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 (도서관일기 2012.10.2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인천에서 손님이 찾아온다. 여섯 살 아이랑 네 살 아이를 이끈 어머니 한 분 찾아와서 여러 날 우리 집에서 함께 묵는다. 바다에도 마실을 가고 마을 한 바퀴도 돈 다음 서재도서관에도 함께 나들이를 간다. 그런데 여러 날 함께 지내면서 서재도서관에는 꼭 한 번 나들이를 한다. 바쁠 일이 없다고 할 테지만, 코앞에 있는 곳까지 드나들지 못한다. 새삼스럽다 할 일은 아니다. 서재도서관과 집이 함께 있지 않을 때에는 나부터 하루에 한 차례 들르기도 만만하지 않다. 돌이켜보면, 인천에서 서재도서관을 꾸릴 적에도 3층이 도서관이고 4층이 살림집이어도 큰아이 하나 돌보고 집살림 도맡느라 하루에 한 차례도 3층으로 못 내려온 적이 잦았다. 다시금 생각해 보면, 두 아이와 복닥이면서 책 한 줄 못 읽는 날이 있다. 두 아이와 부대끼면서 종이책 건드릴 엄두를 못 낼 뿐 아니라, 두 아이한테 그림책 한 번 느긋하게 못 읽어 주는 날도 잦다.


  먼 곳에서 손님이 찾아왔기에 아이 넷이 복닥복닥 떠드는 서재도서관이 된다. 아이들은 아이들인 터라 다른 책보다 그림책 둘레에 모인다. 어른들이 찾아왔으면 어른들 나름대로 다른 책 둘레에 모이겠지. 사진기를 어깨에 멘 어른들이 찾아왔다면 이분들은 이분들 나름대로 다른 책 둘레에 모이겠지.


  어느 어른은 우리 서재도서관 책을 살피며 ‘값진’ 책이 많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우리 서재도서관으로 마실을 하면서 ‘넓어 뛰어놀기 좋다’고 말한다. 아마 아이들로서는 ‘도시에 있는 다른 도서관’에서는 뛰지 말라느니 시끄럽게 굴지 말라느니 하는 소리를 신나게 들었으리라.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골마루를 달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른들이 걸상에 앉아 책을 읽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흙운동장을 달리며 놀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어른들이 나무그늘에서 해바라기를 하며 이야기꽃 피울 수 있으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빈터에서 텃밭을 일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예쁘며 아름다운 도서관살림이 되리라 느낀다.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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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61) 씨앗돈

 

  돈을 쓰고 돈을 벌기는 하지만, 돈을 그닥 생각하지 않으며 살다 보니, 돈과 얽힌 낱말이 낯설거나 새롭곤 합니다. ‘씨앗돈’이라는 낱말을 처음 들은 엊그제, 무슨 돈을 말하는가 하고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렇지만, 말짜임이 쉽기에 “씨앗과 같은 돈”이라는 뜻이로구나 하고 짚었어요. 시골에서는 이듬해 흙을 일굴 적에 쓸 씨앗을 갈무리해요. 이를테면 ‘씨나락’이라든지 ‘씨감자’라든지 ‘씨콩’이라든지 ‘씨마늘’을 건사합니다. 이처럼, 나중에 쓰리라 생각하며 건사하는 돈이 된다면 ‘씨돈’이나 ‘씨앗돈’이 될 테지요.


  낱말책을 뒤적여 봅니다. 낱말책에는 ‘씨앗’을 한자말로 옮겨적는 ‘種子’를 넣어 지은 ‘종잣돈(種子-)’ 한 가지가 실립니다. 낱말책에는 ‘씨돈’도 없고 ‘씨앗돈’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씨벼’라는 낱말은 싣습니다. 다만, ‘씨벼 = 볍씨’라고 다룰 뿐, 이듬해에 다시 심으려고 갈무리하는 벼라는 말풀이는 안 달립니다.


  그러고 보니 ‘밑돈’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나는 어릴 적에 ‘씨앗돈(씨돈)’ 같은 낱말은 거의 못 들었지만, 둘레 어른들은 으레 ‘밑돈’을 이야기했어요. 장사를 하려 하거나 제금나서 살아가려 할 적에 ‘밑돈’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셨어요. 그러나, 지식인이나 기자나 글쟁이는 이 낱말을 그리 사랑하지 않습니다. 신문이나 잡지나 책에는 ‘기금(基金)’ 같은 낱말만 도드라져요. 한국말을 옹글게 쓰는 분이 참 드뭅니다. (4345.1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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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57) 맑음돌이

 

일기예보는 맑을 거라고 했지만, 맑음돌이를 잔뜩 만들어서 처마 밑에 걸어 놓고, 주머니에도 가득 넣고 왔는데
《우에야마 토치/설은미 옮김-아빠는 요리사 (112)》(학산문화사,2011) 18쪽

 

  일본사람은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테루테루보즈(てるてる-ぼうず,照る照る坊主)’를 창가에 건다고 합니다. 일본사람이 쓴 문학책이나 만화책을 보면 ‘테루테루보즈’ 얘기가 참 자주 나와요. 일본은 한국보다 비가 잦기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비가 잦으니 비가 잦은 만큼 궂은 일도 잦을 수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가 새삼스레 있을 테지요.


