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93] 연꽃바위솔

 


  겨울에 눈과 얼음 뒤집어쓴 채 씩씩하게 몽글몽글 맺힌 바위솔을 봅니다. 바위솔은 이름 그대로 바위에 뿌리를 내리며 조그맣게 피어납니다. 흙땅에 뿌리를 내리는 풀이 있고, 이렇게 바위에 뿌리를 내리는 풀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어떤 넋으로 바위에 옹글종글 모여서 고운 빛을 베풀어 줄까요. 아이들은 눈더미를 찾아 이리저리 달리면서 눈을 뭉치고 노느라 바쁩니다. 나는 아이들하고 눈놀이를 하다 말고 바위솔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물끄러미 마주하는 이 바위솔은 바위솔 가운데 ‘연화바위솔’이라 하는데, ‘연화’가 무엇인지 몰라 머리로 이름을 곰곰이 외웁니다. 나중에 식물지를 찾아봅니다. ‘연화바위솔’에서 ‘연화’는 ‘연꽃’이라고 합니다.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오늘날 적잖은 이들은 ‘연뿌리’라 안 하고 ‘연근’이라 말한다고 깨닫습니다. 연잎은 그냥 ‘연잎’이라 할까요? 연꽃처럼 생겼으니 ‘연꽃바위솔’이라는 이름이 가장 어울리면서 고우리라 생각합니다. 4347.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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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놀이 8 ― 눈더미 앞에서

 


  고흥에서는 볼 수 없던 눈과 눈더미를 음성에서 본다. 손이 빨갛게 얼어 시려도 눈놀이를 멈추지 않는다. 눈을 뭉치고 던진다. 또 눈을 뭉치고 던진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쉬잖고 쪼그려앉아 눈을 뭉치고는 휙휙 던진다. 우리는 앞으로 눈을 뭉쳐 놀려면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오거나, 충청도 위쪽으로 나들이를 가야 하겠구나. 4347.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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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배우면서 그리는 만화

 


  설마실을 마친 뒤 몸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토록 좋아하는 손빨래를 할 힘이 없어 빨래기계한테 하루치 빨래를 맡긴다. 모처럼 빨래기계를 쓰는 김에 두 아이 두툼한 겉옷을 함께 맡긴다. 오늘까지 몸이 고단하리라 느껴, 어제 읍내에서 오늘 아이들한테 먹일 밥까지 마련해 놓았다. 아이들이 새밥 차려 주지 않아도 잘 먹어 주어 고맙다. 아버지는 쑤시고 결리는 몸을 풀려고 퍽 오래 드러누워서 쉰다. 아이들은 긴 나들이를 마쳤는데도 새 기운이 솟는지 포근한 겨울볕 누리면서 마당에서고 마루에서고 방에서고 쉬잖고 뛰어논다.


  드러누운 채 만화책을 펼친다. 글과 그림이 알맞게 어우러진 만화책은 아주 쉽게 아주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만화책 한 권 쉬 읽기 마련인데, 뚝딱 읽는 만화책 한 권 나오기까지 만화가 한 사람과 도움이 여러 사람이 여러 달 일한다. 하기는, 그림 없는 글책을 읽을 적에도 한두 시간이면 뚝딱 읽는다. 작가이건 학자이건 교수이건 누구이건, 어느 글책이건 몇 시간이면 뚝딱 읽어치울 수 있는데, 이런 책 하나를 내놓기까지 짧게는 여러 달, 길면 여러 해나 스무 해나 마흔 해까지 들이기 마련이다. 책이란 얼마나 대단한 선물인가.


  만화책은 으레 끝자락에 ‘만화가 뒷이야기’를 붙인다. 만화가 뒷이야기는 언제 어느 책을 보아도 재미있다. 그리고, 만화가 뒷이야기를 보면, 만화책 한 권 내놓기까지 만화가와 도움이가 얼마나 다리품을 팔고 자료를 살피며 깊고 넓게 배웠는가를 헤아릴 수 있다. 지난 열 몇 해에 걸쳐 서른 권 넘게 긴 만화를 그리는 어느 만화가는 이 작품을 그리려고 천 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자료를 모으려고 답사를 다니며 찍은 사진도 여러 만 장이 된다고 한다.


