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다가 웃는 아이



  산들보라가 지난밤에 자면서 까르르 웃는다. 두 차례 웃는다. 자다가 까르르 웃는 소리를 듣고는 갑자기 잠이 깬다. 벌떡 일어나서 두리번거리는데 깜깜한 밤이다. 뭔 일인가 하고 살피니, 산들보라가 자면서 웃는 소리였다. 너 참말 꿈에서 즐겁게 노는구나. 그래, 그렇게 하면 재미있지. 잠을 일찍 자면 그렇게 신나는 일이 있단 말이야. 4347.8.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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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머리카락



  머리숱이 그리 안 많은 채 태어났습니다. 우리 식구 가운데 왜 나만 머리숱이 적을까 하고 생각하며 어릴 적부터 여러모로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머리숱이 적어서 힘들 일이란 없을 수 있어요. 가만히 보면, 내가 머리숱이 적다고 해서 누가 나를 쳐다볼 일이 없으며, 내 머리카락 숫자를 셀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내 적은 머리숱을 쳐다볼는지 몰라’ 하고 혼자 생각할 뿐입니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자꾸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면서 ‘숱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 이렇게 빠지면 어떡하나’ 하고 여겼습니다.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면서 거울을 들여다보면 참말 머리숱이 훨씬 줄어들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이렇게 머리숱 걱정으로 살던 어느 무렵, 아마 서른 살 언저리였을 텐데, 머리숱이 줄고 줄어 자꾸 줄면 ‘머리카락을 다 밀고 살면 되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머리숱이 자꾸 줄어든다고 걱정할 일 없이, 머리숱이 줄어들면 민머리로 살면 됩니다.

  그러고는 이때부터 거울을 안 보고 삽니다. 집에도 거울을 안 둡니다. 나는 내 머리숱도 안 보지만, 내 낯도 안 봅니다. 내 몸도 안 봅니다. 머리숱이라는 데에 마음을 빼앗길수록 정작 내 모습이 무엇인지를 놓친다고 느꼈어요.

  이렇게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문득 한 가지를 알아차렸습니다. 많이 줄었구나 싶던 머리숱이 꽤 늘었습니다. 그렇다고 머리카락이 수북해지지는 않았으나, 예전에는 가까운 이웃이나 동무가 “머리숱이 많이 줄었네.” 하고 말하곤 했는데 “얘, 네 머리숱 다시 늘었네.” 하고 알려주었습니다.

  내 손등과 발등을 뒤덮은 사마귀하고 똑같은 일이었습니다. 손등에 돋은 사마귀는 들여다보고 건드릴수록 늘어날 뿐입니다. 손등에 돋은 사마귀는 안 들여다볼 뿐 아니라 잊어버리면 사라집니다. 머리숱이 줄어든다고 걱정하면서 자꾸 쳐다보니 머리숱은 차츰 나한테서 사라집니다. 머리숱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스스로 걸어갈 길을 즐겁게 걸어가면 머리숱이 돌아옵니다. 4347.8.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내 마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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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8.24. 큰아이―좋아요



  그림엽서 뒤에 짤막하게 글을 지어서 사름벼리한테 건네면, 사름벼리는 이 쪽글을 공책에 옮겨적는다. 어느 때는 공책 한 쪽을 넘기고, 어느 때는 공책 한 쪽을 못 넘긴다. 공책 한 쪽을 넘기든 못 넘기든, 사름벼리는 남는 자리에 무언가 잔뜩 채운다. 사름벼리 스스로 가장 잘 알거나 좋아하는 말을 적는다. 사름벼리가 가장 자주 많이 적는 말은 “좋아요”와 “사랑해요”이다. 이 두 가지 말을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참으로 자주 쓰고 보여주었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아이 스스로도 이 말을 하면 할수록 저절로 피어나는 꽃이 있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좋아요” 하고 적는 글에서 ㅇ이 동글동글 춤을 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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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88. 2014.8.26. 새우볶음밥



  엊그제 읍내에 갔을 적에 산들보라가 갑자기 “새우! 새우!” 하고 외쳤다. 그래서 새우를 한 꾸러미 장만했다. 산들보라도 사름벼리도 새우를 퍽 잘 먹는다. 국에 넣건 밥에 넣건 야무지게 먹는다. 이 새우를 어떻게 차릴까 하고 생각하다가 밥을 볶아서 넣기로 한다. 먼저 다 된 국부터 밥상에 올리고, 동글배추를 채썰기 해서 올리고는, 오이를 올린다. 국에 담아 데운 두부를 썰고, 김을 자른다. 새우볶음밥은 살짝 뜸을 들이고 나서 올린다. 자, 너희가 노래노래 부른 새우를 넣은 볶음밥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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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가 책상 밑으로



  책상 밑으로 몸을 넣으면서 팔을 쭉 뻗는다. 무엇을 할까. 가만히 지켜본다. 한참 이렇게 있던 사름벼리가 그림책을 한 권 꺼낸다. 어라. 책을 꺼내려고 책상 밑으로 그렇게 몸을 넣었니? 책상을 끌면 될 텐데 참 어렵게 꺼내는구나. 그렇지만, 너는 이렇게 놀면서 꺼내고 싶었겠지. 4347.8.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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