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서 자라는 유채꽃
메에서 자라는 메벚꽃
들에서 자라는 질경이
뒤꼍서 자라는 미나리,

 

봄날 햇볕 받아
푸른 숨결 뱉다.

 

두 팔 벌려
큰 숨 쉰다.

 

고마운 바람
즐거운 노래
가벼운 걸음
반가운 냄새,

 

나는
오늘 하루
잘 먹고
잘 누고
잘 잔다.

 

 

4335.4.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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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서 5월 5일까지 있기란 너무 힘들기에

오늘 파주 숙소에서 떠나

다른 데로 갑니다.

 

에구구... 도시는 너무너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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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책읽기

 


  자동차를 얻어타고 움직이면 고맙다. 그러나 우리가 얻어타는 이 자동차 또한 길거리를 누비는 숱한 물결 가운데 하나이다. 시골집을 떠나 면내나 읍내로만 나와도 길가에 서서 우리 앞을 가로막는 자동차 옆으로 비켜 걷느라 우리 앞뒤로 달리는 자동차를 살펴야 하기에, 그만 아이한테 “저기 자동차 오잖아. 얼른 따라와!” 하고 다그치는 말을 하고야 만다. 자동차 소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아이한테 나즈막한 소리로 “자, 어머니 어머니 놓치지 말고 잘 따라오렴.” 하고 나즈막하거나 부드러이 불러서는 듣지 못하기 일쑤이다. 고흥하고 가까운 도시 순천으로 마실을 나갈 적에도 자동차가 엄청나게 많다. 순천을 지나 시외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자동차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인천이나 부산이나 서울이나 일산 같은 커다란 도시에 내려 누군가를 만나러 길을 걷다 보면 거듭거듭 아이를 재촉하고 다그친다. 너무도 많은 자동차가 끝없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니 잔잔하거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자동차 바퀴 소리에 모두 짓이겨진다. 그예 아이한테 소리를 빽 지르는 바보 아버지 멍청이 어머니가 되고 만다.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들으며 들길을 거닐 때에는 아이를 부르지 않아도 좋다. 서로 웃으며 바라보면 즐겁다. 새들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며 멧길을 걸을 때에는 아이를 부르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어버이 앞뒤로 신나게 달음박질을 하고 뜀뛰기를 한다. 서로 새처럼 노래하며 마주하면 기쁘다.


  자동차를 얻어타고 어디로 움직일 때에는 창문을 열면 새삼스레 시끄럽다. 창문을 닫아도 그리 조용하지 않다. 자동차를 얻어타고 움직이며 새들 지저귀는 소리나 벌레들 우짖는 소리를 듣기 아주 힘들다. 저기 틀림없이 새가 있고 벌레가 있을 텐데 하고 느끼지만, 귀로 와닿는 소리는 자동차들이 깡그리 치고박아 멀리 흩어지고 만다.


  아이가 신나게 달리며 놀 수 있는 곳은 어버이가 신나게 땀흘리며 일하거나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라고 느낀다. 아이가 마음껏 노래하며 춤출 수 있는 데는 어버이가 예쁘게 꿈을 꾸며 사랑할 수 있는 데라고 느낀다. (4345.5.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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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발가락 글쓰기

 


  새끼발가락이 아프다. 찡 하면서 온몸을 울린다. 망치로 맞거나 누가 밟아서 아프지 않다. 나 스스로 몸에 기운이 많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걸음을 잘못 디디다가 책상 한쪽에 콩 하고 찧어서 아프다. 내 몸에 기운이 남았으면 새끼발가락을 안 찧었겠구나 생각한다. 내 몸에 기운이 많이 빠져나갔다 하더라도 마음을 즐거이 다스리면서 예쁘게 건사했다면 발가락을 찧으면서도 살그머니 웃으며 내 바보스러움을 누릴 수 있었겠다고 느낀다.


