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409) 만류


섬으로 떠나겠다는 날 형제들은 한사코 만류했다

《김영갑-섬에 홀로 필름에 미쳐》(하날오름,1996) 145쪽


 형제들은 한사코 만류했다

→ 형제들은 끝끝내 말렸다

→ 형제들은 끝까지 붙잡았다

→ 형제들은 그예 붙들었다

 …



  하고 싶은데 못하게 할 때면 ‘붙잡다’나 ‘붙들다’라는 한국말을 씁니다. ‘바짓가랑이를 잡다’나 ‘발목을 잡다’라는 말도 씁니다. ‘말리다’라는 말도 써요. 보기글에서는 “형제들은 내 몸을 붙들어매려고 했다”쯤으로 손보아도 괜찮습니다. “형제들은 나를 못 떠나게 하려고 막았다”쯤으로 손질해도 되고요.


  그리고, ‘만물’을 뜻한다는 ‘萬留’는 쓸 일이 없습니다. ‘灣流’ 같은 한자말은 그대로 써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말은 ‘후미’이고 한자말은 ‘灣’입니다. 한국말은 ‘곶’이고 한자말은 ‘岬’이에요. 만을 휘도는 바닷물이라면 ‘만류’가 될 테지만, 후미를 휘도는 바닷물이라면 ‘후밋물’입니다. 4341.4.1.불/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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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떠나겠다는 날 형제들은 끝까지 말렸다


‘한사코(限死-)’는 그대로 두어야 할까요, ‘기를 쓰고’나 ‘죽자 사자’로 다듬어야 할까요. 이 자리에서는 ‘끝까지’나 ‘끝끝내’나 ‘그예’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만류(挽留) : 붙들고 못하게 말림

   - 만류를 뿌리치다 / 선생님의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만류(萬留) = 만물(萬物)

 만류(灣流) : 큰 만의 해안을 따라 크게 휘돌아 가는 바닷물의 흐름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489) 방법


아저씨는 관장이 내린 지시 때문에 괴로웠어요. ‘불쌍한 올레이를 구할 방법이 정말 없는 걸까?’

《마리 홀 에츠/이선오 옮김-아기 물개를 바다로 보내 주세요》(미래M&B,2007) 8쪽


 올레이를 구할 방법이 없는 걸까

→ 올레이를 살릴 길이 없을까

→ 올레이를 도울 수 없을까

 …



  한자말 ‘방법’은 널리 쓰는 말이며, 두루두루 쓰기에 괜찮은 낱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때와 자리를 잘 살피면 ‘수’와 ‘길’을 넣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만합니다.


 극복 방법 → 이기는 길 / 이겨낼 길

 사용 방법 → 쓰는 법 / 쓰는 길 / 씀씀이

 연구 방법 → 살피는 법 / 살피는 길

 방법을 모색하다 → 길을 찾다 / 풀어낼 길을 찾다 / 수를 찾다

 좋은 방법이 → 좋은 수가

 뾰족한 해결 방법 → 뾰족한 풀이법 / 뾰족한 수 / 뾰족수


  조금씩 생각을 모두어 보면, “뾰족한 해결 방법”은 “뾰족한 수”로 다듬은 다음, ‘뾰족수’로 한 번 더 다듬을 수 있습니다. 이러면서 느낌과 생각을 살리는 새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틀에 매이지 않으면 새로운 말이 태어납니다. 틀에 스스로 가두지 않으면 새로운 넋으로 한국말을 슬기롭게 가꿀 수 있습니다. 4342.1.1.나무/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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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관장이 시킨 일 때문에 괴로웠어요. ‘불쌍한 올레이를 살릴 길이 참말 없을까?’


“관장이 내린 지시(指示)”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관장이 하라고 시킨 일”이나 “관장이 한 말”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구(救)할’은 ‘살릴’이나 ‘도울’로 손보고, ‘정말(正-)’은 ‘참말’로 손보며, “없는 걸까”는 “없을까”로 손봅니다.



 방법(方法) : 어떤 일을 해 나가거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취하는 수단이나 방식

   - 극복 방법 / 사용 방법 / 연구 방법 / 방법을 모색하다 /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 이 문제는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499) 하여튼


그걸 보니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망나니 혼내는 걸 그만두었지요. 하여튼 그렇게 속을 썩이는 놈입니다

《이호철-우리 소 늙다리》(보리,2008) 10쪽


 하여튼 그렇게

→ 아무튼 그렇게

→ 그러니까 그렇게

→ 참말 그렇게

 …


  한국말은 ‘아무튼’입니다. 이 낱말을 한자말로 옮기니 ‘何如튼’도 되고 ‘如何튼’도 됩니다. ‘하여’이든 ‘여하’이든 한자를 앞뒤로 바꾼 낱말입니다.


  이 한자말을 쓰는 사람들 가운데 ‘하여튼’이 무슨 뜻이고 ‘여하튼’이 무슨 뜻인 줄 제대로 아는 분은 몹시 드뭅니다. 그냥 쓰니까 쓰고, 저냥 말하니까 말합니다.


