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두 개야


 옆지기가 말하기 앞서 나 스스로 느낀다. 아이는 어버이가 저를 나무라는 말까지 고스란히 따라한다. 아이는 저를 나무란다고 느끼지 못하기 일쑤이다. 아이는 저 스스로 잘못한 줄을 모르기 일쑤이고, 잘못한 줄을 모르기 일쑤이니 나무라더라도 나무라는 줄을 모르기 일쑤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나무라는 어른(어버이)이 잘못이다.

 아이가 잘못이 아닌 어른이 잘못이지만, 아이는 잘못한 어른이 다시금 잘못을 되풀이하더라도 예쁘게 함께 살아간다. 이러면서 꾸준하게 말을 건다. 언제까지 잘못을 되풀이하시겠어요?

 아이가 음성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일산 할아버지 할머니를 함께 만난다. 첫째가 네 살이 된 때에 이르러 비로소 네 분이 한 자리에 모인다. 늘 따로따로 마주하던 첫째는 네 분이 한 자리에 모인 한참이 지난 다음 한 마디를 한다. “할머니가 두 개야.”

 아이는 ‘개’라는 낱말을 잘못 썼다. 그러나 아이가 ‘개’를 잘못 썼으니 “할머니가 두 사람이야.” 하고 바로잡을 수 있으나, 이보다 아이 스스로 “할머니가 두 분 있는” 줄을 깨달은 대목을 반가이 여겨야지 싶다. 아이가 하는 말이야, 굳이 아버지가 나서지 않아도 두 분 할머니가 잘 타이르며 이끌어 주겠지. (4344.8.3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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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처럼 아이처럼 - 자녀교육, 예수처럼 사랑하고 아이처럼 생각하라
요한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블룸하르트 지음, 전병욱 옮김 / 달팽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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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에 앞서 어른부터 착해야지요
 [책읽기 삶읽기 75] 요한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블룸하르트, 《예수처럼 아이처럼》(달팽이,2011)


 “아파 보지 않아서 모른다” 같은 말을 듣거나 “아프지 않으니 알 수 없다” 같은 말을 들을 때처럼 가슴을 후벼파는 느낌이 드는 때는 드뭅니다. 다른 어느 말보다 ‘아픔’을 몸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마음이 열리거나 닿거나 기울지 않는 모습을 깨달을 때처럼 슬픈 일이란 없다고 느낍니다.

 몸이 몹시 아프거나 무너져서 꼼짝을 할 수 없을 때, 아픈 나는 아픈 누군가처럼 아픈 눈길과 아픈 눈높이로 살아갑니다. 아픈 눈길과 아픈 눈높이로 다문 하루를 살더라도, 아픈 눈길로 무엇을 볼 수 있고 아픈 눈높이로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를 깊디깊이 받아들입니다.

 아픈 눈길로 바라볼 수 있을 때라야 어린 눈길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픈 눈높이로 살아내려 할 때라야 푸른 눈높이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아프지 않을 때에도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이 없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맑거나 밝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몸이 아프지 않을 때에도 어린 눈길을 느끼면서 따스히 어루만지리라 생각합니다. 곧, 나 스스로 제대로 맑거나 밝은 마음이 되어 살아가지 못하기에, 나부터 내 몸이 몹시 아파서 괴롭거나 힘들 때를 닥쳐야, 비로소 어린 눈길을 헤아리고 푸른 눈높이를 톺아보는구나 싶어요.


.. 어린 아이들에게 뭔가를 요구하는데도 잘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이들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우리의 요구를 내려놓는 것이 마땅합니다 … 아이의 인격이 존중받지 못하고 어른들의 기질을 강요받게 되면 아이 양육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 … 아이들은 배우처럼 어른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할 줄 모르며, 어떤 진지한 것을 가지고 공허하지만 즐거움을 만들어 낼 줄도 모른다 … 수많은 아이들이 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예수의 방법이 아니라 부모들의 세속적이고 인간중심의 방식으로 양육받고 있다 … 부모인 여러분이 그리스도를 그저 성경과 종교 의식 속에서만 만나고 여러분 마음에 모시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그리스도께 이끌 수 없다 ..  (28, 36, 45, 72∼73쪽)


 돈이 넉넉한 삶, 이른바 가멸차거나 가면 삶일 때에는 나처럼 돈이 넉넉한 사람들이 누리는 삶을 헤아리거나 살피거나 느낍니다. 돈이 없는 삶, 그러니까 가난하거나 찢어지는 삶일 때에는 나처럼 돈이 없는 사람들이 부대끼는 삶을 돌아보거나 생각하거나 알아챕니다.

