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99. 2014.9.8.ㄴ 스스로 만화책 고르기



  일곱 살 만화순이는 아톰 만화를 잇달아 본다. 아톰 만화를 보면서 무엇이 그리 재미있을까. 아톰 만화는 무엇이 아이 마음을 사로잡을까. 돌이키면 나도 어릴 적에 아톰 만화를 무척 좋아하면서 들여다보았지 싶다. 커다란 로봇이나 우악스러운 어느 로봇 이야기도 아톰 이야기를 밀어낼 수 없었다. 참말 아톰 만화는 오직 아이들을 생각해서 그린 만화요, 아이들이 꿈과 사랑을 피워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린 만화이지 싶다. 작은아이는 만화에도 아톰에도 그리 눈길이 가지 않으니, 장난감 자동차를 끌면서 따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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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지와 빵집주인 비룡소의 그림동화 57
코키 폴 그림, 로빈 자네스 글, 김중철 옮김 / 비룡소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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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28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면

― 샌지와 빵집 주인

 코키 폴 그림

 로빈 자네스 글

 김중철 옮김

 비룡소 펴냄, 2001.8.21.



  우리 집 한쪽에 무너진 돌울타리를 다시 쌓으려고 이웃 할매가 논에서 돌을 고르던 오월에 크고작은 돌을 잔뜩 얻었습니다. 그런데 구월이 넘도록 돌을 마당 한쪽에 그대로 두었어요. 돌울타리를 손질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넉 달 만에 돌울타리를 손질하며 생각에 잠깁니다. 가을 뙤약볕을 받으며 돌울타리를 쌓는 동안, 이 울타리가 튼튼하게 서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중에 다시 쌓을 일이 없도록 하자면, 아이들이 큰 뒤에도 그대로 튼튼히 서도록 하려면 어떻게 쌓아야 할는지 생각에 잠깁니다.


  이렁저렁 쌓고 나서 가만히 바라봅니다. 더 높여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렁저렁 쌓인 데에 더 높이면 무너지겠습니다. 쌓은 울타리를 허뭅니다. 예전 높이에서 더 허뭅니다. 바닥부터 튼튼하게 하자면 돌을 넓게 쌓아야지 싶습니다. 석 줄로 쌓자고 생각합니다. 한 줄로는 안 될 테고, 두 줄도 힘을 덜 받겠구나 싶어, 석 줄로 처음부터 새로 쌓습니다.


  한두 줄이라면 돌이 얼마 안 들 테지만, 석 줄로 쌓으려니 돌이 아주 많이 듭니다. 바깥과 안쪽은 큰돌로 버티고, 사이는 잔돌로 채웁니다. 바깥과 안쪽을 큰돌로 서로 버티도록 하면서 안쪽에 잔돌을 동이에 담아서 붓습니다. 오월에 이웃 논에서 돌을 얻을 적에 할매가 들려준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흙을 발라서 쌓으면 아주 튼튼하지만, 잔돌을 쓰면 더욱 튼튼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오늘에서야 알아차립니다.



.. 샌지는 자기 마음에 꼭 드는 방을 찾았지. 그 방은 작고 아담했지만 아주 아늑했어. 무엇보다 이 방 밑에 빵집이 있다는 게 가장 좋았어 ..  (4∼5쪽)




  전라남도 고흥은 태평양을 맞댄 시골입니다. 태풍이 한반도에 찾아들 적에는 진도 해남 강진 장흥과 함께 바닷바람까지 고스란히 껴안습니다. 우리 집이 있는 마을은 바닷가부터 멧봉우리가 둘 있습니다. 바닷가 사람들은 태풍을 맞바로 받아야 하지만, 우리 집은 멧봉우리 두 곳이 먼저 튕겨 주어요. 그래도 막상 태풍이 찾아오면 바람이 얼마나 드센지 몰라요.


  태풍이 지나갈 때면 제주섬 사람들이 예부터 바람을 얼마나 무서워 하면서도 섬기고 애틋하게 여겼겠는가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제주섬은 예부터 지붕을 단단히 새끼줄로 동여맸어요. 돌울타리가 아주 높아요. 그러지 않고서야 버틸 수 없었겠지요.


  우리 집은 마당에 후박나무가 크게 자랐습니다. 그늘이 꽤 넓습니다. 마을 이웃은 그늘이 진다며 나무를 베라 하지만, 우리는 이 나무를 아낍니다. 여름에 나무그늘이 얼마나 시원한데요.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이 얼마나 싱그러운데요. 후박나무 곁에서 자라는 초피나무도 키가 꽤 올랐습니다. 두 나무와 동백나무는 우리 집이 바깥에서 잘 들여다볼 수 없도록 가로막아 줍니다. 바람이 드세게 불 적에도 나무들이 먼저 받아 주어요.



