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미래 - 자급자족 사회를 위한 農이야기
변현단 지음 / 들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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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67



아름다운 앞날을 바라려면

― 소박한 미래

 변현단 글

 들녘 펴냄, 2011.6.28.



  아름다운 앞날을 바라려면 스스로 아름답게 새 하루를 맞이해야 합니다. 날마다 아침에 새롭게 꿈을 짓고 삶을 가꾸어야 합니다. 아름다움은 어느 날 짠 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선물이 아닙니다. 아름다움은 스스로 날마다 차근차근 일구고 가꾸어 누리는 삶입니다.


  쳇바퀴를 돌면서 아름다울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가둔 쳇바퀴를 벗은 뒤, 스스로 새롭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날마다 되풀이하는 똑같은 일이 아니라, 날마다 새롭게 맞이하는 이야기가 되도록 스스로 바꾸어야 합니다.


  말로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스스로 바꾸면 스스로 즐겁거든요. 스스로 안 바꾸기에 스스로 안 즐겁습니다. 스스로 하면 되는 일이기에 남이 돕지 못하고, 스스로 하면 되는 일인 만큼 스스로 하는 동안 내 이웃과 동무도 즐겁게 배웁니다.



.. 아파트에 늘어선 음식 쓰레기통을 열어 보라. 도저히 사료로는 사용할 수 없는 것뿐이다. 화학 세제로 설거지를 하고 난 뒤 걸러지는 음식물 쓰레기여서 그 안에는 화학 물질이 분해되지 않은 채 잔존한다 … ‘국민의 건강’은 언제나 핑계였을 뿐이다. 건강 구호가 2010년에는 ‘국민 건강을 위해 쌀 소비를 권장한다’로 바뀐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문제는 ‘건강’이 아니라 소비 진작이었다. 정부 주도로 행해지는 일련의 식문화 정책 배후에는 반드시 기업의 이익이 도사리고 있다 ..  (16, 20쪽)



  그런데, 무엇을 바꿀까요. 어떤 삶이 아름다울까요. 무엇을 어떻게 바꿀까요. 참답게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일까요.


  학교나 사회에서 아름다움을 가르치거나 보여주는 일이 있을까요. 교과서나 방송에서 아름다움을 알려주거나 이야기하는 때가 있을까요. 대통령이 아름다움을 말한 적이 있을까요. 동사무소나 면사무소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까요.


  시골에서 살기에 누구나 아름다운 삶이 되지는 않습니다. 시골에서 살더라도 자가용을 씽씽 몰거나 농약을 펑펑 쓴다면 아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도시에서 사니까 모두 안 아름다운 삶이 되지는 않습니다. 도시에서 살더라도 마당이나 텃밭을 일굴 수 있다면, 마을을 돌보고 이웃과 어깨동무할 수 있다면, 두레와 품앗이를 도시에서도 넉넉히 누린다면, 누구라도 아름다운 삶으로 나아갑니다.


  가만히 보면, 오늘날 시골에서는 두레와 품앗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마늘밭에서 일을 돕는 이웃은 있으나, 다들 기계를 써서 논일과 밭일을 하니, 차츰차츰 두레도 품앗이도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 농부들의 판매권을 박탈하고 종자부터 생산 전 과정을 간섭함으로써 농부를 기업의 하청 노동자로 만들거나 대기업의 공장식 농사를 담당하는 농업노동자로 만드는 것이다 … 가공 식품을 먹지 않으면 곡물가 급등에 대한 우려를 떨쳐도 된다. 사실 한국식 밥상에는 가공 식품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 유일한 대안이 있다면 산업화와 기업화로부터 벗어나는 것뿐이다. 그리고 내 손으로 식의주를 해결하는 생활 구조로 돌아가야 한다 … 어쩌면 우리는 고기를 권하면서 폭력을 조장하는, 저급한 육류 문화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  (26, 47, 56, 86∼87쪽)



  우리 사회는 어디에서나 겨루라고 내몹니다. 서로 겨루어 한쪽이 이기고 한쪽이 지도록 내몹니다. 서로 돕는 길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성적 숫자에 따라 등수와 등급을 매기는 학교입니다. 함께 나누며 사랑하는 길을 보여주는 학교가 아니라, 더 이름난 대학교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로 아이들을 가르는 학교입니다. 도시에서는 ㅅㄱㅇ이라는 대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 이름을 걸개천에 큼지막하게 써서 내겁니다. 시골에서는 아무 대학교라도 들어가면 아이들 이름을 걸개천에 큼지막하게 써서 내겁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길을 밝히는 학교란 자취를 감춥니다. 스스로 삶을 가꾸는 길을 보여주려는 학교란 태어나지 못합니다. 오직 도시로 가서 오직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고는 오직 돈만 벌라는 학교교육입니다.


