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사소 些少


 사소한 문제 → 작은일 / 자잘한 일 / 크잖은 일

 사소한 행복 → 작게 기쁨 / 수수히 기쁨 / 단출히 기쁨

 사소한 행동 → 작은짓 / 하찮은 몸짓 / 초라한 짓 / 시시한 짓

 사소히 여기지 마라 → 잘게 여기지 마라 / 가볍게 여기지 마라


  ‘사소하다(些少-)’는 “보잘것없이 작거나 적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보잘것없다’는 “볼만한 가치가 없을 정도로 하찮다”를 뜻한다 하고, ‘하찮다’는 “1. 그다지 훌륭하지 아니하다 2. 대수롭지 아니하다”를 뜻한다 해요. 처음부터 ‘보잘것없다’나 ‘작다·적다’나 ‘하찮다’를 쓰면 될 일이고, ‘훌륭하지 않다’나 ‘대수롭지 않다’라 말하면 됩니다. 여러모로 짚으면, ‘자그맣다·자그마하다·작달막하다·작은일’이나 ‘잘다·잗다랗다·적다·조금’으로 손질합니다. ‘가볍다·단출하다·단촐하다·수수하다·조촐하다·투박하다·털털하다’나 ‘조그맣다·조그마하다·쪼그맣다·쪼그마하다·쪼꼬미·짜리몽땅’으로 손질하고, ‘졸때기·졸따구·좀스럽다·좀생이’나 ‘좁다·좁다랗다·좁쌀뱅이·좁쌀꾼·좁쌀바치·좁쌀·좁싸라기’로 손질할 만합니다. ‘쪽·쪼가리·털·터럭·털끝’이나 ‘크잖다·크치않다·크잘것없다·하릴없다’로 손질하지요. ‘시들다·시들하다·시시하다·심심하다·슴슴하다’나 ‘자갈·자잘하다·자질구레하다·작다·작다리·작은것’로 손질할 만해요. ‘초라하다·추레하다·하찮다·하잘것없다·후줄근하다·호졸곤하다’나 ‘같잖다·꼴같잖다·알량하다’로 손질하며, ‘게딱지·곱·곱재기·꼽·꼽재기·새알곱재기·새알꼽재기’로 손질할 수 있어요. ‘구지레하다·구질구질·너저분하다·깨작거리다·끼적거리다’나 ‘단·실·대수롭지 않다·대단하지 않다’로 손질해도 어울려요. “묻거나 말거나·묻든 말든·묻든지 말든지”나 ‘먼지·티·티끌’로 손질해요. ‘변변찮다·보람없다·보잘것없다·볼것없다’나 ‘생쥐·고망쥐·쥐·쥐새끼·쥐뿔’로도 손질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사소’를 다섯 가지 더 싣는데 모두 털어냅니다. ㅍㄹㄴ



사소(司掃) : [역사] 조선 시대에, 액정서에 속하여 세숫물 준비와 청소 따위를 맡아보던 정구품 잡직

사소(死所) : 죽을 곳. 또는 죽은 장소

사소(私消) : 공공의 금품을 자기 마음대로 사사로운 일에 씀

사소(私訴) : [법률] 예전에, 범죄에 의하여 자유, 명예, 재산 따위를 침해당한 사람이 형사 소송에 곁들여 손해의 배상을 요구하기 위해 청구하던 민사 소송

