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섬이 있어요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30
이명희 글, 김명길 그림 / 마루벌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숲이 있는 곳에 마을이 있어요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71] 김명길·이명희, 《밤섬이 있어요》(마루벌,2002)

 


  보름만에 읍내에 한번 마실을 다녀왔구나 싶습니다. 시골집에 천천히 뿌리를 내리면서 읍내로 나들이를 할 일조차 차츰 줄어듭니다. 딱히 읍내에 간다 한들 돌아다니며 볼거리가 없기도 하지만, 쉴 곳 또한 없습니다. 시골 읍내이든 도시 시내이든 마음을 따사로이 건사하며 무엇을 바라볼 만한지 잘 모르겠어요.


  가만히 보면, 도시에서는 공원을 애써 짓습니다. 놀이공원도 짓지만, 놀이기구나 여러 시설이 없이 흙땅에 풀과 나무가 자라도록 하고 걸상을 놓는 숲공원도 짓습니다. 왜냐하면, 제아무리 문명과 문화와 물질이 가득하다 하더라도, 사람을 사람이 되도록 이끄는 기운은 ‘목숨’이거든요. 사람이 먹는 밥은 모두 목숨이에요. 목숨 아닌 영양성분을 먹지 않아요. 화학조합으로 빚은 가공식품이 배를 채워 준다지만, 바로 이 가공식품이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 병을 불러요. 배는 채우되 목숨이 목숨답도록 이끌지 못해요.


  이제 어떤 가공식품이라 하더라도 ‘천연 재료’를 쓴다느니 ‘친환경 식품’이라느니 하는 이름표를 붙이려고 해요. 그런데, 참말 천연이거나 친환경이라 한다면 이런 이름이 붙을 까닭이 없어요. 들이나 밭이나 멧자락에서 풀을 뜯을 때에 ‘천연’이라거나 ‘친환경’이라 하지 않아요. 그냥 풀이에요.


  오랜만에 읍내마실을 하면서 꼭 한 가지 눈여겨봅니다. 읍내 살림집이나 가게 처마에는 제비집이 얼마나 있을까 하고 살펴봅니다. 읍내에도 마을처럼 제비가 제법 날아다닙니다. 다만, 읍내는 마을처럼 수많은 제비가 무리지어 춤추지는 않아요. 드문드문 맵시있게 날갯짓을 할 뿐이에요.


.. 옛날에는 (서울) 밤섬에 사람들이 살았어요.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긴 모래밭도 있었어요. 모래밭 주위로는 버드나무 숲이 펼쳐져 있었고요. 강물은 깨끗해서 바닥이 훤히 다 들여다보였대요. 밤섬 사람들은 한강물을 떠서 밥도 짓고 마시기도 했어요 ..  (5쪽)

 

 


  먼저 군내버스 내리는 버스역 어귀에 있는 제비집을 올려다봅니다. 다른 어느 제비집보다 새끼를 일찍 까고 새끼들도 일찍 크는 듯한 버스역 어귀 제비집이었는데, 어느새 둥지가 텅 빕니다. 새끼들이 벌써 날갯짓을 익혀 모두 둥지를 떠났나?


  읍내에 문닫은 어린이옷 가게 해가림천 안쪽에 있는 제비집을 올려다봅니다. 가게는 문닫았으나 제비집은 그대로입니다. 가게를 닫으며 해가림천도 없애지 않을까 싶더니 그대로 두어, 제비집은 다치지 않습니다. 어미 제비가 둥지 가까이에서 새끼 제비를 말없이 지켜보는 모습을 한참 올려다봅니다.


  번듯하다 싶은 새 간판이 있는 가게에는 제비집이 깃들지 못합니다. 조금 묵은 살림집이면서 처마를 길게 빼거나 안쪽으로 파고들어 둥지를 숨길 만하다 싶은 데에 군데군데 제비집이 있습니다.


  여러 곳에서 제비집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나는 아이와 함께 길을 걸으며 제비집을 살펴본다지만, 시골 읍내 사람들 가운데 제비집을 구경하는 분은 얼마나 되려나. 이 시골 읍내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가운데 몇몇이나 제비 날갯짓을 눈여겨보려나. 아이들도 어른들도 온통 손전화만 들여다본다든지 앞만 본다든지, 문방구에서 값싼 과자를 사먹으며 수다를 떨기만 할 뿐 아닌가 싶습니다.


