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7. 모르는책



  누구나 읽고 쓰는 오늘날입니다. 글을 읽기도 하지만, 마음을 읽기도 합니다. 책을 펴거나 쓰기도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짓기도 합니다. 서로 눈빛을 읽기도 하고, 가만히 하늘과 바다와 들숲을 읽기도 하지요. 책은 꾸준히 새로 태어나되 막상 책을 곁에 두는 사람은 줄어든다고 하지만, 여러모로 보면 ‘종이꾸러미’도 책이요, 이야기꾸러미와 살림꾸러미와 씨앗꾸러미도 책입니다. 씨앗 한 톨로도 오롯이 책이요, 이슬과 빗물 한 방울도 새삼스레 책이에요. 다른 누가 “이슬이란 무엇인가?” 하고 찾아나서면서 밝힌 꾸러미를 읽을 수 있고, 우리 스스로 “이슬은 언제 어떻게 맺어서 어느 목숨붙이한테 이바지하면서 철마다 새로운가?” 하고 지켜보면서 알아낼 수 있습니다. 날씨알림을 듣고서 날씨를 어림할 수 있고, 우리 스스로 바람결과 구름결과 별빛을 헤아리면서 날씨를 읽고 새겨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숲이 고스란히 책숲(도서관)이라고 느껴요. 들녘이 언제나 들숲(생활박물관)이로구나 싶어요. 바다가 언제나 바다숲(해양박물관)일 테지요. 어느 날 문득 ‘모르는책’이라는 낱말을 손바닥에 얹어 보았습니다. 굳이 한 낱말로 ‘모르는책·눈익은책·익숙한책’처럼 엮으면서 ‘배우는책·때우는책’에 ‘익히는책·첫걸음책’처럼 글결을 맞추어 봅니다. 모르기에 읽고서 배웁니다. 이제 조금 알아보기에 아직 모르는 길을 찾아나섭니다. 모르는 줄 알기에 다시 읽고, 가만히 눈을 틔우면서 새록새록 눈길을 열고 싶어서 끝없이 읽고 돌아봅니다.


ㅍㄹㄴ


모르는책


너는 으레

‘모르는책’은 안 들추고

‘눈익은책’에 손을 뻗네

이렇게 책이 수북한데


나는 줄곧

‘익숙한책’은 지나치고

‘처음인책’을 들여다봐

이처럼 책이 더미인데


너는 자꾸

‘배우는책’은 치워 놓고

‘때우는책’을 옆에 둔다

온삶이 배움날인데


나는 새삼

‘익히는책’을 또 읽는다

‘첫걸음책’은 늘 설레니

다시금 보고서 살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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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극 소녀!! 10
사이키 쿠미코 지음, 오하라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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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8.12.

책으로 삶읽기 1035


《가극 소녀 10》

 사이키 쿠미코

 오하라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1.8.30.



《가극 소녀 10》(사이키 쿠미코/오하라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1)을 읽었다. 첫걸음을 읽을 적에는 “설마 《유리 가면》을 흉내내는?” 같은 마음이 들었는데, 두걸음을 보면서 “얼마나 길게 그리려나?” 싶었고, 어느덧 열다섯걸음으로 접어드는데, 그냥그냥 ‘이쁘고 날렵한 가시내’를 보여주는 틀에 얽매일 뿐이라고 느낀다. 《유리 가면》도 질질 끌기는 비슷하되, 《유리 가면》은 ‘몸짓(연기)으로 보여주는 마음’을 ‘긴긴 몸짓 그림’으로 찬찬히 밝혔다. 요즈음 나오는 《아카네 이야기》를 보아도 ‘몸짓 그림’을 하나하나 살리는 줄거리에 마음을 기울이면서 ‘왜 이 줄거리를 짜서 들려주려는가?’ 하는 대목을 헤아린다. 여러모로 보면, 붓을 쥐었다고 해서 ‘삶·삶터·사람·사랑’을 읽거나 알거나 헤아리지는 않는다. ‘줄거리(소재·콘텐츠)’를 매만져서 몫(인기·돈·이름)을 거머쥐는 굴레로 뛰어드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야기의 등장인물과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매일 매회 처음 해보는 경험이야.” (32쪽)


“미안해. 내가 아직 선배 초보라서.” “괜찮아요. 마음은 확실히 전해졌으니까요.” (66쪽)


“내 생각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불안해져.” “어째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수업을 하는 거잖아.” (110쪽)


#かげきしょうじょ #齊木久美子 


+


등장인물과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매일 매회 처음 해보는 경험이야

→ 나오는이와 손님한테는 날마다 자리마다 처음이야

→ 나온이와 보는이한테는 늘 모두 처음이야

32쪽


미안해. 내가 아직 선배 초보라서

→ 창피해. 내가 아직 못난 언니라서

→ 부끄러워. 아직 모자란 언니라서

66쪽


괜찮아요. 마음은 확실히 전해졌으니까요

→ 됐어요. 마음은 틀림없이 받았으니까요

→ 든든해요. 마음은 훅 닿았으니까요

66쪽


내 생각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불안해져

→ 내 뜻대로 갖추지 않으면 두려워

→ 내 마음대로 안 갖추면 걱정스러워

110쪽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수업을 하는 거잖아

→ 앞으로 나아가려고 배우잖아

11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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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20 - 완결
시노하라 치에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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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8.12.

