,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0원(5% 적립)
2012년 04월 18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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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시멘트 기왓장
밑에는
풀이 못 자란다.

 

시멘트를 모래 자갈 물
개어 부은 곳에도
꽃은 못 핀다.

 

깨진 시멘트 기왓장
틈새로 봄풀
고개를 내민다.

 

시멘트로 닦은 논둑길
논과 만나는 가장자리
봄꽃 작게 빛난다.

 

깨진 시멘트 기왓장
살며시 들춘다.
지렁이 몇 마리 춤춘다.
흙이 살아나는구나.

 

한 해 열 해 백 해
지렁이와 작은벌레
흙을 천천히 살리고,
사람을 예쁘게 살리겠지.

 


4345.4.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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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73) 사용 13 : 통나무를 사용했다

 

얕은 구덩이에 가장 큰 통나무를 굴려넣었다. 집을 떠받쳐야 하기 때문에, 상한 데가 없이 완전하고 튼튼한 통나무를 사용했다. 그것을 밑틀이라고 불렀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김석희 옮김-초원의 집 (2)》(비룡소,2005) 64쪽

 

  ‘상(傷)한’은 ‘다친’이나 ‘갈라진’이나 ‘쪼개진’이나 ‘벌어진’으로 손봅니다. ‘완전(完全)하고’는 ‘오롯하고’로 손질하고, ‘그것을’은 ‘이를’이나 ‘이 나무를’로 손질하며, ‘불렀다’는 ‘했다’나 ‘가리켰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보기글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집짓기를 이야기합니다. 이 글월에서는 ‘집’이라 말합니다. ‘가옥(家屋)’이나 ‘주택(住宅)’이라 말하지 않아요. 반갑다 할 대목인데, 반가운 한편 슬프기도 합니다. 한국사람은 왜 집을 집이라 말하지 않고 자꾸 딴 말로 가리키려 할까요. 집 모양이 새롭게 나타나거나 집 갈래가 새로 생기면, 이 집들을 한국말로 알맞고 슬기롭게 가리키려고 생각해야 올바를 텐데, 왜 한겨레 넋과 얼을 북돋우지 않을까요.

 

 튼튼한 통나무를 사용했다
→ 튼튼한 통나무를 썼다
→ 튼튼한 통나무를 댔다
→ 튼튼한 통나무를 넣었다
→ 튼튼한 통나무를 박았다
→ 튼튼한 통나무를 세웠다
 …

 

  구멍을 판 다음, 이곳에 지붕을 받치는 통나무를 넣는다고 합니다. ‘밑틀’이 되는 나무입니다. 곧, 밑틀로 ‘쓴다’ 할 수 있습니다. 밑틀로 ‘삼는다’ 할 수 있어요. 통나무를 굴려서 넣었다 하니까 ‘넣는다’ 할 수 있고, 구멍에 넣어 단단히 박았을 테니까 ‘박는다’ 할 수 있어요. 밑틀이 되어 지붕을 받치는 나무인 만큼 ‘세운다’ 할 수 있어요. 나무를 ‘대어’ 밑틀이 되도록 한다 할 수 있겠지요.


  어느 낱말을 고르느냐에 따라 말맛이 달라지고, 말느낌이 새로워지며, 말삶이 거듭납니다. 낱말마다 내 넋을 달리 담고, 말투마다 내 얼을 새롭게 싣습니다. 알뜰살뜰 가꾸는 말은 알뜰살뜰 돌보는 마음이요, 알뜰살뜰 사랑하는 삶입니다. (4345.4.18.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얕은 구덩이에 가장 큰 통나무를 굴려넣었다. 집을 떠받쳐야 하기 때문에, 다친 데가 없이 오롯하고 튼튼한 통나무를 썼다. 이를 밑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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