 자동차를 몰 때에는 자동차를 모는 다른 사람들 마음을 헤아립니다. 자전거를 탈 때에는 자전거를 타는 다른 사람들 느낌을 함께 나눕니다. 두 다리로 걸을 때에는 두 다리로 걷는 다른 사람들 꿈을 맞아들입니다. 바퀴걸상에 앉는다든지 한 자리에 꼼짝을 할 수 없다면 이제서야 걸을 수 없는 사람들 삶을 가슴으로 아로새깁니다.

 살아갈 때에 비로소 바라보면서 느끼고 껴안습니다. 지식을 쌓으며 안다 할 때에는 조금도 바라볼 수 없고 느낄 수 없으며 껴안을 수 없습니다.

 내 삶이 될 때에 ‘참다이 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삶이 아닌 지식일 때에는 ‘껍데기를 훑는다’고 말할 뿐, 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책을 읽을 때에는 지식이 늘지, 삶이 되지 않습니다. 한 줄을 읽더라도 온몸으로 부둥켜안도록 살아내야 비로소 안다 할 만해요. 한 줄조차 못 읽더라도 온몸으로 부둥켜안는 삶이 아름다워야 비로소 안다 할 만합니다. 백 권이나 천 권을 읽는다지만, 정작 내 삶을 하나도 고치거나 바꾸지 않는다면 하나도 모른다 할 만합니다. 책을 꾸준히 읽는 삶을 사랑하려면, 내 삶을 꾸준히 손질하면서 날마다 거듭나는 매무새가 되어야 합니다. 날마다 새롭게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날마다 읽는 책이란 얼마나 부질없을까요.


.. 아이는 ‘항상’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생각한다 … 아이는 방해받지 않고 행복함을 느낄 때 가장 고분고분해진다. 또한 마음이 안정감을 갖고 차분해진다 …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기대하지 말고 설사 많은 말썽을 일으키더라도 사랑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버릇없는 행동까지도 품어야 한다 …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  (34, 38, 49, 74쪽)


 누구한테든 날마다 새로 찾아오는 하루가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한테든 날마다 맞이하는 새날이 고맙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즐거운 일이 가득하다면 즐거운 일이 가득한 대로 반갑습니다. 고단한 일이 넘친다면 고단한 일이 넘치는 대로 고맙습니다.

 돈 500원이 없어 쩔쩔매는 살림은 돈 500원이 없어 쩔쩔매면서 반갑습니다. 돈 100만 원이 없어 괴로운 살림은 돈 100만 원이 없어 괴로우면서 고맙습니다. 보일러에 기름이 가득해 걱정없이 방바닥을 덥힐 수 있는 살림은 걱정없이 겨울나기를 하는 대로 반갑습니다. 애틋한 옆지기하고 입맞추는 사람은 애틋한 옆지기하고 입맞추는 대로 고맙습니다.

 못 누리거나 덜 누리는 사람 때문에 내가 누리는 삶을 부끄러이 여길 까닭이 없습니다. 더 누리거나 많이 누리는 사람 때문에 내가 못 누리는 삶을 남우세스러이 돌아볼 까닭이 없습니다.

 못 누릴 때에는 못 누리는 대로 좋습니다. 더 누릴 때에는 더 누리는 대로 좋아요. 모든 삶은 늘 돌아갑니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듯, 좋은 일이 있으니 궂은 일이 있어요. 좋은 일만 잇달지 않고, 궂은 일만 이어지지 않아요. 삶만 끝없을 수 없으며, 죽음만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언제나 아름다운 내 삶입니다. 늘 빛나는 내 삶터입니다. 노상 싱그러운 내 삶자락이에요.