사소(邪所) : [한의] 사기(邪氣)가 몸 안에 들어와서 머물러 있는 곳



사소한 일이라서

→ 작은 일이라서

→ 하찮은 일이라

→ 조그만 일이라

→ 자잘한 일이라

→ 보잘것없어서

《천재 유교수의 생활 16》(0야마시타 카즈미/신현숙 옮김, 학산문화사, 2000) 42쪽


작고 사소한 것들이 거듭되다 보면

→ 작고 작은 대로 거듭하다 보면

→ 작고 하찮게 거듭하다 보면

→ 작은일을 거듭하다 보면

《옛이야기 속에서 생각 찾기》(정숙영·심우장·김경희·이흥우·조선영, 책과함께어린이, 2013) 14쪽


내가 사소한 경제외적 문제에 치중하느라

→ 내가 자잘한 살림밖에 매달리느라

→ 내가 크잖은 돈바깥 일에 얽매이느라

《그림자 노동》(이반 일리치/노승영 옮김, 사월의책, 2015) 128쪽


얼마나 사소하고 하찮은 것에

→ 얼마나 하찮은 일에

→ 얼마나 자잘한 일에

→ 얼마나 작은 일에

《무명시인》(함명춘, 문학동네, 2015) 85쪽


작고 사소했지만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었고

→ 작지만 온누리에 들려주고 싪은 말이 있고

→ 작고 낮지만 이 땅에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고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최혜진, 은행나무, 2016) 274쪽


하지만 그건 특수한 능력 같은 게 아니라 사소한 것이 남들보다 조금 더 잘 들리는 정도라서 전혀 자랑할 건 아니다

→ 그러나 뛰어다기보다 작은소리를 남보다 조금 더 들을 뿐이라서 그리 자랑할 만하지 않다

→ 그러나 따로 솜씨가 아니라 작은소리를 남보다 조금 더 들을 뿐이라서 썩 자랑할 만하지 않다

《행복한 타카코 씨 1》(신큐 치에/조아라 옮김, AK comics, 2017) 3쪽


다들 의외로 사소한 이유로 편식을 하더라고

→ 다들 뜻밖에 작은일 때문에 가려먹더라고

→ 다들 뜻밖에 작은일 탓에 잘 안 먹더라고

《할망소녀 히나타짱 3》(쿠와요시 아사/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 31쪽


작고 사소한 존재들에 대한 박이소의 관심은 다정한 배려와 애정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 박이소는 작은 숨결을 따뜻하게 지켜보다가 끝나지 않는다

→ 박이소는 작은 삶을 포근하게 바라보다가 끝나지 않는다

《태도가 작품이 될 때》(박보나, 바다출판사, 2019) 40쪽


너무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도 만화가 되면 나조차 몰랐던 생각과 느낌이 만화 속에 담긴다

→ 작고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그림꽃으로 담으면 미처 몰랐던 생각과 느낌이 흐른다

→ 우리 삶을 그림꽃으로 옮기면 여태 몰랐던 생각과 흐름이 이야기로 피어난다

《만화 그리는 법》(소복이, 유유, 2021) 92쪽


가끔 사소한 일로 싸우기도 하지만 큰 불만은 없습니다

→ 가끔 작은일로 싸우기도 하지만 크게 싫지 않습니다

→ 가끔 작게 싸우기도 하지만 그리 부아나지 않습니다

《처음 사람 3》(타니가와 후미코/박소현 옮김, 삼양출판사, 2021) 101쪽


사소한 낱말들이 실은 두 팔을 치켜들고 저를 지탱해 주는 작은 기둥들의 이름임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정작 수수한 낱말이 두 팔을 치켜들고 저를 버티어 주는 작은 기둥을 이르는 줄 알 수 있어 기뻤습니다

→ 그러나 심심한 낱말이 두 팔을 치켜들고 저를 견뎌 주는 작은 기둥인 줄 알 수 있어 즐겁습니다

《일상의 낱말들》(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사계절, 2022) 4쪽


사소한 일에 의미 부여 하는 것을 경계하는 성격이다

→ 작은일에 뜻을 안 붙이려고 한다

→ 잔일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올록볼록해》(이지수, 마음산책, 2023) 64쪽


그럼에도 위에서 문학 거장의 사소한 실수를 굳이 언급한 까닭은

→ 그런데 빼어난 글바치도 잗다랗게 틀린다고 굳이 밝혔는데

→ 그래도 훌륭한 글님조차 자잘하게 틀린다고 굳이 들었는데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오경철, 교유서가, 20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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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종패 種貝