.. 1968년 2월 어느 날 밤섬은 사라졌어요. 사람들이 밤섬을 폭파시키고 여의도로 흙을 다 퍼 갔어요. 그 흙으로 여의도에 둑을 쌓고 땅을 다져 아파트를 지은 거래요 ..  (6쪽)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한창 봄일로 바쁩니다. 논에서며 밭에서며 이른새벽부터 저녁까지 해를 등에 지고 일을 합니다. 챙 넓은 모자에 천을 길고 넓게 드리우며 긴소매에 긴바지를 입으셔도 당신들 얼굴이며 손발이며 몸뚱이는 새까맣습니다. 흙을 만지는 사람은 살결이 흙빛입니다.


  우리 집 아이는 아버지를 닮아 살결이 잘 안 탑니다. 그래도 바깥에서 늘 뛰놀며 지내니 차츰 까만 빛으로 익습니다. 깜순이나 깜디나 깜씨라 하기는 멋쩍지만, 읍내나 면내에서 마주하는 다른 시골 아이하고 나란히 서고 보면, 우리 집 아이가 제법 까망둥이 같다고 느낍니다. 싱그럽고 씩씩하게 잘 자라는구나 싶어 반가우며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내 옆지기 어릴 적 사진을 보면 내 옆지기도 이럭저럭 깜순이라 할 만했다고 느낍니다. 모르는 노릇인데, 나 또한 어릴 적에는 살결이 퍽 하얗기는 했더라도 이냥저냥 깜돌이로 지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살결이 까맣게 타기보다는 벌겋게 달아오르다가 껍질이 벗겨지곤 했지만.


.. 밤섬은 불빛 때문에 밤에도 깜깜하지 않아요 ..  (16쪽)

 


  이명희 님 글과 김명길 님 그림으로 이루어진 그림책 《밤섬이 있어요》(마루벌,2002)를 읽습니다. 오늘날 서울 밤섬은 예전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밤섬은 아니요, 사람이 살아갈 수 없기도 할 텐데, 밤섬에 사람이 살아가던 지난날이든 밤섬에 사람이 살지 못하는 오늘날이든, 밤섬에는 사람뿐 아니라 새와 풀과 나무와 벌레와 물고기가 함께 어울려 지냈습니다. 서로서로 어울려 지낼 때에 비로소 사람도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다 함께 보금자리를 꾸리던 때에 사람들은 냇물을 마음껏 마시며 즐겁게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집 처마에 둥지를 튼 제비들을 날마다 바라봅니다. 어미 제비는 바지런히 새끼 제비를 보살핍니다. 나와 옆지기는 어버이로서 두 아이를 돌봅니다. 제비들이 살아가는 집에 사람이 살고, 사람이 살아가는 집에 제비들이 삽니다.


  마을은 들판과 멧자락으로 둘러싸입니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는 냇물이 흐르고 못물이 있습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조금 넓은 길이 있지만, 마을과 마을 사이를 이루는 멧등성이는 고이 이어집니다.


  숲이 있는 곳에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이 있는 곳에 숲이 있습니다. 숲이 있는 곳에서 사람과 뭇목숨이 살아갑니다. 사람과 뭇목숨이 살아가는 터전은 숲 품에 포근히 안깁니다.


.. 마침내 장마가 끝났어요. 오랜만에 해가 났어요. 빗소리와 물소리로 시끄럽던 한강이 조용해졌어요. 강물도 느려졌어요. 그 위로 밤섬이 조금씩 얼굴을 내밀고 있어요. 홍수에 떠내려 온 쓰레기가 밤섬에 산을 이루었어요 ..  (25쪽)

 

 


 

  이제 서울사람이든 도시사람이든 웬만한 시골사람이든 냇물이나 우물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거의 다 수도물을 마십니다. 수도물이 몸에 좋은 물이 아닌 줄 알면서 그냥 수도물을 마십니다. 수도물을 마실 수 없다고 느끼는 이들은 시골 땅밑을 깊게 파헤치며 뽑아올린 샘물을 돈을 치러 사다 마십니다. 아마 시골 샘물을 마시는 도시사람이 대단히 많지 싶은데, 도시사람은 시골 샘물을 퍽 값싸게 사다 마시면서 참 헤프게 버립니다. 물병도 쉽게 버리고, 물도 쉽게 흘려 버립니다. 수도물 또한 함부로 쓰고 지나치게 많이 씁니다.


