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만에 집으로 돌아오다.

온몸이 뻑적지근하다.

비질을 조금 하고

밥을 먹고

아이들 선물 나누어 주고

큰아이 새 치마 건네고

몸을 씻고

빨래 조금 한 다음,

잠자리에 눕는다.

큰아이가 곁에 같이 눕기에

노래 조금 부르다가

나는 스르르 곯아떨어진다.

 

몇 시간 누웠을까.

아직 등허리 아프다.

찬찬히 쉬자.

오늘 읍내에서 장만한 어린나무 여섯 그루

이제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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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빚기
― 사진이란 무엇일까

 


  사진을 말하는 사람들이 사진을 쉽고 아름다우면서 해맑게 말하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사진을 말하지 않고 사진을 ‘비평’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말하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기쁘게 바라보면서 즐긴다. 사진을 ‘비평’하려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이리 쪼개고 저리 가르면서 서양 미학과 이론으로 버무린다. 이리하여, 사진을 기쁘게 바라보는 사람은 마음속에서 샘솟는 웃음과 눈물을 스스럼없이 이야기꽃 하나로 빚는데, 사진을 비평하는 사람은 자꾸자꾸 어렵고 딱딱하며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껍데기잔치를 열어 허덕거린다.


  사진은, 이야기를 즐기며 얼굴 하나 빚는 꿈이다. 사진은, 삶을 노래하며 따순 손길 되는 사랑이다. 사진은, 어깨동무하는 이웃하고 오순도순 주고받는 밥 한 그릇이다.


  즐겁지 않다면 사진을 찍지 말아야 한다. 즐겁지 않으면 사진을 읽지 말아야 한다. 즐겁지 않다면 집일이고 회사일이고 그만두어야 한다. 즐겁지 않으면 이곳에서 바로 떠나야 한다. 즐거울 일을 하면서 즐거운 놀이를 맞아들여 즐거운 삶 되도록 하루하루 북돋울 노릇이다.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즐거운 사랑을 한껏 빛낼 노릇이다.


  글 한 줄 즐겁게 써야, 비로소 글이 된다. 노래 한 가락 즐겁게 불러야, 바야흐로 노래가 된다. 사진 한 장 즐겁게 찍지 않거나 읽지 않으면, 그야말로 무엇이 될까. 사진 한 장 즐겁게 찍으면서, 시나브로 참말 사진이 된다. 사진기를 손에 쥔대서 사진을 빚지 못한다. 사진책을 들여다보거나 사진잔치에 마실을 간대서 사진을 읽지 못한다. 내 마음을 읽고, 내 옆지기 마음을 읽으며, 숲과 하늘과 들과 바람과 햇살과 풀과 나무와 꽃과 벌레 마음을 읽을 때에, 사진 한 장에 깃드는 이야기 한 타래를 읽는다.


  사진이란 무엇일까. 스스로 생각하며 찾고 느껴야 한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어느 비평가나 전문가나 사진작가 토론잔치나 비평잔치를 들어야 사진을 알 수 있는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스스로 키워야지, 어느 육아전문가한테 아이를 맡기겠는가. 내 삶을 어떻게 누려야 하는가. 어느 컨설턴트 찾아가서 도움말 받아야 내 삶을 누리는가. 아이는 어버이로서 사랑을 나누어 주며 함께 살아갈 때에 육아가 된다. 삶은 스스로 길을 살피고 일굴 때에 인생이 된다. 사진은 사진기 손에 쥔 내가 스스로 이루고픈 이야기빛 찬찬히 돌아보면서 방긋 웃을 때에 예술이 된다.


  밥짓기는 사랑이다. 빨래는 삶이다. 졸린 아이나 뛰노는 아이 곁에서 고운 목소리 뽑아 부르는 노래는 예술이다. 사랑과 삶과 예술을 살가이 생각하면서 사진 한 장 마주하는 사람은 사진을 읽는다. 사랑과 삶과 예술을 손수 짓고 빚으면서 가꾸는 사람은 사진을 찍는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이야기가 사진이다. 사랑이 사진이다. 삶이 사진이다. 예술이 사진이다. 꿈이 사진이다. 믿음이 사진이다. 곧, 저마다 다 다른 자리에서 누리는 하루에 따라 싱그러이 웃는 눈길 하나로 사진을 이룬다. 4346.3.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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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지기

 


책방을 사랑하고
책을 아끼며
사람을 믿는 한편
숲에서 피어나는 숨결을
서로서로 나누어
살아가려는 사람.

