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 갓잎쌈 먹기


  “벼리야, 풀 먹었니?” “헤헤헤. 음, 나는 이렇게 싸서 먹어야지.” 조그맣게 썬 갓잎에 밥을 살짝 얹어 말아 쥔 뒤 입에 넣는다. 사름벼리가 풀밥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아이들이 풀쌈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 볼 수 있겠구나 싶다. 이제껏 너무 투박하게 밥상을 차렸으니, 한결 예쁜 빛이 감돌도록 밥차림을 어루만져야겠다고 느낀다. 4347.3.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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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야 풀밥 잘 먹자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찾아들면서 ‘우리 집 풀’을 다시금 먹을 수 있구나. 다른 어느 먹을거리보다 가장 맛나면서 싱그러운 ‘우리 집 풀’을 잘 먹자. 너희들 똥오줌이 스며들기도 한 흙에서 자라는 풀이란다. 너희들 웃음과 노래를 듣고 싹을 틔우고 고개를 내민 풀이란다. 즐겁게 풀밥을 먹고는 힘차게 풀똥을 누면서 사랑스레 풀놀이를 하자. 4347.3.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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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과 눈물샘

 


  이 책은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저 책은 눈물샘이 솟습니다. 웃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책을 읽습니다. 울면서 이야기밭에 씨앗을 심는 책을 읽습니다. 웃음이 피어나기에 책입니다. 눈물이 샘솟기에 책입니다. 웃음은 웃는 이야기요, 눈물은 우는 이야기입니다. 꽃은 싱그럽게 피어나서 누렇게 시듭니다. 풀은 짙푸르게 노래하다가 살며시 흙으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웃음과 눈물이 갈마듭니다. 살아가면서 노래와 잠이 갈마듭니다. 살아가는 동안 밥을 먹고 똥오줌을 눕니다. 살아가는 동안 사랑하고 꿈을 꿉니다. 마음으로 스미는 책은 생각을 가꾸고 기운을 북돋우며 삶을 살찌웁니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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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4. 2014.3.23.ㄱ 책읽기 시늉

 


  누나가 책에 빠지면 저랑 같이 놀지 않는다. 누나가 책을 들여다보면 저는 들여다보지 않는다. 언제나 저랑 신나게 뛰어노는 누나인데, 어째 책만 손에 쥐면 책나라에 옴팡 젖어들어 저랑 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나 곁으로 걸상을 끌어다가 만화책 하나 척 펼치고 앉았으나 네 살 산들보라는 책을 넘길 마음이 없다. 보다못한 나머지 턱을 만화책에 괴고 누나를 쳐다본다. 끙. 괴롭네. 그런데 어쩌겠어? 너 혼자 뛰놀면 되지. 너도 곁에서 책돌이가 되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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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책읽기

 


  서른 몇 해 앞서부터 수선화라는 꽃이 남모르게 마음으로 들어왔다. 몇 살 적에 수선화를 처음 보았을까. 국민학교 다니며 교사 책상에 놓인 수선화를 본 일이 있는데, 더 어릴 적에도 보았을는지 모른다. 푸른 꽃대에서 조그맣게 꽃망울이 맺히는가 싶더니 어느새 꽃잎을 펴고는 풀줄기와 다르게 샛노랗게 빛나는 잎사귀가 무척 남다르구나 하고 느꼈다. 아니, 수선화라는 꽃을 보고 나서 꽃이란 이렇게 어여쁘게 벌어지는 빛이로구나 하고 깨달았다.


  작은 꽃대에서 커다란 꽃이 피어난다. 눈부신 꽃잎에서 맑은 내음이 흐른다. 열매를 사람이 먹지 않고 꽃송이를 바라보기만 하면서 배가 부르고 마음이 넉넉하다.


  수선화를 처음 깨달은 날부터 ‘꽃집’이 따로 있는 까닭을 알았다. 수선화를 처음 마음으로 담은 때부터 ‘꽃다발’을 선물하거나, 집안에 ‘꽃그릇’을 두는 까닭을 알아차렸다.


  우리 집 마당에 수선화를 옮겨 심으려고 여러 차례 해 보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서재도서관 한쪽에 수선화가 자라네. 비료도 뭣도 아무것도 안 주는 자리에 수선화가 저 스스로 씩씩하게 피고 지네. 그래, 우리 서재도서관은 1997년까지 초등학교였지. 초등학교 문간에 심은 수선화였을 텐데, 학교가 문을 닫고 열 몇 해가 지났어도 수선화는 저 스스로 씩씩하게 피고 지는구나. 저 스스로 맑은 꽃내음을 풍기면서 이곳을 밝히는구나. 예전에 수선화가 이곳에 알뿌리 하나만 있지 않았겠지. 곳곳에 있었겠지. 아직 다른 곳에서는 수선화를 못 보았다. 어쩌면 다른 수선화는 모두 죽고 이 아이만 살아남았을 수 있다. 수선화 둘레를 얼기설기 휘감은 등나무 덩굴줄기를 치운다. 등나무야, 이곳에서 수선화가 곱게 살아가도록 이쪽으로는 뿌리도 줄기도 뻗지 말자. 4347.3.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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