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꽃 책읽기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발포 바닷가로 가는 길에 꽃을 본다. 길에서 피고 지는 가을꽃이다. 바야흐로 가을에 접어드니, 여느 사람들은 가을날 지는 노랗거나 붉은 가랑잎을 떠올릴까. 그렇지만 이 가을에 길섶이나 풀섶에 예쁘장하게 피고 지는 조그마한 꽃이 많다. 예나 이제나 적잖은 이들은 살살이꽃(코스모스)을 두고 가을을 말하곤 하는데, 관청에서 씨앗을 잔뜩 뿌려 길가에 나풀거리는 살살이꽃이 길에서 길꽃처럼 피기도 하지만, 누가 씨앗을 뿌리지 않았어도 바람에 날리고 들짐승 털에 붙어 옮기며 천천히 자리를 넓히는 들풀이 조그마한 꽃을 피우기도 한다. 관광지라면 관청 공무원이 ‘자활 근로 일꾼’을 일삯 몇 만 원에 부려 코스모스를 뺀 다른 길꽃은 모조리 뽑거나 베지 않았을까. 관광지 아닌 여느 시골이라 온갖 들꽃이 길가에서 흐드러지며 서로 어여쁜 길꽃잔치를 벌인다. 어느 마을 어귀를 보니, 길가를 따라 관청에서 길게 심었음직한 동백나무 둘레로 마을 할머니가 심었음직한 호박이 노랗고 커다란 열매를 주렁주렁 맺는다. 관청에서 뭘 하지 않아도, 마을은 할머니들이 지켜 주신다니까요. (4345.9.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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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바다에 들다

 


  가을바다는 온통 우리 차지가 된다. 자가용을 몰고 바닷가 걸상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 아저씨가 한둘 드나들었지만,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뛰놀며 모래를 만지는 사람은 나와 아이들뿐. 집부터 자전거를 몰아 발포 바닷가로 온다. 칠 킬로미터 길인데 생각보다 한결 가깝다. 아이들을 수레에 태우고 이십 분이면 넉넉히 올 수 있다. 나중에 아이 어머니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넷이 달리자면 삼사십 분에 걸쳐 천천히 올 만하겠지. 발포 바닷가로 달리는 길을 지나가는 자동차도 아주 드물기에, 자전거로 다니기에도 좋으리라 느낀다. 무엇보다, 여름 물놀이철을 지난 바다는 아주 고즈넉하며 아름답다. 다만, 바다 저쪽에서 밀려 내려오는 스티로폼 조각이 널리고, 화장실을 쓸 수 없는 대목이 아쉽다. 물놀이철과 물놀이철이 아닐 적 바닷가는 시설도 다르구나.


  가을 바닷물은 살짝 서늘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오래 놀도록 하지 않는다. 조금만 물에서 뒹굴게 하고는 어찌저찌 물을 받아 모래를 씻기고는 옷을 갈아입힌다. 면소재지에서 장만한 김밥과 도시락을 먹인다. 잘 놀고 잘 먹은 아이들이 낮잠에 빠져들 만하지만, 작은아이만 잠들고 큰아이는 잠을 안 자며 버틴다. 그래도 좋다. 가을바다 한 번 누렸지? 한가위 지나고 또 함께 찾아오자. (4345.9.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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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는 9권이 나왔다든가 아닌가 잘 모르겠는데, 9권까지 나온다고 들었는데, 드디어 7권 번역이 나왔다. 보름쯤 되었지 싶다. '아나스타시아'는 책이름을 깊이 생각하고 들여다보며 읽으면, 내가 어떤 삶을 어떻게 누려야 아름다운가를 슬기롭게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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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에너지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한병석 옮김 / 한글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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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내 새로운 책 교정으로 이틀을 보냈다.

겨우 1차 교정을 마쳤으니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한글날에 맞추어 예쁘게 나오리라 느낀다.

 

참 예쁜 책이고

멋진 책이다.

 

100만 권쯤 읽히면서

100만 사람 삶과 넋과 말을

예쁘게 다스리는 길동무가 될 수 있으리라

꿈을 군다.

 

..

 

표지 시안이 나왔으나 pdf파일이라서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못하네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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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08] 가자

 

  아이들과 살아가며 내가 아이 앞에서건 옆지기한테건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는 말인데, 아이들이 갑자기 외치듯 말하는 때가 있습니다.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깜짝 놀라지만, 이내 어디에서 아이들이 이런 말을 듣고서 외치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첫째, 나는 말을 안 하더라도 옆지기가 말하겠지요. 둘째, 마을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서 들었겠지요. 셋째, 음성이나 일산 식구들한테서 들었겠지요. 넷째, 집에서 만화영화를 보면서 들었겠지요.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면내 우체국에 가려 하는데, 큰아이가 자전거수레에서 “출발!” 하고 외칩니다. 나는 퍽 뜬금없다고 느낍니다. 사름벼리야, 아버지는 너한테 ‘출발(出發)’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잖니, 너는 어디에서 이 말을 듣고 이렇게 외치니? 처음에는 생각을 하느라 지나칩니다. ㅋ이라는 만화영화에서 이 외침말이 흐른 듯합니다. 다음날에는 이 말버릇은 안 되겠다 싶어, 큰아이가 또 “출발!” 하고 외칠 때에, 나는 앞에서 자전거 발판을 구르며 “가자!” 하고 외칩니다. “가자! 가자! 우체국에 가자!” 하고 외칩니다. 큰아이는 이윽고 아버지가 외치는 “가자!”라는 말을 따라합니다. (4345.9.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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