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배달부 키키 1 - 홀로서기를 시작한 키키 마녀배달부 키키 1
가도노 에이코 지음, 하야시 아키코 그림, 권남희 옮김 / 소년한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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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47

 


마음을 적시는 고운 노래 한 가락
― 마녀 배달부 키키 1
 가도노 에이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권남희 옮김
 소년한길 펴냄, 2011.10.25.

 


  만화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가 있습니다. 만화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를 보면, 어린 마녀 키키가 새로운 삶터를 찾아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데, 어린 마녀 키키가 내려앉은 삶터는 커다란 도시입니다. 만화영화에서는 커다란 도시를 온갖 빛깔로 보여줍니다. 원작인 동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테두리에서 만든 만화영화일 테지만, 원작에서 엿보이는 사람들 눈빛과 삶빛은 만화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마녀 키키는 ‘도시가 좋아’서 도시로 가지 않아요. ‘바다가 가까우면서 숲이 있고 사람들이 사랑스레 살아가는 마을’을 꿈꿉니다. 그런데, 만화영화에서는 이러한 삶빛과 사랑빛보다는 고빗사위라든지 도시 물결이 드러나도록 꾸몄어요.


.. 재채기약을 만드는 마법은 아무래도 키키의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성미가 급해서인지 약초를 길러서 잎과 뿌리를 잘게 다져 푹 삶는 일은 아무리 배워도 잘하지 못했지요. “이렇게 또 하나의 마법이 사라져 버리는 건가.” … 키키는 엄마가 마녀니 자신도 그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가 되고 싶은 게 될 거야.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해.’ … “마녀인 나도 모른다는 게 이상하지만, 캄캄한 밤과 정적이 사라진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조금이라도 밝거나 소리가 나면 산만해져서 마법을 잘 사용할 수 없다고.” ..  (13, 17, 28∼29쪽)


  사람은 저마다 다르니, 같은 원작을 놓고서 저마다 다른 만화영화를 그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달라, 같은 시골에서 살더라도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그리겠지요.


  그런데, 만화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는 동화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다루는 아주 커다랗고 뜻있는 대목을 너무 덜거나 뺐어요. 동화 《마녀 배달부 키키》를 읽으면, 어린 마녀 키키가 어머니한테 들려주는 “엄마, 나 좀 생각해 봤는데 마녀는 말이야, 빗자루만 타고 다니면 안 될 것 같아. 물론 배달 일을 하다 보면 바빠서 날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걸어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230쪽)?” 같은 이야기가 흐르는데, 이런 이야기가 만화영화에는 안 나옵니다. 어린 마녀가 하늘을 나는 기쁨과 바람노래와 숲내음을 얼마나 좋아하고 아끼는가 하는 이야기가 동화책에 한결같이 흐르는데, 막상 만화영화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하나도 안 나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어린 마녀가 홀로서기를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지만, 이 줄거리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마녀가 살아온 곳은 ‘시골’이요 ‘숲’이었다고, 키키네 어머니 고키리 씨가 키키한테 이야기해 줍니다. 마녀들은 숲이 노래하는 곳에서 온갖 마법을 쓰면서 아름답게 살아왔다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지구별이 자꾸 달라지면서 문명이 생기고 기계가 늘면서, 마녀들이 마법을 하나둘 잃거나 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키키네 어머니가 키키더러 ‘너무 복닥거리는 도시’로는 가지 않기를 바란 까닭도 이 때문이겠지요. 너무 시끄러운 곳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너무 바쁜 나머지, 마녀도 다른 이웃도 제대로 살피지 못합니다. 너무 바쁘지 않은 사람일 때에 비로소 마녀를 돌아볼 수 있고, 이웃도 제대로 살필 줄 압니다. 바쁜 삶이 아닌 사랑하는 삶일 때에 마녀뿐 아니라 작은 풀벌레와 숲짐승도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 “아직 어린애구나. 하지만 빗자루는 장난감이 아냐. 언젠가 엄마 빗자루도 낡을 거야. 그럼 그때, 키키 마음에 드는 걸로 해. 그때는 너도 어엿한 마녀가 돼 있을 테니까.” … “키키, 성가시게 자꾸 말하는 것 같지만 마을은 잘 골라야 해. 가게가 많다거나 흥청거린다거나, 그렇게 겉으로 보이는 느낌으로 결정하는 건 신중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해. 큰 마을에는 너무 바빠서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뿐이니까.” … 키키의 고향 사람들은 마녀와 사는 걸 기뻐해 주었습니다 ..  (24∼25, 31, 49쪽)


