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그림자 놀이

 


 볕이 좋은 날 마당에 빨래를 널면, 그림자 따라 마당 모습이 차츰 달라진다. 빨래를 널기 앞서는 후박나무 그림자만 지고, 빨래를 널면 빨래 따라 다른 그림자가 진다. 아이가 마당을 이리저리 걷거나 달리며 놀면, 아이가 움직이는 그림자가 새로 생긴다.

 

 볕이 좋은 날 그림자는 또렷하게 검다. 후박나무 밑에서는 후박나무 내음이 물씬 나는 그림자가 지고, 빨래 밑에서는 빨래 보송보송 마르는 내음 물씬 나는 그림자가 진다. 마당을 가로지르는 아이한테는 싱그러우며 씩씩한 내음 물씬 나는 그림자가 뒤따른다. (4345.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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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02 12:39   좋아요 0 | URL
거긴 날씨가 괜찮은가 봅니다.
여긴 넘 추워 화가날 지경입니다.ㅋ

파란놀 2012-02-02 16:24   좋아요 0 | URL
이곳도 이럭저럭 춥지만
아주 많이 춥지는 않아요 ^^;;;
에구궁~

하늘바람 2012-02-02 13:16   좋아요 0 | URL
참 이쁘고 정겨워요 사진이 예술이네요. 멋진 아빠세요

파란놀 2012-02-02 16:25   좋아요 0 | URL
볕이 좋으면 저절로 사진도 좋아지는구나 싶어요~~
 


 산들보라 마당 걷기

 


 볕살 아주 따사롭던 아침, 네 식구 마당으로 나와서 한동안 놀다. 첫째 아이는 목긴신을 신지 않는다. 날이 따스하니까. 둘째는 아직 혼자 걸을 수 없으니, 양말 신긴 채 누나 목긴신을 신긴다. 뚜벅뚜벅 어머니 손을 잡고 아직 여린 힘으로 한 발씩 내딛는다. 마음껏 기고 마음껏 놀며 마음껏 자라렴. (4345.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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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턱에 앉은 어린이

 


 문턱에 앉아 바깥을 내다 본다. 한겨울 찬바람이 부는 아침, 찬바람이 집안으로 스며든다. 아이는 찬바람 부는 한겨울이라지만 밖에서 뒹굴며 놀고 싶겠지. 그러면 놀면 되지. 그러나, 어머니랑 아버지는 밖에 함께 나와서 놀아 주지 않고, 저 혼자 놀라 하면 아직 혼자 놀지 않는다.

 

 나는 어릴 적 어떻게 했는가 되새긴다. 찬바람 휭휭 부는 날, 그냥 집에 눌러앉았던가. 찬바람 맞으며 아랑곳 안 하고 놀았던가. 툇간에 서서 찬바람 고스란히 온몸으로 맞아들이며 바람을 느꼈던가. 바람 따라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을 올려다보았던가. 바람이 씽씽 부니 이런 날, 바람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부리나케 연을 들고 밖으로 나와 연을 날리며 놀았던가. (4345.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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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 후비는 어린이

 


 아이가 코를 후빈다. 코가 막혀 답답하니 코를 후비겠지. 아이가 한결 어릴 적에는 아침 낮 저녁으로 코에 소금물을 넣고는 솜막대기로 살살 코를 긁어 주었다. 이제 이렇게 안 하며 지내는데, 때때로 소금물을 코에 넣고 손닦개로 흥 풀도록 한다면, 아이가 굳이 코를 후비지 않아도 되리라. 그런데, 이렇게 하면 되는 줄 자꾸 잊는다. 아니, 자꾸 잊는다기보다 아예 생각을 못 하는 채 하루를 보내지 않느냐 싶다. 아이와 살아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도 막상 아이 코를 뚫을 생각을 못 했다고 떠올린다. 코 후비는 아이 모습 사진을 찍고 며칠이 지난 오늘, 이 사진을 곰곰이 들여다보다가, 아하, 내가 아이 어버이로서 무얼 못 하며 지냈는가를 새삼스레 깨달으며 뉘우친다. (4345.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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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큰거리는 팔로 글쓰기

 


 저녁이 찾아오고 아이들은 졸리면서 잠자리에 누우려 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잠자리로 파고든다. 등허리를 펴고 누우니 팔뚝이 퍽 저리다. 팔뚝 주무를 힘이 없어 그냥 누운 채 눈을 감고 끙끙거리며 생각한다. 내가 오늘 하루 어떤 일을 얼마나 했다고 팔뚝이 저린가. 아이를 오래오래 안거나 업었기에 팔이 저린가, 빨래를 많이 해서 팔이 저린가, 집 안팎을 치우거나 갈무리했다고 팔이 저린가, 무얼 했다고 팔이 저린가.

 

 자리에서 부시시 일어나 빈책을 찾는다. 모로 드러누워 빈책 뒤쪽에 몇 글자 적는다. ‘시큰거리는 팔’이라고 적는다. 시큰거리는 팔이지만, 이 팔로 글을 몇 줄 적고 싶다고 생각한다. 몸이 고단하더라도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자고 다시금 생각한다. 한숨짓는 나한테 옆지기가 묻는 말을 생각한다. 아무 대꾸를 못하고 생각만 하다가 어느새 잠들고 말았지만, 새벽에 다시 일어나 곰곰이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어느 만큼 어떻게 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한다.

 

 나는 우리 아이가 무슨 일을 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생각한 적 있었나. 섣불리 어떤 틀을 지우지 말자고만 생각하면서, 막상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며 스스로 아름다운 길을 걸어야 좋을까를 잊거나 잃지 않았는가.

 

 나부터 내 삶이 어떠한 길로 나아가기를 바라는가 생각한다. 나부터 어떠한 사람 어떠한 꿈 어떠한 사랑을 꽃피우기를 빌며 글을 쓰는가 헤아린다. 아직 나부터 똑똑하거나 튼튼히 선 생각이 없기에, 내 옆지기와 우리 아이들 꿈과 사랑을 생각하지 못하며 흘러오지 않았느냐 싶다.

 

 팔이 시큰거리면 시큰거리는 대로 글을 쓰면 된다. 시큰거리는 대로 집일을 하고, 시큰거리는 대로 내 길을 걸으면 된다. 시큰거리는 팔이 말끔해진다면, 말끔해진 대로 집일을 하고, 말끔해진 대로 내 길을 걸으면 된다. 고단하면 고단한 대로 집식구들과 부대끼고, 홀가분하면 홀가분한 대로 집식구들하고 꽃피울 사랑을 찾으면 된다. 나 스스로 좋은 꿈을 즐거이 꾸면서 하루를 빛낼 때에 내 옆지기와 우리 아이들 예쁘게 살아갈 꿈을 마음속으로 알뜰살뜰 그릴 수 있겠지. 새 아침에는 새 마음으로 거듭나는 사람으로 살자고 생각하며 이 새벽을 누리자. (4345.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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