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말은 ‘우동’이고 한국말은 ‘가락국수’인데, 이제는 이런 말을 따지면 괜히 골이 아프기만 하다. 깊이 생각하거나 살피는 사람이 없으니까. 아무튼, 일본 어느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우동여자’가 있고, 이 우동여자를 바라보는 ‘그림남자’가 있다. 그림남자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대학교에 왔고, 처음에는 주머니가 후줄근해서 가장 값싼 우동만 먹었으나, 차츰 우동여자한테 빠져든다. 우동여자는 말없이 일만 하다가 어느 날부터 그림남자를 자꾸자꾸 마주치면서 마음 한쪽에 둔다. 두 사람은 무엇을 좋아할까. 두 사람은 무엇을 좋아할 수 있을까. 사람이 만나는 이음고리는 아주 작은 데에 있다. 사람이 서로 다투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징검돌 또한 아주 작은 데에 있다. 우동 한 그릇으로 만나거나 헤어지거나 사랑하거나 웃을 수 있어도 즐거운 삶일 테지. 4347.3.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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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여자
에스토 에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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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06. 나락 말리는 가을에

 


  나락 말리는 가을에 시골길을 달리는 군내버스는 나락내음을 싣고 달린다. 마을마다 길바닥에 나락을 말리느라 부산하고, 군내버스는 이 마을과 저 마을을 돌면서, 다 다른 마을에서 다 다른 할매와 할배가 거둔 나락마다 곱게 풍기는 내음을 담아 고흥군을 한 바퀴 돈다. 왜 찻길에 나락을 말리느냐고 따질 수 있을 테지만, 나락을 말리는 할매와 할배가 군내버스를 타는 손님이다. 군내버스가 태울 할매와 할배는 나날이 줄어든다. 길바닥에 나락을 더 말리지 못한다면, 군내버스에 탈 할매와 할배도 사라지고 만다는 뜻이 될 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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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05. 가을억새 버스

 


  겨울을 앞둔 늦가을 들길은 고즈넉하다. 들은 벼를 모두 베어 텅 빈다. 그러나 들이 비었다고 할 수 없다. 마늘을 심은 논이 있고 유채씨를 뿌려 이듬해 경관사업을 하는 논이 있다. 무엇보다, 벼를 베었어도 흙이 있으며 들풀이 살몃살몃 고개를 내미니까 ‘비었다’고 할 수 없다. 빗물에 흙이 쓸려 시멘트도랑에 흙바닥이 생기면 억새가 씨앗을 날려 자란다. 지난날에는 시멘트도랑 아닌 흙도랑이기만 했을 테니 가을억새 물결이 훨씬 곱고 커다랐으리라 생각한다. 고작 열 해 앞서만 하더라도 훨씬 출렁대는 가을빛 밝은 길을 시골버스가 달렸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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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04. 버스 냄새 나

 


  아이들이 버스만 지나가면 “아이, 버스 냄새.” 하고는 코를 싸쥔다. 자동차 지나가는 일이 아주 드문 두멧시골에서 살다 보니, 어쩌다 마주치는 버스가 있어도 ‘자동차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군내버스를 타도 택시를 타도 늘 ‘자동차 냄새’를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서 코를 싸쥐고는 웃는다. 좋구나. 그런데 무엇이 좋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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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그마니

 


  살그마니 책을 한 권 장만한다. 책값은 그리 비싸지 않다. 아니, 싸다면 싸지만 싸지 않다면 싸지 않다. 아무튼, 즐겁게 읽은 책이기에 기쁘게 새로 장만한다. 나는 같은 책을 두 권 건사하고 싶지 않으나, 즐겁게 읽은 책은 가끔 한두 권 더 장만한다. 왜냐하면, 즐겁게 읽은 책은 나 혼자만 가슴에 품기에 너무 아깝다고 할까 애틋하다고 할까, 아무래도 이웃과 나누기 힘들기 때문이다. 새책방에서 언제나 구경하거나 장만할 수 있는 책은 굳이 두어 권 건사할 까닭이 없다. 새책방에서 사라진 아름다운 책이기에 틈틈이 더 장만하려고 한다. 틈틈이 장만하고 나서 살그마니 봉투에 담아 우체국에서 부친다. 택배로 부치면 이튿날에 바로 날아가지만, 일부러 소포로 부친다. 요즈음은 소포가 날아가자면 꽤 여러 날 걸리지만, 살그마니 장만한 책을 살그마니 부쳐서 살그마니 받도록 하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곤 한다.


  지난주에 만화책 하나를 살그마니 장만했다. 지난달에 즐겁게 읽은 만화책인데, 판이 끊어진 책을 헌책방에서 만났다. 왜 이 만화책이 이렇게 빨리 판이 끊어졌나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이달에 뜻밖에 다시 한 권 만났다. 그동안 ‘이런 만화책이 있는가 없는가 모르는 채’ 살았는데, 한 달 사이에 두 권을 만났으니 놀랍다.


  한 권은 서재도서관에 둔다. 한 권은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이웃님한테 부치기로 한다. 언제나 맑은 마음이 되고, 늘 밝은 생각을 살찌우면서, 이 책 하나에서 고운 넋을 받아들여 활짝 피우는 꽃웃음으로 지내는 길에 길동무가 되면 좋으리라 꿈꾼다. 오늘 우체국에 가서 부친 책은 다음주에 닿겠지. 아무쪼록 반갑게 소포꾸러미를 받으시기를 빈다. 4347.3.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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