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손 - 다함께 배꼽인사 해요
나은희 글, 강우근 그림 / 한권의책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61

 


온누리에 하나 있는 책
― 배꼽손
 나은희 글,강우근 그림
 한권의책 펴냄,2013.4.8./1만 원

 


  참새도 제비도 오목눈이도 박새도 까마귀도 까치도 직박구리도 모두 새끼를 낳아 바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릅니다. 이른새벽부터 늦은저녁까지, 온갖 들새와 멧새가 들판과 숲속을 날아다닙니다. 시골에서는 시골에서대로 먹이를 찾고, 도시에서는 도시에서대로 먹이를 찾습니다.


  새끼 새들은 어미 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으며 자랍니다. 새끼 새들은 어미 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로 몸을 살찌우고, 어미 새는 지난날 새끼 새였을 적에 이녁 어머 새가 물어다 주던 먹이로 몸을 살찌웠습니다.


  집집마다 어버이가 아침을 차려 아이들 깨워 밥을 먹입니다. 집집마다 어버이가 저녁을 차려 아이들 먹인 뒤 씻기고 재웁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내어주는 사랑을 받아먹습니다.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이녁 온 사랑을 내어주어 보살핍니다.


  새끼 새한테 어미 새는 오직 하나 있는 살붙이요 사랑입니다. 어미 새는 새끼 새한테 오직 하나 있는 살붙이요 사랑이에요. 서로서로 오직 하나인 살붙이가 되면서 사랑으로 만납니다.


  제비가 한 해에 두 차례 알을 낳아 열 마리 새끼 제비 돌본다 하더라도, 새끼들을 ‘1호 2호 …… 10호’ 하고 부르지 않습니다. 열 마리 새끼 제비는 저마다 다른 목숨이면서 사랑입니다. 저마다 오직 하나인 숨결입니다.


  느티나무 아래에 느티씨 떨어져 어린 느티나무 씩씩하게 자랍니다. 초피나무 아래에 초피씨 떨어져 어린 초피나무 무럭무럭 자랍니다. 후박나무 아래에 후박씨 떨어져 어린 후박나무 튼튼하게 자랍니다. 뽕나무 아래에 오디 떨어져 어린 뽕나무 싱그럽게 자랍니다. 모두들 씨앗으로 자라나는 숨결입니다. 모두들 씨앗 하나에서 새롭게 크는 숨결입니다. 포근한 흙 품에 안겨 따사로움 받아먹으며 자랍니다. 어미나무가 잎을 떨구어 씨앗을 감싸고, 햇볕이 곱게 내려앉아 기운을 북돋웁니다. 바람이 푸른 이야기 실으며 줄기와 잎사귀를 어루만집니다. 벌과 나비와 벌레가 나무 언저리에서 새삼스러운 한살이 누리며 숲을 이룹니다.


  오늘 아침 뜯어서 먹는 소리쟁이 잎사귀는 소리쟁이 맛과 내음과 빛깔로 내 몸에 스며듭니다. 오늘 낮 뜯어서 먹는 고들빼기 잎사귀는 고들빼기 맛과 내음과 빛깔로 내 몸에 감깁니다. 오늘 저녁 뜯어서 먹는 갈퀴덩굴 잎사귀는 갈퀴덩굴 맛과 내음과 빛깔로 내 몸에 배어듭니다.


  모두들 사랑을 받아서 먹고, 사랑을 내어줍니다. 모두들 이야기를 받아서 먹고, 이야기를 내어줍니다. 모두들 꿈을 받아서 먹고, 꿈을 내어줍니다. 어미 참새는 영양소를 새끼 참새한테 내주지 않습니다. 어버이는 지식이나 정보를 아이들한테 내주지 않습니다. 모두들 먼먼 옛날부터 찬찬히 이어온 사랑과 이야기와 꿈을 먹이 한 점과 밥 한 그릇에 담아 내어줍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어버이가 되며, 어버이는 다시 아이가 됩니다. 맑은 숨결로 맑은 숨결을 잇고, 밝은 마음으로 밝은 마음을 낳습니다. 풀씨도 꽃씨도 목숨씨도 한결같이 맑으며 밝은 넋 되어 스스로 해사하게 피어납니다.