  변현단 님이 쓴 《소박한 미래》(들녘,2011)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변현단 님은 ‘시골살이 생각’을 책 하나로 풀어냅니다. 인문도 철학도 교육도 사상도,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태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책 하나로 보여줍니다. 도시에서 떠드는 인문이나 철학이 아닌, 강단이나 제도권에서 외치는 교육이나 사상이 아닌, 몸소 흙을 만지고 풀과 나무와 이웃으로 지내는 삶에서 ‘생각’을 끄집어 내어 나누려 합니다.


  참말 그렇지요. 모든 생각은 흙에서 태어납니다. 모든 슬기는 풀과 나무에서 태어납니다. 모든 사랑은 숲에서 태어납니다. 흙과 풀과 나무와 숲이 아니라면, 생각과 슬기와 사랑이 자라지 않습니다. 그러면, 흙과 풀과 나무와 숲은 어디에서 태어났을까요. 바로 우리 마음에서 태어납니다.



..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바빠 죽겠다’를 입에 달고 산다.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다른 데서 시간을 아낀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모두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버는 시간이나 먹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들이다 … 전통 농법이 그리 거창한 이념이 아니다. 자신이 먹을 것, 안전한 먹을거리를 추구하는 소농이 바로 전통 농업이다. 내가 먹을 것이니 다양하게 짓고, 땅이 작으니 집약적으로 농사짓고, 자연히 섞어짓기와 돌려짓기를 한다 ..  (78, 145쪽)



  스스로 아름다우면서 따사로운 마음으로 오순도순 지내는 마을이 아름다운 숲입니다. 툭탁툭탁 치고받으면서 이웃조차 없이 밟고 올라서기만 하는 도시에 널따란 공원을 큰돈 들여 지은들 아름다운 빛이 흐르지 못합니다. 그래도, 도시 한복판에 숲이 있다면, 돈으로 만든 억지스러운 숲이라도 있다면, 이 숲에 깃들어 마음을 쉬고 몸을 달랠 테지요.


  한국 사회를 살펴봅니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대구이든 인천이든 대전이든 광주이든 울산이든 어디메이든, 도시 한복판에 숲이 있나요? 도시 한복판에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없는 숲이 있나요? 도시 한복판에 오직 두 다리나 자전거로 오갈 수만 있는 숲이 있나요? 맨발로 흙과 풀을 밟으면서 맨손으로 쓰다듬을 수 있는 나무가 자라는 숲이 있나요?


  아파트 꽃밭에도 나무는 있지만, 농약을 엄청나게 뿌립니다. 아파트 꽃밭에서 자라는 나무에서 살구알이나 감알이나 능금알이 맺는다면, 이 열매를 옷자락에 슥슥 문지른 뒤 곧장 입으로 베어서 먹어도 될까요? 도시마다 많은 커다란 가게에 그득그득 쌓인 열매나 푸성귀는 얼마나 정갈하거나 믿음직하거나 먹을 만할까요? 왜 우리는 아름답고 깨끗한 밥을 안 먹는 삶을 그대로 이을까요? 왜 우리는 안 아름답고 안 깨끗한 밥을 먹는 데에 그토록 많은 돈과 품과 겨를을 들일까요?



.. 도시 문명으로 인한 기후 온난화로 삶이 피폐해졌는데도 그것을 도시화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 한다. 오히려 자신의 터전에 들어와 교육을 빌미로 전통과 자연을 잠식하는 도시민들을 동경한다. 그들은 도시에서 사는 것을 ‘가난의 극복’이자 ‘자신들의 목표’로 설정하게끔 교육받는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화살을 돌리려면 먼저 자신의 임금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소비를 포기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 도시의 권력자가 된 일부 계층은 도시에서 살면서 자연과의 교감을 멀리 하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와 정치를 조작하기 시작한다 ..  (165, 195, 198쪽)



