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할 때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마음이 차분하다. 하고 싶은 일이란 남한테 보여주는 일이 아니고, 남 앞에서 자랑하는 일이 아니며, 남을 밟고 올라서는 일이 아니다. 오직 나 스스로 빛나고 싶기에 나 스스로 가장 티없는 눈빛으로 다가가는 걸음걸이가 바로 ‘하고 싶은 일’이다. 만화책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를 읽으며 생각한다. 이 만화책 날개에 ‘아다치 미츠루한테서 격찬을 받으며 데뷔했다’는 말이 적혔는데, 내가 보기에, 아다치 미츠루라는 분은 미시마 에리코라는 만화가를 ‘격찬’할 만한 깜냥이 아니다. 야구나 스포츠 이야기를 많이 그린 아다치 미츠루라고 해서 이녁이 ‘거장’이라고 여기지 말기를 바란다. 어디, 아다치 미츠루가 미시마 에리코한테 ‘격찬’을 하는가? 그러나, 내 말을 잘 알아들어야 한다. 미시마 에리코가 엄청나게 뛰어나거나 누구보다 훌륭하기에 이러한 말을 하지 않는다. 만화책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는 스포츠 만화도 야구 만화도 아니다. 이 만화는 스스로 눈을 뜨게 이끄는 고운 빛이 흐르는 만화이다. 내가 보기로, 아다치 미츠루는 아직 ‘눈을 뜨게 이끄는 고운 빛’을 만화로 담아낸 적이 없다.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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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1
미시마 에리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7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2014년 06월 04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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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35] 잎망울잔치



  보셔요

  잎망울이 저마다 한껏 터지며

  잔치를 해요



  누구라도 봄나무 밑이나 둘레에 서서 한참 바라보면 싱그럽고 생생한 푸른 잎잔치를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봄나무 밑이나 둘레에 서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누리지 못합니다. 잎망울잔치를 누리고 싶은 사람은 봄나무 밑이나 둘레에 섭니다. 잎망울잔치를 마음에 담아 새로운 숨결을 터뜨리고 싶은 사람은 봄나무 밑이나 둘레로 걸어갑니다.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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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을 번쩍 뜨게 했던 말



  올해 마흔 살이 되기까지 살며, 나한테 다가온 말이 늘 있습니다. 내 눈을 번쩍 뜨게 이끈 말이 늘 있습니다. 내가 들은 어떤 말이든 늘 내 눈을 번쩍 뜨게 했는데, 이 가운데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면서 바꾼 한 가지로, 스물다섯 살 적에 다가온 말이 있어요.


  “네가 하는 일이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


  스물다섯 살에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엄청나게 짜증이 일었으나 1분이 지나지 않아 부끄러움이 몰려들었고, 다시 1분이 지나고 나서 몸과 마음이 오롯이 차분할 수 있었어요. 그러고는 0살부터 25살까지 걸어온 길을 송두리째 바꾸기로 다짐했고, 참말 그날부터 나는 모든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습니다. 다만, 스물다섯 살 적에는 내 삶을 바꾸기는 했으나 그때 들은 그 말이 어떤 뜻인 줄 깨닫지는 못했어요.


  마흔 살 오늘, 나는 예전에 나한테 온 말을 찬찬히 곱씹습니다. 그리고, 오늘 내 모습이 어떠한 빛인가 하고 가만히 헤아립니다. 내가 하는 일이 틀리지 않지만, 맞지 않다면, 그러니까, 내가 바라보는 곳이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면, 내가 걷는 길이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면, 나는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할까요.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를 떠올리면, 아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꾸짖는 모습은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고 이야기할 만합니다. 이를테면, 아이가 손에서 놓쳐 접시를 깼을 적에 ‘너 이게 무슨 짓이니!’ 하고 꾸짖는 일은 틀리지 않습니다. 꾸짖을 만합니다. 그러나, 아이를 꾸짖는 일은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로서 접시를 깨뜨린 까닭이 있으니, 나는 이 까닭을 읽어야 할 뿐이거든요. 무엇보다, 아이가 접시를 깨뜨렸으면 아이가 다치지 않았나 하고 살피기도 해야 하니까, 아이를 꾸짖는 일은 어느 모로 보아도, ‘1차원이나 2차원으로 보아도’ 맞지 않습니다.


  나는 마흔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 말을 느끼고 깨달았기에 서운하거나 슬프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기쁘거나 놀랍지 않습니다. 나로서는 내가 느끼거나 깨달아야 할 말을 느끼고 깨달았을 뿐입니다. 오늘 아침은 “내가 하는 말은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 또는 “내가 본 것은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를 되새기면서 엽니다. 나 스스로 참답게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에 모든 마음을 쏟고, 나 스스로 착하게 보고 싶은 곳을 보는 데에 모든 기운을 바치며, 나 스스로 아름답게 사랑하고 싶은 숨결을 마시는 데에 모든 넋을 기울이려 합니다.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빛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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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34] 담는다


  포근히 마음에 담아
  언제나 되살아나면서
  밝게 빛나는 사랑.


  포근히 담기에 포근하게 살아납니다. 따스히 담기에 따스하게 살아납니다. 기쁘게 담기에 기쁘게 살아납니다. 어떤 빛을 마음에 담으려 하나요? 어떤 꿈을 마음에 심으려 하나요? 4347.6.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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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하며 읽는 책



  되풀이하며 읽는 책이 있다. 문득 생각해 본다. 되풀이하며 읽는 책은 재미있는가? 재미있을 수 있다. 뜻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되풀이하며 먹는 밥을 떠올려 본다. 밥을 되풀이하면서 먹는가? 어제 먹은 밥을 또 먹는가? 어제 마신 술을 또 마시나? 어제 들이켠 바람을 또 들이켜나? 어제 똥을 누었는데 또 똥을 누나? 그래서, 되풀이하는 모든 것이 지겹나?


  교사는 학생한테 늘 똑같은 교과서 지식을 알려준다. 교과서가 꾸준히 바뀌기는 한다지만, 교사가 학생한테 들려주어야 하는 교과서 지식은 늘 그대로이다. 교과서 지식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면, 교사는 날마다 되풀이하는 이러한 일이 지겹나? 시골이라면 한 학년이나 한 학급한테 한 번만 말할 테지만, 도시라면 교사는 여러 학급과 학년을 돌면서 똑같은 교과서 지식을 똑같은 말로 알려주어야 한다. 교사라고 하는 ‘직업’은 지겨운가?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놀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되풀이하듯이 읽는 책은 마음에 어떻게 스며드는가. 되풀이하듯이 하는 일은 삶에 어떻게 젖어드는가. 되풀이하듯이 하는 놀이는 사랑을 어떻게 키우는가. 4347.6.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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