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며
신자와 도시히코 글, 아베 히로시 그림, 유문조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61

 


우리는 모두 별빛
― 별을 보며
 신자와 도시히코 글
 아베 히로시 그림
 유문조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09.2.3.

 


  두 아이를 잠자리에 누입니다. 불을 끕니다. 두 아이 사이에 눕습니다. 등허리를 펴고 누우니 온몸이 우두둑우두둑 하루 내내 애썼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피어납니다.


  오른쪽에 누운 큰아이가 나를 부릅니다. “노래 불러 줘요.” 그래, 부르마. 노래를 부르면 듣는 너희도 즐겁고 부르는 나도 즐겁지. 노래를 두 가락쯤 부를 무렵, 집 바깥에서 어떤 소리가 납니다. 무슨 소리일까? “조용히 해 봐.” 10초 남짓 귀를 기울입니다. 아닌가?


  “무슨 일이야?”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린 듯했거든.” “그래? 바람이 부는 소리인가 봐.” 큰아이 말대로 바람소리일는지 모르지만, 내 귀에는 틀림없이 이 저녁에 개구리가 노래하는 소리가 가늘게 들린 듯했습니다. 포근한 볕과 바람이 감도는 고흥 시골마을에서는 개구리가 깨어날 때가 되었거든요. 마침 엊그제 비가 촉촉히 내려 논에 물이 고였고 웅덩이도 곳곳에 생겼습니다.


.. 언제나 별은 있었다 ..

 


  다시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를 부르다가 끊어집니다. 스르르 잠들었습니다. 노래가 끊어진 줄 깨달은 큰아이가 나를 다시 부릅니다. “노래 더 불러 줘요.” “응? 그래, 그래.” 다시 노래를 부릅니다. 겨우 끝까지 마칩니다. “노래 더 불러 줘요.” “알았어.” 새로 다른 노래를 부르다가 두 마디쯤에서 또 스르르 잠듭니다. 큰아이는 나를 다시 깨우고, 나는 다시 노래를 부르다가, 또 끊어지고, 어찌저찌 네 가락쯤 더 부른 뒤 “벼리야, 이제 자꾸 잠이 쏟아져서 못 부르겠다. 자야겠어.” 하고 말합니다. 큰아이는 스스로 노래를 한 가락 부르고는 조용합니다. 다 함께 잠드는 저녁이 됩니다.


.. 하늘의 별을 보며 / 우리들은 자란다 ..

 

 


  밤에 아이들이 깨어나 쉬가 마렵다 하면 쉬를 같이 누입니다. 쉬를 누인 뒤 쉬통을 비우러 마당으로 내려서면 밤하늘이 언제나 별잔치입니다. 구름이 낀 날에도 구름 사이로 비추는 별빛이 곱습니다.


  누군가 우리 식구한테 ‘왜 도시에서 안 살고 시골에서 사나요?’ 하고 물으면, 곧잘 ‘별을 보려고요.’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도시에서도 별을 볼 수 있잖아요?’ 하고 되묻는데, 이때에 ‘시골에서는 별잔치예요.’ 하고 다시 말합니다.


  다른 식구들보다 나 스스로 별을 보고 싶어서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또, 우리 아이들이 별빛을 누리기를 바라며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앞으로 아무 전깃불 없이 깜깜한 보금자리를 꿈꾸면서 우리 땅을 늘리려 합니다. 별을 누릴 수 있기에 시골이고, 별빛과 함께 새근새근 잠들기에 시골이에요. 별과 함께 노래하니 시골이며, 별웃음으로 하루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니 시골입니다.


  신자와 도시히코 님 글에 아베 히로시 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별을 보며》(문학동네,2009)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참말 별빛입니다. 참으로 별꿈입니다. 숲에서도 남극에서도 들판에서도 모두 별노래입니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별이고, 우리 가슴에도 별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별을 보며 자랍니다. 해님도 별이고 달님도 별입니다. 지구도 별이고 우리 몸뚱이도 별입니다. 다 함께 별이 되면서 빛납니다. 다 같이 별빛으로 어우러지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별꾳을 느끼고, 저 먼 곳에서 포근하게 드리우며 찾아오는 별살을 맞아들입니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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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를 보면 그리고 싶다

 


  두 아이와 살아가며 그림을 곧잘 그린다. 날마다 그리지는 못하고, 이레에 한 차례조차 못 그리기도 한다. 집에 있을 적에는 온갖 집일을 헤아리다가 그만 그림을 못 그리곤 하지만, 바깥마실을 다니면 집일을 ‘안 해도 된다’는 느긋한 마음이 되어 이웃집에 크레파스가 있는지 두리번두리번 살피곤 한다. 아이 있는 이웃집이라면 으레 종이와 크레파스가 있고, 종이와 크레파스를 빌려서 큰아이와 함께 한동안 그림놀이를 한다.


  그림놀이를 하는 동안 언제나 마음속에 사랑과 평화가 흐른다. 이런 멋진 놀이를 어른들 누구나 즐긴다면, 우리 삶자락은 얼마나 아름답게 빛날 수 있을까. 아이와 마주보고 서로 그림을 그리면, 우리 보금자리는 얼마나 사랑스레 거듭날 수 있을까.


