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2. 2012.6.11.

 


  여섯 살 꽃아이 사름벼리야, 해마다 이맘때인 유월에 개망초 작고 하얀 꽃송이 가득 피우는 줄 알겠니? 너는 다섯 살 적하고 네 살 적에 어머니 아버지한테 “나는 작으니까 작은 꽃이 좋아요.” 하고 말했는데, 이 말이 떠오르니? 올여름 유월에도 마을 곳곳에 하얀 개망초꽃 가득 핀다. 올해에도 이 작은 꽃송이 바라보며 한 가득 꺾어 꽃다발놀이 하면서 보낼 테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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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물결

 


등꽃 저물면서
등잎 푸르게 물들 무렵
아까시꽃 찔레꽃
숲마다 들마다
하얗습니다.

 

오월바람 촤라락 불면
푸른나무 선들선들
나부끼면서
흰꽃송이
물결칩니다.

 


4346.5.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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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손에는

 


  아이 손에 무엇을 쥐어 줄 때에 즐거울까 생각해 본다. 아이가 손에 무엇을 쥘 때에 기쁠까 헤아려 본다. 아이로서는 아이답게 놀고 웃고 노래하고 뛰고 살아갈 때에 예쁘고, 어른으로서는 어른답게 놀고 웃고 노래하고 뛰고 살아갈 때에 아름답다.


  아이 손에는 장난감이 없어도 된다. 아이 손에는 돈이 없어도 된다. 아이 손에는 꽃잎 하나 있어도 즐겁고, 아이 손에는 나뭇가지 하나 있어도 재미있다. 어른 손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어른 손에는 돈과 카드 두툼히 담긴 지갑이 있어야 할까. 어른 손에는 손전화 기계 있어야 할까. 어른 손에는 자동차 열쇠나 골프채나 사진기가 있어야 할까.


  아이도 어른도 손에 힘을 놓은 채 새근새근 잠든다. 아이도 어른도 손에서 힘을 빼며 서로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손에 보석을 쥐면 사랑을 놓아야 한다. 손에 돈을 쥐면 꿈을 놓아야 한다. 손에 책을 쥔다면? 손에 책을 쥔다면 달라질 만할까? 손에 책을 쥐는 사람은 아름다울까? 그러면 아무 책이나 쥐어도 아름다울까? 어떤 책을 손에 쥘 때에 아름다울까?


  아름다운 책을 손에 쥐는 사람이라면, 나무 한 그루 곱게 껴안을 수 있겠지. 아름다운 꿈과 사랑을 손에 담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아이들 손을 따스하게 잡고서 들길과 숲길 씩씩하게 걸을 수 있겠지. 개구리 노랫소리 잦아드는 새벽녘 네 시, 두 아이 머리카락 쓸어넘기고 가슴을 토닥토닥 다독이면서 조그마한 손 살짝 잡아 본다. 4346.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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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으레 혼자 돌보면서 지내는 동안 곰곰이 생각한다. 우리 옆지기는 《은빛 숟가락》 같은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과 달리, 하늘사람 아닌 땅사람으로 곁에 있다. 그러나 모든 집일을 홀로 도맡는다. 만화책에 나오는 ‘홀로 아이들 돌보는 외 어버이’를 볼 적에 다들 참 잘 웃고 잘 놀며 사랑스럽다. 나는 어떤 하루를 맞이하면서 어떤 삶을 즐긴다고 할 수 있을까.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운 하루를 누린다고 할 수 있을까. 하루에 두 끼니 밥을 차려 아이들과 함께 먹으며 생각한다. 고운 꿈을 밥 한 그릇에 담으면 아이들은 고운 꿈을 먹는다. 너른 사랑을 국 한 그릇에 실으면 아이들은 너른 사랑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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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숟가락 3
오자와 마리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3년 6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6월 2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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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마음

 


  큰아이와 글씨쓰기 놀이를 합니다. 여섯 살 큰아이한테 글공부 시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섯 살 큰아이가 한글을 하나둘 스스로 익혀 혼자서 즐기고픈 만화책이나 그림책에 나오는 글월 잘 읽어내어 맛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섯 살 큰아이는 공책을 펼쳐 글씨쓰기 놀이를 할 적에 두 바닥만 쓰고, 세 바닥이나 네 바닥까지 나아가지 않습니다. “네 이 녀석, 만화영화 볼 적에는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넋을 놓잖아!” 하고 핀잔을 하면 싱긋 웃습니다. 그래, 네가 가장 좋아하거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곳에 그렇게 넋을 놓듯 빠져들 테지.


  큰아이는 공책 한켠에 어느새 그림을 그립니다. 아마, 글씨 따라 그리기보다 혼자 마음껏 그리는 그림이 훨씬 즐거울는지 몰라요. 아니, 그렇겠지요. 글씨를 쓰자는 공책에 글씨 아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물끄러미 바라볼 뿐 아니라 사진으로도 찍습니다. 그림을 다 그리면 공책에 그림이 고스란히 남지만, 그림을 그리는 흐름을 사진으로 찍어 어찌저찌 손을 놀리며 차근차근 그림이 이루어지는가를 살핍니다.

  모든 일은 놀이요, 모든 글쓰기도 놀이이며, 모든 그림그리기도 놀이라고 언제나 새삼스레 느낍니다. 아이들한테는 글쓰기도 그림그리기도 사진찍기도 가르칠 까닭 없습니다. 어른 스스로 글과 그림과 사진을 즐기면 될 뿐입니다. 어른 스스로 글과 그림과 사진을 즐기는 모습을 아이 곁에서 보여주면, 아이는 아이 깜냥껏 스스로 빛내고픈 글과 그림과 사진으로 나아갑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곁에서 나도 그림을 그려요. 아이가 뛰노는 곁에서 나도 뛰놀아요. 아이가 노래를 부르는 곁에서 나도 노래를 불러요.


  먼먼 옛날부터 학교라는 데는 따로 짓지 않아요. 집이 바로 학교이니까요. 먼먼 옛날부터 교사를 따로 두지 않아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바로 교사이니까요. 먼먼 옛날부터 굳이 나무를 베어 책을 만들지 않아요. 숲과 풀과 나무가 바로 책이니까요. 4346.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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