  도시 한복판에서는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기 어렵습니다. 아니, 도시 한복판에서 나무노래를 들으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해요. 도시 한복판에 서면 나무가 노래를 하는지 마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자동차 소리에 시달리고, 북적거리는 사람들 떠드는 소리와 손전화 소리가 그득합니다. 나무를 쳐다볼 틈이 없고, 나무를 떠올릴 말미가 없습니다. 골목에서도 우악스럽게 달리는 자동차를 살피느라 마음을 못 놓습니다. 늘 조마조마하지요. 늘 바쁘지요. 늘 어지럽지요. 늘 어수선하지요.


  이런 데에서 숲노래를 누가 생각할까요. 이런 도시에서 숲빛을 누가 살필까요. 이런 도시에서 숲사랑과 숲삶을 누가 꿈꿀까요.


.. 키키는 겨우 한 움큼의 햇살이 세상을 이렇게 아름답게 바꾼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감동했습니다 … 부드러운 봄바람이었습니다. 얼굴에 그 바람을 맞는 순간, 키키는 돌처럼 딱딱했던 기분이 스르륵 풀리는 걸 느꼈습니다 … “하늘을 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오소노 씨가 날고 싶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  (38, 68, 91쪽)


  시골에서 지낸다고 숲노래를 듣지는 않습니다. 오늘날 시골에서는 도시에 있는 자동차 못지않게 시끄러운 경운기와 트랙터가 있습니다. 경운기가 한 번 지나가면 그야말로 귀가 따갑습니다. 아무런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요. 경운기가 지나가면 새가 지저귀거나 풀벌레가 노래하는 소리를 모두 짓밟습니다.


  소를 부리며 들일을 하던 옛 흙일꾼은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풀과 흙을 만졌습니다. 소가 풀을 뜯는 곁에서 들일을 하던 옛 흙일꾼은 풀벌레가 날며 나비가 춤추는 바람을 마시면서 풀과 흙을 보살폈습니다.


  오늘날 흙일꾼은 기계를 만지고 기름내음을 맡습니다. 오늘날 흙일꾼은 비닐을 만지고 농약을 다룹니다. 오늘날 흙일꾼은 텔레비전을 보고 소주를 들이붓습니다. 숲을 아끼려는 흙일꾼이 자꾸 자취를 감추어요. 숲을 돌보려는 흙일꾼이 시나브로 사라집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어도 시골을 아끼며 흙을 만지려는 어린이나 젊은이는 좀처럼 안 나타납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시골로 가서 흙을 만지겠다는 꿈을 키우는 어린이나 젊은이는 거의 없습니다. 대안학교를 다니는 아이 가운데에 “내 꿈은 농사꾼이에요!” 하고 말하는 아이가 있나요? 농업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 가운데 “나는 즐겁게 흙을 만지겠어요!” 하고 노래하는 아이가 있나요?