 그냥 . 그냥저냥

 이래저래 . 이렁저렁

 그러니까 . 그예

 그야말로 . 그래


  곰곰이 따진다면, 한국말사전에는 ‘하여튼’과 ‘여하튼’이 실릴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한테는 ‘아무튼’ 한 마디면 넉넉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이런 중국말을 한국말사전에 끼워넣기보다는, ‘아무튼’과 거의 똑같이 쓰면서 느낌과 쓰임새가 조금씩 다른 ‘그냥’과 ‘이래저래’와 ‘그래’ 따위를 견주어 살피도록 한국말사전을 엮어야지 싶니다. 우리 스스로 한국말이 어떻게 다른지를 생각할 노릇이고, 우리 손으로 한국말을 어떤 자리에 어떻게 넣을 때 느낌이 새로운가를 헤아릴 노릇입니다.


  한자말을 뭉텅이로 때려넣어 올림말 숫자를 늘린다고 한국말사전이 보기 좋거나 알차지 않습니다. 더구나 좋은 한국말사전이 되지 않습니다. 말 한 마디라도 알뜰살뜰 다루어야 한국말사전입니다. 올림말 숫자가 적더라도, 낱말을 알차게 모둔 책이 되어야 한국말을 슬기롭게 살피면서 배울 수 있습니다. 4342.2.13.쇠/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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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안 좋아 망나니를 그만 꾸짖었지요. 아무튼 그렇게 속을 썩이는 놈입니다


‘그걸’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그 모습을’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미안(未安)한 마음이 들어”는 “마음이 안 좋아”로 손질하고, “망나니 혼내는 걸 그만두었지요”는 “망나니를 꾸짖다가 그만두었지요”나 “망나니 나무라기를 그만두었지요”로 손질합니다.



 하여튼(何如-) = 아무튼

   - 하여튼 인물 하나는 좋다 / 하여튼 내가 정신이 다시 들기 시작한 것

 여하튼(如何-) = 아무튼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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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허물



   매미가 허물을 벗는다. 그런데, 매미 허물은 나뭇줄기에 달라붙은 채 안 떨어진다. 마치 매미가 나뭇줄기에 착 달라붙어서 꼼짝하지 않는 모양새 같다. 허물을 벗고 새로 태어난 매미는 위로 올라가서 노래를 한다. 노래를 하다가 문득 노래를 멈추더니 찍 하고 물똥을 싼다. 매미가 싼 아주 조그마한 물똥이 내 왼팔뚝에 떨어진다. 그냥 노래하렴. 나는 네 노래를 들으면서 네 허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어 나무 곁에 섰단다. 4347.8.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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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문동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이들과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갔다. 큰아이가 노는 동안 초등학교 가장자리에 있는 풀밭을 거닌다. 풀밭 한쪽에 조그맣게 깎은 향나무가 있는데, 향나무 한복판에 맥문동이 올라온다. 옅은보라 고운 꽃을 활짝 터뜨린다.


  이 옆을 지나가면서 옅은보라 고운 꽃이 맥문동인 줄 알아볼 사람은 얼마나 될까. 꽃대가 오르지 않고 꽃이 피지 않고 풀잎만 있을 적에 맥문동이로구나 하고 알아차릴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시골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른과 아이는 풀꽃 한 송이를 얼마나 아끼거나 사랑할까. 맥문동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아라. 살아남자. 도시에서는 네 뿌리를 말리거나 볶아서 대단히 값진 약으로 쓴다는데, 시골에서 네가 잡풀 소리를 안 듣고 살아남을 수 있기를 빈다. 4347.8.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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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소재지 놀이터 방가지똥 책읽기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면소재지 놀이터로 나들이를 간다. 그런데 작은아이가 면소재지에 닿을 무렵 잠든다. 이런. 조금 더 참으면 누나하고 신나게 놀 수 있었을 텐데. 큰아이 혼자 씩씩하게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에서 뛰논다. 함께 시소를 타다가 문득 무언가 하나를 알아본다. 굵고 하얀 모래를 잔뜩 뿌린 놀이터 한켠에 방가지똥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퍽 높게 올려 곧 꽃을 피우려 한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면서 뜨거운 이곳에서 너희는 어쩜 이렇게 씩씩하게 꽃까지 피우려 하니. 대단하구나.


  마침 초등학교는 방학이다. 방학이니 이렇게 풀이 자라도 그대로 두리라 느낀다. 방학이 끝나면 초등학교 교사나 교장은 이 ‘꼴’이 못마땅해서 풀을 모조리 뽑으라고 시킬 테지. 방가지똥아, 얼른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어 너희 아이들을 멀리멀리 날리렴. 4347.8.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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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한테 재미있으면 다 돼



  소꿉놀이를 한다면서 벼리랑 보라가 작은 이불을 들고 마루로 나와서 펼친다. 바닥에 이불을 펼치고 온갖 장난감을 늘어놓는다. 장난감으로 놀다가, 어느새 종이접기책을 꺼내어 종이를 접는다. 그림책도 읽는다. 아이들은 갖고 논 뒤 제자리에 갖다 놓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이 어디에서건 한번 놀면 온통 뒤죽박죽 발을 디딜 틈이 없다. 발을 디딜 틈이 없이 놀면서 이불까지 바닥에 깔아 놓으니, 이불을 밟고 미끄러지기 일쑤이다.


  그래 그래 다 좋아. 너희한테 재미있으면 다 돼. 그런데 말야, 발을 디딜 틈은 좀 마련하면서 놀지 않겠니? 4347.8.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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