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한다고 나서며 살아가는 사람들 책은 그야말로 읽고 싶지 않다. 누가 거저로 주어도 읽지 않는다. 지난해였나 그러께였나, 심상정 님 책을 읽으면서도 참 슬펐다. 책을 내놓을 때에는 더할 나위 없이 하고픈 말을 당신 삶을 비추며 적바림하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이 책은 한번 사서 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마음을 담았을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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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이름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유은혜 지음 / 호미 / 2011년 1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1년 12월 24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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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643) 플러스적 1 : 플러스적인 매력

 

.. “소주와 요리는 각각 독립되어 맛을 내는 거지만, 니혼슈는 요리를 한층 맛있게 해 주는 플러스적인 매력이 있거든요.” ..  《오제 아키라/임근애 옮김-술의 장인 클로드 (2)》(대원씨아이,2007) 44쪽

 

 “각각(各各) 독립(獨立)되어”는 “서로 따로따로”나 “저마다 달리”나 “따로따로”나 “저마다”로 다듬습니다. “맛을 내는 거지만”은 “맛을 내지만”으로 손봅니다. “매력(魅力)이 있거든요”는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으나, “좋거든요”나 “입맛을 사로잡거든요”나 “입맛을 끌거든요”나 “돋보이거든요”나 “돋보여 좋거든요”로 손질할 수 있어요.

 

 플러스적 : x
 플러스(plus)
  (1) 이익이나 도움 따위를 이르는 말
   - 내 자신에게 플러스가 될지 모른다
  (2) [물리] = 양극(陽極)
  (3) [수학] = 더하기
  (4) [의학] 질병 따위의 검사에서, 양성임을 이르는 말

 

 한층 맛있게 해 주는 플러스적인 매력이 있거든요
→ 한층 맛있게 해 주거든요
→ 한결 맛있게 해 주도록 도와주거든요
→ 한결 맛있게 이끌거든요
→ 한결 맛있게 북돋우거든요
 …

 

 “플러스적인 매력”이라는 대목은 한국사람이 한국 말투로 적바림했다고 여겨야 할는지, 아니면 일본사람이 일본 말투로 적바림한 대목을 고스란히 한글로 바꾸기만 했다고 여겨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일본사람이 일본 말투로 ‘プラス的魅力’이라 적었으리라 느낍니다. 일본 누리집에서 ‘プラス的’을 찾아보면 이 말투가 제법 많이 떠요. 일본사람은 ‘プラス的’뿐 아니라 ‘プラス’도 무척 자주 씁니다.

 

 그런데, 한국사람도 “플러스적 사고”나 “플러스적 요인”이나 “플러스적 효과”나 “플러스적 요소”라고 하면서 ‘플러스적’이라는 말투를 참 곳곳에 씁니다. “좋게 생각하기”나 “더 생각하기”를 말하지 못합니다. “도움되는 대목”이나 “더 나은 대목”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좋은 효과”나 “도움되기”나 “이바지하기”를 다루지 않아요.

 

 내 자신에게 플러스가 될지 모른다
→ 나한테 도움이 될지 모른다
→ 내게 더 좋을지 모른다
→ 나한테 한결 나을지 모른다
→ 내게 좋은 일인지 모른다
 …

 

 더 좋은 일은 더 좋습니다. 더 나은 일은 더 낫습니다. 더 기쁜 일은 더 기뻐요. 더 도움이 되는 일은 더 도움이 돼요. 한국사람은 예부터 좋다 말하고 낫다 말하며 기쁘다 말합니다.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보탬이 된다고 말하며 힘이 된다고 말해요.

 

 이제 21세기로 접어든 한국이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땅에서는 한국사람 한국 말투보다는, ‘세계 시민 세계 말투’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 모르지요. 아니, 이제는 영어도 섞고 일본 말투도 섞는 말투가 되어야 한다고 여길는지 모릅니다. 참말, 이제는 한겨레다운 한겨레 말투는 싹 걷어치우거나 잊어야 하는지 몰라요. 뿌리를 잊고 줄기를 모르며 잎과 꽃과 열매를 내버리는 한겨레가 되어야 하는지 몰라요. (4344.12.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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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짓날 책읽기

 


 동짓날 팥죽을 쑤려고 아침 일찍부터 팥을 불린다. 저녁에 팥죽을 아이랑 쑬 생각이었다. 그런데 낮밥을 먹을 무렵 마을방송으로 마을회관에 모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마을회관으로 아이들과 찾아가니까 다들 팥죽을 먹는다고 했다.

