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92. 시골길 걷기 (2014.8.11.)



  제법 먼 이웃집에 나들이를 간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군내버스를 타자면 한참 걸어가야 한다. 두 시간쯤 걸어야 할까? 큰아이는 우리가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모른다. 아버지가 함께 걸으니 아버지를 믿고 걷는다. 하늘에 구름이 끼면서 그늘이 드리우기도 하지만, 구름이 걷히면서 땡볕이 내리쬐기도 한다. 조용하고 호젓한 시골길을 걷는다. 요즈음은 시골에서 시골길을 걷는 이웃을 만나기 어렵다. 시골사람도 도시사람처럼 거의 자동차로만 움직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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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46. 무엇을 알아야 할까



  사진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진뿐 아니라, 글쓰기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글쓰기뿐 아니라, 그림을 배운다든지 악기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요즈음은 텃밭 일을 배운다거나 들풀이나 들꽃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무엇을 배우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교를 찾아가면 될까요? 강의나 강좌를 찾아서 들으면 될까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챙겨 읽으면 될까요? 이 모두를 해야 할가요?


  무엇을 배우고 싶다면 배우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을 배우려 할 적에는 온마음을 기울여 사랑하면 됩니다. 온마음을 기울일 뿐 아니라 사랑을 해야 배울 수 있습니다. 온마음을 기울이지 않거나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배우지 못해요.


  바둑을 배우든 장기나 오목을 배우든, 온마음을 기울여야 비로소 배울 뿐 아니라, 바둑사랑이나 장기사랑이나 오목사랑으로 나아가야 제대로 배웁니다. 흙땅에 금을 그으면서 하는 땅따먹기놀이도 온마음을 기울여야 하고, 제기차기나 공기놀이도 내 온 사랑을 쏟으면서 배워야 즐겁게 제대로 익힙니다.


  마음을 끄는 짝이 있을 적에 어떻게 할는지 헤아려 보셔요. 그 사람 취미나 좋아하는 것이나 생일 따위만 알면 될까요? 아닙니다. 온마음을 기울여 그 사람한테 다가서야지요. 그리고 내 마음을 끄는 그 사람을 오롯이 사랑해야지요.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배웁’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알아야 하느냐 하면, 삶을 알아야 합니다. 네 삶과 내 삶을 알아야 합니다. 서로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즐겁게 웃고 노래할 수 있는 길을 알아야 합니다. 제대로 알자면 제대로 보아야 하고, 제대로 보면서 느껴야 하며, 제대로 느끼는 동안 제대로 배워야겠지요. 제대로 배우기에 제대로 살아갈 수 있고, 제대로 살아간다면 제대로 사랑하는 길을 찾아서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어요.


  사진을 배우려면, 기계도 알아야 하고 사진책도 보아야 하며 사진이론도 이럭저럭 들어야 하리라 느낍니다. 다만, 이런저런 것으로는 언제나 겉훑기로 그쳐요. 겉훑기만 해도 넉넉하다면 겉훑기로 그쳐도 됩니다만, 애써 품과 말미와 돈까지 들여서 어느 한 가지를 배우려는 생각이라면, 아무쪼록 온마음을 기울이면서 사랑할 수 있기를 빌어요.


  사진찍기는 멋진 모습 찍기가 아닙니다. 사진찍기는 대단한 모습을 찍어서 남한테 자랑하려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진찍기는 내가 가장 사랑할 삶을 깨달아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사진기를 빌어서 나타내거나 나누는 놀이입니다. 4347.9.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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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45. 네 손길이 닿는 곳에



  나이가 들어서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함께 잠자리에 드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열다섯 살이나 스무 살쯤이라면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따로 잠자리에 들리라 느껴요. 열 살이나 열두 살이어도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지 않으려 할 수 있어요.


  내 나이가 서른 살이나 마흔 살쯤 된다면, 꽤 나이를 먹은 어버이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 일이 없을 수 있는데, 내 나이가 쉰 살이나 예순 살쯤 된다면, 나보다 늙은 어버이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면서 도란도란 옛이야기를 나눌는지 모릅니다.


