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의 아이 5 - 완결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78

 


보고 싶어
― 해수의 아이 5
 이가라시 다이스케
 김완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3.9.27.

 


  아이들이 눈을 뜹니다. 아침을 맞이해서 새로 놀 여러 가지 즐거운 삶을 찾아 눈을 뜹니다. 내 왼쪽에 누운 큰아이가 잠결에 문득 한 마디를 합니다. “아버지, 잘 자요.” 깊은 밤에 잘 자다가 무슨 소리인가 하며 눈을 뜹니다. 아하, 이 아이가 잠결에 꿈나라에서 아버지를 만나 함께 놀다가 잠드는 이야기를 그리는군요. 그러니, 이런 말을 잠결에 뱉겠지요.


  아이들 오줌그릇을 들고 마당으로 내려섭니다. 별빛이 눈부십니다. 별빛을 가로막으려 하는 마을 고샅 등불은 손으로 가린 채 하늘바라기를 합니다. 이 곱고 밝은 별빛을 보고 싶어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이 맑으며 따사로운 별빛을 누리고 싶어 고즈넉한 두멧시골에 보금자리를 마련합니다.


  무엇을 보고 싶은가요. 사랑을 보고 싶은가요? 사랑을 보고 싶은 사람은 늘 사랑을 봅니다. 꿈을 보고 싶은가요? 꿈을 보고 싶은 사람은 늘 꿈을 봅니다. 누구나 스스로 보고 싶은 모습을 봅니다. 누구나 스스로 맞이하고 싶은 삶을 맞이합니다.


- “우리는 탄생의 이야기 한가운데 있어…….” (17쪽)
- “네가 해야 할 일은 이곳에 해수가 쏟아져 들어오기 전에 눈을 감는 것뿐. 하기야, 그 전에 너는 운석에서 넘쳐나는 ‘기억’에 빠져들고 말겠지만.” (32쪽)
- “보고 싶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42쪽)

 

 


  과자를 먹으면 과자와 내가 한몸이 됩니다. 술을 마시면 술과 내가 한몸이 됩니다. 맑은 샘물을 길어서 마시면 맑은 샘물과 내가 한몸이 됩니다. 고들빼기를 뜯어서 먹으면 고들빼기와 내가 한몸이 됩니다.


  내 몸속에 어떤 아픈 싹이 자란다면, 나 스스로 아픈 싹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내 몸속에 아무런 아픈 싹이 없다면, 나 스스로 아픈 싹을 생각조차 안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픈 싹이 자라려 하더라도, 나 스스로 즐거우며 사랑스러운 삶을 고운 빛으로 떠올리면, 아픈 싹은 이내 사그라듭니다.


  누군가는 과자를 먹더라도 마음으로 씻어냅니다. 누군가는 맑은 샘물을 마시더라도 마음이 어지러운 탓에 마음이 아픕니다. 다시 말하자면, 가장 정갈하다 싶은 물과 밥을 받아들이더라도 몸이 아플 수 있어요. 그닥 정갈하지 못한 물과 밥을 맞아들이더라도 몸이 튼튼할 수 있어요. 사람은 누구라도 몸과 마음 두 가지로 이루어지는데, 몸은 다스리더라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거꾸로 마음은 다스리더라도 몸은 다스리지 못한다면, 그만 엇나갑니다.


- “끝까지 지켜봐. 단, 운석이 네게서 떨어지면 번역자는 사라지는 거야. 이제부터 네가 보는 것의 의미는, 네가 생각해야 해. 너 혼자 찾아야만 해 … 네가 눈을 뜨고만 있으면, 언젠가, 전부 이어질 거야.” (44∼45쪽)
- “여기 사는 사람들이 바다를 제일 잘 알죠. 하루하루 생활 속에서 몸으로 바다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바다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해요.” (290쪽)

 

 


  마음속으로 늘 되뇝니다. 아름드리나무를 보고 싶구나. 마음속으로 늘 외칩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사랑스러운 하루를 빚고 싶구나. 마음속으로 늘 노래합니다. 기쁘게 맞이할 일들을 즐겁게 가꾸면서 이 지구별에 맑은 빛줄기를 드리우고 싶구나.


  스스로 마음속으로 되뇌는 이야기가 천천히 이루어집니다. 스스로 마음으로 외치는 소리가 가만히 이루어집니다. 스스로 마음에서 노래하는 이야기가 시나브로 이루어집니다.


  기쁜 일도 궂은 일도, 아름다운 일도 흐리멍덩한 일도, 모두 내 마음이 부르면서 이루어집니다. 내 마음에서 태어난 이야기가 우리 둘레에서 하나둘 펼쳐집니다.