 

 한 그릇, 두 그릇, 세 그릇 먹는다. 더 먹을 수 있을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다가, 세 그릇째 비우니 배가 퍽 부르다. 마을 할머니들은 한 분씩 마을회관 방바닥에 드러눕는다. 누운 채 우리 집 두 아이랑 놀아 주시고, 서로서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나는 한쪽에 조용히 앉아 사진을 찍는다. 그리 멀지 않던 옛날에도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렇게 모여 동짓날 팥죽을 나누었을까. 아니, 그리 멀지 않던 옛날에는 당신 딸아들이 모두 시골마을에서 함께 살았을 테니, 집집마다 팥죽을 쑤어 저마다 다 다른 맛을 뽐내며 즐겼을 테고, 아이들과 어른들은 이웃집으로 다니면서 팥죽을 건네고, 또 마실을 다니면서 이야기꽃을 피웠겠지. 젊은이와 아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며 자취를 감추면서, 이렇게 시골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서로서로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겠지.

 

 동짓날 밤은 그야말로 캄캄하다. 참말 별 하나 보기 힘들다. 가장 밝은 별 하나 꽤 흐릿하게 보인다.

 

 동짓날을 하루 지내고 이틀째 지내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동짓날에서 고작 이틀 지났을 뿐인데 밤하늘 별이 몹시 밝다. 이 별빛이 모두 나한테 내려온다. 별자리는 모르겠으나 별빛은 느낄 수 있다. 이제부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겠지. 이제부터 올 한 해 즐거이 마무리짓는 일이 남는구나. 시골에서 살아가니까 별자리책 하나 장만해서 읽을 만하달 수 있지만, 나는 내 마음대로 이 별과 저 별을 사이좋게 이으면서 내 별자리를 그린다. (4344.12.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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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12-25 23:29   좋아요 0 | URL
ㅎㅎ 동짓날 팥죽을 맛있게 드셨나 보네요.저도 만나게 한그릇 다 먹었답니다^^

파란놀 2011-12-26 00:35   좋아요 0 | URL
뜻밖에 마을 어르신들한테 대접을 받았어요.
집식구도 함께 잘 먹으며
고마웠답니다.
 
사랑소리 2
우사미 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앞으로 듬뿍 사랑받을 테니까
 [만화책 즐겨읽기 95] 마키 우사미, 《사랑 소리 (2)》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둘째 아이가 낑낑대는 소리에 어머니나 아버지가 함께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나날입니다. 돌이켜보면, 첫째 아이가 갓 태어나 함께 살아가던 첫무렵에도 두 어버이는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습니다. 밤에 기저귀에 쉬를 하면 그때그때 기저귀를 갈아야 했거든요. 더구나, 첫째는 갓난쟁이였던 때에 얼마나 잠투성이 대단했는지, 아이 어머니가 한두 시간 노래를 부르며 다독여도 도무지 잠들려 하지 않았어요. 두 어버이가 갈마들며 업고 한두 시간을 달래도 자리에 눕히면 또 왁왁 울어대면서 고달팠습니다.

 

 첫째 아이랑 한 해를 넘기고 두 해를 접어들면서 비로소 밤에 잠투정이 조금씩 가십니다. 그러나, 잠자리에 드는 때마다 쉬가 마렵다느니 물을 마시고 싶다느니 하면서 자꾸 잠자리에서 일으킵니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도 한두 시간은 가벼이 종알종알거리면서 두서너 차례 쉬를 누겠다며 다시 일어나고, 물을 마시겠다며 두세 차례 다시 일어나게 했어요. 이러다가, 첫째 아이가 밤오줌을 말끔히 가릴 수 있던 때부터 비로소 밤잠을 느긋하게 잘 수 있습니다. 2008년 8월에 태어난 아이가 2011년 3월에 밤오줌을 가렸으니, 서른두 달째에 바야흐로 ‘두 다리 쭉 뻗고 자기’를 이룬 셈이에요. 그래도, 아이가 밤에 쉬 마렵다고 하면 깨어나서 쉬를 누여야 했지만, 이렇게 한 번 깨서 아이한테 쉬를 누이는 일은 하나도 고단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쉬를 누게 한 다음 나도 시골마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쉬를 누면 되니까요.