 

 

 


.. 단이가 배꼽손! 방긋방긋 배꼽손! 잘잘잘 배꼽손! ..


  나은희 님 글과 강우근 님 그림이 어우러지는 그림책 《배꼽손》(한권의책,2013)을 읽습니다. 사자가 나오고 하마가 나오며 캥거루와 원숭이가 나오다가는 ‘단이’가 살그마니 나옵니다. 모두들 시원하게 응가를 누고, 두 손 모아 배꼽손 인사를 합니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시골마을에서 이웃 할매는 우리 아이들 바라보면서 곧잘 배꼽인사를 합니다. 일흔이나 여든 할매가 여섯 살 아이와 세 살 아이 앞에서 으레 배꼽인사를 합니다. 일흔 살 할매 배꼽인사 받은 여섯 살 아이는 처음에는 멀뚱멀뚱 있지만, 이내 배꼽인사를 따라하며 웃습니다. 여든 살 할매 배꼽인사 받은 세 살 아이는 처음에는 말똥말똥 있으나, 이윽고 배꼽인사를 따라하며 노래합니다.


  사랑을 받아먹는 아이들은 사랑으로 자랍니다. 사랑을 내주는 어른들은 사랑으로 삶을 짓습니다. 배꼽손 인사 몸짓 하나는 어버이가 아이한테 내주는 숱한 사랑 가운데 조그마한 조각 하나입니다.


  노래하는 어머니 곁에서 노래하는 아이입니다. 춤추는 아버지 옆에서 춤추는 아이입니다. 호미질하는 어머니 둘레에서 호미질 놀이를 하는 아이입니다. 밭을 돌보며 나물 뜯는 아버지 언저리에서 풀과 꽃을 뜯어서 입에 넣고 냠냠냠 노는 아이입니다.


  아이가 얼굴을 찡그린다면, 둘레 어른들이 얼굴을 찡그리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자동차 장난감 갖고 싶어 하면, 아이 둘레에 자동차가 넘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풀밭에서 뛰놀며 좋아한다면, 아이와 어른이 살아가는 보금자리가 숲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 사로잡힌 채 여러 시간 보낸다면, 아이도 어른도 어떤 쳇바퀴에서 홀가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버이가 손으로 복복 비벼 빨래를 하고는 마당에서 탁탁 털어 빨랫줄에 걸어 해바라기 시킨 뒤 즐겁게 걷고는 노래하며 옷가지 정갈히 개어 옷시렁에 놓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본 아이는, 저희 앙증맞고 조그마한 손으로 대야에 옷가지 담가 복복 비벼 빨다가는 물 죽죽 짜서 빨랫줄에 너는 빨래놀이 하고 싶습니다. 저녁에는 옷가지 걷어 예쁘장한 손길로 예쁘장하게 옷가지 개서 저희 깜냥껏 옷시렁에 척척 얹고 싶습니다.


  그림책 《배꼽손》에 나오는 ‘단이(나단)’는 나은희 님과 강우근 님하고 함께 살아가는 아이입니다. 두 분 사이에는 ‘나무’라는 아이도 함께 있어요. 네 식구는 서로한테 오직 하나 있는 고운 숨결이며 사랑이자 이야기요 꿈입니다. 형도 하나이고 동생도 하나입니다. 어머니도 하나이고 아버지도 하나입니다.


  형제가 넷인 어느 집안이 있으면, 첫째 형이 하나요 둘째 형이 하나이며 셋째 형이 하나일 테지요. 첫째 동생이 하나요 둘째 동생이 하나이며 셋째 동생이 하나일 테고요. 우리는 언제나 서로서로 꼭 하나 있는 아름다운 삶벗입니다. 그래서 서로서로 만나며 방긋방긋 웃습니다. 두 손 가지런히 모두어 배꼽인사를 합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겁습니다. 예쁩니다. 또 만나요. 잘 가요. 살펴 가셔요.