.. 세찬 바람 속에서도 물 속에서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부드럽고, 심지가 단단하고, 강한 빗자루를 염두에 두고 나뭇가지를 골랐습니다 … 키키와 지지는 가게로 돌아가려고 다시 하늘을 날았습니다. “키키, 사례는 받았어?” 지지가 말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렇게 즐거운 경험을 했는데 더 이상 뭘 바라.” … “이거 조개껍데기지? 바다는 이런 색이니?” 고키리 씨가 물었습니다. “응, 그 조개는 새벽 바다 색깔과 닮았네.” ..  (109, 213, 229쪽)


  동화책 《마녀 배달부 키키》(소년한길,2011) 첫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어린 마녀 키키는 학교를 안 다녔습니다. 어린 마녀 키키는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면서 늘 사랑을 배웠습니다. 사랑을 받고 나누면서 사랑을 꽃피우는 삶을 일구었습니다.


  어린 마녀 키키는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마녀 집안 피’를 알뜰히 사랑하면서, 스스로 씩씩하게 홀로서기를 합니다. 마녀 아닌 ‘여느 사람’인 또래 아이들은 모조리 학교를 다닙니다. 또래 아이들은 모조리 학교를 다니면서 회사원이 되거나 공무원이 될는지 몰라요. 마녀 키키는 마녀 집안에서 이어온 대로 마녀가 돼요.


  하늘을 날지요. 마을사람을 마음으로 따사로이 돌보는 일을 하지요. 이웃사람 누구나 꿈을 잃지 않도록 북돋우고, 사랑을 잊지 않도록 일깨워요.


.. “키키, 꼭 돌아와야 해. 우린 이웃집에 마녀가 살아서 정말 행복하단다.” … 언제부터 천방지축 말괄량이 빗자루가 이렇게 능숙하게 날게 된 걸까요. 키키는 새삼 그 사실을 깨닫고 놀랐습니다 … “엄마, 나 좀 생각해 봤는데 마녀는 말이야, 빗자루만 타고 다니면 안 될 것 같아. 물론 배달 일을 하다 보면 바빠서 날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걸어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 걸어 다니다 보면 싫어도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잖아? 오소노 씨를 만난 것도 걸어가다였어. 그때 슬퍼하면서 날기만 했더라면 난 어떻게 됐을지 몰라.” ..  (224, 225, 230쪽)


  마음을 적시는 고운 노래 한 가락을 듣습니다. 긴긴 겨울이 저물고 새봄이 찾아들려는 요즈막, 우리 시골집 둘레로 온갖 노래가 새롭게 퍼집니다. 긴긴 겨울날, 우리 집 처마 밑 빈 제비집에 살짝 깃들던 딱새 두 마리는 다시 숲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도 가끔 처마 밑으로 찾아와서 노닐곤 하는데, 딱새는 딱새 노래를 곱게 베풀어 줍니다. 박새도 참새도 까치도 까마귀도 멧비둘기도 저마다 새삼스레 노래를 들려줍니다. 누렁조롱이도 고운 노래를 들려주고 해오라기와 청둥오리도 맑은 노래를 들려주어요.


  곳곳에서 씩씩하게 움트는 봄꽃 따라 천천히 푸른 빛으로 물들면, 이 푸른 들판마다 풀벌레가 하나둘 깨어나겠지요. 겨우내 잠들던 풀벌레는 새봄에 새빛으로 예쁜 이야기를 속삭이겠지요. 사월이 지나면 제비가 돌아와 제비 노래를 들려줄 테고요.


  우리 이웃들이 가끔은 자가용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빌어요. 천천히 거닐면서, 아이 손을 잡고 골목을 겉고 들길을 거닐면서, 하늘바라기를 하고 하늘숨을 마실 수 있기를 빌어요. 들풀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다가 목청껏 맑은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빌어요.