  한국에서는 무엇이 있을까 헤아려 봅니다. 글쎄.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무언가 거는 일이 있는가 알쏭달쏭합니다. 하늘에 대고 절을 하는 일은 있어도, 무언가를 붙이거나 거는 일은 드물지 싶어요. 아니, 나도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모를 수 있어요. 먼먼 옛날 시골사람은 하늘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걸거나 붙이거나 하면서 비멎기를 바랐을는지 몰라요. 이제 도시 사회가 되고 보니, 어느 도시에서도 비멎기 바라는 무언가를 잊었다든지, 시골에서도 못물이 넉넉히 있기에 비멎기를 바라는 몸짓이 사라지거나 잊혔을 수 있어요.

 

 맑음돌이 ↔ 테루테루보즈

 

  한국말로 옮긴 어느 만화책을 읽다가 ‘맑음돌이’라는 이름을 봅니다. 내가 이제껏 본 일본책에서는 으레 일본말 ‘테루테루보즈’만 나왔는데, 이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겨적은 이름을 처음으로 봅니다.


  테루테루보즈는 ‘테루테루보즈’라 적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이렇게 옮겨적은 이름이 참 앙증맞고 잘 어울리며 쓸 만하다고 느낍니다. 일본사람이 즐기는 삶은 일본사람 나름대로 일본말로 붙여서 즐기면 되고, 한국사람은 이들 일본살이를 한국말로 예쁘고 슬기롭게 붙여서 가리켜도 될 만하구나 싶습니다. 때로는 한국사람도 ‘비멎기 놀이’를 해 볼 수 있겠지요. 한국사람이 ‘비멎기 놀이’를 할 적에는 ‘맑음돌이’나 ‘맑음순이’를 내걸 수 있어요. ‘맑음아이’라든지 ‘맑음고양이’를 만들어 걸어도 돼요. ‘맑음냐옹’이라든지 ‘맑음멍멍’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생각에 따라 말이 태어납니다. 생각에 따라 태어나는 말은 알뜰살뜰 아끼면 씩씩하게 자랍니다. ‘맑음-’을 붙여 어떤 새말을 지으면 재미나며 어여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거꾸로 ‘-맑음’을 달아 새롭게 새말을 지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마음맑음’이라든지 ‘사랑맑음’을 비롯해서 ‘하늘맑음’이나 ‘꿈맑음’을 쓸 수 있어요. ‘생각맑음’이나 ‘얼굴맑음’을 써도 잘 어울려요. (4345.1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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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이야기 1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내 마음속은
 [만화책 즐겨읽기 189] 타니카와 후미코, 《솔로 이야기 (1)》

 


  가을비가 내리는 새벽은 호젓합니다. 그제는 비가 흩뿌리고 어제는 빗방울이 들지 않더니 오늘 새벽에 다시 빗방울이 찾아듭니다.


  아이들 오줌그릇을 비우려고 마당으로 나옵니다. 빈 땅뙈기에 아이들 오줌을 붓고 나도 쉬를 눕니다. 까만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별이 하나도 안 보입니다. 온통 구름인가? 자그마한 물방울이 살짝 볼에 떨어진다 싶어, 새삼스레 비구름으로 덮였나 하고 생각합니다. 방으로 들어와 낯을 씻으니 이내 빗소리 들립니다.


  이제 길가에 곡식을 펴서 말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거의 없으니, 가을비가 찾아와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바쁜 가을일을 마치고 나서 마늘이나 파나 양파를 새로 심은 밭뙈기라면 가을비가 반가우리라 생각합니다.


  한동안 매우 따스한 날씨였습니다. 겨울 앞둔 늦가을이라고는 느낄 수 없던 날씨인 나머지, 잎을 모두 떨군 나무들마다 새잎이 돋았습니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야 한겨울에도 푸른잎을 건사한다지만, 감나무와 매화나무와 석류나무까지 새잎이 돋고, 느티나무 또한 푸른 새잎이 돋았어요. 늦가을에 철 이르게 돋은 새잎은 차가운 가을비를 어떻게 맞아들일까요. 찬비를 맞으며 아이 추워 하고는 옹크릴까요. 찬비를 씩씩하게 견디며 겨우내 푸르게 살아갈까요.


- ‘아아, 행복해.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읽고, 오후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산책 겸 브런치. 멋진 휴일.’ “그건 좀 쓸쓸하지 않아요?” “응? 쓸쓸해? 누가?” “누구긴요. 당연히 야마나미 씨죠. 모처럼 휴일인데 혼자 책 읽고 산책하고 밥 먹고 영화 보고, 좀 그렇잖아요.” (10∼11쪽)
- ‘이 세상에 나 혼자뿐일지도 모른다는,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고 나를 생각해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루하루는 즐겁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야의 말에 이토록 흔들리는 건, 마음속 어딘가에서 나는 쓸쓸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18쪽)


  가을에 따사롭고 겨울에 포근한 남녘 들길을 자전거로 달립니다. 작은아이는 새근새근 낮잠을 자고 큰아이도 제법 졸린 눈치이지만 더 놀고파 하기에, 마침 우체국에 편지 부치러 가야 해서 큰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들길을 달립니다. 햇살은 따스하지만 바람은 매섭습니다. 수레에 앉은 큰아이가 “바람이 멈춰, 멈춰, 차가워!” 하고 외칩니다.


