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아직은



꼭 끄태려고 하면

꼭 속으로

‘아직은 아닌걸’ 하는 소리가 들려


끝내려는 마음을 잊고서

손끝이 닿으면

‘어라 끝나네’ 싶으면서 다 돼


아직은

다 알 수 없으니

아마 이제부터 다시 하면서

앞으로 하나씩 알아가겠지


밤이 지나야

아침인걸


2026.3.18.물.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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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직업은?



첫봄이 깊어가는 열여드레에

전남 고흥 우리집 동박나무는

느긋이 자며 꽃봉오리도 작게

꿈길을 간다


새벽길과 아침길을 이어서

부산에 닿은 낮나절에

빗방울 따라 후두둑 떨어진

함초롬한 동박꽃을 줍는다


한 송이를 잎을 하나씩 떼어

천천히 씹고 삼킨다

꽃과 나무와 비와 봄을 알려면

봄꽃을 기쁘게 손과 혀에 담는다


2026.3.18.물.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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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주식투자 안 합니다



  나는 지난 쉰 해 남짓 살면서 그루놀이(주식투자)를 안 했다. 이다음 쉰 해 남짓을 걸어가는 길에도 그루놀이는 할 마음이 없다. 나는 책놀이를 한다. 다만 ‘독서투자’는 안 한다. 그저 사읽고, 그저 쓰고 짓고, 그저 삶과 살림을 노래하는 작은이로 서는 하루를 맞이한다. 언제나 사읽고, 언제나 쓰고 나누고, 언제나 숲들메와 해바람비를 그리는 작은어른으로 눈뜨는 오늘을 헤아린다.


  책놀이를 하기에 책노래를 부른다. 책놀이를 즐기는 책벌레라서 책살림을 가꾼다. 책놀이를 함께하고 싶으니 책동무를 사귄다. 책놀이라는 씨앗을 심으려는 길이기에, 책동무한테 다가가서 고즈넉이 책이야기를 들려주고서 듣는다. 책놀이로 하루를 살아가기에 책읽기와 책쓰기를 가만가만 품는다. 책노래를 즐기려는 마음이기에 책씨를 심고서 책꽃을 피우는 길을 걸으려고 한다.


  나는 수레놀이(자가운전)를 안 한다. 걷는다. 늘 걷는다. 책짐을 질끈 어깨에 메고서 뚜벅뚜벅 걷는다. 걷다가 이따금 버스를 탄다. 걸으면서 쓰고 읽는다. 모처럼 버스를 타면 짐을 다 내려놓고서 살짝 눈감는다. 이윽고 눈을 뜨고서 새롭게 읽고 쓴다. 읽으면서 쓰고, 쓰면서 읽는다. 글을 읽으며 글을 쓰고, 바람을 읽으며 바람을 쓴다. 책을 읽으며 책을 쓰고, 별과 해와 비를 읽으면서 별과 해와 비를 쓴다. 곁님하고 보금자리를 돌보면서 보금숲 이야기를 읽고 쓴다. 두 아이랑 보금자리를 가꾸면서 보금살림 이야기를 읽고 쓴다.


  책벌레는 글벌레이기도 하다. 글벌레는 풀잎과 꽃잎과 나뭇잎이 흐드러진 들숲메를 보금자리로 삼는다. 책벌레는 차근차근 잎내음을 맡고서 잎물을 고이 받아들인다. 푸른책을 눈여겨보고 푸른글을 쓰려고 마음을 쓴다. 이제 오늘부터 모든 나날을 푸른날로 삼아서 푸른집을 짓고 가꾼다. 짙푸르기에 책벌레에 글벌레이다. 풀벌레가 짙푸른 잎사귀를 갉으면서 ‘풀밥(채식·비건)’이듯, 책벌레에 글벌레는 ‘푸른밥’을 누리고 푸른살림을 지으며 푸른노래를 부르니, 푸른꽃이 피고 지면서 푸른씨를 맺고, 푸른바람을 일으킨다.


  나는 볕바람을 후끈후끈 누린다. 나는 찬바람을 꽁꽁꽁 즐긴다. 살갗이 타면 까무잡잡하게 여름을 노래한다. 살갗이 트면 끙끙 앓고서 슬며시 일어난다. 여름에는 여름비가 씻는 하늘을 바라본다. 겨울에는 겨울비가 깨우는 들꽃을 돌아본다. 봄에는 봄비가 다독이는 흙빛을 쓰다듬는다. 가을에는 가을비가 달래는 씨앗을 손바닥에 얹는다. 철마다 다르게 흐르는 빛줄기를 헤아린다. 철철이 새롭게 드리우는 빛살을 품는다.