  대중노래를 불러야 노래가 되지 않아요. 지난날에는 누구나 스스로 일노래 사랑노래 자장노래 놀이노래를 불렀듯이, 오늘날에도 우리들은 스스로 가락을 짓고 노랫말을 붙여서 우리 삶을 노래 한 가락으로 밝힐 수 있어요. 삶노래를 사랑스레 부르면서 활짝 웃을 수 있어요. 4347.2.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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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회 아재는 왜 ‘판검사’ 못 되었는가

 


  오늘 낮 읍내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고흥 농민회 아재를 여럿 만났다. 농민회 아재들은 우리 아이를 보고는 “유치원에 안 가재라?” 하고 묻고는, “유치원에 가야 규율에 길들면서 판검사가 될 텐데라.” 하고 덧붙인다. 그러고는 “우리도 어릴 적에 규율에 길들지 않고 살아서 이렇게 판검사가 안 되었제라.” 하고 마무리짓는다.


  우스갯소리로 들려준 이야기인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그렇다.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규율과 규칙에 길들거나 갇힌 아이들은 시험성적이 잘 나온다. 시험성적이 잘 나와 이름값 높은 대학교에 들어가면, 돈값 높은 일터로 가곤 한다. 판사도 되고 검사도 되며 정치꾼이나 대통령이 되기도 한다.


  규율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신나게 뛰놀던 아이들 가운데에도 학교에서 시험성적 잘 나오는 아이가 있을 테고, 이름값 높은 대학교에 가는 아이가 있을 테며, 판사나 검사가 되는 아이가 있으리라. 그렇지만 아주 드물다고 느낀다. 신나게 놀며 자라던 아이가 재미없게 판검사 되는 길을 걸으리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다만, 신나게 놀며 자라던 아이가 판검사가 된다면, 판검사 일을 신나게 놀듯이 하겠지.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우리 집 아이들은 아주 개구쟁이로 논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뛰고 달리며 노래하고 소리지른다. 가만히 앉지 않는다. 이 아이들은 유치원은커녕 학교에도 갈 수 없다. 뛰노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에, 책상맡에 꼼짝 않고 앉아서 한 시간 두 시간 …… 이렇게 보내지 못한다. 어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아이들을 하루 내내 뛰놀도록 하는가. 어느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가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도록 가르치는가.


  나는 우리 집 아이들이 판검사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우리 집 아이들이 국회의원이나 군수나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우리 집 아이들이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 집 아이들은 스스로 아름다운 빛이 되고 고운 사랑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집 아이들은 저마다 맑은 꿈과 밝은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규율을 만든 사람은 사람들을 가두려 한다. 규칙을 만든 사람은 사람들을 얽매려 한다.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은 서로를 아낀다. 꿈을 좋아하는 사람은 서로 어깨동무를 한다.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이웃 모든 아이들이 사랑과 꿈을 바라보면서 까르르 웃고 뛰놀 수 있기를 빈다. 온누리 아이들 모두 ‘회사원’이나 ‘공무원’ 아닌, 착하고 참다우면서 아름다운 숨결로 살아갈 수 있기를 빈다. 4347.2.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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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4-02-13 10:49   좋아요 1 | URL
시골에서 사시는 많은 분들이 결국 '자녀 교육' 때문에 도시로 이사하는 경우를 오랫동안 정말 많이 봐왔어요. 저희 부모님께서도 고향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으시다가 우리 형제들이 서울로 계속 진학하자 결국 남은 동생들을 데리고 서울로 이사하셨구요. 그게 벌써 30년 전 일이네요.

수년 전 저와 함께 '백두산'을 함께 다녀온 대학친구 한 녀석은 오래 전에 시골에 가서 살기로 작정하고,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훌쩍 '일산'을 떠나 지리산 실상사 부근에서 터를 잡았었는데, 고작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자녀 교육' 때문에 다시 일산으로 되돌아왔어요.

많은 부모들이 더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대도시로, 심지어는 '기러기 아빠'를 감수하고 해외 유학까지 보내는 현실을 감안하면 함께살기 님과 같은 경우는 참으로 놀라운 예외가 아닐까 싶네요.

파란놀 2014-02-13 11:30   좋아요 1 | URL
'더 좋은'을 누구나 생각할 텐데,
무엇이 '더 좋은'인지까지
깊이 헤아리는 분은 드물지 싶어요.