  변현단 님은 《소박한 미래》라는 책에서 ‘수수한 삶’이 가장 아름다운 우리 앞날이 될 수 있다고 밝힙니다. 다만, 《소박한 미래》라는 책에 쓰인 말이 쉽지는 않습니다. 변현단 님은 흙을 만지면서 살지만, 이 책에 쓰인 말은 ‘흙내음이 나는 말’은 아닙니다. 도시에서 학문을 하거나 책을 내거나 강의를 하는 지식인들과 똑같은 말입니다. 흙을 말하는 책이지만 흙내음이 나지는 않습니다. 풀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소박한 미래》라는 책에서 흐르는 글은 ‘풀내음이 나는 글’은 아닙니다. 인문 지식과 철학 지식으로 가득한 글입니다. 이 책에 깃든 이야기는 알차지만, 정작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여느 수수한 사람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먼 옛날부터 시골에서 살며 ‘글을 모르던 사람’이 쓰던 말하고는 많이 동떨어졌어요. 글을 몰랐다 하더라도 삶으로 삶을 알고 삶으로 삶을 사랑하던 시골사람들 넋과 숨결까지는 건드리지는 못합니다. 다국적기업과 유전자조작이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잘 밝히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여느 수수한 시골 할매와 할배가 알아듣도록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도시에 있는 ‘지식 있는 사람’이 읽고 알아들을 만하게 글을 씁니다.


  아무래도, 도시에 있는 이웃들이 무엇인가 깨달아 도시살이를 바꿀 수 있기를 바라는 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도시에 있는 이웃들이 이제 도시를 떠나거나 버릴 때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려는 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여름에는 여름내음을 풀 한 포기에서 느끼고, 가을에는 가을내음을 나무 한 그루에서 느끼며, 겨울에는 겨울내음을 햇살 한 조각에서 느끼는 이웃이 차츰 늘어나기를 빕니다. 온누리 모든 사람들이 봄에는 봄내음을 꽃 한 송이에서 느낄 수 있기를 빕니다. 4347.8.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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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90. 2014.8.20.ㄴ 옥수수랑 책이랑



  책상에 올라탄 사름벼리는 신을 벗는다. 옥수수를 한손에 들고, 무릎에는 만화책을 펼친다. ‘옥수수책순이’가 된다. 넌 이렇게 책을 보니 즐겁지? 맨발은 바람을 상큼하게 쐬면서 시원하고, 네 몸은 옥수수를 먹으면서 배가 부르고, 네 머리는 재미난 만화책을 읽으니 재미있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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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89. 2014.8.20. 쌓아 놓는 책돌이



  책돌이는 책상에 그림책을 잔뜩 쌓아 놓는다. 기차 그림책이 꾸러미로 담긴 상자를 거꾸로 들어 탈탈 턴다. 이렇게 하고는 하나씩 제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펼친다. 네 마음이니 네가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네 외삼촌이 어릴 적부터 알뜰히 보던 그림책인데 조금 살살, 예쁘게 아끼면서 보면 어떻겠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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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만 원 (사진책도서관 2014.8.2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2011년에 고흥에 깃들면서 책꽂이를 늘려야 할 적에, 곁님은 나더러 ‘가장 좋은 책꽂이’를 짜자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이 가장 옳다고 느꼈지만, 혼자서 집일과 바깥일을 다 한다는 ‘핑계’를 들면서, 책꽂이 짜기를 안 하고, ‘다 만들어진(기성품) 책꽂이’를 두 차례에 걸쳐 들였다. 이러느라 들인 돈이 210만 원이다.


  세 해가 지난 2014년에 돌아본다. ‘다 만들어진 책꽂이’를 원목으로 하면 값이 꽤 나가기에 합판 책꽂이를 들였다. 합판 책꽂이는 시골에서 쉽게 곰팡이를 먹는다. 닦고 닦아도 다시 곰팡이가 핀다. 햇볕에 말릴 뿐 아니라, 해가 곧바로 드는 데에 책꽂이를 두어도 곰팡이가 핀다. 이와 달리, 나무(원목)로 된 책꽂이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데에 두어도 곰팡이가 안 핀다.


  여러모로 일이 많다 하더라도 천천히 책꽂이를 짜자고 생각했다면, 돈도 돈이지만 일이 한결 수월했으리라 느낀다. 다만, ‘다 만들어진 값싼 합판 책꽂이’를 잔뜩 들였기에, 책을 한결 빨리 풀어서 더 빨리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제자리를 잡은 책을 요즈음 다시 끄집어 내어 ‘나무 책꽂이’로 옮긴다.