  둘레 어른들이 아이한테 ‘바이바이’ 하고 손을 흔들면 아이들은 ‘바이바이’라 말하면서 손을 흔듭니다. 둘레 어른들이 아이한테 ‘살펴 가’ 하고 말하면 아이들도 ‘살펴 가’ 하고 똑같이 따라합니다. 둘레 어른들이 아이 앞에서 ‘땡큐’ 하고 말하며 눈 찡긋 하면 아이들도 ‘땡큐’ 하고 말하며 눈 찡긋 합니다. 둘레 어른들이 아이한테 ‘고마워’ 하고 말하며 손을 맞잡으면 아이들도 ‘고마워’ 하고 말하며 손 맞잡으며 따스함을 나누어 주지요.


  온누리에 하나 있는 고운 숨결이 서로 만나 고운 삶 짓습니다. 온누리에 하나 있는 고운 숨결은 날마다 새롭고 날마다 오직 하나라 할 이야기를 짓습니다. 모든 책은 오직 하나 있는 책입니다. 모든 책은 오직 한 사람한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글꾼은 글꾼대로 오직 한 가지 이야기를 쓰고, 그림꾼은 그림꾼대로 오로지 하나인 이야기를 그립니다. 책을 사서 읽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삶에 맞추어 저마다 다른 느낌 받으면서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다 다른 아이들이 ‘다 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다 다른 삶’을 짓습니다. 그럼요, 우리는 모두 온누리에 오직 하나 있는 예쁜 숨결랍니다. 4346.4.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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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21 11:34   좋아요 0 | URL
이웃의 할머님들이 벼리와 보라 앞에서 배꼽인사를 하시고
또 벼리와 보라가 따라서 예쁘게 배꼽인사를 하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들어옵니다.^^
<배꼽손>, 정말 예쁜 책이네요.
저도 오늘 왠지 예쁘게 배꼽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파란놀 2013-04-21 12:58   좋아요 0 | URL
도시에서도 할머니들은 예쁜 인사 잘 하시지만,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서로서로 치이며
시골 할매처럼 살가운 인사 나누기는
잘 만나기 힘들구나 싶기도 해요...

이궁! (__) 배꼽인사를~~
 

나은희 잡화점

 


  그림책 《배꼽손》(한권의책,2013)은 나은희 님 글과 강우근 님 그림이 어우러진다. 글을 쓴 분과 그림을 그린 분은 한집에 살며 머스마 둘을 돌본다. 글을 쓴 나은희 님은 방학동에 있는 도깨비시장에서 ‘창가게(창문 한쪽을 쓰는가게)’를 꾸리기도 한단다. 손으로 빚는 살림살이 판다는 ‘창가게’에서 쓰는 간판을 본다. 창가게 이름은 ‘나은희 잡화점’이고, 간판은 어른 손바닥보다 조그맣다. 창가게라면 참 조그마한 귀퉁이에 마련하는 가게일 테고, 조그마한 귀퉁이 한쪽에 꾸미는 가게에 조그마한 간판을 나무를 깎고 빛깔을 입혀 붙인다 하니까, 이 창가게, 그러니까 쪽가게를 알아보려면 두 다리로 천천히 길을 거닐어야 하고, 두 다리로 걷다가도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커다란 가게에는 자가용 대는 자리 드넓게 여러 층으로까지 있다. 옛 저잣거리 언저리에는 자가용 대기조차 힘들다. 자가용을 모는 이들은 아주 많은 물건을 잔뜩 사들이고도 다리나 팔이 아플 일 없으리라. 그러나, 커다란 가게는 오직 물건만 바라볼 수 있다. 옛 저잣거리라든지 쪽가게에서는 짐을 사람 스스로 들어야 한다. 가방이나 손에 짐을 꾸려 스스로 힘을 써야 한다. 두 다리로 거닐며 장마당 마실을 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다리품을 판다. 다리품을 팔면서 가게를 보고 사람을 만나며 날씨를 느낀다. 봄에는 봄내음 맡으며 장마당 마실을 하고, 겨울에는 겨울바람 쐬며 장마당 마실을 한다. 이와 달리, 커다란 가게에는 봄도 겨울도 없고, 여름도 가을도 없다. 커다란 가게에는 오직 물건이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자가용 없으면 못 살아가는 숨결이 되었을까. 사람들은 언제부터 두 다리에 힘 주고 이 땅 씩씩하게 밟고 보살피는 마음을 스스로 잃었을까. 4346.4.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가게 간판' 손에 든 분은 그림쟁이 강우근 님.

