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빈책 쥐기

 


 산들보라가 볼펜 쥐기를 꽤나 좋아한다. 연필을 주어도 빛깔연필을 주어도 한두 번 만지작거리다가 내려놓거나 던진다. 꼭 제 아버지가 쥐어 빈책에 끄적거리는 볼펜을 빼앗으려고 기어온다. 산들보라가 드디어 제 아버지 자그마한 빈책이랑 빈책에 꽂은 볼펜을 다 함께 움켜쥔다. 휘휘 흔든다. 꼬물꼬물 만지작거린다. 좋니? 즐겁니? 재미있니? 옛날 사람들은, 아니 옛날이라 할 수 없을 너희 할아버지 할머니 무렵 때만 하더라도, 너만 한 아이는 논둑이나 밭둑에 놓고 흙땅을 신나게 기어다니도록 했겠지. 그때에 너만한 아이는 흙을 쥐고 풀을 쥐며 꽃을 쥐고 나무를 쓰다듬곤 했겠지. 풀벌레를 쥐고 벌나비를 쥐며 호미와 낫을 쥐곤 했겠지. (4344.12.3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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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02 14:53   좋아요 0 | URL
머리 깍아주셨나봐요. 아유,
저 초롱한 눈매와 토실한 뺨 좀 봐. 볼펜이 그리 좋대여? 이쁘네요.

파란놀 2012-01-02 18:35   좋아요 0 | URL
아직 머리가 짧아서 그렇습니다 ^^;;;;; 에공~
 


 산들보라 으앵 울기

 


 낮이고 밤이고 오줌기저귀를 갈 때면 왜 이렇게 서럽게 우니. 네 오줌기저귀를 갈잖아. 그런데, 낮이고 밤이고 똥기저귀를 갈 때면 왜 가만히 있니. 네 똥기저귀를 갈잖아. 오줌을 누었는가는 틈틈이 살피니까 금세 가는데, 똥을 누고는 조용히 기어다니면서 놀면 네가 똥을 누었는지 안 누었는지, 밑이 꿉꿉한지 안 꿉꿉한지 어떻게 아니. 제발 똥을 눈 다음에 울어 주렴. 부디 오줌을 누어 기저귀를 갈 때면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울지는 말아 주렴. 울면 울수록 얼굴이 벌개지면서 얼굴이 자꾸 가렵잖아. 착한 아이야, 상냥한 아기야, 얼른얼른 커서 기저귀를 떼라. (4344.12.3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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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 쓰는 어린이

 


 큰아버지가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에, 첫째 아이는 큰아버지 곁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불러도 대꾸하지 않고, 오라 해도 오지 않는다. 큰아버지가 돌아가고 나서 시큰둥하게 여러 날을 보낸다. 아이는 큰아버지하고 한겨울 아침햇볕 내리쬐는 마당가에서 우산을 푹 눌러쓰고 앉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아이야, 네가 네 두 발로 가고픈 데를 마음껏 누비며 돌아다닐 날이 멀지 않았구나. (4344.12.3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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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꼬락 꼬물 어린이

 


 누구 품에든 폭 안기기를 좋아하는 첫째 아이 사름벼리는 어디에서 이렇게 폭 안기는 매무새를 물려받았을까. 어머니한테서? 아버지한테서? 할머니한테서? 할아버지한테서? 누가누가 어린 나날 이렇게 사람들 품에 폭 안기기를 좋아했을까.

 

 제 아버지 품에 폭 안길 때에는 이 아이가 발꼬락을 어떻게 꼬물거리는지 들여다보지 못한다. 큰아버지가 먼길 마실을 왔을 때에 비로소, 이 아이가 사람들 품에 안겨 발꼬락을 어찌어찌 꼬물딱꼬물딱 움직이는가를 바라본다. (4344.12.3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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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꽂이 걱정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12.30.

 


 도서관 책꽂이가 아주 많이 모자란다. 그런데 어떤 책꽂이를 마련해야 할는지 선뜻 생각을 갈무리하지 못한다. 커다란 책꽂이 마흔 개는 있어야 교실 두 칸에 널브러진 책들을 꽂을 수 있다. 이 널브러진 책을 꽂아야 비로소 도서관 꼴이 나서 사람들한테 둘러보라고 할 수 있고, 교실 한 칸에 그럭저럭 꽂은 책도 이래저래 자질구레한 것을 치울 틈이 생긴다.

 

 그러나, 살림집 끝방부터 아직 제대로 치우지 못했고, 살뜰히 건사하지 못하는 집일을 돌아보느라 몸이 그만 지쳐, 도서관 책꽂이 일을 자꾸 뒤로 미룬다. 나 스스로 책꽂이를 짤 겨를을 낸다면 모르나, 책꽂이를 짤 겨를이 없다면 목돈이 들더라도 하루 빨리 새 책꽂이를 마련해야 한다.

 

 면내 우체국에 소포꾸러미 보내러 가는 길에 살짝 들러 한 시간 즈음 책 갈무리를 한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이렁저렁 치워서 교실 한 칸이나마 어설프더라도 열어 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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