  애써 사들인 합판 책꽂이를 차마 버릴 수 없다고 여겨 니스를 발랐는데, 니스를 발라도 곰팡이는 똑같이 핀다. 페인트를 바를까 하고 생각하다가, 페인트를 발라도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를까. 똑같을까. 해 보면 알 테지. 그런데, 합판 책꽂이를 모두 끄집어 내어 페인트를 바르는 일하고, 나무를 새로 장만해서 책꽂이를 짜는 일하고, 어느 쪽이 우리 도서관에 걸맞을까. 아무래도 나무를 장만해서 천천히 책꽂이를 짜서, 책을 제대로 건사하는 쪽이 걸맞겠지.


  책꽂이를 옳게 갖추지 않으면 책이 다친다. 책이 다치면 도서관은 말짱 바보짓이 된다. 값있는 책을 하나하나 알뜰히 장만해서 갖추었다 하더라도, 책꽂이가 엉터리라면 책을 둘 수 없다. 지난 세 해에 걸쳐 곰팡이와 씨름을 하는 동안 ‘나는 참말 돈을 들여서 이렇게 배우네’ 하고 뒷통수를 쳤다. 괜히 몸을 힘들게 굴리면서 배운다. 앞으로는 뒷통수를 치지 말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싶으니, 곁님이 들려주는 말을 귀여겨듣자. 무엇보다 ‘가장 나은 길’로 가자. 가장 나은 길로 가지 않으면 나 스스로 괴롭고, 우리 집안 모두한테 고단한 일이 되리라.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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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시골빛 삶노래

― 호미와 연필을 들자



  한가위를 앞둔 늦여름 막바지에 비가 오래 많이 내렸습니다. 시골마을에는 이삭이 팰 무렵인데, 이즈음 내리는 큰비는 논이고 밭이고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이삭 패는 일’에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비가 잦든 눈이 내리든, 도시에서는 으레 출·퇴근만 살필 뿐입니다. 방송국이 수없이 많이 있어 ‘교통방송’이 있을 뿐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교통방송을 듣지만, 막상 ‘시골방송’은 없습니다. 도시에서는 제도권 방송국에서 벗어나자는 ‘대안방송’이나 ‘동네방송’이 있으나, 시골에는 ‘마을방송’이 따로 없습니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사람이 많고 이야기가 많다 싶어 작은 동네에서도 방송국을 꾸릴 만하고, 작은 도시에서도 신문을 따로 낼 만합니다. 아무래도 시골에서는 사람이 적고 이야기가 적다 싶어 시골 군을 통틀어 신문 한 부 변변하게 나오기 힘들 만합니다.


  그러면, 방송이나 신문에서 다룰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도시에 있는 방송국과 신문사는 어떤 이야기를 다룰까요. 도시에서 지내는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찾아 텔레비전을 켜거나 신문을 펼치거나 책을 쥘까요. 


  이삭 패는 이야기를 글로 쓰는 신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벼꽃이 맺어 벼알이 맺는 동안 천천히 ‘벼 꽃대’가 차츰 기울어지면서 고개를 숙이는 이야기를 찍는 방송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날마다 늘 먹는 밥 한 그릇인데, 밥 한 그릇이 태어나는 얼거리나 흐름을 제대로 살피거나 알거나 깨닫는 도시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시골에 있는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벼 한 살이’를 제대로 모르기 일쑤입니다. 교과서에서 안 다루니까요. 삶터가 시골이라 하더라도, 시골학교조차 교과서로만 가르치고, 시골살이를 이야기하지 않으니까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두 손에 한 가지씩 쥘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왼손에 호미를 쥡니다. 스스로 땅을 일구어 집을 짓고 밥과 옷을 얻는 바탕은 바로 ‘호미’입니다. 호미질부터 삶짓기가 태어납니다. 둘째, 오른손에 연필을 쥡니다. 스스로 하루를 그리면서 꿈을 짓습니다.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사랑할 때에 스스로 즐거운 나날인가를 연필로 그립니다. 삶을 지을 수 있을 때에 아름답습니다.


  역사학자이면서 대학교 총장까지 지낸 일이 있는 강만길 님이 쓴 《역사가의 시간》(창비,2010)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강만길 님은 1933년에 태어났으며, 일제강점기와 해방 언저리와 한국전쟁을 두루 겪었습니다. 한국전쟁 동안에 부산에서 막일을 하며 살림돈을 벌다가, 전쟁이 끝날 즈음 대학생이 되었고, 전쟁이 끝난 뒤 군대에 들어가 세 해 동안 지낸 이야기를 《역사가의 시간》에서 아주 덤덤하게 들려주다가, “속없는 사람들이 흔히 ‘남자는 군대에 가 봐야 된다’ 같은 말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방의무는 신성하다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것은 인간사회가 미개해서 전쟁이 문제해결의 최고수단이던 시대나 약육강식의 제국주의가 활개치던 시대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조직 중에 가장 비인간적인 것의 하나가 군대라는 생각이다(133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강만길 님은 남·북녘 푸르디푸른 젊은이가 한창 나이라 할 때에 저마다 총칼을 들고 살인훈련을 받으면서 썩어야 하는 일 때문에 남북 두 나라에 평화와 민주와 자유와 평등이 뿌리내리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는 군대에서 1995∼1997년을 보냈는데, 군대에서 하는 일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적을 만들어서 죽이는 훈련. 둘째, 사람을 신분과 계급으로 나누어 부속품처럼 부리거나 부려지는 훈련. 셋째, 내 마음에서 평화와 사랑을 지우는 훈련.