  첫째 아이를 또 나무라고 말았다. 시골집을 떠나 경기도 파주 책도시에 볼일을 본다며 자그마치 여섯 시간 넘는 힘든 길을 아이들하고 함께 왔으니 아이들이 다 지칠 만하다. 이 지친 아이들이 잘 견디면서 놀아 주는데, 놀기는 놀되 아이들 또한 마음속으로 힘든 몸을 참으면서 노는데, 어버이로서 이 마음을 슬기롭게 읽지 않고는 여관 침대에서 자꾸 뛰고 방바닥에서 뛴다고 다그치고 말았다. 우리 자는 데 아래층에는 다른 사람들이 묵으니, 우리 때문에 시끄러울까 걱정스러워 아이를 다그쳤다.


  울먹이는 아이를 바라보며 또 내가 얼마나 모자란 짓을 했는가 하고 뉘우친다. 예쁜 말로 일깨우거나 고운 눈빛으로 달래지 않고, 왜 자꾸 모질게 다그치려고만 할까. 모질게 다그치려 하면 누가 듣고 싶어 하겠나. 남들이 나한테 모질게 다그칠 때에 나부터 듣기 안 좋다 여기면서, 똑같은 짓을 아이한테 퍼부으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내 마음을 갉아먹으면 내 삶이 아프고 슬프다. 내가 내 마음을 어루만지면 내 삶이 고맙고 좋다. 내가 내 마음을 사랑할 때에 천천히 내 꿈을 헤아리면서 내 아이들 예쁜 꿈을 사랑하는 길을 걷겠지. 새끼발가락이 웃으면 나도 늘 웃는다. 새끼발가락이 울면 나도 늘 운다. (4345.5.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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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쉰다

 


  좋은 꽃 바라보며 좋은 넋 샘솟는다고 느낍니다. 고운 님 마주보며 고운 꿈 차오른다고 느낍니다. 맑은 해 올려다보며 맑은 삶 따스하구나 싶습니다. 착한 아이 어깨동무하며 착한 마음 다스리겠지요.

  새로 돋는 풀잎 쓰다듬고 새 생각 북돋웁니다. 온 바람 받아먹고 온 믿음 살찌웁니다. 문득 곰곰이 되뇝니다. 내가 자동차 싱싱 달리는 소리 먼발치 또는 가까이 아침부터 밤까지 들어야 하는 도시에서 살아간다면, 이 소리들은 내 몸과 마음을 온통 휘젓습니다. 냉장고 웅웅거리는 소리라든지 텔레비전 웅성대는 소리라든지 승강기 오르내리는 소리라든지, 갖은 물질문명 끊임없는 소리들에 둘러싸여야 한다면, 이 소리들은 내 몸뚱이와 마음자락을 파고듭니다.


  시골집에서 섬돌에 아이랑 나란히 앉아 후박나무를 바라봅니다. 들새와 멧새와 제비가 지저귀는 노래를 듣습니다. 무논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논밭에서 일하며 주고받는 이야기 아스라하게 듣습니다. 풀잎이 바람에 눕다가 일어섭니다. 나뭇잎이 바람결 따라 파르르 춤춥니다. 햇살은 온 들판에 곱게 내려옵니다. 멧등성이마다 새로 돋은 잎사귀 푸른 빛깔 싱그럽습니다.


  눈이 쉬며 코가 쉽니다. 코가 쉬며 귀가 쉽니다. 귀가 쉬며 손과 입과 몸뚱이가 모두 쉽니다. 마음이 쉽니다. 생각이 쉽니다.

  쉴 수 있기에 책 하나 쥡니다. 쉴 수 있기에 싱긋 웃으며 아이들 껴안고 함께 놉니다. 쉴 수 있기에 옆지기하고 살가이 말을 섞습니다.

  쉴 수 없을 때에 어딘가 막힙니다. 쉴 수 없어 어딘가 막힐 때에 이맛살을 찌푸립니다. 쉴 수 없어 어딘가 막힌 나머지 이맛살을 찌푸리니 자꾸 골을 부리거나 짜증이 피어납니다. 아, 쉬지 못하는 몸이 되어 쉬지 못하는 마음이라면, 이런 몸과 마음으로 읽는 책은 내 삶을 얼마나 살찌우거나 북돋우거나 일으키거나 보듬을 수 있을까요.


  눈을 쉬기에 책을 읽습니다. 눈을 쉬기에 삶을 사랑합니다. 눈을 쉬기에 착하고 맑으며 고운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4345.5.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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