.. 그저 아이들과 함께 놀아 주고 이야기하고 사랑하는 것 말고 더 필요한 게 무엇이겠습니까? … 아이들은 부모를 공경하고 존경해야 한다. 하지만 부모들도 마찬가지로 자녀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교육의 목표는 언제나 지배계급을 만드는 것이었다 … 아이가 아이로 살 때 아이는 행복하다 ..  (51, 65, 76, 110쪽)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한테 ‘배움 길잡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예수처럼 아이처럼》(달팽이,2011)을 읽습니다. 133쪽에 이르는 조그마한 책에 깃든 조그마하면서 단출한 이야기를 곰곰이 되새깁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아이하고 나눌 ‘배움 길잡이’는 얼마 안 됩니다. 아니, 얼마 안 된다기보다 꼭 한 줄입니다. “아이를 사랑하면서 살아가면” 돼요.

 아이가 나중에 돈벌이를 잘 하기를 바라는 일은 사랑이 아닙니다. 아이가 너덧 살에 한글을 떼기를 꿈꾸는 일은 사랑이 아닙니다. 아이가 어느 한 가지 운동경기를 뻬어나게 잘 하기를 꾀하는 일은 사랑이 아니에요.

 사랑이란 아이가 아이답게 살아가면서 아이다움을 예쁘게 누리도록 하는 일입니다. 아이가 하는 말을 마음으로 듣고, 아이가 보여주는 몸짓을 몸으로 들으며, 아이가 바라보는 눈길을 내 넋으로 받아들이는 일이어야 사랑입니다.

 《예수처럼 아이처럼》은 ‘예수처럼 사랑하고 아이처럼 생각하라’는 줄거리를 담습니다. 이런 지식 저런 사례를 알거나 따진대서 아이를 사랑할 수 없으며, 지구별과 온누리를 빚은 하늘님과 땅님 넋을 껴안을 길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착하게 살아가는 길을 밝힙니다. 참다이 어깨동무하는 삶을 들려줍니다. 아름다이 어우러지는 꿈을 보여줍니다. 아이를 낳은 어른부터 스스로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이 살아가면 됩니다. 아이만 착하기를 바라지 말고, 어른부터 착하면 됩니다. 아이만 예쁘기를 빌지 말고, 어른부터 예쁘게 살아내면 돼요.


― 예수처럼 아이처럼 (요한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블룸하르트 글,전병욱 옮김,달팽이 펴냄,2011.7.15./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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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안고 잠들기


 가슴에 책을 안고 잠들 수 있는 아이는 즐거울까. 놀고 또 놀며 다시 놀려고 하던 아이가 아주 모처럼 한낮에 책을 가슴에 꼬옥 안고 포옥 잠들었다. (4344.8.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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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숲 이야기 - 열두 달 자연 이야기 1-자연의 아이들
이름가르트 루흐트 지음, 김경연 옮김, 이은주 감수 / 풀빛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열두 달이건 열두 해이건 판에 박은 도시살이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8] 이름가르트 루흐트, 《열두 달 숲 이야기》(풀빛,2006)



 숲에서는 열두 달에 걸쳐 열두 빛깔 다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열두 달에 걸쳐 열두 빛깔 다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숲에서는 다달이 서른 갈래 새삼스레 다른 이야기가 자그맣게 이루어집니다. 다달이 서른 갈래 새삼스레 다른 이야기가 자그맣게 이루어지는 숲에서는 날마다 스물네 가닥으로 눈부시게 다른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삼백예순닷새라 하는 나날은 삼백예순닷새만큼 다릅니다. 가을 들머리를 맞이한 숲은 나뭇잎 끄트머리에 살며시 노란 물이 들고, 날마다 조금씩 노란 물이 넓어집니다. 퍽 늦게까지 푸른 빛깔을 뽐내는 나뭇잎이 있지만, 가을이 한창 깊을 무렵이면 모든 잎이 노랗게 물들다가는 톡 하고 떨어져 가랑잎이 됩니다.

 겨울에도 푸른 빛깔을 잃지 않는 나무가 있습니다. 언제나 푸른 빛깔이 싱그러운 나무가 있어요. 그런데 이들 푸른나무라 하더라도 봄에 가만히 바라보면 새로 돋은 잎사귀는 겨울을 난 잎사귀하고 풀빛이 달라요. 여름에도 풀빛은 사뭇 다르고, 가을로 접어들면 지난겨울을 이긴 풀빛과 새로 겨울을 맞이하려는 풀빛이 차츰 닮습니다. 그리고, 다 함께 겨울을 새로 나고 나면 거의 닮은꼴이 돼요.