  과외교사나 가정교사를 들여야 하지 않는다. 그림학원에 보낸다든지 그림교사를 붙여야 하지 않는다. 방과후학교에서 배운다든지, 어떤 전문가를 찾아가야 하지 않는다. 집에서 누구나 어버이 스스로 아이하고 즐기면 된다.


  화가가 되도록 그림을 가르칠 일이 없다. 나중에 아이가 스스로 바라면 화가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작가가 되도록 글을 가르칠 일이 없다. 나중에 아이가 스스로 바라면 작가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시골 흙지기가 되기를 바라며 호미질이나 삽질이나 가래질을 가르치거나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 집 아이들이 시골 흙지기가 되어도 아름답겠지. 그러나, 어떤 앞길이든 아이들이 스스로 맡을 몫이지, 어버이가 이래라 저래라 시키거나 이끌 수 없다.


  대학교에 잘 들어가도록 초·중·고등학교를 보낸다면, 아이들 마음이 얼마나 다치고 힘들까 헤아려 본다. 대학교는 가도 되고 안 가도 된다. 아이들은 회사원이 되어도 되고 안 되어도 된다. 아이들은 1등을 해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즐겁게 배우면서 사랑스레 나눌 줄 알면 된다.


  이웃집 마실을 하면서 으레 크레파스를 손에 쥔다. 이웃 아이 크레파스를 만지면, 이웃 아이가 그림을 얼마나 즐기는가 알 수 있다. 이웃 어버이는 으레 ‘난 그림 못 그려요.’ 하고 말하는데, 스스로 ‘못 그린다’고 생각하니 참말 못 그린다. 그러면 나는? 나는 잘 그리거나 못 그린다는 생각이 없다. ‘그리고 싶을’ 뿐이다. 꿈을 그리고 사랑을 그리면서 마음 가득 평화를 누리고 싶어서, 크레파스를 보면 ‘따로 아이를 부르지 않고’ 나부터 스스로 조용히 그림을 그린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면 아이들이 언제나 옆에 달라붙어 내 그림을 구경하다가 저희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종이를 가져온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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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노래순이

 


  고흥집에서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놀이동무 민진이네에 놀러갔다.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 뵈러 마실한 김에 서로 만났다. 동생과 함께 셋이 잘 놀다가 사름벼리는 문득 혼자 서서 노래를 부른다. 왜 노래를 부르지? 그야 부르고 싶으니 부르지. 노래가 절로 터져나오니 부르지. 아랫배에 힘을 주고 씩씩하고 우렁차게 노래를 부른다. 고흥집에서라면 더 크고 더 힘차게 불렀을 테지만, 어른들이 목소리를 살짝 낮추라 하니 살짝 낮추어 곱게 부른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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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19] 정치

 


  숲에서는
  정치를 하는 목숨 하나 없으나
  다 함께 잘 산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기에 정치가 안 된다고 느낍니다. 대통령이 있기에 나라살림을 말아먹고, 국회의원이 있기에 세금을 훔친다고 느낍니다. 학교에서 반장이라고 수업을 안 들어도 되거나 빠져도 되지 않아요. 다 똑같이 배우고 함께 살면서 ‘반장 자리는 돌아가면서 누구나 할’ 뿐입니다. 누구나 다 돌아가면서 맡는 자리이니 전담제여야 할 까닭이 없고, 연금을 받아야 할 일이 없습니다. 대통령도 텃밭을 일굴 노릇이고, 국회의원도 자전거와 버스를 탈 노릇입니다. 공동체이니 공화제이니 민주주의이니 사회주의이니 따질 일은 없습니다. 숲을 보면 되고, 바다에서 배우면 돼요. 풀과 나무와 새와 벌레와 짐승은 정치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람과 바닷물과 물고기와 물풀과 흙은 정치로 살아가지 않습니다. 함께 잘 살려면, 이름표도 은행계좌도 권력도 모두 내려놓고 그야말로 함께 땀흘리며 웃고 노래하면서 살아야지요.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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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용 님이 새 만화를 내놓았다. 지난 2013년 8월에 1권을 선보였으니 올 2014년에는 2권을 선보일 수 있을까. 해방 언저리부터 천천히 흐르는 삶을 보여주려 하는 만화책 《영년》에 나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무엇을 바라보면서 어떤 길을 걸어간다고 할 만할까. 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길일까, 껍데기일 뿐인 마을살이라는 허울을 송두리째 보여주면서 제 밥그릇을 챙기면 넉넉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길일까. ‘나라란 무엇인가?’를 묻는 만화라고 하는 《영년》은 한자 ‘零年’으로 적는다. 한국말사전에 없는 이 낱말을 고전용어사전에서 찾아보니 “태음력으로 말하는 한 해”라고 풀이한다. 그러니까, 그냥 “한 해”라는 소리이다. 한 해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온갖 이야기로 엮는다는 뜻이 될까. 해방 언저리, 한국전쟁 언저리, 전쟁 뒤끝 언저리, 여러 독재자 언저리, 수없는 역사 흐름에서 “한 해” 사이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거나 흔들린다. 즐거움이 슬픔이 되고 아픔이 웃음이 된다. 사랑이 괴로움이 되고, 미움이 살림살이로 바뀌기도 한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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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년 1
박흥용 지음 / 김영사on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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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1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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