'대학교에 더 잘 붙는'이라든지
'회사나 공공기관 취직이 더 잘 되는'을 살피는
'더 좋은'이라면,
이런 것은
아이가 아닌 어른이 욕심으로 꾀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생각해 보면,
아이 못지않게
저도 즐겁게 놀고 싶어서
시골로 왔구나 싶어요 ^^

oren 2014-02-13 11:59   좋아요 1 | URL
자식 교육을 위해 아예 살림을 큰 도시로 옮기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더 깊은 학문을 위해 이나라 저나라로 유학을 가고 오는 것도 또한 흔한 일이고요. 그런데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이 해체되는 수준의 노고'를 감수하고 해외 유학에 올인하는 경우는 저 역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더 큰 배움을 위해 머나먼 유학길에 오른 경우는 수천 년 전부터 있어왔던 극히 자연스런 일이겠지만, 자식 교육 때문에 '이민'도 아닌, '기러기 아빠'만 홀로 머나먼 고국에 남겨둔 경우는 인류 역사상 일찌기 유례가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저 또한 처사촌 가족들이 미국에서 오래 터를 잡고 살고 있는 덕분(?)에 하마터면 졸지에 '기러기 아빠'가 될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극구 '저항'하는 바람에 간신히 그런 처지를 면한 적이 있는데, 요즘엔 아이들만 해외에 남겨두고 결국 우리나라로 되돌아오는 경우를 주변에서 무척이나 자주 보게 됩니다.

미국에서 30년 이상을 살았던 처남도 작년에 (거기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만 남겨두고 한국으로 되돌아 왔던데, 이곳에선 살기가 무척 힘들다고 자주 하소연을 하더군요. 미국에서 목사를 하다가 돌아와 신학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도무지 '학생들의 마인드'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데가 너무나 많다고 말입니다.

파란놀 2014-02-13 12:44   좋아요 1 | URL
앞으로는, 아니 이제부터는
아이들도 살리고 어른들도 살도록
'도시나 시골'이라는 금긋기를 넘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터전'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서
서로 즐겁게 꿈꿀 수 있기를 빌어요.

이렇게 해야지 참말 아름다운 이야기로
온누리가 빛날 테니까요.

교육은 아이들만 할 일이 아니라,
어른도 누구나 새로 배우는 만큼
즐겁게 배우고 가르치는 길을 찾아야 하리라 느껴요.
 

산들보라 공 던지며 활짝

 


  천천히 새 놀이를 익히는 산들보라가 이제 공을 좀 던질 줄 안다. 얼마 앞서까지, 그러니까 며칠 앞서까지 공을 던져도 앞으로 못 던지고 머리 위로 던지기만 하더니, 이제는 앞으로 공을 휙 던질 줄 안다. 공을 앞으로 휙 던지면서 재미난 줄 알아챈다. 천천히 자라는구나. 천천히 하나씩 하면서 배우겠지. 너희들은 놀면서 자라는 어린이란다. 4347.2.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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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와 글쓰기

 


  글을 쓰면서 어깨가 결리거나 아픈 적이 아직 없다. 스무 해 남짓 글을 쓰는 동안 어깨가 결리거나 아플 일이 아직 없다. 내가 쓰는 글은 스스로 좋아서 쓰는 글이기에, 어깨가 결리거나 아플 수 없겠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일을 맡아서 해야 할 적에는 가끔 어깨가 결리거나 아프곤 한다. 이를테면, 요 석 달 즈음 서울시 공문서를 손질해 주는 일을 맡아서 도와주는데, 이 일 때문에 어깨가 참 결리고 아프다. 어제와 그제는 어깨가 아파서 아야아야 소리가 절로 나왔고, 오늘도 아픈 어깨를 주무르고 만지면서 쉬엄쉬엄 지낸다.


