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볼 수 없는 여린 몸으로 태어난 아이가 무럭무럭 자란다. 아버지는 사고로 일찍 죽고, 어머니가 홀로 여린 아이를 돌보며 살아간다. 어머니도 씩씩하게, 아이도 튼튼하게 살아가려고 함께 도우며 힘쓴다. 어머니는 아이한테 아름다운 바람을 알려주고 싶다. 어머니 손이 아닌 아이 손으로 아이가 스스로 싱그러운 바람맛을 누리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머니는 가슴이 아파도 가만히 지켜본다. 앞을 볼 수 없는 아이가 스스로 두발자전거로 운동장을 달릴 수 있을 때까지 지켜보기만 한다. 아이도 끝까지 참고 견디면서 드디어 두발자전거를 달린다. 살아서 숨쉬는 목숨인 줄 느끼고, 살아서 사랑하는 숨결인 줄 배운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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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자전거를 탔어요!- 시각 장애아 미유키의 자전 동화
카리노 후키코 그림, 이노우에 미유키 글, 이정선 옮김 / 베틀북 / 2002년 4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2014년 03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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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작은아이가 ‘장난감’을 찾는다. 응? 웬 장난감? 온 집안이 너희 장난감으로 넘치잖아? 자는방에 너랑 누나가 갖다 놓은 장난감도 있잖아? “쉬 마렵니?” “응.” “그럼 바지 내리렴.” 작은아이 오줌을 받은 통을 들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바지 올리고.” 풀밭에 작은아이 오줌을 뿌린 뒤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빛이 그득하다. 별자리를 하나하나 헤아려 본다. 서양이름으로 된 별자리를 읊다가, 이 나라 옛사람은 저 별마다 어떤 이름을 붙였을까 그려 본다. 나라마다 겨레마다 별자리를 다르게 가리켰겠지. 나라와 겨레마다 별자리 이름이 서로 다르겠지. 모두 같은 별자리를 놓고 서로 다른 사랑스러운 이름을 붙이며 살아왔겠지. “보라야, 안아 줄까?” 작은아이가 졸린 듯해서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말없이 고개를 폭폭 가슴에 처박는다. 싱글싱글 웃기도 하고 손가락놀이를 한다. 문득 손가락을 쥐어 내 코에 댄다. 음, 그렇구나. “자, 손발 씻으러 가자. 벼리야, 너도 손발 씻자.” 작은아이 양말을 벗기고 소매를 걷는다. 작은아이부터 발과 손을 씻긴다. 작은아이는 바지를 내려 주고 소매는 스스로 내리라고 말한다. 큰아이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소매를 걷을 줄 알며, 다 씻고 나서 스스로 천으로 물기를 훔친 뒤 다시 소매를 내릴 줄 안다. “아버지, 양말은? 빨아?” “얼마나 신었어?” “많이.” “그럼 빨자.” “보라 꺼는?” “보라 양말 저기 있잖아.” “없어.” 큰아이가 방으로 콩콩 달려가더니 “보라야, 양말 줘, 빨아야지.” 작은아이는 그새 제 양말을 가져가서 혼자 신은 듯하다. 그렇구나. 작은아이도 이제 혼자 양말 신고 벗는 재미를 익혔구나. 발을 씻고 웬 양말을 다시 신니. 잠자리에 눕힌 뒤 작은아이더러 “자, 잘 때에는 양말을 벗자.” 하고 이야기하니 스스로 벗는다. 이불을 여민다. 빨래를 방에 옷걸이에 꿰어 넌다. 모두 잘 자렴. 즐겁게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새롭게 놀자.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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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이 부는 고흥바람

 


  월요일 새벽부터 금요일 낮까지 다닌 바깥마실을 마치고 금요일 저녁에 고흥에 닿는다. 곁님이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 버스역으로 마중을 나온다. 곁님은 금요일마다 저녁에 읍내에서 대금을 배운다. 저녁에 고흥읍에 닿아 두 아이를 넘겨받는다. 나는 택시를 불러 집으로 돌아가고, 곁님은 대금을 신나게 불겠지. 택시가 구비구비 돌아 우리 시골집으로 가는 동안 싱그러운 저녁바람을 쐰다. 조용하고 포근하면서 별잔치가 이루어지는 우리 집으로 간다. 바깥마실을 하면서 만나는 아름다운 이웃들도 즐겁고, 시골집에서 아이들과 별노래를 부르면서 웃는 삶도 즐겁다. 나무들아 잘 있었지? 풀들아 잘 자랐지? 옆밭 갓은 많이 자랐네. 뒤꼍 매화꽃은 얼마나 터졌을까. 모두 새근새근 자고, 이튿날 아침부터 새롭게 놀자. 잘 다녀왔습니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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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거둔 내 사진기렌즈

 


  여러 해 즐겁게 잘 쓴 내 사진기렌즈가 그제 저녁에 숨을 거둔다. 여러 해 쓰는 동안 참 고맙게 잘 썼다. 이 렌즈를 쓰는 사이 내 디지털사진기 두 대가 숨을 거두었다. 그러니, 이 렌즈는 참 오랫동안 무척 많은 사진을 나한테 베풀어 준 셈이다. 얼마나 고맙고 애틋한가.


  그러께 형이 나한테 선물한 다른 렌즈가 하나 있다. 형이 준 렌즈가 있어, 사진을 못 찍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렌즈 쓰임새가 달라, 어떤 모습을 찍어야 할 적에는 찍지 못한다. 사진은 이럭저럭 찍지만 찍어야 할 사진을 모두 찍지는 못한다. 렌즈를 하나 새로 장만해야 하는구나. 숨을 거둔 렌즈는 우리 사진책도서관 한쪽에 곱게 모셔야겠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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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3-21 14:14   좋아요 0 | URL
에공 많이 아쉬우시겠어요

파란놀 2014-03-21 20:45   좋아요 0 | URL
디지털사진기는 5만 장쯤 찍으면 자연스레 목숨이 다 되곤 해요.
렌즈도 비슷하답니다. 그런데 이번 렌즈는 10만 장 남짓 찍었으니
아주 오랫동안 저하고 한몸이 되어 주었어요.
고맙고 고맙답니다.

아무튼 수리비 견적을 알아보기는 해야겠지만
(예상 수리비 견적이 25만 원이라서...)
이대로 고이 우리 사진책도서관에서 쉬도록 해야지 싶어요.

참 애틋합니다...
 

바위타기 놀이 1 - 바위타기는 즐거워

 


  일곱 살 큰아이가 아버지를 부른다. “나 저기 올라가고 싶어.” 그럼 올라가야지. 씩씩하게 바위를 탄다. 그리 높지 않은 바위이지만 아이한테는 아주 다르게 보이는 높은 벼랑길일는지 모른다. 네 살 작은아이는 누나 뒤를 좇는다. 누나는 씩씩하고 야무지게 올라간다. 네 살 동생은 아직 어렵다. 그러나 누나 못지않게 따라가고 싶어 영차영차 기운을 낸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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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3-21 11:22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정말 많이 컸어요

파란놀 2014-03-21 20:57   좋아요 0 | URL
날마다 쑥쑥 자라며 씩씩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