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02] 똑똑, 누구셔요

 

  “똑똑, 누구십니까. 꼬마입니다.” 하고 첫머리를 여는 어린이노래를 아이하고 함께 부릅니다. 이 노래를 듣고 부르는 아이들은 누구나 방문을 열기 앞서 ‘똑똑’ 두들긴 다음 안쪽에서 “누구셔요?” 하고 묻는 소리를 기다리겠지요. 아이가 방에 있을 적에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들긴다면, 아이는 문 바깥에 대고 “누구셔요?” 하고 묻겠지요. 엊저녁 읍내 고흥고등학교에 볼일이 있어 찾아가서는 이곳 선생님 두 분을 뵙고 ‘국어교사실’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등학교가 참 시원스레 생겼고, 교실이며 골마루가 참 환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예전하고 견주니 참 밝고 상큼해요. 그런데 국어교사실 문 한쪽에 ‘노크’ 하고 들어오라는 쪽글이 하나 붙습니다. 얼핏 스치듯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아무한테도 ‘국어교사실 노크 쪽글’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같은 말마디는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느낄 노릇이거든요.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누구나 어릴 적에는 ‘노크’보다는 ‘똑똑’이라는 소리말을 듣고 자랐을 테니, 아이들 스스로 어떤 말로 생각을 드러내어 나눌 때에 아름다울까 하고 돌아볼 수 있어야 해요. 그나저나, 우리 집 다섯 살 아이하고 고등학교에 찾아가 골마루를 지나는데, 이곳 아이들이 우리 아이를 바라보며 귀엽네, 하다가는 한 아이가 “장화 신었네.” 하고 말하는데, 곁에 있던 다른 아이는 “와, 레인부츠네.” 하고 말합니다. (4345.6.3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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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숟가락 글쓰기

 


  밥을 하고 국을 할 때에 으레 숟가락을 쓴다. 지짐판에 무얼 지지거나 무칠 때에도 으레 숟가락을 쓴다. 달걀을 부치거나 달걀말이를 할 때에는 뒤집개를 쓰지만 여느 때에는 그냥 숟가락을 쓴다. 밥냄비에서 밥을 풀 때에도 숟가락을 쓴다. 버릇이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숟가락이 손에 익다 보니 다른 연장보다 숟가락을 쓸 때에 한결 수월하다. 그렇다고 다른 연장이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다른 연장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 찬찬히 쓰다 보면 알뜰살뜰 잘 익힐 만하겠지. 그런데 내 몸은 버릇처럼 숟가락을 먼저 집는다. 다른 연장보다 숟가락에 손이 먼저 간다. 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기보다, 몸은 그저 저절로 움직인다고 해야 할까.


  굳은 몸이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아주 저절로 움직이는 몸이란 나를 스스로 지키는 몸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나 스스로 내 몸을 제대로 아끼거나 사랑하자면, 저절로 움직이는 결보다 가장 즐거우면서 사랑스레 움직일 수 있는 길을 찾아야지 싶다. 사람들이 ‘버릇’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얄궂거나 뒤틀린 말투를 안 바로잡거나 안 가다듬으면서 함부로 쓰는 일이랑 내가 숟가락으로 밥을 하는 일이란 무엇이 다를까. 사람들이 국립공원 바닷가에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 버릇이랑 내 버릇이랑 얼마나 다를까. 나는 버릇처럼 걷고 버릇처럼 자전거를 타지만, 여느 사람들은 버릇처럼 자가용 열쇠를 찾아 부릉부릉 몰며 가까운 나들이가 되든 먼 나들이가 되든 움직인다.


  나는 버릇이 아닌 삶을 헤아릴 사람이다. 나는 익숙한 결이 아니라 아름다운 결을 살필 사람이다. 나는 굳어진 대로 움직일 사람이 아니라 슬기롭게 움직일 사람이다. (4345.6.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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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보는 눈 185 : 가장 좋은 책을 읽기

 


  나는 언제나 내 마음으로 느낄 ‘가장 좋은 책’을 읽습니다. 나는 둘째로 좋다고 여기거나 셋째로 좋다고 느끼는 책은 안 읽습니다. 언제나 그때그때 내 마음에 가장 좋다고 여기거나 느낄 책을 읽습니다. 다만, 오늘 내가 가장 좋다고 여기거나 느낄 책을 읽는다지만, 며칠이 지나고 보면 오늘 읽은 책보다 모레나 글피에 읽을 책이 한결 좋다고 여기거나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레가 지나고 보름이 지난 뒤 돌아보면, 예전에 가장 좋다고 느끼거나 여기며 읽던 책이 여러모로 후줄근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오늘 이곳에서 가장 좋다고 여기는 책을 장만해서 가장 좋은 넋을 추슬러 가장 좋은 손길로 책장을 넘깁니다.


