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충북 음성을 떠나 전남 고흥으로 집을 알아보러 다니던 어느 날, 여관 텔레비전 다큐방송으로 본 듯한데, 일본에서 '걷기'를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본 적 있다. 오쿠가케, 이 사진책이 그 걷기를 이야기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느낌으로는 그와 같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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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UGAKE 吉野から熊野へ、驅ける (單行本(ソフトカバ-))
JRC / 2012년 3월
22,910원 → 21,300원(7%할인) / 마일리지 64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4월 2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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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개실 되감기

 


  옆지기가 첫째 아이 긴양말을 뜨는데, 그만 첫 코에 떴어야 하는 바탕을 안 뜨고 지나치는 바람에 여러 날 애써 떴지만 다 풀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단다. 나라면 어떡했을까. 그냥 모르는 척 끝까지 뜰까? 꼭 해야 하는 첫뜨기를 안 하고 마무리까지 한다면 양말이 어떻게 되려나. 엉망이 되려나. 미운 양말이 되려나.


  글을 쓰다가 어딘가 잘못 적은 대목이 있다면 제아무리 길게 쓴 글이라 하더라도 여러 차례 꼼꼼히 되읽으며 바로잡아야 한다. 어느 때에는 아예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써야 한다. 책을 냈는데 어느 한 곳 잘못 찍힌 데가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고치거나 손질해야 한다. 아니,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헤아려 보자. 모종을 거꾸로 심을 수 있을까. 어린나무로 키워 옮겨심기를 하는데 뒤집어 심어도 될까. 싹이 안 튼 감자를 씨감자로 삼을 수 있을까. 물고기 비늘을 안 벗기고 먹을 수 있을까.


  가야 할 길을 잘못 접어들었다면, 모로 가도 닿는다며 그냥 가도 될까. 잘못 접어든 줄 깨달았으면 제아무리 멀리 걸어왔어도 여태 걸어온 길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도로 걸어가서 제대로 가야 한다. 아이 양말 한 짝을 뜨던 일이면, 어쩌는 수 없이 모두 끌러 처음부터 다시 떠야 할 테지. 차근차근 짚으며 뜨고, 한 코 두 코 살뜰히 헤아리며 뜰 노릇이다. 천천히 짚으며 읽고, 한 줄 두 줄 올바로 생각하며 읽을 노릇이다.


  그나저나, 되감는 실빛이 곱고, 되감는 심부름하는 아이 손빛이 예쁘다. 옆지기 몰래 슬쩍 웃는다. (4345.4.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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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4-28 13:26   좋아요 0 | URL
긴양말도 뜨신다고요?와 대단하시네요
일상이 참 고와요

파란놀 2012-04-28 15:05   좋아요 0 | URL
그냥 재미나게 살아가고 싶을 뿐이랍니다~ ^^
 


 누나를 빤히 바라보는 동생

 


  옆지기가 집빵을 굽는다. 집빵 굽기는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 가루를 무게를 달아 반죽을 하고 스티로폼상자에 넣어 따뜻하게 부풀린다. 알맞게 부풀리고 나서 스탠냄비에 아주 여린 불을 넣고 달군다. 뜨끈뜨끈 달았으면 반죽을 넣고 모양 좋게 다진다. 이러고서 뚜껑을 덮고 구수한 냄새가 날 때까지 천천히 기다린다. 다 익으면 냄비에서 꺼내어 뜨끈한 기운을 식힌다.


  집에서 차리는 밥을 아이와 함께 먹는다. 집밥을 먹을 때에는 속이 홀가분하다. 바깥밥을 먹고 나면 속이 어딘가 꿀렁꿀렁하다. 방귀도 잦다. 이런 날은 방귀 냄새까지 고약하다. 한창 즐겁게 밥을 먹는데, 아니, 둘째한테 죽을 먹이느라 이리 애쓰고 저리 용쓰며 기운을 쪽 빼는데, 가까스로 이럭저럭 먹이고 나서 놀라고 풀어놓으니, 제 누나가 집빵에 딸기잼(딸기잼에 여러 견과류를 갈아서 섞은 녀석)을 바르는 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첫째 아이도 더 어릴 적에 둘째 아이처럼 이렇게 나와 옆지기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을 테지. 둘째 아이는 제 누나를 빤히 바라보며 여러 몸짓과 몸가짐을 배우기도 할 텐데, 첫째 아이는 제 어버이를 빤히 바라보며 온갖 삶자락과 삶결을 배우는 만큼, 둘째이든 첫째이든 나와 옆지기가 얼마나 즐겁고 사랑스레 살아가느냐를 낱낱이 바라보며 받아들인다 할 테지. (4345.4.2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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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 글쓰기

 


  새가 지저귄다. 개구리가 운다. 경운기가 지나간다. 바람이 분다. 두 아이가 조잘대며 노래한다. 빨래가 마른다. 후박나무 꽃송이가 천천히 터진다. 마을방송이 울려퍼진다.