  작은 사랑이 이어지고 잇닿으며 커다란 사랑이 됩니다. 작은 미움이 이어지고 잇닿으며 커다란 미움이 됩니다. 작은 꿈이 이어지고 잇닿아 커다란 꿈이 되어요. 작은 다툼이 이어지고 잇닿아 커다란 다툼이 되지요. 다만, 모든 일과 이야기는 씨앗 한 톨에서 비롯해요.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밭에 뿌려서 돌보는 씨앗 한 톨에서 비롯해요.


  어떤 꽃을 보고 싶은지 생각하며 씨앗을 심을 노릇이에요. 어떤 열매를 맺고 싶은지 생각하며 씨앗을 가꿀 노릇이에요. 보고 싶은 꽃을 그리며 씨앗을 심어요. 만나고 싶은 열매를 떠올리며 씨앗을 가꾸어요.


- ‘별?’ (127쪽)
- “눈을 떠.” (174쪽)

 

 


  이가라시 다이스케 님 만화책 《해수의 아이》(애니북스,2013) 다섯째 권을 읽습니다. 바닷마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노래 부르던 아이들 이야기는 다섯째 권에서 마무리됩니다. 새로운 숨결이 태어나고, 새로운 숨결이 만나며, 새로운 숨결이 어우러지는 이야기가 조용히 흐릅니다.


  바다에서 별이 태어납니다. 하늘에서 바다가 흐릅니다. 바다에서 춤을 춥니다. 하늘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바다에서 빛이 샘솟습니다. 하늘에서 바람이 붑니다. 바다와 하늘이 만납니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됩니다. 아이도 어른도 없이, 모두 한 목숨 한 숨결 한 넋으로 거듭납니다.


- “죽는다는 건 다른 세계에서 태어나는 걸까?” (273쪽)
- “누구랑 약속했어?” “이 장소와, 이곳의 빛, 나무들과 풀, 바위, 벌레들, 모든 소리. 이곳의 모든 것들과.” “무슨 약속을 했어?” “생각나질 않는구나.” (324쪽)

 

 


  누가 아이가 되고 누가 어른이 될까요. 나이로 아이와 어른을 가를까요. 겉모습으로 아이와 어른을 가르나요. 오백 살 먹은 나무와 오천 살 먹은 나무 사이에서는 아이와 어른이란 무엇일까요. 오만 해 피고진 꽃과 오십만 해 피고진 꽃 사이에서는 아이와 어른이란 무엇일까요.


  눈을 뜨면 볼 수 있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은 눈을 뜰 노릇입니다. 눈을 감아도 마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은 마음으로 눈을 뜰 노릇입니다.


  달빛이 흐르다가 별빛이 스러지면서 햇빛이 온누리를 비춥니다. 햇빛이 스러지면서 달빛이 밝고 어느덧 별빛이 환하게 온누리를 덮습니다. 나무가 자라 숲이 되고, 숲에서 풀이 돋습니다. 나무와 풀이 시들어 죽으면서 흙은 새롭게 살찌고, 새롭게 살찐 흙에서 수많은 씨앗이 뿌리를 내려 숲은 한결 짙푸르게 우거집니다.


  나고 죽는 사람들은 조금씩 슬기로운 빛 더합니다. 한삶 누리며 얻은 슬기를 글로 남기든 책으로 옮기든, 아이들한테 기쁘게 물려줍니다. 글도 책도 모른다 하면, 노래로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삶으로 아이들한테 이어줍니다. 먼먼 옛날부터 아이와 어른이라는 금긋기는 따로 없이 오직 사랑 하나로 살아오면서 사랑 하나를 밝힙니다. 삶이란 사랑이고, 사랑이란 삶입니다. 그러니까, 먼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삶을 보고 싶어 사랑을 나눕니다. 먼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사랑을 보고 싶어 삶을 짓습니다.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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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65) 존재 165 : 귀한 존재

 

그 식당의 주인이 개와 고양이를 좀더 평정한 눈으로 볼 수 있게 도왔으니 그에게는 이 아가씨가 귀한 존재지요
《데이비드 미치/추미란 옮김-달라이 라마의 고양이》(샨티,2013) 77쪽

 

  “그 식당(食堂)의 주인(主人)이”는 “그 밥집 임자가”나 “그 밥집 일꾼이”로 손볼 수 있습니다. 한자말 ‘식당’은 그대로 두더라도 ‘식당지기’라는 이름을 써 볼 수 있고, ‘밥집지기’ 같은 낱말을 지어도 됩니다. ‘평정’이 ‘平正’이라면 ‘고른’이나 ‘바른’으로 손질하고, ‘平靜’이라면 ‘차분한’이나 ‘따스한’으로 손질합니다. ‘귀(貴)한’은 ‘보배로운’으로 다듬을 낱말인데, 글흐름으로 살피면 ‘고마운’이나 ‘반가운’으로 다듬을 만합니다.