  그런데, 다른 무엇보다 한국사람 스스로 돌아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합니다. 제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서울 같은 큰도시에서 떵떵거리는 일자리 얻어 살아간다 하더라도, 수도물을 마시지 않아요. 가게에서 과자와 음료수와 빵과 고기만 사다 먹지 않아요. 외려, 도시사람일수록 더 ‘시골 물과 바람과 밥’을 찾습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시골 물과 바람과 밥’을 챙깁니다. 정작 삶터는 아스팔트 깐 찻길 드넓은 시멘트집이지만. 막상 시멘트와 아스팔트 울타리를 벗어던지고 흙과 풀과 나무를 껴안으려고는 하지 않지만.


  그림책 《밤섬이 있어요》처럼, 도시사람은 ‘도시 아파트’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도시 지하철’이나 ‘도시 아스팔트’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그리지 않아요. 요사이는 ‘생활동화’라는 이름을 붙여 이런 그림책이 더러 나오기도 하는데, 왜 도시 어른들은 도시 아이들한테 자꾸자꾸 ‘자연 이야기 그림책’을 그려서 보여주려고 할까요. 서울 한복판에서도 왜 시멘트집과 아스팔트길 아닌 밤섬 이야기를 그려서 들려주려고 하나요.


  자연이 있어야 한다면 자연을 사랑하며 살아가면 됩니다. 자연을 생각해야 한다면 자연 품에 안겨 살아가면 됩니다. 자연은 지식이 아닙니다. 1968년 2월까지 밤섬에 살았다는 사람들은 역사책 이야기가 아닙니다. 삶이요 목숨이며 사랑입니다. 1960∼70년대에 새마을운동을 내걸며 온 나라 들판을 들쑤신 정치권력은 여의도에 공항을 닦으며 밤섬을 없앴고, 공항 언저리에 아파트를 지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서울 둘레 논밭을 밀고 멧자락을 깎아 도시를 더욱 크게 키웠으며, 도시와 도시를 잇는다며 이 나라 시골자락을 온통 까뒤집습니다. 도시사람 먹을 가공식품을 만들고, 도시사람 타고다닐 자동차를 만들며, 도시사람 쓸 전기를 만드느라, 시골 논밭과 냇물과 멧자락을 모두 밀어내며 공장을 짓고 고속도로를 내며 발전소를 세웁니다.


  서울에는 밤섬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밤섬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시골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 수 없게 자꾸 망가뜨리는 시골이 있습니다. (4345.6.8.쇠.ㅎㄲㅅㄱ)

 


― 밤섬이 있어요 (김명길 그림,이명희 글,마루벌 펴냄,2002.2.14./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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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진 찍는데

척척 기어와

책을 밟고 지나가려는

둘째 아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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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 바라보기 1

 


  빨래를 널다가 제비집을 바라본다. 어미 제비가 날아들어 새끼 제비한테 먹이를 주는구나 싶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데, 어, 이번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꽁지를 뒤로 하며 둥지 밖으로 궁디를 내민 새끼 제비 똥구멍을 부리로 콕콕 찍더니 똥을 잡아당겨 뽑는다. 고양이나 개는 어린 고양이나 어린 개 똥구멍을 핥으며 똥을 누도록 돕는데, 어미 새는 새끼 새가 똥을 잘 눌 수 있도록 잡아당겨 주기도 하는구나. 아직 날갯짓을 못 하고, 조그마한 둥지에 여럿이 옹크려 지내기만 하니까, 아기들 똥누기를 이처럼 거들어야 하는구나. 곰곰이 생각하면, 사람도 어버이가 아기들 똥오줌 누기를 옆에서 거들고, 하나하나 치운다. 아기가 스스로 서며 똥오줌을 가리기 앞서 어버이가 아기들 똥오줌을 신나게 치운다. 똥오줌 잘 누라고 배를 쓰다듬기도 한다. (4345.6.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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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사랑을
들려주고 싶어,

 

꿈을
노래하고 싶어,

 

이야기꽃
피우고 싶어,

 

삶을 어여삐
빛내면서
넋을 고요히
어깨동무하는,

 

내 작은 글
편지.

