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 가면 즐겁다

 


  헌책방이거나 새책방이거나, 책방에 가면 즐겁다. 나를 부르는 책을 만나서 즐겁기도 하지만, 책이 있어서 즐겁다. 어떠한 책이건 내 마음과 눈과 넋과 말을 북돋우는 사랑스러운 책에 둘러싸여 몸을 쉴 수 있어 즐겁다.


  책을 한 권도 못 고른 채 바삐 돌아나와 다른 곳에 볼일을 보러 가야 하더라도, 살짝 책방 문 열고 들어가서 골마루를 빙 한 바퀴 돌면 숨이 놓인다. 어수선하거나 어지럽던 실타래가 풀린다. 책내음을 맡는 동안 내 마음자리가 제자리를 잡는다. 푸르게 우거진 숲속에 깃들면 몸속 깊은 데까지 푸른 숨결이 서려 고운 넋 되는 느낌하고 같다고 할까. 따지고 보면, 책이란 모두 종이이다. 종이란 모두 나무이다. 나무란 모두 숲이다. 숲이 종이로 다시 태어나고, 종이는 책으로 거듭 태어나서 책방에 놓인다. 이 책이건 저 책이건 모두 나무요 숲이다. 이 책도 저 책도 다 함께 나무이면서 숲이다.


  책내음 맡는 사람은 나무내음을 맡는다. 책내음 즐기는 사람은 숲내음을 즐긴다.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데는 숲이라 하잖은가. 숲에서 책을 읽으면 가장 느긋하고 사랑스럽게 이야기에 빨려들 수 있다잖은가.


  숲을 숲에서 읽으니 즐거울밖에 없다. 숲을 숲에서 누리니 웃음이 피어나고, 꿈이 자라며, 사랑이 샘솟을밖에 없다.


  이리하여, 책방에 가면 즐겁다. 나를 부르는 책을 만나며 즐겁다. 나를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을 촉촉히 적시거나 보드랍게 어루만지는 책을 마주하며 즐겁다. 나무내음 맡고 숲바람 쐬고 싶어 책방마실을 한다. 4346.10.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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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25. 아침 참새떼 2013.10.9.

 


  마을 참새떼 아침부터 우리 집 마당에 내려앉아 무언가 쪼아먹는다. 무엇이 있기에 부리로 콕콕 쫄까. 나무열매라도 마당에 떨어졌을까. 아이들이 마당에 과자부스러기라도 떨어뜨렸을까. 한참 마당에서 콕콕질 하며 노는 참새떼가 마룻바닥 밟는 소리를 듣더니 화들짝 놀라 파라락 날아 대문 위 전깃줄과 후박나무 가지에 내려앉는다. 너희는 아침마실 다니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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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가을들 옆 달려

 


  다리에 힘이 차츰 단단히 붙는 산들보라는 어디이든 달리면 즐겁다. 웃으면서 달리고, 달리면서 웃는다. 아이들은 웃으면서 자라고, 달리면서 자란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는 아이들 웃음을 먹으면서 기운을 얻고, 아이들 달리며 무럭무럭 크는 모습을 느끼며 새 하루를 일군다. 4346.10.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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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3. 가을 들콩넝쿨 사잇길 (2013.10.9.)

 


  여름에는 푸르게 빛나기만 하던 들콩넝쿨인데, 가을이 무르익어 논마다 나락 누렇게 익으니, 들콩도 꼬투리 여물고 들콩잎도 노랗게 물든다. 하루가 다르게 노랗게 물든 잎사귀 늘어난다. 앞으로 하루이틀 더 지나면 더 노랗게 바뀔 테고, 한 주 두 주 지나면 노랗게 물들던 잎사귀는 톡톡 떨어져 바닥을 구르다가 겨우내 흙으로 돌아갈 테지. 얘들아, 봄과 여름하고는 사뭇 다른 가을내음을 맡을 수 있겠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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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권을 장만해서 읽었는데, 퍽 짧은 사이에 마지막 4권까지 한국말로 다 나왔다. 이렇게 빠르게 한국말로 옮기는 만화책이 있었네 싶어 놀라는 한편, 요즈음 살림돈이 벅차 이런 만화책조차 한국말로 나오는 흐름을 거의 못 좇는 모습이 스스로 힘겹다. 책이 나온 지 아직 한 해가 채 지나지 않았으니 쉽게 판이 끊어지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랜다. 내 이웃들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가 아이들과 옆지기하고 누릴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날마다 즐겁게 일구자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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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눈 랑데부 4- 완결
카와치 하루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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