 최근에는 종패를 대부분 수입한다 → 요새는 씨조개를 거의 사들인다

 종패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는다 → 씨조개가 모자라 어렵다


  ‘종패(種貝)’는 “씨를 받기 위하여 기르는 조개 = 씨조개”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우리말 그대로 ‘씨조개’라 하면 됩니다. ㅍㄹㄴ



종패를 뿌려놓고 상태를 확인하는 어민

→ 씨조개를 뿌려놓고 살펴보는 고기잡이

→ 씨조개를 뿌려놓고 지켜보는 마을사람

→ 씨조개를 뿌려놓고 살피는 뱃사람

→ 씨조개를 뿌려놓고 들여다보는 고기잡이

→ 씨조개를 뿌려놓고 헤아리는 마을사람

→ 씨조개를 뿌려놓고서 보는 뱃사람

《새만금은 갯벌이다》(김준, 한얼미디어, 2006)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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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사회적인



모여살기에 ‘모둠살이’라 하고, ‘마을’이라 하는데, 이러한 터전을 ‘사회’라고 일컬어. 모여살 줄 알기에 ‘사회성·사회적’이라고 하는데, “사람만 모이는” 곳이라면 오히려 “사람부터 못 보거나 안 보기” 일쑤이더구나. 왜 그렇겠니? 사람은 “사람을 잡아먹”지 않아. 터전이나 마을에 ‘사람만’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기겠니? 들숲메·풀꽃나무·해바람비를 내쫓거나 새·짐승·벌레를 밀어낸 ‘사람터(사회)’에서는 그만 사람끼리 악쓰며 싸우고 말아. 몸뚱어리를 잡아먹지는 않지만, 마음을 잡아먹고 할퀴고 갉지. 해가 골고루 비추고 바람이 푸르게 불고 비가 싱그러이 내리는 터전이어야 비로소 사람 사이에 나란히 햇볕이 따스하고 바람이 밝고 빗물이 맑아. 온누리 모든 서울(도시)을 보렴. 어느 나라 어느 서울이든 매캐하고 갑갑하고 시끄럽고 뿌옇고 어지러워. ‘사람터’인데 오히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어려운 나머지, 사람들 스스로 ‘살아남’거나 버티려고 악착같고 다투고 빼앗고 노리고 시샘하고 따돌려. 이러면서 끼리끼리 담벼락을 둘러치고 올리네. ‘나눔길’이 아니라 ‘혼자차지’로 굴러떨어져. ‘사회성·사회적’이란 뭘까? 이웃을 안 보고 내쳐야 ‘사회성’일까? 동무를 따돌리고 괴롭히며 길미를 긁어모아야 ‘사회적’일까? 남하고 똑같이 맞춰야 하니? 남보다 낫거나 높거나 커야 하니? 숲빛을 잊은 곳은 삶터일 수 없어. 들빛을 몰아낸 곳은 살림터가 아니야. 풀꽃과 나무가 스스로 씨앗을 퍼뜨리지 못 하는 곳이며, 새가 날아앉아 노래할 곳을 빼앗으면 ‘사람터’하고 멀어. 2026.1.22.나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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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무관심