.. 샌지는 빵집에 가서 아주 조그만 계피빵을 샀어. “베란다에서 맛있는 빵 냄새를 맡았어요.” 샌지가 빵집 주인에게 말했지. “그래? 네가 빵 냄새를 맡았다고?” 빵집 주인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어 ..  (9쪽)




  한겨레 옛집에는 대문이 없습니다. 알 사람은 알 텐데, 한국말에는 ‘문’이라는 낱말조차 없습니다. 한겨레 옛집에는 큰문(대문)도 작은문도 없어요.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에는 ‘미닫이’나 ‘여닫이’가 있을 뿐입니다.


  한겨레 옛집에는 ‘마루문’도 없지요. 그냥 탁 트인 마루일 뿐입니다. 집과 바깥 사이에 경계가 없어요. 집집마다 세운 울타리는 이웃과 나 사이를 가로막는 경계가 아닙니다. 바람을 막으려는 울타리이고, 비가 덜 들이치도록 높이는 울타리이며, 들짐승이 함부로 드나들지 말라고 세운 울타리입니다. 게다가 돌울타리를 쌓지 않는 곳은 ‘바자(울바자)’나 겨우 놓았습니다. 탱자나무나 찔레나무를 심기도 했고요.



.. 재판관은 빵집 주인을 쳐다보았어. “넌 딸그락 짤랑 하는 동전 소리를 들었느냐?” “예, 재판관님.” 욕심이 난 빵집 주인은 대답하면서, 동전 그릇을 바라보았어 ..  (23쪽)




  코키 폴 님 그림하고 로빈 자네스 님 글이 어우러진 재미난 그림책 《샌지와 빵집 주인》(비룡소,2001)을 읽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도 어릴 적에 익히 들었습니다. 빵냄새에 돈을 물리려는 빵집 임자하고, 빵냄새 때문에 돈을 억지로 물어야 하는 안쓰러운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때에 마을 재판관은 아주 슬기롭게 일을 끝맺어요. 이쪽에 손을 들어 주거나 저쪽에 손을 들어 주지 않습니다. 오직 올바르게 일을 끝맺습니다.


  나는 이 옛이야기를 어릴 적에 들으면서 ‘슬기로우면서 올바르게 바라보고 생각하여 말할 줄 아는’ 매무새가 참으로 아름답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빵집 임자는 이녁 빵내음을 좋아하는 사람을 반갑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일 때에 아름다울 테고, 빵집을 찾아간 사람은 빵을 더 넉넉히 장만해서 기쁨을 누렸다면 한결 아름다웠을 테지요. 서로서로 마음을 더 나누지 못했어요. 서로서로 마음으로 더 사귀지 못했습니다.


  빵냄새가 좋다면서 냄새만 맡는다고 배가 부르지 않아요. 그런데 빵냄새가 좋다는 말만 하면서 빵은 정작 안 산다고 하면, 빵집 임자는 살살 약이 오를 수 있어요. 빵냄새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느끼지 않아요. 무슨 말인가 하면, 그 좋은 빵냄새를 냄새로만 즐기지 말고, 빵을 입에 물고 냠냠 먹으면 훨씬 즐겁다는 뜻이에요.


  생각해 봐요.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는 밥과 국이 있을 적에 냄새만 맡게 하면 어떠한가요? 배부른가요? 굴비를 천장에 매달고서 눈으로 보고 ‘맛있다’고 여기라 하면 참말 맛있거나 배부른가요? 아닙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샌지’는 즐겁고 신나게 빵을 배불리 사다 먹을 수 있기를 빌어요. 빵집 임자는 샌지한테 덤도 주고 우수도 주면서 함께 즐겁고 사이좋은 이웃이 될 수 있기를 빌어요. 재판관은 샌지와 빵집 임자 두 사람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잘 지내기를 바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느낍니다. 다만, 샌지나 빵집 임자는 이를 얼마나 알아채거나 느꼈을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4347.9.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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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64] 지식