  웬만한 책 즐김이(독자)는 만화를 참 가볍게 여기거나 우습게 안다. 초·중·고등학교 교사나 대학교 교수 가운데 학생한테 ‘만화책 추천’을 하는 이는 매우 드물다. 서평가나 독서가 가운데 ‘만화책 추천’을 하거나 ‘만화책 비평’을 하는 이 또한 대단히 드물다. 아마, 만화를 읽은 적이 없거나 만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 줄 모르기 때문이리라. 만화를 모르고 만화를 읽을 줄 모르니, ‘만화책 읽은 느낌’을 쓸 수 없으리라.


  《아기와 나》를 그렸던 만화가 마리모 라가와 님이 요즈음 그리는 《순백의 소리》라는 작품이 있다. 《순백의 소리》는 ‘일본 샤미센’을 이야기하는 만화책이다. 우리로 치면, ‘한국 거문고’나 ‘한국 가야금’을 이야기하는 만화책쯤 될 만할 텐데, 가만히 살피면 한국에서는 거문고나 가야금을 다루는 만화를 그리는 작가를 찾아볼 수 없다. 판소리를 만화로 담는 만화가는 있을까? 시골 일노래를 만화로 그리는 작가는 있을까? 해녀 한살이를 만화로 빚는 만화가는 있을까? 그런데 일본에는 있다. 일본에서는 농사짓는 ‘흙’만을 이야기하는 만화도 있으며, 꽤 여러 사람이 여러 갈래로 그리기까지 한다. 《노다메 칸타빌레》를 그린 니노미야 토코코 님은 《그린》이라는 만화책을 그린 적 있는데, 《그린》은 시골살이를 그린 만화이다. 한국에서는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간 사람들이 더러 ‘시골에서 흙 만지는 삶’을 만화로 그리기는 하지만, 정작 시골을 무대로 삼아 만화를 그리는 작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다.


  더 따지면, 만화가뿐 아니라 사진작가나 글작가 또한 시골에 삶터를 두면서 작품을 선보이는 일이 매우 드물다. 모두들 도시에서만 산다. 되도록 서울에서 살려 하고, 서울이 아니면 부산, 부산이 아니면 대구나 인천쯤에서 살려 한다. 이러니, 글작가이건 그림작가이건 사진작가이건 만화작가이건 모조리 도시 이야기만 그릴 뿐이다. 교수와 학자와 작가 모두 도시에서 살며 도시 이야기만 그리는데, 이런 이야기조차 울타리가 대단히 좁다.


  《아기와 나》 같은 만화책을 그리자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삶을 깊이 헤아려야 할 뿐 아니라, 나어린 동생을 돌보는 어린이(초등학생) 넋까지 두루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일본 샤미센’을 만화로 그리자면, 이 악기를 또 얼마나 깊고 넓게 헤아리면서 살펴야 할까. 어설픈 지식으로는 그릴 수 없다. 어줍잖은 쥐대기 정보로 섣불리 건드리면, 누구라도 쉽게 알아챈다.


  새롭게 배우면서 그리는 만화이기에, 이와 같은 만화책을 읽으면서 한결 넓으면서 깊은 넋과 눈길을 익힌다. 마음을 쉬면서 만화책을 읽고, 새힘 천천히 되찾으면서 우리 아이들과 즐겁게 살아갈 길을 새삼스레 생각해 본다. 아름다운 눈빛으로 만화를 그리는 이웃이 한국과 일본에 있어, 이 고마운 분들이 베푸는 선물을 기쁘게 받아 느긋하게 누린다. 4347.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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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에 갇힌 풀

 


  얼음에 갇힌 풀을 본다. 꽁꽁 얼어붙었을까. 얼음이 녹아도 이 풀은 다시 살아날까. 꽁꽁 얼어붙으면서 그만 넋을 잃었을까. 얼음에 갇힌 채 어서 따순 봄이 돌아오기를 기다릴까. 겨울 추위에 뿌리까지 차갑게 얼어붙었을까. 눈이 덮이고 얼음에 갇히더라도 풀은 씩씩하게 살아남아 푸른 숨결을 고이 드리울까. 얼음조각 앞에 쪼그려앉아 한참 바라본다. 얼음에 갇힌 풀을 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어 본다. 4347.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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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3. 가슴속에 별들

 


나는 산들보라.
가슴속에 별들
작은 별 큰 별
둥근 별 세모 별
네모 별 뾰족 별
납작 별 다섯모 별
맑으면서 밝게
고우면서 하얗게
눈빛 밝히는
우리 마음속 별들
너를 사랑해.

 


2014.1.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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