  스스로 좋아서 쓰는 글이라면, 하루에 원고지 삼백 장을 쓰더라도 어깨가 아플 일 없으리라 느낀다. 스스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꾸역꾸역 써야 하는 글이라면, 하루에 원고지 석 장을 쓰더라도 어깨뿐 아니라 팔다리와 손목 모두 쑤시거나 아프리라 느낀다.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하면 여러 시간 자전거를 달리더라도 힘들다고 느끼지 않는다. 다만, 다리에 힘이 풀리기는 한다. 즐겁게 다니는 마실이니, 다리에 힘이 다 빠지더라도 ‘힘들다고는 안 느낀’다. 아이들을 안고 어르면서 지내온 나날 또한 힘든 적이 없다고 느낀다. 우리 아이들 따사롭고 사랑스러운 빛을 듬뿍 받거나 나누니, 아이를 안거나 업으며 여러 시간 걸어도 ‘땀은 많이 흘리’지만 ‘힘들다는 생각에 잠긴 일은 없’다.


  써야 할 글을 즐겁게 써야지. 읽어야 할 책을 즐겁게 읽어야지. 사랑으로 밥을 지어 사랑스레 먹어야지. 사랑스럽게 노래를 부르고 활짝 웃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워야지. 4347.2.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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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 코코 아기 코알라 코코 시리즈 1
페라 드 바커르 지음, 이은석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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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43

 


주고받으면서 즐거운 사랑
― 코알라 코코
 페라 드 바커르 글·그림
 이은석 옮김
 문학동네 펴냄, 1999.7.10.

 


  아이들은 따스한 어버이 품을 좋아합니다. 졸릴 적에도 안아 주기를 바라고, 힘들 적에도 안아 주기를 바랍니다. 노래하거나 책을 읽을 적에도 안고 함께 노래하거나 책을 읽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어버이 품에 안겨 따스하고 즐겁습니다. 어버이도 아이를 안으며 따스하고 즐겁습니다. 추운 겨울날, 아이를 안고 서로 따스하며 즐겁습니다. 더운 여름날에도 아이를 안고 살살 부채질을 하면서 함께 땀을 식힙니다. 안기는 아이 못지않게 안는 어버이가 따스하면서 즐겁습니다. 안기려는 아이는 안는 어버이한테 따스하면서 즐거운 마음을 베풀어 줍니다.


.. 코코는 꼭 껴안아 주고 싶은 코알라예요. 코코도 엄마에게 꼬옥 안기고 싶어해요. 하루 종일 말이에요. 하지만 그러면 안 돼요. 엄마는 바쁘거든요 ..  (3쪽)

 


  사랑받으면서 즐겁습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할 적에 즐겁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면서 즐겁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즐겁습니다. 사랑받는 이는 사랑받아 즐겁고, 사랑하는 이는 누군가를 사랑해서 즐겁습니다.


  선물을 받으면서 기뻐요. 누군가한테서 선물을 받으며 기뻐요. 그리고, 선물을 하면서 기쁩니다. 누군가한테 선물을 하면서 기쁩니다. 받을 때 못지않게 줄 적에 기쁩니다.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서로 기쁩니다.


  삶이란 주고받음이라고 할까요. 가는 말이 고우면서 오는 말이 곱듯, 콩을 심은 곳에 콩이 나듯, 사랑이 따사롭게 흐르고 아름다운 꿈이 넉넉하게 흐릅니다. 고운 이야기가 새록새록 자라고, 예쁜 웃음꽃이 활짝 피어납니다.


.. “아이, 나도 할 수 있어.” 코코는 개구리를 따라 펄쩍 뛰었어요. 하지만 코코는 개구리보다 훨씬 무겁잖아요. 연꽃 이파리를 밟자마자 ..  (17쪽)


  페라 드 바커르 님 그림책 《코알라 코코》(문학동네,1999)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새끼 코알라는 어미 코알라한테 찰싹 달라붙으면서 지냅니다. 어미 코알라는 새끼 코알라를 꼬옥 안으면서 지냅니다. 그런데, 그림책에서는 어미 코알라가 ‘다른 할 일이 있어 바쁘다’고 나옵니다. 어미 코알라가 새끼 코알라를 안아 줄 수 없는 때가 있다고 나와요. 아무래도, 사람살이에 빗대느라 이렇게 그렸구나 싶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어버이들은 바깥일을 많이 하니, 바깥일을 하느라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지 못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코알라한테 빗대어 들려주려는구나 싶습니다.

