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비행기



  자전거를 몰고 우체국으로 가다가 끼익 하고 세운다. 요 며칠 내내 듣던 ‘윙윙’ 소리가 무엇인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집안에서까지 이런 소리가 들려서 무슨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끊이지 않는 소리였는데, 알고 보니 항공방제 소리였다. 올해에는 들판에 ‘농약 치는 할배’ 모습이 거의 안 보이기에, 이 시골에서 농약바람이 좀 가시나 하고, 비가 잦아서 농약을 덜 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올해에는 농협에 돈을 내고 헬리콥터로 농약 뿌리는 일을 시킨 셈이었구나.


  비가 안 오는 날이면 하루 내내 윙윙 소리가 들리더니, 이 소리가 농약 치는 소리였다. 참으로 끔찍하다. 우리는 ‘마을 한복판’에서 사는데, 마을 한복판에서 지내는 일이 얼마나 무섭고 무시무시한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문득 묻는다. “아버지, 농약비행기야?” “응. 그래. 돌아가자.” 우체국 가는 길에 돌아간다고 해 본들, 어제나 그제 ‘농약비행기’가 농약을 뿌린 들길을 가야 하는 셈이지만, 오늘 농약을 뿌리는 곳에서는 벗어나야지. 눈이 따끔하다. 4347.8.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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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94. 2014.8.28. 책보다 잠자리



  만화책을 보던 사름벼리가 갑자기 만화책을 내버려 두고 동생 옆으로 붙는다. 동생이 잠자리를 보면서 외쳤기 때문이다. “누나! 저기 잠자리!” “어디? 어디?” 만화책보다 잠자리가 재미있다. 만화책 보기보다 잠자리 보기가 마음을 끈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도 누군가 “고양이가 마당에 있네.” 하고 말하면, 사름벼리는 만화책을 내려놓고 후다닥 마루문 앞에 붙어서 마당을 살피며 고양이를 찾으려고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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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말’ 16호 보내기 (사진책도서관 2014.8.2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소식지 《삶말》 16호를 이달 첫머리에 엮었다. 그런데 이달 들어 비가 거의 그치지 않고 내렸다. 비가 멎어 땅이 마른다 싶은 날은 주말이 끼어 우체국에 가지 못했고, 비가 안 온 여느 날에도 다른 일을 하느라 소식지를 도서관 지킴이한테 미처 못 보내면서 지냈다. 8월이 저물 무렵 비로소 봉투에 주소를 적어 우체국으로 간다. 빗물이 들을랑 말랑 하는 날에 자전거를 몰고 다녀온다.


  큰아이는 도서관에서 둘리 만화책을 꺼내어 읽는다. 골마루 나뭇바닥에 폴싹 주저앉는다. 우리 집 마루도 나뭇바닥이니, 도서관 나뭇바닥도 집과 똑같이 여겨 주저앉는다. 작은아이는 신을 벗고 맨발로 다닌다. 집에서 마룻바닥을 늘 맨발로 뛰어다니니, 도서관 골마루에서도 맨발로 뛰어다니고 싶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다. 도서관이라는 곳에서 아이들이 신을 벗고 맨발로 다닐 수 있으면 아주 좋겠구나. 바닥에 폴싹 주저앉아서 읽다가, 엎드려서 읽다가, 뒹굴면서 놀 수 있으면 아주 좋겠구나.


  아이들은 책만 읽으면서 지낼 수 없다. 삼십 분쯤 책을 읽었으면 삼십 분쯤 뛰놀 만하다. 어느 도서관이든 ‘책 읽는 자리’와 함께 ‘노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구나 싶다. 또는, 도서관 앞마당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으면 될 테고, 도서관 앞마당에 냇물이 흐르거나 샘물이 솟아, 아이들이 뛰놀다가 흘린 땀을 씻을 수 있으면 아주 좋으리라 느낀다.