- ‘이제 곧 밤이 찾아온다. 아빠, 걱정하고 계시겠지? 바람이 차가워. 돌아가야 한다는 건 알아. 하지만 가고 싶지 않아. 갈 수 없어. 계속 곁에 있고 싶어. 안 갈 거야.’ (5∼6쪽)
- “이 녀석(다친 길고양이)은 내가 데려갈게.” “어?” “이 녀석이 어떻게 살아갈지 지켜보고 싶어. 나도 사랑을 해 보고 싶어졌거든.” (34∼35쪽)


 느긋한 밤잠을 누리던 2011년 3월부터 5월까지 얼마나 한갓졌는지 몰라요. 이제 우리 아이 다 컸구나, 이제 우리 아이 씩씩하구나, 이제 우리 아이 야무지구나, 노래노래 하며 지내는데, 2011년 5월에 둘째가 태어나고부터 싹 바뀌어요. 다시금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되고, 새삼스레 첫째 또한 둘째랑 갈마들며 두 어버이가 잠을 못 자게 깨웁니다.

 

 둘째는 오늘도 어김없이 밤잠을 못 이루도록 깨웁니다. 그러나, 갓난쟁이일 때에 어버이 손길을 더 타고프다는 부름말인지 몰라요. 무언가 갑갑하거나 어딘가 답답하니까 낑낑대면서 제발 나(갓난아기)를 도와주라고 부르는 소리인지 몰라요.

 

 둘째 오줌기저귀를 한 차례 가는데, 이내 또 깨어서 칭얼거립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기저귀를 갈고 곧바로 다시 오줌을 누었어요. 오줌을 두 차례 푸지게 누고는 낑낑거리는군요.

 

 깊은 새벽 쉬를 두 차례 잇달아 누며 깬 둘째는 눈이 말똥말똥합니다. 이 깜깜한 밤에 안 자며 놀겠다고?

 

 부시럭거리며 시끄러우니 첫째 아이까지 잠을 깹니다. 쉬를 눈다며 일어났다가 둘째처럼 눈이 말똥말똥합니다. 깊은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글쓰기를 하는 아버지 무릎에 앉아 아무 일을 못하게 하더니, 슬슬 잠이 들 듯해 살며시 안아들며 자리에 눕혔더니, 자리에 눕자마자 번쩍 눈을 뜨면서 노래노래 부릅니다. “엄마, 밖이 깜깜해.” 하고 말하는 녀석이 잠을 잘 생각은 안 하면서 노래를 부르다니. 산토끼 토끼야 노래를 부르다가는, “엄마 짝은 토끼 귀여워, 해 줘. 엄마엄마 나 좀 짝은 토끼 귀여워, 해 줘.”라는 말을 자꾸자꾸 되풀이합니다.


- “이치고, 소용없어. 너도 들었잖아. 사람 안 따른단 얘기.” “그치만, 이대로 두면.” “버림받은 시점에서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아.” “것 봐. 사랑받지 못한 놈은 원래 그런 거야.” “그렇지 않아! 아직 살아 있어. 괜찮아, 나비야. 이제부터 사랑받으면 돼. 넌 앞으로 듬뿍 사랑받을 거야.” (15∼18쪽)


 이 아이들은 앞으로 열 살이 되고 스무 살이 되며 서른 살이 될 무렵, 저희가 한 살이던 나날과 두 살이던 나날과 세 살 네 살이던 나날을 얼마나 떠올릴 수 있을까요. 몸과 마음 깊숙한 데에는 아로새겨지려나요.

 

 생각해 보면, 나한테도 내 한 살 적과 두 살 적과 세 살 적과 네 살 적이 몸과 마음 어딘가에 깊숙히 아로새겨졌겠지요. 나는 좀처럼 그무렵 일을 떠올리지 못하나, 내 몸과 마음 어느 곳에는 내 어린 나날 이야기가 깊이 새겨졌겠지요.

 

 내 갓난쟁이 적은 어떠했을까요. 내 한 살 적과 두 살 때는 어떤 나날이었을까요. 나는 내 어버이한테서 어떤 사랑을 어떻게 받았을까요. 내 어린 날, 나 또한 내 아이들처럼 밤에 내 어버이를 잠 못 들게 하면서 들볶았을까요. 내 어린 날, 칭얼칭얼 낑낑대었을 나는 내 어버이한테 어떤 아이로 자리매겼을까요. 잠이 들지 못하면서 꽁꽁거리는 나를 내 어버이는 어떻게 달래면서 재웠을까요. 내 어버이는 두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나날을 어떤 사랑과 꿈과 믿음으로 보냈을까요.