  같이 걸을까? 함께 볕바라기랑 해바라기랑 비바라기로 놀까? 나란히 별빛을 나누는 오늘을 그릴까? 나는 신나게 놀고서 집으로 돌아가. 너는 신바람으로 달리고서 집으로 뛰어가.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하루를 사랑하지. 우리는 모두 벌레야. 잎갉이를 하는 애벌레가 긴긴 허물벗기를 잇다가 마침내 스스로 실을 뽑아서 고치를 틀면 새근새근 잠든 다음에 날개돋이를 하듯, 책벌레에 글벌레인 너랑 나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하는 하루로 살아내다가 폭 잠들면 어느 날 시나브로 나래돋이를 하면서 눈뜨지.


  구름이 짙어도 해는 너머에 있어. 별이 돋아도 해는 너머에서 비춰. 구름이 걷히니 한결 눈부신 낮이야. 비가 개고 나면 별자리가 가득가득 넘실거려. 넌 어디에서 무엇을 하니? 난 여기에서 바람을 기다려. 넌 오늘 무엇을 하니? 아직도 그루놀이(주식투자)를 하니? 겉치레 같은 책치레(독서투자)를 하니? 이제부터는 살림노래와 책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기를 바라. 오늘부터는 풀노래와 들노래를 같이 부르기를 바라. 앞으로는 별빛노래와 씨앗노래를 사랑하며 나란히 자라나기를 바라. 2026.2.28.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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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패닉panic



패닉 : x

panic : 1. (갑작스러운) 극심한 공포, 공황 2. (크게 우려하여) 허둥지둥함, 공황 상태

パニック(panic) : 1. 패닉 2. (→恐慌) 3. (지진·화재 등이 났을 때의) 혼란 상태



영어 ‘panic’을 영어 낱말책은 ‘공포·공황’으로도 풀이하는데, 우리말을 헤아리자면 ‘넋나가다·넋빠지다·넋잃다·넋뜨다·넋비다·넋가다’나 ‘넋뜨기·넋빈이·넋간이’로 풀어낼 만합니다. ‘얼나가다·얼빠지다·얼잃다’나 ‘얼간이·얼뜨기·얼뜨다·얼빈이·어비·에비’로 풀 수 있어요. ‘눈이 돌다·미치다·미친짓·미치광이’나 ‘돌아이·똘아이·또라이’로 풀어도 됩니다. ‘허겁지겁·허덕이다·허덕허덕·허덕지덕·허둥지둥·허둥허둥·허둥대다’나 ‘허방지방·허우적이다·허우적허우적·헬렐레’로 풀어도 어울리고요. ㅍㄹㄴ



바로 패닉상태에 빠져 난동을 피우다

→ 바로 허둥지둥 수선을 피우다

→ 바로 허둥거리며 날뛰다

《문조님과 나 6》(이마 이치코/이은주 옮김, 시공사, 2005) 28쪽


패닉 상태에 빠져 꺅꺅거리다가 어찌어찌 돌려보낸 결과겠지

→ 넋이 나가 꺅꺅거리다가 어찌어찌 돌려보낸 탓이겠지

→ 얼이 빠져 꺅꺅거리다가 어찌어찌 돌려보낸 탓이겠지

→ 허둥지둥 꺅꺅거리다가 어찌어찌 돌려보낸 탓이겠지

《호오즈키의 냉철 18》(에구치 나츠미/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5) 13쪽


주로 하급생이 겁에 질려 패닉을 일으켰던 것 같다

→ 거의 낮은길이 무서워 넋나간 듯하다

→ 으레 밑배움이가 두려워 눈이 돈 듯싶다

《삼백초 꽃 필 무렵 3》(키도 시호/최윤희 옮김, 학산문화사, 20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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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정충 精蟲


 정충(精蟲)이 부족한 이유는 → 아빠씨가 적은 까닭은

 정충(精蟲)의 움직임이 활발해야 → 숫씨가 바지런히 움직여야


  ‘정충(精蟲)’은 “[생명] 생물의 수컷의 생식 세포. 사람의 경우 길이는 0.05mm가량이고 머리, 목, 꼬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운동성이 뛰어나다. 모든 후생동물과 은행나무, 이끼, 고사리류, 소철 따위에서 볼 수 있다 = 정자”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아빠씨’나 ‘숫씨·벗씨’로 고쳐씁니다. ‘씨·씨알·씨앗·알씨’로 고쳐써도 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정충’을 셋 더 싣지만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정충(??) : [한의] 심한 정신적 자극을 받거나 심장이 허할 때 가슴이 울렁거리고 불안한 증상 ≒ 정충증

정충(貞忠) : 절개가 곧고 충성스러움

정충(精忠) : 사사로운 감정이 없는 순수하고 한결같은 충성



나는 그것을 비상(飛翔)이라 생각했다. 황홀했다. 막 사정된 정충(精蟲)이었을까

→ 나는 난다고 생각했다. 간드러졌다. 막 나온 아빠씨였을까

→ 나는 나래짓이라 생각했다. 녹았다. 막 나온 벗씨였을까

《북양항로》(오세영, 민음사, 2017)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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