누가 널 쳐다보면, 그저 쳐다볼 뿐 ‘관심’이지 않아. 누가 널 안 쳐다보면 ‘무관심’이지 않아. ‘관심·무관심’은 ‘좋아하다·싫어하다’야. 좋아하기에 자꾸 만지고 싶고, 가지고 싶고, 쥐고 싶고, 귀엽게 다루고 싶고,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지. 싫어하기에 등지고, 안 갖고 싶고, 나몰라에다가, 안 귀엽고, 마음에 아예 없단다. ‘좋아함·관심’은 “쥐락펴락하며 갖고노는 귀여운 장난감”이라는 뜻이야. 그래서 “내가 널 이렇게 좋아하는데 너는 왜 날 안 좋아해?” 하면서 벌컥거리지. “좋아하니까 매달릴 수밖에” 없고, “좋아하는 누구·무엇이 조금이라도 멀리 있거나 놓치면 그만 두렵고 무서워서 안절부절을 못 하기”까지 한단다. 좋아한다고 할 적에는 “나만 봐!” 하고 꽁꽁 묶고 말아. 그래서 ‘좋아하는 사이’는 자주 다투고 자꾸 싸우다가 멀리 떨어지는데, 좀 떨어져서 불길을 식히면, 다시 달라붙어서 노닥거리다가 또 붙잡고 얽매느라 다시 불붙어서 싸우고 다퉈.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렴. ‘좋아함·관심’이란 “싸우고 다투고 지지고볶으며 그저 억지로 붙드는 늪에, 둘레 모든 숨결을 안 보거나 놓치는 굴레”란다. 누가 ‘싫어함·무관심’일 적에는, 그쪽한테 이미 다른 ‘귀여운 좋은것’이 있다는 뜻이야. 누가 널 좋아하기에 네가 즐겁거나 좋을 수 없어. 누가 널 싫어하기에 네가 서운하거나 나쁠 수 없어. 너는 늘 너 그대로 사랑인걸. ‘사랑’은 서로 안 쳐다봐. 사랑은 늘 다르면서 하나인 하늘마음인걸. 파랗게 너울거리는 바람은 파랗게 일렁이는 바다를 사랑해. 사람은 바람과 바다를 사랑으로 품기에 빛나는 숨결이지. 2026.1.21.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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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 - 일과 육아 사이 흔들리며 성장한 10년의 기록
윤은숙 지음 / 이와우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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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2.1.

인문책시렁 472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

 윤은숙

 이와우

 2018.3.5.



  흔히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고 말합니다만, 이 말을 들을 적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아주 틀리지는 않은 말이되, 썩 옳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어른이 아이를 키운다”하고 같은 말이거든요.


  저는 달리 말합니다. 이를테면 “아이가 어버이를 키운다”라든지 “아이가 엄마아빠를 가르친다”처럼요. “아이가 마을을 키운다”라든지 “아이가 나라를 키운다”라 말하고, “아이가 이 별을 키운다”라고도 말합니다.


  우리는 이제 좀 제대로 알아보아야 합니다. 온마을이 마음을 모아서 “아이를 키울” 때가 아닙니다. 온마을이 마음을 모아서 “아이한테서 배울” 때입니다. 이리하여 “아이가 빛나는 꿈으로 씨앗 한 톨을 생각으로 심는 마을”로 바꿀 때입니다.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를 돌아봅니다. 아기를 낳고서 일멎이(경력단절)로 힘들 뿐 아니라, 아이를 어떻게 돌보면서 집살림을 꾸려야 할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뒤죽박죽 하루를 고스란히 풀어놓는 얼거리입니다. 아기를 낳지 않았다면, 아기를 돌보느라 일을 쉬지 않았다면, 일을 쉬고서 집에서 지내는 동안 집안일과 집살림을 잔뜩 짊어지지 않았다면, 글쓴이로서는 ‘아이’와 ‘삶’과 ‘집’을 하나도 모르는 채 글바치로만 지냈으리라 봅니다. 오늘날 숱한 글바치도 이와 같아요. 스스로 어떻게 태어나서 누가 어떻게 보살핀 손길을 받아서 ‘온갖 바깥일을 홀가분히 해낼’ 수 있는지 모르기 일쑤입니다.