 

이들은 바로 책지기. 4346.3.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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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36] 싸목싸목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갑니다. 군내버스는 시골 할매와 할배로 가득합니다. 할매는 할매끼리 할배는 할배끼리 이야기꽃 한창입니다. “싸목싸목 하쇼.” 앞자리 할매와 뒷자리 할매가 주고받던 이야기 사이에서 ‘싸목싸목’이라는 낱말 귀에 살짝 들어옵니다. 곧잘 뵙는 이웃마을 아재는 말을 하다가 으레 “싸목싸목 해야지.” 하고 한 마디 섞습니다. 서울사람들 흔히 전라도사람들 말투 가리켜 뭘 말해도 ‘거시기’를 섞는다 하는데, 우리 식구 전라남도 고흥에 깃들어 세 해째 살아가며 ‘거시기’라는 낱말 얼마 못 듣습니다. ‘거그’라는 낱말 퍽 자주 듣지만, ‘싸목싸목’이라는 낱말 꽤 자주 듣습니다. 재미삼아 전라도말 ‘거시기’로 뭉뚱그리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전라도사람 삶말은 너비가 한결 넓고 깊이도 한껏 깊습니다. 경상도말도 충청도말도 제주도말도 모두 새삼스럽고 아름다운 너비와 깊이가 있을 테지요. 그나저나, 서울사람 서울말에는 어떤 너비나 깊이가 있을까요. 서울을 보여주고 서울을 밝힐 만한 한 마디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4346.3.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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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나무 생각

 


  서울에도 나무가 있고, 인천에도 나무가 있습니다. 부산에도 나무가 있고, 광주에도 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자라는 서울나무는 흙땅을 좀처럼 마음껏 누리지 못합니다. 서울에서 자라는 서울나무도 다른 나무들처럼 푸른 숨결 내뿜으며 노래하고 싶은데, 매캐한 바람 너무 짙고 자동차 소리 너무 시끄러워, 숨결도 노래도 곱게 퍼지지 못합니다.


  전라도 시골 고흥에서 살아가는 고흥나무에는 동백꽃이며 매화꽃이며 가득합니다. 나무 곁에는 봄까지꽃 광대나물꽃 별꽃 노루귀꽃 제비꽃 유채꽃 할미꽃 흐드러집니다. 바람이 포근하게 불고, 고흥나무는 포근한 바람을 한껏 즐기면서 푸른 숨결 내뿜고는 푸른 노래 싱그러이 부릅니다.


  서울나무도 맑은 꽃빛 어여쁜 들풀하고 어울리고 싶겠지요. 서울사람도 푸른나무와 봄들꽃이랑 어울리면 한결 맑게 웃으면서 따사로운 서울 삶터 일굴 수 있겠지요. 서울에는 새 야구장이나 새 축구장이나 새 극장이나 새 아파트나 새 백화점이나 새 건물이 있어야 하지 않아요. 서울에는 바로 숲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 누구나 밟고 만지면서 사랑할 흙이 있어야 해요. 4346.3.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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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3-21 10:14   좋아요 0 | URL
어느 집에서 작년인가, 자기네 주차장에 그 옆집의 커다란 목련나무와 라일락나무의 낙엽들이 너무 많이 떨어진다고 싸우다 결국은 집공사중에 그 나무들을 베어버린 일이 있었어요.
정말 기가 막힌 일이라..지금도 안타깝고 한숨만 나와요.
서울나무들은 이래저래 딱합니다.ㅠ.ㅠ

파란놀 2013-03-22 16:11   좋아요 0 | URL
나무에 잎이 있으니 마땅히 가랑잎 떨어지지요.
떨어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