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 미쯔마사 님 그림책 《숲 이야기》는 ‘숨은그림찾기’를 보여준다. 숲을 그린 그림책에서 온갖 숲동무 나온다. 멀리에서 바라보면 아리따운 숲내음이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살짝살짝 숨은 숲동무 드러난다. 참말 그렇다. 숲에 깃들면, 숲에서 숨어 우리를 멀뚱멀뚱 바라보는 숲동무 곳곳에 있다. 우리가 저희를 해코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살며시 몸을 내민다. 우리가 저희를 해코지할 만한 사람이라면 꼼짝 않고 숨을 죽인 채 얼른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사람만 살아가는 지구별 아니다. 개구리도 뱀도 범도 곰도 이리도 여우도 두더지도 지렁이도 함께 살아가는 지구별이다. 사람이 아름답다 말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아름다우려면 지구별 온갖 이웃과 동무가 모두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한다. 가재도 전갈도 게도 망둥이도 상어도 고래도 한결같이 아름다운 이웃이요 동무일 때에 사람 또한 아름다운 숨결이 된다. 숲을 숲내음 담아 노래하는 그림책은 더없이 싱그럽고 푸르다. 4346.11.2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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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이야기- 숨은그림찾기
안노 미츠마사 지음 / 한림출판사 / 2001년 5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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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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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날이란 무엇인가. 어머니가 몸속에 품어 사랑으로 아끼던 아기를 드디어 밖으로 내보내 이 땅에서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는 첫 날이다. 아이들은 어머니 몸속에서 바깥으로 나오더라도 언제나 어머니 언저리에 있다. 스무 살이 되거나 마흔 살이 되어도, 예순 살이 되거나 여든 살이 되어도, 어머니는 언제나 어머니이다. 아이가 자라 어머니(또는 아버지)가 되어도, 어머니(또는 아버지)는 늘 어머니(또는 아버지)이다. 삶이 흐르고 사랑이 흐른다. 삶이 빛나고 사랑이 빛난다. 이 아름다운 삶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삶을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빛내어 사랑을 싣는 이야기책 하나 꾸릴 테지. 그림책 《오늘은 내 생일이야》는 조그맣지만 초롱초롱 환한 삶빛을 노래한다. 4346.11.2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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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일이야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이정원 옮김, 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 / 보물상자 / 2010년 6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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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옷에 구멍 곱다라니

 


  큰아이 입는 잠옷 무릎에 구멍이 났다. 언제 났을까. 엊저녁에 재울 때에 보니 구멍이 제법 크다. 이 추운 날씨에 춥겠네. 아침이 되어 일어나면 이 옷을 벗을 테니 바느질로 기워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아침이 되어 바느질을 안 잊을 수 있을까. 바느질을 못 하는 까닭은 ‘아, 맞아, 구멍난 옷 기워야지.’ 하는 생각을 자꾸 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가 바느질을 하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물끄러미 구경한다. 아직 아이들한테 실과 바늘을 건네지 않는다. 손을 더 야무지게 놀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일곱 살은 어떨까. 글쎄, 일곱 살은 좀 힘들까. 여덟 살이라면 서슴없이 실과 바늘을 건네겠지.


  아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가 무언가 새롭다 싶은 집일이나 바깥일이나 할 적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쳐다본다. 삶을 배운다. 삶에 깃든 사랑을 배운다. 날마다 쌀을 냄비에 받아 헹굴 적에도 날마다 새삼스레 들여다본다. 여러 가지 쌀을 냄비에 골고루 담을 적에는 코를 박으며 냄새를 맡는다. 큰아이가 먼저 냄새를 맡으며 “냄새 좋아.” 하면 작은아이가 누나 따라 코를 박고 냄새를 맡으며 “냄새 좋아.” 하고 말한다. 문득 생각하니, 아이들이 이렇게 “냄새 좋아.” 하고 말해 주기에, 우리 집 밥이 더 맛나고 몸에 좋구나 싶다.


  이 밤 지나고 새 아침 찾아와 큰아이가 잠옷 벗어 곱다라니 개어 놓으면, 이 옷을 살며시 집어서 찬찬히 기워야겠다. 아침에 잘 떠올리자. 4346.11.2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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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펴낼 돈 모으는 마음

 


  2007년부터 내 서재를 사진책도서관으로 꾸며 문을 연 뒤 ‘1인 잡지’를 내놓습니다. 서재도서관이자 사진책도서관인데, 이렇게 도서관지기를 하기 앞서도 ‘1인 소식지’를 내놓았습니다. 나는 1994년에 ‘우리 말 동아리’를 하나 꾸리면서 동아리 사람들과 ‘우리 말 소식지’를 내고 싶었는데 아무도 글을 써 주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하는 수 없이 혼자서 글을 쓰고 엮어서 ‘1인 소식지’를 냈습니다. 1998년에 ‘헌책방 사랑 동아리’를 새로 꾸리면서 ‘헌책방 소식지’를 ‘1인 소식지’로 함께 냈어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를 꺼리지 않아요. 그러나, 모두들 바쁘다고만 말하니 바쁜 사람들한테 안 바쁜 때가 찾아오기까지 기다릴 수 없더군요. 얼결에 혼자서 글을 쓰고 엮어서 내놓은 뒤 혼자서 봉투에 담아 풀을 발라 우체국에 들고 가서 부치는 일까지 다 합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바쁜 사람은 글을 쓰지 못합니다. 바쁜 사람은 글을 읽지 못합니다. 참말 바쁘다 하더라도 몸을 바지런히 놀리면서 마음을 느긋하게 추스를 수 있어야 글을 쓰거나 읽습니다. 느긋한 마음이 될 때에 쓰는 글이요 읽는 글입니다. 소식지나 잡지나 단행본을 낼 적에도, 마음을 차분히 다스려야 해요. 바쁜 몸과 마음이 되면 어느 하나 하지 못해요.