.. 동물이 없는 숲을 상상할 수 있니? 분명 없을 거야. 다양한 식물들이 많이 자라는 곳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살아. 작은 동물일수록 더 많이 살지. 숲은 층층마다 동물들이 살 집을 마련해 두고 있어 … 식물과 달리 동물들은 가장 작은 것이 가장 중요해. 수사슴과 노루가 없어도 숲은 잘 유지될 수 있어. 하지만 땅을 뚫는 작은 동물, 예를 들어 지렁이 같은 동물이 없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단다 ..  (10쪽)


 숲에서는 숲바람이 붑니다. 바다에서는 바닷바람이 붑니다. 들에서는 들바람이 붑니다. 멧자락에서는 멧바람이 불겠지요.

 시골에서는 시골바람입니다. 도시라면 도시바람일 테지요. 그런데 도시에는 길가에 억지로 심은 나무 말고는 스스로 씨앗을 떨구어 스스로 뿌리를 내리어 스스로 줄기를 올리는 나무가 거의 없습니다. 도시에서는 나무들이 씨앗을 떨굴 흙이 거의 없습니다. 나무 아닌 여느 풀조차 도시에서는 삶자리를 찾기 빠듯합니다.

 어쩔 수 없지만, 도시는 나무가 살라 하는 곳이 아닙니다. 도시는 온갖 풀이 저마다 다른 풀빛을 뽐내라 하는 데가 아닙니다. 도시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라는 터가 아닙니다. 도시는 새들이 지저귀고 개구리가 우짖으며 풀벌레가 노래하라는 보금자리가 아니에요.

 도시는 오직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돈을 많이 쓰라 하는 마당입니다. 도시는 사람 아닌 목숨붙이는 발을 디디지 말라 하는 자리입니다. 도시에 수없이 뻗은 길은 자동차가 쉴새없이 빠르게 오가라는 줄기입니다. 도시에 길디길게 뻗은 길에서는 자전거조차 마음 놓고 오가기 힘듭니다. 도시 어디로든 이어진 길에서는 사람들이 두 다리로 걷기조차 벅찹니다.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도시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마련해서 더 많이 경제성장을 이루어 더 높이 물질문명을 이룩하려 할 뿐입니다. 숲속 푸른 그늘을 바라는 도시란 없습니다. 숲속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즐기려는 도시란 없습니다. 숲속 갖은 짐승들이 어우러지도록 하려는 도시란 없습니다. 산들바람이나 봄햇살이 드리울 수 없는 도시입니다. 무지개나 뭉게구름이 깃들 수 없는 도시예요.

 이 도시는 사람 많고 자동차 많으며 기계 많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어디에서나 쉽게 부대낍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다이 살라 하는 도시가 아닌 만큼, 이 도시에서 숱한 사람들한테 둘러싸였어도 누구나 외로움을 타고야 맙니다. 사람을 헤아리며 사람들이 사랑을 나누도록 이끄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숲에서 사는 대부분의 동물은 초식동물이야 … 동물들이 천적을 갖고 있는 것도 숲에게는 좋은 일이야 … 숲속의 동물들은 모두 다른 동물에게 양분을 나눠 주는 소중한 생물이야 ..  (11쪽)


 이름가르트 루흐트 님이 빚은 그림책 《열두 달 숲 이야기》(풀빛,2006)를 읽습니다. 《열두 달 나무 이야기》(풀빛,2006)하고 함께 나온 《열두 달 숲 이야기》는 열두 달에 걸쳐 숲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꼼꼼히 그려서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그림과 나란히 찬찬히 적바림한 글을 읽으면, 그림을 볼 때에 미처 짚지 못하거나 살피지 못한 대목을 구석구석 알뜰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식물들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 내는 유해 물질이나 유독 물질들로 더 빨리 병이 들어. 우리가 공장과 자동차에서 그을음이라든가 먼지, 배기가스 같은 것들을 공기 중에 배출하기 시작했을 때는 금방 알아차릴 수 없었어. 아니, 오히려 공기를 깨끗하게 걸러 주었다며 숲을 칭찬했지. 실제로 숲은 오랫동안 오염된 공기를 다시 정화할 수 있었어. 하지만 나무들이 그 많은 더러움과 독을 모두 부담할 수는 없어. 또 언제까지나 그럴 수도 없지. 숲은 수백만 개의 굴뚝과 배기관에서 너무 여러 가지 유해 물질을 대기 속으로 뿜어낸 바람에 숨이 막혀 버렸어 … 우리 인간들도 자연의 일부야. 이 유독한 환경에서 우리는 얼마 동안 살 수 있을까? ..  (12쪽)