  “아이를 돌보는 마을이나 나라”는 안 나쁘되, 아이를 길들입니다. 이와 달리 “아이한테서 배우는 마을이나 나라”는 허술하거나 초라하거나 조그마할는지 모르나, 언제나 반짝반짝하면서 즐겁습니다. 어른이라서 위가 아니듯, 아이라서 위가 아닙니다. 아이어른은 늘 나란한 사이입니다. ‘어른’이란 자리는 길잡이가 아닙니다. ‘어른’이란 잘 듣고 잘 보고 잘 말하면서 잘 배우는 자리입니다. ‘아이’란 자리는 마냥 받아먹지 않습니다. ‘아이’는 늘 보고 늘 듣고 늘 말하면서 늘 가르치는 자리입니다. 아이는 끝없이 물어보거든요. 아이는 언제나 ‘왜?’ 하고 묻거든요. 아이가 묻는 ‘왜?’라서, 어른은 언제나 ‘왜냐하면!’ 하고 이야기를 풀어내야 합니다.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른이 아닙니다. 아이가 ‘왜?’ 하고 묻는 모든 말을 그때그때 ‘왜냐하면!’ 하고 풀어낼 줄 알아야 어른입니다. 또한, ‘왜?’ 하고 묻는 아이한테 “그래, 그 일이 궁금하구나. 곧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런데 넌 어떻게 여기거나 보거나 생각하는지 먼저 들려주겠니? 네 이야기를 듣고서 알려줄게.” 하고 속삭일 줄 알아야 어른입니다. 아이가 뭘 물어볼 적에는 이미 아이 스스로 마음에 ‘길’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묻는 모든 말에는 “왜 그래? 좀 아닌데?” 하는 마음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를 길들이는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 같은 말은 말끔히 내려놓을 때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피어나는 “마을 모두 아이한테서 배운다”로 거듭날 때입니다. 어떤 아이라도 ‘졸업장’을 바라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라도 “책상맡에 얌전히 앉아서 마냥 듣기”만을 바라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는 스스로 뛰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뛰놀며 꿈꿀 아이한테 쓰레기(스마트폰)부터 쥐어주는 그대이지 않나요? 허울로는 ‘똑똑이(스마트)’라고 하지만, 겉멋만 가득한 쓰레기를 아이 손에 쥐어준 그대는 ‘어른’도 ‘어버이’도 아닌 ‘얼간이’일 뿐입니다. 아이는 맨손으로 모두 스스로 짓고 빚고 가꾸고 돌보면서 온누리를 사랑하는 빛살을 어른과 어버이한테 가르치는 하루를 살아낼 노릇입니다.


ㅍㄹㄴ


내가 당연하게 누렸던 맛있는 밥과 깨끗한 옷과 정돈된 집은 모두 엄마의 젊음에 빚을 지고 있었다. 무려 30년이나 엄마의 삶을 갉아먹으며 살았으면서도 나는 엄마가 되고서야 비로소 그 빚의 무게를 볼 수 있었다. (50쪽)


“엄마 회사 그만뒀으면 좋겠다더니?”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기왕 다닐 거면 높은 데까지 올라가 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 (84쪽)


엄마는 그날 내내 내가 아이를 쥐 잡듯 코너로 몰았다고 말했다. 차에 타면서도 물건을 사면서도 아이의 작은 실수를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 언제부터인가 아들은 묻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다. “엄마는 나를 사랑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것이리라. 느낄 수 있었으리라. (146, 147쪽)


소원을 묻자, 첫째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세계평화.” 응? 엉뚱한 대답을 잘 내놓는 첫째였다. 그래도 세계평화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새해 소원이었다. “엄마는 내가 얼마나 평화를 원하는지 알고 있지? 정말 난 그런 걸 원한다구. 세상에 정말 전쟁은 없었으면 좋겠어.” (150쪽)


아이에게 입학 뒤 처음으로 엄청난 분노를 터뜨린 그날, 아이의 눈물 고인 새빨간 두 눈에서 읽은 것은 ‘두려움’이었다. 도대체 나는 무슨 자격으로 이 아이를 이렇게 겁에 질리게 한 것일까? (162쪽)