  지난 1995년부터 올 2013년까지 낸 숱한 ‘1인 소식지’와 ‘1인 잡지’와 ‘1인 단행본’을 떠올립니다. 어느 때고 돈이 있어서 이 책들을 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으레 돈에 시달리면서 하나하나 내놓았어요. 없는 돈을 뽑아냈고, 정 힘들면 돈을 꾸어서라도 냈습니다. 그날그날 살림돈이 빠듯하더라도 아무튼 소식지나 잡지나 단행본을 혼자서 내고 보자 하는 마음이었어요. 참말 끼니를 굶고 단골가게에 라면 몇 봉지 외상으로 달면서 책을 엮었습니다.


  신문배달을 하며 소식지를 내던 때, 학교 선배들은 흔히 밥이나 술을 사 주겠다 얘기했어요. 나는 밥도 술도 안 사 주어도 되고, 밥값만큼 또는 술값만큼 소식지 낼 돈을 보태어 달라 말했어요. 그런데 선배들은 밥이나 술은 사 주어도, 소식지 내는 돈에 천 원이나 삼천 원 보태어 준 이는 없었어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에 글을 씁니다. 더 널리 알리고 싶은 삶빛이 있기에 소식지나 잡지나 단행본을 꾸립니다. 두고두고 건사하거나 즐겁게 밝히고 싶은 사랑이 있기에 씩씩하게 봉투에 책을 담아 우체국으로 들고 가서 부칩니다.


  전남 고흥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뒤 여덟 권째 내놓을 ‘1인 단행본’ 찍을 돈 32만 원을 모으기까지 일곱 달이 흐릅니다. 80부 빠듯하게 내놓아 32만 원입니다. 올 한 해 옆지기를 미국에 배움길 떠나도록 하는 데에 밑돈을 대느라 이쪽에 온힘을 쏟다 보니 두 달에 한 차례 30∼50만 원쯤 그러모아 책 하나 내는 일을 도무지 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11월에 ‘1인 단행본’ 하나 내놓은 다음 2014년 1월에 새 ‘1인 단행본’을 내놓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즐겁게 살림 꾸리면서 푼푼이 그러모으면 1월이든 2월이든 기쁘게 선보일 수 있겠지요. 예전에 혼자 살 적에는 끼니를 굶어도 소식지를 냈지만, 이제는 옆지기와 아이들 있으니 끼니를 굶지는 않아요. 식구들 밥을 먹이는 일이 첫째고, 책 내는 일은 둘째입니다. 4346.11.2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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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02) -의 : 해마의 피부

 

해마의 피부는 물고기와 같은 비늘은 없지만 골판질로 되어 있어서 딱딱하고 상처가 잘 나지 않는다
《최영웅,박흥식-아기 낳는 아빠 해마》(지성사,2012) 20쪽

 

  한자말로는 ‘피부(皮膚)’라 하지만 한국말로는 ‘살갗’입니다. 한겨레는 먼먼 옛날부터 ‘살갗’이라는 낱말을 썼는데, 어느새 이 낱말이 저리 밀리고 ‘피부’라는 한자말만 널리 쓰입니다. 병원에서도 ‘피부과’라 할 뿐 ‘살갗 병원’처럼 쓰는 일이 없어요.


  ‘골판질(骨板質)’은 생물학에서 쓰는 전문 낱말이라 할 텐데, ‘골판’은 “골질(骨質)의 판”을 가리킨다 합니다. ‘골질(骨質)’은 “동물의 뼈와 같은 단단한 물질”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골판질’이란 “단단한 물질”이요, “뼈처럼 단단한 물질”이라고 손볼 만합니다. ‘상처(傷處)’는 ‘생채기’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상처가 잘 나지 않는다”는 “잘 다치지 않는다”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해마의 피부는 비늘은 없지만
→ 해마 살갗은 비늘은 없지만
→ 해마 살갗에 비늘은 없지만
→ 해마는 비늘은 없지만
→ 해마한테는 비늘은 없지만
 …

 

  “해마 살갗”이나 “해마 머리”나 “해마 꼬리”처럼 적으면 됩니다. 이 글월에서는 말차례를 바꾸어 앞쪽은 “해마는 … 없지만”으로 적고, 뒤쪽에 “살갗이 뼈처럼 딱딱하고”로 적어도 돼요. 4346.11.1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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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한테는 물고기와 같은 비늘은 없지만, 살갗이 뼈처럼 딱딱하고 잘 다치지 않는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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