  누군가를 지켜보며

  머릿속에 차곡차곡

  지식을 쌓지만



  스스로 부딪히거나 겪거나 맞이한 일은 ‘지식’이 되지 않습니다. 둘레에서 벌어진 일을 지켜보거나 살펴볼 때에 ‘지식’이 됩니다. 스스로 누리거나 겪는 삶은 ‘슬기’가 됩니다. 슬기는 내 마음을 가꾸는 이야기로 피어나는데, 머릿속에 쌓는 지식은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식을 쌓으면서 사회를 배우거나 문화를 익힐 수 있어요. 사회와 문화를 헤아리면서 내 길을 곧추세우거나 바로세울 기운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쌓기만 하면 어느 날엔가 무너질 지식이 되고, 날마다 새롭게 누리는 삶으로 받아들일 슬기가 되면 천천히 이야기꽃으로 자라거나 이야기나무로 큽니다. 4347.9.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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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93) 이따금씩


이따금씩 무담보가 바닥에 뒹구는 바람에 집 전체가 덜컹덜컹 흔들렸지요

《윌리엄 스타이그/조세현 옮김-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비룡소, 2005) 19쪽


 이따금씩

→ 이따금



  한국말사전에서 ‘이따금’을 살펴보면, “얼마쯤씩 있다가 가끔”을 뜻한다고 풀이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에서 ‘가끔’을 “시간적·공간적 간격이 얼마쯤씩 있게”로 풀이하니, ‘이따금’을 풀이한 대목은 겹말입니다. 올바르지 않아요. 그러나, 한국말사전은 아직 이런 대목을 바로잡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한국말을 깊거나 넓게 살피지 못한 탓입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이따금씩 네 생각을 한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한국말사전 보기글에서 ‘이따금씩’을 씁니다.


  ‘가끔 + 씩’은 잘못 쓰는 말투입니다. 이와 함께, ‘이따금 + 씩’도 잘못 쓰는 말투입니다. “얼마쯤씩 있다가”라는 말풀이는 ‘어느 만큼 띄어서 되풀이하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씩’이라는 낱말은 “그 수량이나 크기로 나뉘거나 되풀이됨”을 가리키려고 붙입니다. 그러니까, ‘가끔’뿐 아니라 ‘이따금’은 이 모양새대로만 써야지, 이 낱말 뒤에 ‘-씩’을 붙일 수 없어요.


 이따금씩 네 생각을 한다

→ 이따금 네 생각을 한다

→ 드문드문 네 생각을 한다

→ 더러 네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잘못 쓴다면 학자와 사전이 바로잡아 주거나 슬기롭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잘못 쓰는 말투 그대로 학자도 잘못 알거나 사전도 잘못 다룬다면, 이때에는 한국말이 아주 어지러워질밖에 없습니다. 하루 빨리 한국말사전부터 바로잡고, 올바르고 알맞게 말마디를 가다듬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7.9.10.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따금 무담보가 바닥에 뒹구는 바람에 집이 덜컹덜컹 흔들렸지요


‘전체(全體)’는 ‘모두’로 다듬을 낱말인데, “집 전체가”에서는 “집이”로 다듬으면 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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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94) 다름아니다 2


혹, 누군가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사람이 스스로를 알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다름 아닌 방해를?

《블라지미르 메그레/한병석 옮김-아나스타시아 8 새 문명》(한글샘,2014) 43쪽


 다름 아닌 방해를?

→ 그러니까 방해를?

→ 바로 방해를?

→ 다시 말하자면 방해를?

 …



  글월 끝에 적는 ‘다름아니다(다름이 아니다)’는 ‘같다’나 ‘마찬가지’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글월 첫머리에도 ‘다름아닌(다름이 아닌)’을 넣는 분이 꽤 많아요. 이때에는 ‘그러니까’나 ‘바로’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를테면, “다름아닌 너로구나?”는 “바로 너로구나?”나 “그러니까 너로구나?”로 바로잡습니다. “다름아닌 그 일 때문에 말인데요”는 “바로 그 일 때문에 말인데요”나 “그러니까 그 일 때문에 말인데요”로 바로잡지요.


  ‘다름아니다’라는 말투는 어디에 들어가도 안 올바릅니다. 올바른 말투를 알맞게 살펴서 제대로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9.10.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설마, 누군가가 온갖 수를 써서 사람이 스스로를 알지 못하도록 가로막지는 않을까. 그러니까 헤살을?


‘혹(或)’은 ‘설마’로 다듬고, “온갖 수단(手段)을 동원(動員)하여”는 “온갖 수를 써서”나 “온갖 수를 끌어들여”로 다듬습니다. “방해(妨害)하는 것은 아닐까”는 “가로막지는 않을까”나 “틀어막지는 않을까”로 손질하고, “방해를?”은 “헤살을?”로 손질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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