- (학교에) ‘일요일 같은 건 없어도 되는데. 빨리, 빨리 보고 싶다.’ (71쪽)
- ‘평소랑 똑같은 교실. 늘 똑같은 수업시간. 그런데 이 모든 게 만화경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아. 너와 같은 마음이 되었기 때문에.’ (83∼84쪽)


 마키 우사미 님 《사랑 소리》(대원씨아이,2009) 2권을 읽습니다. 아주 어린 나날 사랑받지 못한 생채기를 푸름이 나이까지 짊어지는 ‘몸과 얼굴은 젊고 싱그러우나 마음과 꿈은 갈기갈기 찢기거나 조각조각 너덜거리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나는, 두 아이와 살아가는 어버이인 나는, 이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줄 수 있고 생채기를 남길 수 있습니다. 어버이인 내가 오늘 하루 어찌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 집 두 아이는 제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을 수 있고, 미움이나 생채기만 가득 남을 수 있습니다.

 

 사랑을 물려받았기에 사랑을 물려줄 수 있어요. 사랑을 물려받지 못했으나 사랑을 물려주려고 힘쓸 수 있어요.

 

 아니, 생채기가 잔뜩 남았다지만, 생채기를 남기던 어버이 또한 생채기 아닌 사랑을 나누고 싶었을 텐데, 어버이로 살아가는 마음자리와 꿈자리와 사랑자리를 제대로 모르던 설익은 나이여서, 그만 당신 아이한테 생채기를 남기고는 오래도록 가슴앓이를 할 수 있어요.


- “우리가 서로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니까.” (112쪽)
- ‘코우키도 나랑 똑같구나. 어떤 고백보다도 더 잘 전해져. 네 마음의 소리.’ (150∼151쪽)


 어버이는 누구나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줍니다. 서툰 사랑이든 어설픈 사랑이든 예쁘게 물려줍니다. 어버이는 누구나 아이한테 꿈을 물려줍니다. 어줍잖은 꿈이든 어리숙한 꿈이든 달콤하게 물려줍니다. 어버이는 누구나 아이한테 이야기를 물려줍니다. 마무리짓지 못한 이야기이든 뚱딴지 같은 이야기이든 고스란히 물려줍니다.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았으면, 앞으로 사랑을 듬뿍 나누며 살아가면 됩니다. 사랑을 거의 못 받았다 싶으면, 이제부터 내가 내 아이들한테 사랑을 듬뿍 나누며 살아가면 됩니다.

 

 내가 받은 만큼 물려주는 사랑이 아니에요. 내 가슴으로 키우는 사랑을 송두리째 물려주어요. 내가 얻거나 누린 만큼 물려주는 사랑일 수 없어요. 내가 아끼며 좋아하는 사랑을 스스럼없이 몽땅 물려줍니다.

 

 이제부터 사랑합니다. 오늘부터 사랑합니다. 어제까지 사랑하지 못했어도 괜찮아요. 그제까지 사랑을 잊은 채 지냈어도 괜찮아요. 오늘부터 사랑하는 삶이면 돼요. 이제부터 사랑을 꿈꾸는 나날이면 즐거워요. 사람은 누구나 사랑이라 하는 마음밥을 먹어야 새로 힘을 내며 아름다이 어깨동무할 수 있어요. (4344.12.24.흙.ㅎㄲㅅㄱ)


― 사랑 소리 2 (마키 우사미 글·그림,서수진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9.4.1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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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12.13.
 : 포근한 겨울날

 


