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콩 책읽기

 


  들콩은 누가 심거나 뿌리지 않아도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린다. 들콩은 농약이나 비료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들콩은 들쥐도 먹고 들새도 먹는다. 들콩은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톡톡 끊어서 먹기도 한다. 우리가 먹는 콩은 모두 맨 처음에는 들콩이었겠지. 조그마한 알이 맺혔겠지. 이 콩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차츰 굵은 알로 달라졌을 테고, 이제 사람들은 들콩내음을 잊고는 유전자를 함부로 건드려 ‘유전자 바꾼 콩’을 먹는다.


  콩을 먹으며 콩알이 뿌리내린 흙맛을 함께 누릴 때에 즐거울 텐데. 콩밥을 지으며 콩알이 올린 줄기를 함께 헤아린다면 더없이 기쁠 텐데. 콩나물이나 두부를 먹더라도 콩알이 맺은 조그마한 콩꽃을 떠올리고, 콩꽃이 지며 콩꼬투리에 송알송알 어우러지는 열매를 읽으면, 우리 삶에 고운 풀내음이 살풋 실릴 수 있을 텐데. 4346.11.1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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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66. 2013.10.3.

 


  걸상을 젖히고 사다리에 앉는 사름벼리. 어디이든 더 재미있고, 무언가 남다르다 싶은 놀이를 하고 싶은 사름벼리. 굳이 걸상에 앉아야 하지는 않아. 사다리에도 앉고 풀밭에도 앉고 마룻바닥에도 앉으면 되지. 서도 되고 누워도 되고 말이야.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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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30. 풀숨을 마신다 (2013.10.3.)

 


  도시에서는 풀숨을 마시기 힘들다. 시골이라도 농약바람이 너무 짙어 풀숨 제대로 마시기 벅차지만, 우리 식구가 일구는 서재도서관 둘레에는 아무도 농약을 안 친다. 서재도서관을 시골로 옮긴 보람을 도서관을 오갈 적마다 느낀다. 봄부터 첫을까지는 푸른 물결 누리고, 늦가을부터 새봄까지는 고즈넉한 흙빛을 누린다. 우리는 풀숨 마시고 풀밥 먹는 시골사람이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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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취재 하던 날 (도서관일기 2013.10.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아침 열 시 반에 방송국 사람들이 찾아온다. 아직 아이들 아침을 먹이지 못했기에, 부랴부랴 마을 어귀에 나가 손짓으로 부른 뒤, 얼른 부엌으로 돌아가서 국을 마저 끓인다. 밥상에 아이들 밥과 국을 퍼서 올린다. 방송국 사람들은 장비를 내리느라 바쁘다. 오늘 찍을 이야기를 하려고 나를 부른다. “아이들 밥 먹을 때라서요. 아, 밥하는 모습을 찍으셔도 그림이 되겠네요.” 방송취재를 하기로 했지만,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로서, 아이들 밥 먹이는 일이 먼저다. 방송국 사람들은 내가 작은아이 입에 밥 떠먹이는 모습도 찍는다.


  마당에서 몇 가지를 찍는다. 마당 있는 집이 좋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마당에서 찍는 동안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논다. 마을 이장님이 와서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 지난번에 항공방제를 한다며 헬리콥터가 우리 집 대문 위로 들어와서 농약을 뿌린 일을 〈고흥뉴스〉에 올린 뒤, 이장님과 몇몇 마을 분들이 우리 집을 보는 눈이 안 곱다. 시골에서 농약 쓰는 일을 방송국 사람을 불러서 떠드는가 싶어 걱정하시는 눈치이다. “저희가 저기 폐교에 도서관을 마련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찍겠다고 해서 온 분들이에요.” 하고 이야기한다.


  집에서 한참 찍은 뒤, 방송국 사람들이 밥을 먹으러 면소재지로 간다 한다. 같이 차를 타고 가자 하기에, 우리 식구한테는 ‘우리 차’가 있다고 얘기한다. 수레와 샛자전거 붙은 자전거를 꺼낸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운다. 면소재지 가는 길에 자전거를 달린다. 이 시골길에는 마주 달리는 자동차도 없으니, 방송국 자동차가 우리 옆에 나란히 서서 자전거 달리는 모습을 찍는다. 아이들과 자전거로 달리는 모습을 내가 스스로 찍을 수 없었는데, 고맙게 재미난 모습을 얻을 수 있겠네.