 


4345.5.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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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 책읽기

 


  해거름에 뒷밭에 물을 주다가 뽕나무에서 까만 오디가 떨어진 모습을 본다. 바람이 그닥 안 불었는데 오디가 떨어지네 하고 생각하며 한 알 두 알 줍는다. 뽕나무 가지가 퍽 높아 사다리를 타고 올라야 오디를 따겠거니 싶더니, 이렇게 한 알 두 알 바닥에 떨어지기도 한다고 문득 깨닫는다. 안 떨어지고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달린 오디가 훨씬 많겠지. 날이 밝으면 오디를 더 줍고, 사다리를 챙겨서 신나게 오디를 따자고 생각한다. 들딸이랑 멧딸을 배부르도록 따먹으니, 이제 오디철이 되는구나 싶다. 식구들 모두 오디를 맛나게 먹으니 좋다. 말랑말랑한 오디는 흙과 햇살과 바람과 비가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면서 나무 한 그루를 살찌운 푸른 맛이다. (4345.6.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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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6.7.
 : 두 살 동생이 누나 태운 자전거

 


- 졸음이 쏟아지는 두 아이가 마당으로 내려와서 논다. 아이 어머니가 “이야, 저 구름 좀 봐!” 하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마당으로 내려가서 드러누웠기 때문. 참말 오늘 구름과 하늘은 가없이 빛나는 파랑과 하양 물결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 옷가지를 네 차례 빨래하며 틈틈이 마당 빨랫줄과 빨랫대에 널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 혼자 놀랐고 나 혼자 즐거웠으며 나 혼자 웃었다. 그러고 보니, 빨래를 널며 식구들을 불러 함께 하늘을 보았으면 아침부터 다 함께 좋았을 텐데.

 

- 드러누워 마당에서 구름바라기를 하던 세 사람이 벌떡 일어난다. 이윽고, 첫째 아이가 자전거에 올라타는데, 둘째 아이가 바닥에 털푸덕 앉은 매무새로 자전거를 뒤에서 민다.

 

- 미는가, 미는 시늉인가? 아직 혼자서 씩씩하게 걸으려 하지 않는 둘째인데, 꽤 무거운 나무자동차를 한손으로 들기도 하고 밀기도 하고 놀더니, 누나가 올라탄 자전거를 영차영차 밀기까지 한다. 자전거는 바퀴가 있어 잘 구른다고도 하지만, 어른들이 바퀴 달린 자동차를 잘 밀겠는가. 설마 이 아이는 천하장사? 소시지 같은 둘째 아이 팔뚝은 알고 보면 힘살덩어리?

 

- 엉덩이를 깔고 앉아 밀고, 무릎걸음으로 민다. 두 발로 땅을 디디고 서서 밀다가는, 다시 무릎걸음으로 민다. 다섯 살 누나는 두 살 동생이 미는 자전거가 재미나다. 좀처럼 자전거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고, 이제 힘든 티가 물씬 나는 동생더러 더 밀어 달라고 떼를 쓴다. 얘야, 너 졸려서 그러지? 이제 둘 다 자야 하거든. 동생 그만 부리고 서로 나란히 누워 새근새근 자야지.

 

- 키도 작고 몸도 작은 둘째 아이가 바라보는 자전거는 어떤 모습이요 얼마만큼 되는 크기일까. 둘째 아이는 아버지가 수레에 앉혀 자전거를 달릴 때에 어떤 느낌이요 어떤 삶일까.

 

- 개구리들이 무논에서 우렁차게 노래부르며 힘을 내라 외친다. 제비들이 처마 밑에서 우렁차게 노래하며 기운을 내라 외친다. 아이들과 두 어버이는 개구리와 제비와 바람과 나무와 볏모와 풀꽃 노래를 골고루 들으면서 해거름을 마음껏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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