- 충청북도 멧골집에서는 택배 부칠 일이 있을 때에 으레 우체국에 전화를 걸었다. 가깝다 싶은 우체국조차 칠 킬로미터 넘게 자전거를 달려야 하니까.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책꾸러미를 실으며 이만 한 길을 달리기란 그닥 힘들다 할 수 없지만, 수레에 아이랑 책꾸러미를 싣고 멧등성이를 넘다 보면 무게가 자꾸 뒤로 쏠린다. 몸이며 자전거며 몹시 고단하다. 전라남도 시골집에서는 택배 부칠 일이 있을 때에 딱히 전화를 걸지 않는다. 가까운 면 우체국까지 이 킬로미터만 달리면 되기도 하지만, 이만 한 길은 수레에 아이와 책꾸러미를 태우고 사뿐사뿐 달리며 즐겁다. 책꾸러미 무게가 제법 되어도, 옆 마을을 살짝 에돌며 달리곤 한다. 더구나 십이월 한복판에 접어들었으나 날씨가 포근하다. 아이는 수레에 가만히 앉기만 하니까 찬바람 때문에 추울까 걱정스러운데, 면에 닿으니 아이는 “나 더워. 옷 벗을래.” 하고 말한다. 참말 날이 포근하다.

 

- 우체국에 닿아 책꾸러미를 부친다. 아이를 수레에 태워 문방구에 갈 즈음, 지죽 가는 길목에 있는 도화헌미술관 아저씨하고 스친다. 도화헌미술관 아저씨는 새로 하는 전시를 알리는 책자를 들고 이곳 우체국까지 왔다. 그렇구나. 고흥군을 두루 돌면서 도화헌미술관 전시를 알리는구나. 나는 자가용 없이 자전거로만 다니는데, 자전거를 몰며 우리 도서관 행사를 알리러 다닐 수 있을까.

 

- 약국에 들른다. 뜨거운 국에 손을 온통 덴 둘째한테 쓸 천을 산다. 문방구로 간다. 문에 바를 창호종이를 사려 한다. 그런데 문방구는 문이 잠겼다. 벌써 밥때가 되었나. 아직 열두 시가 안 되었는데 문을 잠그셨네. 어떻게 해야 하나 한동안 망설인다. 아이가 걷고 싶다 하기에 걸으면서 생각한다. 어쩌면, 버스역 옆 가게에 있을는지 모르겠구나 싶어, 아이한테 자전거에 타라 이르고는 그리로 간다. 가게 앞에 갑오징어며 여러 물고기를 늘어놓은 가게 아주머니한테 여쭌다. 창호종이가 있다. 한 장에 800원씩 한다. 여섯 장 산다.

 

- 더 볼일 없겠지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집에서 전화가 온다. 둘째가 붕대 감긴 손을 이래저래 휘두르다가 붕대가 쏙 빠졌단다. 부지런히 집으로 달린다. 땀이 비질비질 난다. 이맘때 인천에서 자전거를 몰면 으레 손이 시리니 장갑을 끼는데, 이곳에서는 아직 장갑을 끼지 않는다. 장갑을 끼지 않아도 손이 시리거나 차갑지 않다. 따스한 날씨는 그야말로 고마운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 식구들 다 함께 보건소 마실을 한다. 집에서 보건소까지는 걸어서 오 분쯤.

 

- 집으로 돌아와 헌 수레에 앞바퀴를 붙인다. 새로 받은 수레는 자전거에 붙인 채 그대로 둔다. 벌써 일곱 해째 나와 함께 달린 수레는 그야말로 애 많이 썼다. 이 수레는 그동안 길을 얼마나 달렸던가. 짐을 얼마나 실었던가. 서울에서 두 딸아이 자전거수레에 태우던 아저씨가 쓴 수레를 받았다. 두 딸아이는 벌써 중학생이라 하던가. 중학생이니까 수레에 탈 수 없겠지. 우리 집 첫째는 아버지가 일찍부터 자전거에 붙이고 끌고 다니던 수레에 오래오래 탔고, 둘째는 머잖아 이 수레에 함께 타겠지. 나중에 우리 둘째가 무럭무럭 크고 나면 이 새 수레도 퍽 헐거나 닳으리라. 그때에는 이 수레도 헌 수레처럼 더는 달리기 힘들 때를 맞이하겠지. 더 달릴 수 없을 만큼 낡고 닳으면 깨끗이 닦아서 도서관 한쪽에 세우고는 예쁘게 꾸며 주리라.

 

- 첫째 아이 벼리가 앞바퀴 붙은 헌 수레를 밀면서 마당에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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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12-23 08:47   좋아요 0 | URL
벼리는 확실히 치마를 좋아해요 ^^
그런데 둘째는 어쩌다가 손을 데었나요 에구...

파란놀 2011-12-24 06:35   좋아요 0 | URL
치마돼지랍니다... -_-;;;

뜨거운 국에 손을 척 담갔거든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