엄마는 그렇게 아들 낳지 못한 며느리였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했다고 내게 고백한 적이 있다. (193쪽)


+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윤은숙, 이와우, 2018)


책 쓰기를 권유하신 편집자분의 말 한 마디가 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 책쓰기를 여준 엮음이 한 마디로 나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 책을 쓰라 여쭌 엮음이 말 한 마디에 나를 다시 생각하였다

6쪽


내 엄마, 믿기지 않는 양의 사랑을 퍼부으며 여섯 명의 딸을 키워낸 엄마

→ 울 엄마, 믿기지 않도록 사랑을 퍼부으며 여섯 딸을 키워낸 엄마

→ 우리 엄마, 못 믿을 만큼 사랑을 퍼부으며 딸 여섯을 키워낸 엄마

11쪽


흔히 산후우울증으로 불리는 증상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은 엄마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일 정도로 흔하다

→ 배내앓이에 시달린 엄마들 이야기는 가슴아플 만큼 흔하다

→ 아기앓이에 시달린 엄마들 이야기는 괴로울 만큼 흔하다

→ 속앓이에 시달린 엄마들 이야기는 마음아플 만큼 흔하다

21쪽


잠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틈틈이 방구석에 쪼그리고

→ 잠이 모자라면서도 틈틈이 바닥에 쪼그리고

→ 졸리면서도 틈틈이 자리에 쪼그리고

27쪽


여든 평생을 날씬한 몸으로 살아온 엄마는 나의 사자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 여든 해를 날씬한 몸으로 살아온 엄마는 내가 외쳐도 아무렇지 않은 채

→ 여든 살을 날씬하게 살아온 엄마는 내가 푸념해도 아무렇지 않은 채

32쪽


이 말도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 이 말도 나한테는 맞닿지 않았다

→ 이 말도 나한테는 와닿지 않았다

→ 이 말도 나한테는 안 닿았다

→ 이 말도 나한테는 안 어울렸다

33쪽


엄마가 사정이 있어 참관수업에 못 간다는 이야기를 해두었다

→ 엄마가 일이 있어 배움보기에 못 간다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 엄마가 일 탓에 배움구경에 못 간다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88쪽


아이에게 화를 낼 일도 적어졌다

→ 아이한테 불낼 일도 줄었다

→ 아이한테 발칵할 일도 준다

99쪽


원양어선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녔던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 먼바닷배를 타고 온누리를 돌아다니던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 먼고깃배를 타고 뭇나라를 돌아다니던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102쪽


그러니까 세계평화가 필요하지

→ 그러니까 함께살아야지

→ 그러니까 온사랑을 바라지

→ 그러니까 어깨동무를 해야지

→ 그러니까 너나하나로 가야지

151쪽


여섯 살로 접어드는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고

→ 여섯 살로 접어드는 딸은 문득 깨달았다고

→ 여섯 살로 접어드는 아이는 문득 깨달았다고

152쪽


키뿐만 아니라 생각의 영토도 키워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키뿐만 아니라 생각밭도 키워간다고 느꼈다

→ 키뿐만 아니라 생각도 키워간다고 보았다

154쪽


엄마 코스프레를 하다가도 가끔씩 ‘욱’ 엄마와 접신하여 아이를 크게 혼내는 일들이 생겼다

→ 엄마 흉내를 하다가도 가끔 ‘욱’ 하며 아이를 크게 나무라곤 했다

→ 엄마 시늉을 하다가도 가끔 ‘욱’ 하며 아이를 타박하곤 했다

163쪽


내 몸과 찰떡궁합인 가공육류도 일정 정도를 넘으니 물렸다

→ 내 몸과 찰떡인 고기떡도 어느 만큼 넘으니 물린다

→ 내 몸과 찰떡인 손질고기도 웬만큼 넘으니 물린다

18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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