 


.. “근데 코알라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코코는 시무룩하게 말했어요. 그러자 엄마가 코코를 끌어안았어요. “우리가 잘하는 게 뭔지 아니? 바로 꼬옥 껴안는 거야.”  ..  (25쪽)


  예부터 어느 겨레에서나 어버이는 아기를 등에 업고 집일도 하고 바깥일도 했습니다. 아기를 포대기로 업고는 절구를 찧고 베틀을 밟았습니다. 할 일이 많더라도 어버이가 아기를 떼놓고 다니는 일이 없었습니다. 할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늘 아기를 돌보거나 건사하면서 일을 했어요.


  곰곰이 헤아려 보니,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어른들이 하는 일은 ‘아기나 아이를 곁에 두고 할 수 없’습니다. 교사로 일하는 어른이 아기나 아이를 교실에 함께 두고서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해요. 회사원으로 일하는 어른이 아기나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회사일을 하지 못해요.


  아기나 아이는 어버이하고 억지로 떨어진 채 지내도록 하는 오늘날 사회입니다. 아기나 아이가 어버이 사랑과 따스한 품을 누리지 못하도록 떨어뜨리고는 ‘복지’와 ‘교육’을 한다고 내세우는 오늘날 문명이요 문화입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누려야 할까요. 아이들은 무엇을 받아야 하나요. 아이들은 사랑 아닌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어버이가 아이한테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없도록 하는 얼거리라면, 이러한 얼거리는 우리한테 얼마나 아름답거나 즐거울까요.


  사람도 코알라도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갑니다. 사람도 코알라도 어버이가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림을 가꿉니다. 사람도 코알라도 어버이와 아이가 서로 안고 보듬으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주고받으면서 즐거운 사랑을 꽃피울 때에 삶이 환하게 빛납니다. 4347.2.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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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2-12 22:32   좋아요 0 | URL
"아기나 아이는 어버이하고 억지로 떨어진 채 지내도록 하는 오늘날 사회입니다. 아기나 아이가 어버이 사랑과 따스한 품을 누리지 못하도록 떨어뜨리고는 ‘복지’와 ‘교육’을 한다고 내세우는 오늘날 문명이요 문화입니다"


맞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 가장 소중한 것이 내 팽개쳐지는 일. ~~

그래서 슬픕니다.


파란놀 2014-02-12 23:54   좋아요 0 | URL
모두들, 무엇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를 헤아릴 수 있다면...
육아복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깨달으리라 느껴요.

나라에서 유치원 보육비를 줄 노릇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아이와 살아가는 어버이들이
조금 더 느긋하고 평화로우면서
즐겁게 삶을 일구어야 하지 않으랴 싶어요.

하양물감 2014-02-13 08:31   좋아요 0 | URL
생각하게 하네요.
제가 읽었다면, 아마도 아이에게 혼자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을텐데...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아이가 학교에서 나오면 제 직장으로 데려와 함께 있다가 퇴근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공간이라는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파란놀 2014-02-13 11:28   좋아요 0 | URL
오, 아주 좋겠네요.
그렇게 아이가 어머니 아버지 곁에서 함께 하루 일을 마무리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일이란, 학교에서보다 훨씬 크고 넓은
무언가를 배우도록 한다고 느껴요.

아이도 어른도 언제나 '혼자'이면서
서로를 아끼고 살아가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굳이 떼어놓지 않아도
스스로 '혼자' 살 길을 찾는구나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