 

 귀한 존재지요
→ 반가운 손님이지요
→ 고마운 분이지요
→ 고마운 만남이지요
→ 고맙지요
 …

 

  고양이나 개를 가리킬 적에 한껏 높이려 하면 ‘분’이나 ‘그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기글에서는 어느 밥집으로 찾아오는 고양이와 개를 이야기하니, 이때에는 ‘손님’이라는 낱말을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밥집지기가 고양이와 개를 만나 눈길을 새로 열거나 텄다고 하는 만큼 고양이와 개를 “고맙게 만났다”고 이야기하거나, 짧게 줄여 “고맙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4346.11.3.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 식당 일꾼이 개와 고양이를 좀더 바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도왔으니 그한테는 이 아가씨가 고맙지요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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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66) 존재 166 : 나무는 고독한 존재

 

나무들은 마치 고독한 존재와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 벗어난 나약한 은둔자들과는 다르다
《헤르만 헤세/두행숙 옮김-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문예춘추사,2013) 55쪽

 

  ‘고독(孤獨)한’은 ‘외로운’이나 ‘쓸쓸한’으로 다듬습니다.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손질하고, “나약(懦弱)한 은둔자(隱遁者)들”은 “숨어 사는 여린 사람”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현실(現實)에서 벗어난”은 그대로 두어도 되는데, 뒷말과 묶어 “시골로 숨은”이라든지 “숲속으로 들어간”처럼 적어 볼 수 있어요. 이 글월에서 말하는 ‘현실’이란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살아가는 사회’이며, 나무를 가리켜 ‘현실에서 벗어난’ 모습을 빗댈 적에는 ‘숲에 깃든’ 모습으로 이야기하면 한결 잘 어울립니다.

 

 나무들은 마치 고독한 존재와 같다
→ 나무들은 마치 외로운 사람과 같다
→ 나무들은 마치 쓸쓸하게 보인다
→ 나무들은 마치 쓸쓸한 숨결과 같다
 …

 

  나무를 ‘은둔자’와 빗대며 이야기하는 보기글입니다. ‘은둔자’는 숨은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나무를 “고독한 존재”라 했다면 “외로운 사람”으로 빗댔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뜻과 느낌을 살려 “나무는 외로운 넋과 같다”로 손볼 수 있고, “나무는 외로운 님과 같다”로 손보아도 됩니다. 4346.11.3.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무들은 마치 외로운 사람과 같다. 그러나 숲속으로 들어간 여린 사람들과는 다르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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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살아가는 하루


 
  아이들은 하루 내내 어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이러다가도 저희한테 아주 재미나다 싶은 무언가 있으면 어버이 뒤는 그만 따라다니고는, 재미나다 싶은 것에 폭 사로잡힌다. 이를테면 나뭇가지가, 흙이, 풀꽃이, 멧새가 아이들 놀잇감이나 놀이동무가 된다. 빗물이나 눈송이도 아이들한테 재미난 놀잇감이나 놀이동무가 된다. 한참 어버이 꽁무니 좇던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눈빛 밝혀 새롭게 배우거나 즐기거나 누릴 것이 있으면 곧바로 따라간다.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 느끼고 겪으면서 무럭무럭 크고 싶으니까.


  어버이는 하루 내내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붙는다. 이것저것 돌보고 이래저래 먹이며 이렁저렁 씻기고 입히느라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붙는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본다. 아이들이 뒹구는 자리를 제대로 쓸고닦았는지 살핀다. 아이들 코는 막히지 않았나 들여다보기도 하고, 한동안 물을 안 마셨으면 물을 마시라고 부른다.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동안 어버이는 새삼스레 아이 눈높이가 되어 보금자리와 마을과 온누리를 사뭇 다르게 바라보며 느낀다.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눈높이로 멈추지 않는다. 어른이 되기까지 거친 아이와 푸름이 눈높이를 가만히 되새기면서 이 땅과 이 나라와 이 지구별에 어떤 사랑과 꿈이 흐를 때에 아름다운가 하고 헤아린다.


  아이들은 어버이 뒤를 따라다니며 삶을 배운다. 어버이는 아이들 뒤를 따라붙으며 사랑을 배운다. 아이들은 어버이 뒤를 따라다니는 동안 생각을 넓힌다. 어버이는 아이들 뒤를 따라붙으며 마음을 살찌운다.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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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땋기 즐거운 어린이

 


  아버지는 아직 머리를 땋아 주지 못한다. 어머니가 머리를 땋아 준다. 사름벼리는 어머니 손길을 받으며 머리를 땋아 마무리로 묶으면 즐거워 한다. 그런데, 머리를 땋을 적에는 얌전히 있어야지. 여기 보고 저리 움직이고 싶으면 머리를 땋기 힘들단다. 다 땋을 때까지 가만히 있으렴.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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