  소리를 듣는다. 방문을 닫으면 바깥소리가 거의 안 들린다. 그러나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창호종이 바른 문 사이로 개구리와 들새와 꽃송이와 바람과 햇살과 밭흙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는 글을 쓴다. 나는 내가 듣는 소리를 몸으로 삭히며 글을 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가려서 듣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소리를 얼결에 듣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나한테 찾아오는 온갖 소리를 가만히 듣곤 한다.


  뭇소리가 내 글을 이룬다. 뭇소리가 내 삶을 빛낸다. 뭇소리가 내 꿈을 건드린다. 뭇소리가 내 사랑을 속삭인다. (4345.4.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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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구리에 책을 끼고 달팽이 바라보다

 


  달팽이를 바라본다. 물기가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달팽이를 바라본다. 달팽이는 아주 느리게 긴다. 아무래도 내 눈길로 바라보니까 느리게 기는 셈일 테지만, 내 넋이 달팽이 되어 달팽이 몸으로 헤아리자면 느리거나 빠른 기어가기가 아닌, 내 삶에 걸맞게 움직이는 나날이 될 테지.


  아이가 옆구리에 책을 끼고는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무얼 할까. 아이가 한참 이러더니 나한테 묻는다. “이게 뭐야?” “어디?” “이거.” “이게 뭔데?” “여기.” 나도 한참 찾는다. 아이가 무얼 가리키는가 알 수 없다 싶을 무렵, 비로소 자그마한 달팽이를 알아본다. 나도 아이처럼 허리를 폭 숙이고 바라보았으면 금세 알아보았을까. 먼저 허리를 폭 숙이지 않고 선 채로 어른 키높이로 두리번두리번 할 때에는 알아볼 수 없을까.


  달팽이는 몸을 옹크린다. 누군가 저를 쳐다보는 줄 아는구나 싶다. 땡볕을 고스란히 받는 자리에 있네. 이 길을 가로지르다가 그만 아이 눈에 걸린 듯하다. 우리가 두 다리로 천천히 걸아다니기에 달팽이를 알아본달 수 있지만, 두 다리로 걸어다니더라도 앞만 바라본다면 달팽이를 픽 밟아 죽였어도 못 느낄 수 있겠지. 자동차를 탄 사람은 달팽이를 볼 일도 없지만, 자전거로 찻길만 싱싱 내달릴 때에도 달팽이를 볼 일이 없다. 몸을 낮출 뿐 아니라, 삶을 자연하고 맞출 때에, 비로소 달팽이가 제 몸뚱이를 우리한테 드러내어 ‘이보라구, 나도 좀 바라보라구, 나하고 동무하며 천천히 삶을 즐기자구.’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느낀다.


  아이는 이제 달린다. 책을 옆구리에 낀 채 달린다. 마치, 내가 신문배달 일을 하며 먹고살던 때 모습과 같다. 내가 중학생 때에 신문배달을 하던 모습이 이와 같았을까. 내가 신문배달 일을 하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준 사람은 없으나, 우리 아이를 바라보다가 이 아이가 살아가는 모습이 온통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하나하나 아로새겨지듯 드러나 보인다고 깨닫는다. 착하고 옳으며 예쁘게 살아가며, 아이도 착하고 옳으며 예쁜 꿈을 꾸도록 보듬자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4345.4.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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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4-27 13:23   좋아요 0 | URL
걷기의 좋은 점을 저는 체험으로 알고 있어요. 요즘 매일 한 시간씩 걸어요. 일주일에 여섯 번 정도로요. 차를 탔다면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되고, 차를 탔다면 느끼지 못한 것을 느끼게 되지요. 계절의 날씨와도 직접적으로 만나는 시간이 걷는 시간이 아닌가 생각해요. 사색의 시간으로도 좋아요.

걷는 운동을 한 지가 7년 넘었는데, 이젠 중독의 수준이에요. 안 걸으면 걷고 싶어지지요. 운동을 따로 하더라도 걷기는 필수인 것 같아요. 건강에 제일 좋대요. 걸으면서 집집마다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밌어요. ㅋ

파란놀 2012-04-27 15:06   좋아요 0 | URL
오오, 요즈음 걸어다니며 마음을 살찌우기 아주 좋겠어요.
좋은 날은 좋은 바람을 느끼고,
궂은 날은 궂은 비바람을 느끼며
걷는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리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