 어쩌면, 이 그림책 《열두 달 숲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르는 어른은 아무도 없다 할 만합니다. 아이들한테 이 그림책을 읽어 주는 어른이라면, 이 그림책에서 밝히는 이야기쯤이야 ‘초등학교에서 다 듣거나 배웠’으며, ‘중·고등학교에서 입시 시험을 치르며 다 안다’고 여길 만합니다.

 이 나라 도시를 돌아보면서 우리 어른들 삶을 톺아볼 노릇입니다. 어른이라면 다 알 만한 이 그림책 이야기를 어른들은 얼마나 ‘받아들여서 살아낼’까요. 살아내지 않고 머리에 담기만 하는 앎조각이란 얼마나 쓸모있거나 어느 만큼 아름답다 할까요.

 자연이 무너지거나 망가지는 일은 남 탓이라 하면 될는지요. 막개발을 일삼거나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는 몇몇 사람들이 잘못했기에 이 나라 자연이 허물어지거나 더럽혀지는지요.


.. 시간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흘러.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지. 이제 다시 겨울이야. 영원한 순환이 새로 시작되는 거지 … 12월과 함께 한 해가 끝나고 이 책도 끝나. 하지만 자연에는 끝이란 게 없단다. 변화만이 있을 뿐이야. 위에 보이는 너도밤나무 가지가 우리에게 그것을 일깨워 줄 거야. 마지막 잎들이 윤기를 잃고 바싹 말라 있기는 하지만 이미 새로운 생명이 숨어 있단다. 그리고 이 일은 언제까지 계속될 거야 ..  (34쪽)


 그림책 《열두 달 숲 이야기》는 목소리를 높여 외치지 않습니다. 그저 숲속에 깊이 들어가 숲속에서 숲살이를 하면서 숲속 삶고리를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먼 옛날부터 이어졌고, 오늘날에도 이어지며,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속삭이듯 들려줍니다.

 다만, 앞으로 이어지지 못할까 걱정스러운 숲살이인 터라, 앞으로 감쪽같이 사라지며 사람들 삶터 또한 송두리째 스러질까 근심스러운 도시살이인 터라, 도시사람들 읽으라고, 도시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어버이들이 당신 아이들하고 함께 읽으라고, 그림책 《열두 달 숲 이야기》는 가장 수수하면서 가장 마땅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열두 달이면 열두 달이 다 다른 숲살이입니다. 열두 달이면 열두 달이 다 어슷비슷하거나 똑같은 도시살이입니다. 열두 달이건 열두 해이건 백스무 해이건 언제나 같은 모양 같은 꼴로 되풀이되는 톱니바퀴 같은 도시살이예요. 이 도시에서 사람들은 무슨 꿈을 어떻게 꾸며 누구하고 어느 만큼 나누려고 할까 자못 궁금합니다. (4344.8.29.달.ㅎㄲㅅㄱ)


― 열두 달 숲 이야기 (이름가르트 루흐트 글·그림,김경연 옮김,풀빛 펴냄,2006.12.27./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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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85] SUMMER COOL EVENT

 여름이 물러납니다. 장마가 길디길게 이어지느라 칠월과 팔월이 다 가다 보니, 어느덧 후끈후끈 무더운 여름은 있는 듯 마는 듯 사라집니다. 그래도 아직 팔월 끝자락, 비 그친 하늘은 불볕을 내리쬡니다. 한여름만큼은 아니지만 이른가을을 코앞에 둔 늦여름도 덥기는 덥습니다. 이 더운 여름날, 시원한 그늘과 바람을 꿈꿀 수밖에 없습니다. 이리하여, 누리집에서 책을 사고파는 누리책방에서도 ‘시원한 여름’을 바라는 ‘책나눔’을 꾀하는데, 이렇게 마련한 자리에 붙이는 이름은 한글로조차 적지 않는 “SUMMER COOL EVENT”입니다. (4344.8.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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