  나는 언제나 내 몸으로 느낄 ‘가장 좋은 밥’을 먹습니다. 나는 둘째나 셋째로 좋은 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노상 가장 좋다고 여기거나 느낄 밥을 먹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보금자리가 나로서는 가장 좋다고 여길 보금자리이지, 둘째나 셋째로 좋다고 여길 데가 아닙니다. 더없이 마땅한데, 이럭저럭 괜찮거나 이냥저냥 낫다 싶은 삶을 누릴 수 없습니다. 나들이를 다니든 먼먼 여행을 하든, 가장 가고 싶은 데를 골라 가장 누리고 싶은 하루를 누립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가장 빛나는 슬기와 깜냥으로 내 꿈을 펼칩니다.


  《람타, 현실 창조를 위한 입문서》(아이커넥,2012)를 읽습니다. 《아나시타시아 6 : 가문의 책》(한글샘,2011)을 읽습니다. 사람들마다 달리 받아들일 텐데, 어떤 분한테는 마음에 아무것 남기지 못하는 책이 될는지 모르나, 나한테는 내 넋을 새롭게 가꾸고 착하게 돌보는 길잡이책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만화책 《악마와 러브송》 열석 권을 챙겨서 읽고, 만화책 《나츠코의 술》 열두 권 또한 챙겨서 읽습니다. 나는 만화책을 모두 온돈을 치러 깨끗한 판으로 장만합니다. 글책이든 그림책이든 사진책이든 한 번 읽고 그치는 일이 없습니다. 만화책도 한 번 읽고 덮지 못합니다. 옆지기와 함께 읽고 아이들도 뒷날 함께 읽습니다. 곧, 적어도 네 사람이 한두 차례는 읽을 책입니다. 만화책이라서 아무 만화책이나 장만할 수 없을 뿐더러, 그림책이라서 ‘유치’한 책일 수 없어요. 늘 가장 예쁘고 빛나는 넋을 담는 책이요, 한결같이 마음을 살찌우면서 북돋우는 책이에요.


  가장 좋다고 여기는 책을 장만하는 만큼, 나는 내 주머니 가장 좋은 돈을 꺼내어 책값을 치릅니다. 내가 가장 좋은 땀을 흘려 번 돈으로 내가 가장 좋다고 여기는 책을 장만합니다. 내가 가장 좋다고 여기는 보금자리에서 내가 가장 좋다고 여기는 말미를 마련해서 읽습니다.


  내가 사랑할 짝꿍이란 나 스스로 가장 사랑할 짝꿍입니다. 사랑스러운 짝꿍과 누리는 하루란 가장 사랑스러운 나날입니다. 콩 한 알을 심든 벼 한 포기를 심든 가장 좋은 논밭에서 가장 좋은 땀을 흘립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가장 좋은 목숨물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을에 가장 좋은 여름비가 내려, 가장 좋게 흙을 적시고 가장 좋게 도랑물이 흐릅니다. 논개구리는 가장 좋은 목청을 뽑아 가장 좋은 노래를 부릅니다. 깊은 밤 가장 좋은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내 곁 가장 좋은 살붙이하고 가장 좋은 꿈을 꾸며 잠듭니다. (4345.6.3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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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글을 다 쓰고서 다음 권을 주문할까 싶었으나, 나 스스로 가장 좋은 넋으로 읽는 책이라 한다면, 다 읽고 나서 몇 달이 지난 뒤에도 사랑스레 쓸 느낌글이 되리라 믿는다. 만화책 '불새'도 외전만 남기고 다 읽지 않았던가. '나츠코의 술' 11권까지 내처 읽고 나서 12권을 주문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만화책을 그린 만화쟁이한테 고맙다는 인사말을 올린다. 이토록 아름다운 만화책을 알아볼 사람들은 모두 아름다운 마음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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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코의 술 애장판 12
오제 아키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2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2년 06월 3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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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가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에
그만 달콤한 낮잠에서
확 깬다.
“아버지, 보라 똥 쌌어요!”

 

게슴츠레한 눈으로
아이들 있는 쪽을 좇고,
둘째 아이가
어디다 똥을 질렀는지 살핀다.

 

이불이나 책에는 안 누어
그나마 낫다고 여기며
둘째 아이를 허리춤에 끼듯 안고
씻는방으로 간다.

 

아이 바지를 벗긴다.
아이 웃도리에 똥이 묻었다.
기저귀에도 똥이 묻었다.

 

아이 등판부터 종아리까지
수북히 묻은 똥을
물로 씻으며 살살 닦는다.
아이는 좋아한다.

 

내가 너만 한 아이였을 적
내 어머니는
나를
어떻게 씻겼을까.

 

똥오줌 질펀하게 눈 둘째 아이
벗긴 채 마루에 데려다 놓고
똥빨래 석 점 꾹꾹 비벼
정갈히 마무리짓는다.

 

새 옷가지 꺼내 둘째를 입히고
한손에는 빨래한 옷가지
한손에는 둘째를 안고
마당으로 나온다.

 

둘째 아이 마당에 풀어놓으니
첫째 아이 마당으로 내려온다.

아이들 놀음놀이 바라보다가


젖은 빨래는 널고
마른 빨래는 걷어서 갠다.

 

들새 지저귀는 소리로
한낮이 후끈후끈 흐른다.

 


4345.5.3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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