강우근 님 가슴에는 '갈퀴덩굴' 잎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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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21 11:38   좋아요 0 | URL
방학동 도깨비시장은 친구집 근처에 있어서 저도 몇 번 가보았는데
아 이곳에 이런 예쁜 가게가 있었군요.
다음에 갈 때는 친구랑 '나은희 잡화점'으로 즐거운 나들이 할까 합니다.^^

파란놀 2013-04-21 12:59   좋아요 0 | URL
한 평도 안 되는 '창문'에다 붙이는
그야말로 자그마한 가게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도깨비시장 안 가 보아서 모르겠지만,
눈 크게 뜨고 찾으셔야 한다고 그러더라구요 ^^;;;
 

서울 볼일 마치고 집에 오다.

해롱해롱 온몸 뻑적지근하다.

 

시골바람 마시고

시골기운 느끼니 좋다.

 

아이들아,

근데 다들 자야지?

자자꾸나...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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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이야기책

 


  이효리 님 이야기 담은 《가까이》를 서울 가는 시외버스 기다리며 읍내 버스역에서 읽는다. 즐겁게 잘 읽는다. 시골 흙일꾼은 호미질로 지구별 살리고, 노래꾼은 노래로 지구별 살리며, 글꾼은 글 한 줄로 지구별 살리면 서로 아름답다. 이효리 님은 이효리 님대로 지구별 살리는 길 걷겠지. 우리 집 아이들은 날마다 새로운 몸짓과 노래와 웃음으로 집과 마을과 나라와 지구별과 온누리를 살린다. 모두들 가까이 다가서며 만난다. 저마다 가까이 손을 내밀며 웃는다. 다 함께 가까이 어깨동무하면서 하루를 빛낸다. 4346.4.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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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떠나는 빨래

 


  서울로 볼일 보러 떠나는 날 이른새벽에 빨래를 한다. 옆지기가 느긋하게 빨래를 할 수도 있으나, 내가 집을 비우는 동안 옆지기가 홀가분하고 즐겁게 아이들하고 놀 수 있기를 바라며, 집일 이렁저렁 추스른다. 옆마을로 지나가는 아침나절 군내버스 때를 헤아린다. 일곱 시 사십 분에 집을 나서야 한다. 일곱 시 이십 분에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내다 넌다. 사월 십구일 시골마을 아침볕 맑고 따사롭다. 겨울에는 아침 아홉 시는 되어야 비로소 빨래를 마당에 널 만했고, 봄에는 아침 일곱 시에도 빨래를 널 만하다. 곧 다가올 여름에는 새벽 여섯 시에도 빨래를 널 만하겠지.


  한여름에는 삼십 분이나 한 시간만에 빨래가 보송보송 마르곤 한다. 빨래가 다 말랐어도 안 걷고 그대로 두곤 한다. 좋은 볕 듬뿍 머금으며 햇살내음 옷가지마다 스미기를 바란다. 사람도 집도 마을도 옷가지도 풀도 나무도 햇살을 먹으며 언제나 새롭게 빛난다. 햇살 먹으며 뛰노는 아이들은 흙빛 살결 되고, 햇살 마시며 마르는 옷가지는 해맑은 무늬 눈부시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누구나 햇살 머금는 옷을 입으면 서로 환하게 웃지 않을까. 햇볕 한 줌은 흙을 살린다. 햇살 한 자락은 풀을 살찌운다. 햇빛 한 줄기는 마을 곳곳 보듬는다. 4346.4.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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