책으로 삶읽기 1034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20》

 시노하라 치에

 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25.6.25.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20》(시노하라 치에/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25)을 읽었다. 지난 2021년에 열두걸음까지 꾹꾹 읽다가 그만두기로 했고, 스무걸음으로 끝맺기에 사이를 훅 건너뛴다. 《하늘은 붉은 강가》 못잖게 길게 그리고 싶은 그림꽃님 마음은 알겠으나, 앞선 그림꽃과 달리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은 억지를 부렸다고 느낀다. 그림(등장인물·배경묘사)이 뒤죽박죽이기도 하다지만, 이보다는 줄거리부터 갈피를 못 잡는 다툼질로 얽어매려 하면서 샛길로 끝없이 빠지고, 서로 미워하고 좋아하는 쳇바퀴에 사로잡히기만 했다고 느낀다. ‘아이를 바라보는 사랑’이 ‘남을 미워하는 불길’로 번질 수 있을까? ‘아이어른’과 ‘어버이’라는 살림길을 너무 모르는 채 ‘임금놀이’에 갇히고 말았다. 임금님 언저리에서 돈·이름·힘을 둘러싸고서 벌이는 바보스런 죽임질과 괴롭힘질과 밉질을 굳이 그려 볼 수 있되, 이제는 ‘그들(권력자)끼리’ 벌이는 헛노닥질이 아니라, ‘우리(수수한 엄마아빠)가 함께’ 도란도란 노래하고 놀이하며 일하고 살림하는 작은씨앗이라는 이야기꽃을 찾아나설 수 있기를 빈다. 먼발치를 냇물 건너에서 구경하면서 붓끝을 놀리다 보니, 이렇게 헛발질이 끝없구나 싶다.


ㅍㄹㄴ


“내가 지키는 건 혈통이 아니라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메메드를, 내 아들을 죽으려고 했죠.” (23쪽)


“고귀한 분의 처형은 경의를 담아서 비단 천으로 교살하는 것이 관례.” (67쪽)


“다른 누구의 손도 빌리고 싶지 않았거든.” (99쪽)


“계속 묻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요. 마지막으로 묻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거라면, 끝까지 듣지 않는 게 좋아.” “물어볼래요.” (185쪽)


#夢 の黃金の鳥籠 #篠原千繪


+


내가 지키는 건 혈통이 아니라 아이들이에요

→ 나는 핏줄이 아니라 아이들을 지켜요

→ 나는 씨줄이 아니라 아이들을 지켜요

→ 나는 이름이 아니라 아이들을 지켜요

→ 나는 집안이 아니라 아이들을 지켜요

23쪽


그런데 당신은 메메드를, 내 아들을 죽이려고 했죠

→ 그런데 그대는 메메드를, 울 아들을 죽이려고 했죠

→ 그런데 이녁은 메메드를, 아이를 죽이려고 했죠

23쪽


고귀한 분의 처형은 경의를 담아서 비단 천으로 교살하는 것이 관례

→ 높은 분은 깍듯이 누에천으로 목졸라서 다스려 왔다

→ 거룩한 분은 받들며 깁으로 졸라매어 죽여 왔다

67쪽


계속 묻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요

→ 내내 묻고 싶었는데요

→ 늘 묻고 싶었는데요

18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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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76 : 만약 대신 선발 통치게 하 그것 통치 것


그러나 만약 우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발하여 그들로 하여금 통치하게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며

→ 그러나 우리 몫으로 다른 사람을 뽑아서 다스리라 맡기면 우리 스스로 다스리는 길이 아니며

→ 그러나 우리가 다른 사람을 뽑아서 다스리라 시키면 우리 스스로 다스리는 길이 아니며

《민중의 이름으로》(이보 모슬리/김정현 옮김, 녹색평론사, 2022) 14쪽


글머리에 ‘그러나’를 쓰면서 ‘-다면’이라는 토씨로 받을 적에는 한자말 ‘만약’은 군더더기입니다. “그들로 하여금 통치하게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며” 같은 옮김말씨는 “다스리라 맡기면 우리 스스로 다스리는 길이 아니며”로 손질합니다. 우리 몫으로 다른 사람을 뽑기보다는,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할 노릇입니다. ㅍㄹㄴ


만약(萬若) :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 = 만일

대신(代身) : 1. 어떤 대상의 자리나 구실을 바꾸어서 새로 맡음 2. 앞말이 나타내는 행동이나 상태와 다르거나 그와 반대임을 나타내는 말

선발(選拔) : 많은 가운데서 골라 뽑음

통치(統治) : 나라나 지역을 도맡아 다스림 ≒ 치리·통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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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81 : 거대한 -산 만들어지고 있었


거대한 얼음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 얼음더미가 커다랗게 쌓인다

→ 얼음메가 커다랗게 생겨난다

《먼지 행성》(김소희, 아름드리미디어, 2024) 103쪽


“산이 만들어지다”라고 해도 옮김말씨라서 얄궂은데, “만들어지고 있었다”처럼 군더더기를 늘어뜨리면 더더구나 얄궂습니다. 얼음더미가 커다랗게 쌓이니까 “얼음더미가 커다랗게 쌓인다”처럼 수수하게 나타내면 됩니다. ‘얼음메’처럼 슬쩍 말을 돌릴 수 있고, “커다랗게 생겨난다”로 나타내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거대(巨大) : 엄청나게 큼

산(山) : 1. 평지보다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 2. 뫼가 있는 곳 = 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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