  그나저나 비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올해 여름에는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이 이틀이나 사흘 내리 잇지 못하기 일쑤이다. 비가 잦으니 농약을 뿌리는 사람도 꽤 줄기는 했지만, 비가 잦은 만큼 비구름이 걷힌다 싶으면 어김없이 어디이든 농약을 뿌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쉰 해 넘게 농약치기에 길든 어르신들은 농약에서 벗어나기 힘들리라 느낀다. 스무 해나 서른 해 넘게 농약치기를 지켜보고 자란 시골 젊은이도 농약에서 헤어나기 어렵겠다고 느낀다.


  이는 도시에서도 엇비슷하다. 아름다운 삶이 아니라 쳇바퀴 얼거리에 갇힌 채 쉰 해 넘게 일에만 파묻힌 이들이 새로운 삶을 꿈꾸기 힘들다. 쳇바퀴 얼거리에 갇힌 채 일만 하는 어버이를 스무 해나 서른 해 남짓 보고 자란 젊은이가 새로운 사랑을 가슴에 품으면서 키우기란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라고 느낀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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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사람은 누구일까.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놓고 훌륭하다 말할 만할까. ‘-사’가 붙은 의사가 판사가 되어야 훌륭할까. 아니면 ‘-사’가 붙은 운전기사나 공장 정비사가 되면 훌륭할까. 어느 자리에 있는 사람을 놓고 훌륭하다고 하는가. ‘-부’가 붙는 농부나 가정부나 주부나 일용잡부는 안 훌륭한 사람이 될까. 표성배 님 시집 《기찬 날》을 천천히 읽는다. 시를 쓴 표성배 님이 공장 일꾼으로 지내면서 식구들을 먹여살리는 이야기를 곰곰이 읽는다. 표성배 님은 연장을 손에 쥐고 공장에서 돈을 버는 동안, 정작 이녁 아이들을 제대로 눈여겨보지 못했고, 아이들 손목을 쥐어 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아마 오늘날 수많은 노동자는 표성배 님과 비슷한 하루를 누리리라 느낀다. 그러면, 여느 노동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여느 노동자는 안 훌륭한 사람일까. 여느 노동자가 쓴 시는 안 훌륭한 시나 노래나 글일까. 4347.8.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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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날
표성배 지음 / 애지 / 2009년 7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2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8월 2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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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만에 책 한 권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에 걸쳐 책 한 권을 썼다. 꼭 닷새가 걸렸다. 원고지로 330장이 조금 넘는다. 이만 한 길이야 닷새가 아닌 하루나 이틀 동안 쓸 수도 있지만, 책 한 권으로 여밀 글을 닷새 만에 쓰기는 처음이다.


  그런데, 닷새 만에 글을 마무리짓고 출판사로 보내면서 온몸이 찌뿌둥하다. 달력에 적힌 날짜로는 닷새이지만, 내 마음이 느끼는 날짜는 다섯 살쯤이지 싶다. 다섯 달에 걸쳐서 쓸 만한 이야기를 딱 닷새에 걸쳐서 썼다.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참말 책을 이렇게 쓸 수 있는가?


  나는 ‘그렇다!’ 하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 마음을 스스로 이렇게 가다듬었기 때문이다. 지난 스무 해 남짓 꾸준히 하던 일을 돌아보면서 틀을 잡고 글머리를 여니, 입으로 말하듯이 글이 쏟아졌다. 다 쓴 글을 차근차근 되읽으면서 다듬느라 닷새가 걸렸지, 글을 쓴 겨를만 따지면 훨씬 짧은 사이에 글꾸러미를 마무리지었다.


  나 스스로 어떤 글을 썼는지 되새긴다. 나 스스로 어떤 삶을 누리는지 헤아린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아름답고 싶다면 아름다움을 생각할 때에 아름다운 빛이 퍼진다. 사랑스럽고 싶다면 사랑스러움을 그릴 적에 사랑스러운 숨결로 자란다. 공을 잘 차고 싶으면 그야말로 공을 다루는 솜씨에 모든 힘과 기운과 슬기와 마음과 숨결을 불어넣겠지. 나무를 깎아 걸상을 만들든, 나무를 베어 집을 짓든, 우리는 늘 온 힘과 슬기와 마음과 숨결을 기울일 노릇이로구나 하고 깨닫는다. 고마운 하루가 흐른다. 4347.8.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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