  어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고 보면, 나는 어버이한테 아이입니다. 늙은 어버이는 젊은 아이가 잠자리에서 이불을 차는지 뒹구는지 살핍니다. 젊은 아이는 그냥 내처 잘 테지만, 늙은 어버이는 자다가 곧잘 깹니다. 아이가 잘 자도록 이불깃을 여미거나 반듯하게 누여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아직 밤잠을 느긋하게 누린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 집 아이들이 나이를 제법 먹는다면 밤잠을 느긋하게 잘 수 있으리라 보는데, 아직 그때까지는 퍽 멀지 싶어요. 왜냐하면, 우리 집 아이들이 많이 어렸을 적에는 천기저귀를 가느라 밤잠을 잘 수 없었고, 천기저귀를 뗀 뒤에는 밤오줌을 누이느라 잘 수 없었으며, 요즈음은 이불깃을 여미느라 잘 수 없습니다. 자다가 문득 잠을 깨면 어김없이 두 아이 모두 이불을 걷어찼기에 찬찬히 이불깃을 여밉니다. 밤새 이렇게 보내요.


  나는 내가 예닐곱 살이나 서너 살 적에 어떻게 지냈는지 떠올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무렵 내 어머니가 밤마다 어떻게 하셨을는지 그릴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우리 집 아이들한테 하듯이, 내 어머니도 밤마다 내 이불깃을 여미어 주느라 잠을 제대로 못 이루셨겠지요. 내가 처음 밤오줌을 가리려 할 적에도 밤잠을 쫓으면서 쉬를 누여 주셨겠지요.


  사진은 사진기라고 하는 기계에 있는 단추를 눌러야 찍습니다. 필름이든 디지털파일이든 단추를 눌러야 태어납니다. 그런데, 단추를 누르기 앞서, 우리 손길이 먼저 닿아야 할 곳이 있어요. 내가 사진으로 찍으려고 하는 사람들 마음으로 손길이 먼저 따스하게 닿아야 합니다. 내 손길이 내 살붙이나 이웃이나 동무한테 따사롭게 다가갑니다. 네 손길이 나한테 따사롭게 다가옵니다. 서로서로 따사롭게 마주보면서 즐겁게 손을 잡습니다.


  굳이 어떻게 만들거나 꾸며야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서로 아끼는 사랑이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고 아름답게 사진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4347.9.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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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서 오만 원



  머리카락을 묶으려고 고무줄을 찾는다. 책상맡에는 없고 바짓주머니를 뒤지는데 안 나온다. 그런데 바짓주머니에서 5만 원짜리 종이돈이 하나 나온다. 꾸깃꾸깃하다. 며칠 앞서 빨래를 했기에 구겨졌는가 보다. 그나저나 바짓주머니에 왜 5만 원짜리 종이돈이 있을까 아리송하다. 주머니에 5만 원짜리를 넣고 돌아다닌 일은 없을 텐데. 한가위를 앞두고 살짝 서울마실을 했을 적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주머니에 슬그머니 돈을 넣어 주었을까. 찻삯이나 여관삯을 하라며 누군가 몰래 넣어 주었을까. 구겨진 종이돈을 살살 펴면서 생각하는데 실마리는 안 풀린다. 그저 누구이든 무척 고맙다. 내가 내 바지에 이 돈을 넣었다면 나한테 고마울 노릇이고, 서울마실에서 만난 이웃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슬쩍 돈을 찔러 주었다면 이웃한테 고마울 노릇이다. 4347.9.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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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임금 자리를 지킨 이들 이야기를 더러 책으로 엮기도 하지만, 몇 사람을 빼놓고는 거의 이야기가 없다고 할 만하다. 이와 달리, 임금 곁에서 나랏일을 돌본 사람들 이야기는 으레 책으로 나온다. 임금 자리에 있던 사람들 이야기는 실록이든 무엇이든 발자취가 무척 많이 남았는데, 발자취만으로는 오늘날 우리들한테 딱히 들려줄 수 있는 슬기라든지 넋이 드물기 때문일 테지. 《율곡 이이 평전》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율곡 이이는 딱히 벼슬에 뜻이 없었다고 한다. 벼슬자리에 들어서서 임금한테 이런 말 저런 말 곰곰이 들려주어도 임금이 스스로 거듭나거나 깨어나지 않으면 부질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금 스스로새로 깨어나려는 넋이 아니라면, 곁에서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말을 들려주어도 달라질 일이 없다. 그러면 오늘날 대통령 곁에 있는 이들은 얼마나 아름답거나 훌륭한 말을 대통령한테 들려주려나. 앞으로 삼백 해나 오백 해쯤 지나서 이야기책 주인공이 될 만한 관료는 있을까 궁금하다. 우리 뒷사람이 널리 기리거나 섬길 만큼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삶을 갈고닦은 행정관료나 정치관료가 있을는지 궁금하다. 오늘날 관료들은 선거철에만 반짝거리는 인기 연예인 노릇만 하지 싶다. 대통령도 똑같다. 4347.9.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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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우 지음 / 민음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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