  면소재지에 닿아 중국집으로 간다. 아이들은 매운 밥을 먹을 수 없어, 아이들 입에 맞춘다. 아이들한테 짜장면과 볶음밥을 먹인 뒤 도서관으로 간다. 날이 꾸무룩하기에 도서관에서 찍기 수월하지 않다. 폐교에 마련한 도서관이고, 이 폐교를 우리가 빌리지 못한 탓에 전기를 못 쓴다. 이 폐교를 빌린 분들은 전기도 물도 하나도 해 놓지 않는다. 폐교 빌린 사람한테서 다시 빌린 얼거리라, 우리는 건물에 손을 대지도 못한다.


  도서관 옆 어르신한테 말씀을 여쭈어 전기를 끌어 쓰기로 한다. 불을 밝혀 이것저것 찍는다. 시골에 온 까닭, 도서관을 하는 마음, 책과 사람과 삶과 아이와 교육 이야기 들을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도서관이 사람들한테 찾아갈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도서관으로 찾아올 노릇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서관은 책다운 책을 알뜰히 갖추어 놓는 곳이요, 사람들은 스스로 아름다운 책을 찾아 도서관으로 갈 일인데, 도서관은 도시 한복판보다는 숲이 있고 조용하며 아름다운 시골에 마련해야, 비로소 책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책은 나무에서 왔고, 책꽂이도 나무에서 온다. 책과 책꽂이 있는 도서관이란, 나무로 된 이야기밭이다. 곧, 도서관이라는 곳은 숲 한쪽에 깃들어, 숲바람과 숲노래 듣는 보드라운 보금자리와 같을 때에 즐거운 이야기터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시골에는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시골에는 이것도 저것도, 곧 물질문명이 없기 때문에 살기 좋은 아름다운 삶터라는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 식구부터 이 시골마을에 깃들어 찬찬히 뿌리를 내리면, 우리 식구 둘레에 예쁜 새 이웃이 찾아와서 새로운 삶 이루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오늘날 시골마을에는 할매와 할배만 남고 젊은이와 어린이 모두 도시로 떠났는데, 도시로 떠난 이분들 딸아들이 다시 시골로 올 일이 없다고 느낀다고, 그래서 이제는 아주 시골에서 살려 하는 사람들만 시골로 와서 시골을 예쁘게 가꾸어야 시골이 살아날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골로 삶자리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야, 먼먼 옛날부터 오랫동안 이어온 농약과 비료 안 쓰는 흙일과 시골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방송작가인 분이 아이들 데리고 면소재지 가게에 가서 무언가 사 주셨다. 아이들이 긴 시간에 걸쳐 힘들고 졸릴 텐데, 방송작가 아주머니가 무언가 재미난 것을 사 주셔서 아이들이 새로 기운을 낸다. 나는 여덟 시간 동안 입을 쉬지 않고 말을 해야 하니 힘겹지만, 중국집에서 마신 이과두술 작은 병하고 우리 집 샘물 힘을 빌어 기운을 낸다.


  시골살이, 도서관살림, 아이와 함께 살기, 자전거 타기, 집안일 도맡는 아버지, 글과 책과 삶, 이런저런 이야기를 알뜰히 들려주었을까. 아무쪼록 이 방송이 나간 뒤, 도시를 떠나 시골로, 또 고흥으로, 즐겁게 사뿐사뿐 삶터를 옮길 예쁜 이웃이 한 사람쯤 나올 수 있기를 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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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1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함께살기님의 자전거와 샛자전거와 수레에 탄 벼리와 보라가 바람을 가르며 씽씽~달리는 모습이 참 인상깊고 좋았어요~
이렇게 오랜 시간을 찍고 그렇게 짧은 방송으로 나왔지만, 조촐하면서도 알뜰하고 예쁘게 방송이 잘 나온 듯 해요. 함께살기님의 말씀도 인터뷰어인 명로진님의 말씀도 다 함께살기님 삶의 모습과 사진책도서관의 뜻을 사람들에게 아름답고 즐겁게 잘 보여준 듯 합니다.^^
아이들도 긴 시간 힘들었겠지만,그래도 또 즐거운 추억을 가지게 되었겠지요~
'다시보기'로 또 즐겁게 보아야겠습니다~*^^*

파란놀 2013-11-11 11:05   좋아요 0 | URL
외주업체 아닌 방송국 직원들이 와서 취재를 하다 보니,
카메라도 여섯 대였나... 엄청나게 돌리더라구요 @.@
그리고, 적기는 하지만 출연료도 주더군요 @.@

외주업체에서 취재를 왔으면
출연료도 없었을 테고,
방송취재도 더 힘들었으리라 느껴요.

