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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었어 ㅣ 문학동네 동시집 78
문신 지음, 임효영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30.
노래책시렁 534
《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었어》
문신 글
임효영 그림
문학동네
2020.9.7.
우리가 마음을 쓰는 길에 따라서 말을 스스로 바꿉니다. 겉으로 귀엽거나 예쁘게 꾸미려는 길에 마음을 쓰면, 말도 어느새 귀염귀염 꾸미고 예쁘게 씌우려고 합니다. 이러면서 말과 마음뿐 아니라 삶이 나란히 흔들립니다. 귀엽게 차려야 먹을 밥이 아니고, 예쁘게 차려야 입을 옷이 아니며, 예쁘게 꾸며야 살아갈 집이지 않습니다. 글과 말과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쁘게 겉옷을 입힌들, 귀엽게 말을 꾸민들, 그냥 겉치레에 겉훑기로 그칩니다. 《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었어》를 읽으면서 막상 ‘바람’이 ‘눈’을 어떻게 ‘빛’으로 흐르는지 느끼기 어렵습니다. ‘동시’라는 글을 ‘색동회 동심천사주의’마냥 그저 귀염귀염으로 꾸미면 된다고 잘못 여기는구나 싶습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이 온나라 모든 아이를 사납게 찍어누르면서 ‘꾸며쓰기·꾸며말하기’를 시키던 틀 그대로 옮기는 ‘동시’라면, 굳이 오늘아이한테 읽혀야 할 뜻이 없다고 느껴요. 지난날 ‘동심천사주의 동시’는 먼발치에서 하느작거리며 구경하며 노닥거리는 줄거리였다면, 오늘날 ‘동심천사주의 동시’는 모든 아이가 일찍부터 짝짓기를 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얼개입니다. 꿈씨가 없는 글쓰기라면 ‘글씨(글씨앗) 흉내’로 그치거나 맴돕니다. 아이는 손으로 뭘 해야 하고, 발로 어딜 디뎌야 할까요?
ㅍㄹㄴ
저녁에는 / 강가에 나가 볼까 해요 // 혹시 알아요? / 자전거를 세워 놓고 / 저녁 강가에 앉아 있던 / 조그마한 아이가 / 아주 멀리까지 나를 팔매질할지 (강가에 굴러떨어지는 돌멩이/17쪽)
좋아한다는 말 꿀꺽 삼켜 버렸던 / 횡단보도까지 말고 / 버스 정류장까지만 / 뒤로 / 뒤로 / 더 걸어 볼 거예요 (뒤로 걸으면/21쪽)
무엇보다도 / 선생님 말씀을 골똘하게 듣는 / 내 짝 수지 왼쪽 볼에 / 콩닥콩닥 / 조그맣게 볼우물이 생기는 시간 (열한 시/22쪽)
윤이가 좋다, 라고 / 놀이터 모래 위에 쓰는데 / 나비 한 마리 / 그걸 읽고는 / 팔랑 / 날아간다 / 나는 얼른 / 발로 쓱쓱 글자들을 지워 버렸다 (윤이가 좋다/43쪽)
겨울밤에는 / 참 / 궁금한 것도 많다 // 눈은 / 왜 / 도둑처럼 내리는지 // 바람은 / 왜 / 화살처럼 날아다니는지 (겨울밤/46쪽)
무심코 / 돌멩이 하나 걷어찼을 뿐인데 / 저녁 하늘에 / 쨍 / 구멍이 났다 (반달/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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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었어》(문신, 문학동네, 2020)
뭔가 지나간 것 같다면
→ 뭐가 지나간 듯하면
10쪽
열두 개나 되는 투명한 손가락을
→ 열둘이나 되는 맑은 손가락을
10쪽
그날이 자꾸만 기다려진다
→ 그날을 자꾸 기다린다
→ 그날을 자꾸자꾸 기다린다
16쪽
후― 하고 내쉬었던 한숨도
→ 후 하고 내쉬던 숨도
→ 후 하고 한숨을 쉬던
20쪽
하루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 오늘 하루 가장 즐거운 때
→ 이 하루에서 가장 반기는 때
23쪽
놀이터 모래 위에 쓰는데
→ 놀이터 모래에 쓰는데
→ 놀이터 모래밭에 쓰는데
43쪽
쓱쓱 글자들을 지워 버렸다
→ 쓱쓱 글을 지워버린다
→ 쓱쓱 글씨를 지워버린다
43쪽
양지쪽에 피었다
→ 볕달에 핀다
→ 볕자리에 핀다
66쪽
무심코 돌멩이 하나 걷어찼을 뿐인데
→ 문득 돌멩이 하나 걷어찼을 뿐인데
→ 그냥 돌멩이 하나 걷어찼을 뿐인데
95쪽
도서관에 얼마나 많은 늑대를 키우고 있는지 몰랐던 거예요
→ 책숲에 늑대를 얼마나 많이 키우는지 몰랐어요
10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