  앳된 스무 살 나이에 총칼을 손에 쥐는 젊은이는 무엇을 꿈꿀 만할까요. 앳된 스무 살 나이에 총칼을 손에 쥐고 이웃 군인을 두들겨패거나 괴롭히면서 거친 말을 일삼는 젊은이는 무엇을 사랑할 만할까요. 군대에서 일어난 폭력과 성추행(또는 성폭력)이 가끔 신문·방송에 큼지막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신문이고 방송이고 조그맣게나마 안 나오는 폭력과 성추행은 끔찍하게 많습니다. 군대에서 ‘의문사’로 죽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남·북녘 젊은이가 총칼이 아닌 호미와 연필을 두세 해 동안 쥘 수 있도록 하면 두 나라는 아주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군사훈련, 그러니까 살인훈련이 아니라, 시골에서 흙을 일구거나 가꾸어 스스로 밥을 짓는 삶을 배울 수 있다면, 스스로 바느질을 할 뿐 아니라, 길쌈과 물레잣기와 베틀밟기를 배워 옷을 짓는 삶을 익힐 수 있다면, 여기에 스스로 나무를 베고 깎고 다듬어 기둥을 세운 뒤 돌과 흙과 짚을 써서 손수 집을 짓는 삶을 나눌 수 있다면, 참말 이 나라에 제대로 된 아름다운 평화와 평등이 뿌리내어 자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강만길 님은 “대학총장 한 임기를 겪으면서 절실히 느낀 점은 모든 대학은 총장의 업무추진비를 비롯해서 재정 일체를 세목까지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었다(444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대학총장이 업무추진비나 재정을 공개하지 않나 봐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시장이나 군수는 이녁 업무추진비나 재정을 낱낱이 공개하지 않나 봐요. 마땅히 드러내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마땅히 드러내어야 할 테지요. 어느 공직에 있든, 이녁이 쓰는 돈은 바로 우리가 내는 돈, 세금에서 나오니까요. 돈을 뒤로 빼돌리라고 내는 세금이 아니라, 살림을 알차게 꾸리라면서 내는 세금이니까요.


  스무 살 앳된 젊은이뿐 아니라, 대통령과 국회의원과 시장과 군수도 한 주에 한 차례 한나절 동안 호미를 손에 쥐어야 하리라 느낍니다. 또는 날마다 이른새벽이나 아침에 한 시간씩 호미를 손에 쥐어야 하리라 느낍니다. 텃밭을 일구든 꽃밭을 가꾸든 나무를 돌보든, 공직에 있는 누구나 손에 호미를 쥐고 흙을 만져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이들 손에 연필을 쥐어야지요. 날마다 일기를 쓰도록 해서 사람들이 이녁 일기를 읽을 수 있도록 해야지 싶어요. 날마다 그리는 꿈을 사람들이 읽도록 하고, 날마다 생각하며 나누는 사랑을 사람들이 알도록 해야지 싶어요.


  아파트를 짓든 공장을 짓든 학교를 짓든 회사를 짓든, 이곳에 깃드는 사람들이 손에 호미를 쥘 수 있도록 너른 땅을 두어야지 싶습니다. 주차장을 반드시 두도록 건물을 짓지 말고, 텃밭을 꼭 두도록 건물을 지어야지 싶어요. 초등학생도 대학생도 학교 수업뿐 아니라 ‘텃밭 수업’을 받으면서 제 밥을 손수 가꾸는 보람과 즐거움을 배우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이러면서 날마다 일기를 쓰도록 해야지요. 쳇바퀴처럼 빙글빙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삶이 아닌, 날마다 새롭게 꿈꾸고 노래하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가도록 해야지요. 평화를 바라면서. 자유와 민주를 꿈꾸면서. 사랑과 꿈을 그리면서. 4347.8.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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