외주업체를 나쁘게 하려는 말이 아니라,
적은 돈으로 빠듯하게 움직이다 보니,
외주업체에서 방송을 찍는 분들은 기본취재와 사전조사를
거의 못 하는 채 찾아오거든요.

이번 취재를 받아들인 까닭에는,
다른 시골에서 '작게 도서관 만들려는 이웃'이 있어서
그분한테 기운(용기)을 내실 수 있도록 하고픈 마음이 있기도 했어요.

시골에서 살며 조그마한 도서관 꾸리려는 분들 모두
즐겁고 기운차게 책삶 일군다면
우리 나라는 참 아름답게 거듭나리라 생각해요.
 


 도서관살림 어떻게? (도서관일기 2013.11.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여수문화방송에서 도서관을 취재해서 내보낸 뒤, 도서관을 찾아오는 손님이 하나둘 는다. 도서관을 찾아오시면서 으레 ‘이 시골에서 어떻게 살림을 꾸리는지’ 걱정스러움 그득 담긴 말을 묻는다. 우리 서재도서관 살림이 걱정스러울까? 이런 말을 들으면 그저 빙그레 웃는다. “제 책을 사 주시면 되고요,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시면 되지요.” 하고 이야기한다.


  우리 서재도서관 책은 모두 내가 스스로 읽으려고 장만한 책들이니, 내 서재가 되면서, 나 혼자만 즐기기에는 아깝다 싶어, 이웃들도 스스럼없이 찾아와서 돌아보고 함께 누리기를 바라는 책들이라, 우리 도서관이 된다. 서재이면서 도서관이다. 2007년부터 2013년 올해까지 이모저모 어려운 고비 많았지만, 이럭저럭 잘 꾸리면서 잘 살아온다. 앞으로도 힘든 고비가 찾아올까? 아마, 찾아올 수 있고, 이제는 안 찾아올 수 있다. 어찌 되든 이 시골마을 한복판에 살림집을 마련했고, 도서관을 꾸린다. 곰팡이 피어나는 책꽂이에는 니스를 바르고, 비가 새는 곳도 앞으로 잘 다스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직 방수페인트 장만할 돈까지는 없지만, 내 새로운 책이 곧 나오고, 이 책이 신나게 팔려서 글삯을 더 벌면, 다가오는 새봄에는 방수페인트 넉넉히 사서, 빗물 새는 자리부터 찬찬히 발라 볼까 싶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 수 있고, 누구라도 느긋하게 책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넉넉하리라 생각한다. 꼭 이 모든 책을 다 살펴서 읽어야 하지는 않다. 마음을 살찌울 책을 한 달에 한 권씩 만나서 가슴에 새길 수 있으면 즐겁다. 겨울에는 도서관이 추워, 도서관에서 책을 보기 어려운데, 그러면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책을 빌리면 된다. 누구나 이곳에 찾아와서 어떤 책이든 살필 수 있지만, 빌려가도록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서관 지킴이 되는 분한테는 빌려준다.


  이렇게 하면 도서관살림은 알뜰살뜰 한결 잘 꾸릴 수 있고, 추운 겨울에도 집에서 한갓지게 책을 즐길 만하다. 우리 도서관은 공공도서관처럼 ‘반납일’ 따로 두지 않으니,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천천히 읽으면 되지.


  도서관 책손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큰아이가 작은 천을 쥐고는 ‘바나나 만들기’를 한다. 안동에 마실 갔을 적에 편해문 아저씨한테서 배운 대로 하는구나. 작은아이가 작은 그림책 담은 상자를 머리에 이고 가져와서 죽 풀어 놓는다. 옆에서 큰아이가 이 작은 그림책을 상자에 담는다. 작은아이가 한 권씩 건네고, 큰아이가 한 권씩 넣는다. 책은 차근차근 넘기며 읽어도 재미있고, 넣고 빼는 놀이를 해도 재미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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