  나락을 거두어 빈 들판 사잇길을 달립니다. 군데군데 논둑에 봄꽃이 피었습니다. 봄날 온 들판에 일찍 노란 물결을 이루는 유채랑 갓이 한 포기씩 드문드문 피었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 집 마당 한켠에도 갓풀이 돋았습니다. 가을에 돋은 갓풀을 반가이 맞이하며 맛나게 뜯어먹는 나날이에요. 풀은 고운 흙과 맑은 바람과 싱그러운 빗물과 따순 햇살을 먹으며 자랍니다. 여기에 지구별 사람들 착한 넋을 만나며 씩씩하게 커요.


  밤마다 여러모로 칭얼거리는 작은아이가 어머니 곁에 자꾸 달라붙습니다. 큰아이도 이러했던가 떠올려 봅니다. 나는 이 아이들만 하던 지난날 어떠했을까 헤아려 봅니다. 낮에는 신나게 놀고 밤에는 까무룩 잘 때에 몸이 개운하고 마음은 활짝 열릴 텐데 하고 생각하지만, 아이들로서는 어머니 품이 더 그립고 조금이라도 더 몸뚱이 움직여 놀고 싶겠지요. 어버이로서 내가 할 몫이라면 아이들을 예쁘게 사랑하고 내 마음 또한 예쁘장하게 아끼는 한 가지라고 느낍니다.


- “미와, 이제 좀 정신 차려. 나는 네 남자친구도 아니고 엄마도 아니야. 평생 널 돌봐 줄 수는 없어. 넌 항상 남자친구를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네가 좋아서 그런 것뿐이잖아? 좀더 남의 마음을 생각해 봐. 너 좋을 대로 밀어붙이지만 말고. 먼저 혼자 서도록 해. 그래야만 비로소 다른 사람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32쪽)
- ‘어느샌가 나는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해서 그때처럼 신짱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47쪽)


  자장노래를 부르는 마음은 아이들을 다독여 재우는 마음이면서, 어버이로서 내 자리를 새롭게 깨닫고 아끼는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밥 한 그릇 날마다 차려 아이들과 함께 먹는 마음은 아이들한테 새 기운 북돋우는 한편, 어버이로서 내 꿈을 한결 튼튼히 다스리려는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무엇을 하든 서로를 살찌웁니다. 어떤 일이든 서로서로 웃고 떠들며 즐길 만합니다. 하루하루 반가운 삶을 누립니다. 언제나 홀가분하게 생각을 짓고 살림을 지으며 이야기를 짓습니다.


  나무를 쓰다듬습니다. 나무가 잘 자라기를 빌면서, 내 마음에 나무 한 그루 푸른 기운이 가만히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풀잎을 뜯습니다. 맛난 풀잎을 먹자고 생각하면서, 내 손길을 타는 풀포기가 앞으로도 이 땅에서 씩씩하게 새로 돋기를 바랍니다. 냇물을 받아 마십니다. 내가 떠서 마시는 만큼 냇물은 더 기운차게 흐르며 맑고 시원한 물줄기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새벽나절, 빗소리 들리다가 문득 멎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작은아이를 안고 마당으로 나와 쪼그려앉습니다. 까만 하늘 사이로 구름 흐르는 모습 보입니다. 구름 지나가는 어느 한 자락 틈을 타고 별 몇 살며시 고개를 내밉니다.


  들고양이가 우리 집 마당을 가로지릅니다. 저쪽에서 돌울타리 건드려 와르르 무너뜨리는 소리를 내더니, 한 마리는 쌩 내빼고 한 마리는 평상 뒤에 숨어 가르릉가르릉거립니다. 여그가 느그들 집인가. 여그가 느그들 놀이터쯤 된다면 쥐라도 좀 잡든가.


- ‘응, 그러니까, 뭐랄까. 마음이 편안해져.’ (61쪽)
- ‘언젠가 지금의 나를 후회할 날이 올까. 울며 지새울 밤이 찾아올까. 조금 무섭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했다.’ (87쪽)
-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한다. 잠도 못 자고 씻지도 못했지만 행복하다. 연인들이여. 쓸쓸한 인생이라 마음이 아픈가. 하지만 이게 지금 나의 전부다. 비웃고 싶은가. 사랑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소중한 온기도 기억하고 있다. 서로 나누는 행복, 서로 상처 입히는 것마저도 틀림없이 근사하겠지. 하지만 지금 내게는 이게 최선이다.’(119∼120쪽)


  타니카와 후미코 님 만화책 《솔로 이야기》(대원씨아이,2012) 첫째 권을 생각합니다. 혼자 살아가는 아가씨들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책입니다. ‘혼자 살아간다’고 해서 《솔로 이야기》라 할 테지만, 만화책에 나오는 아가씨들은 ‘혼자’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살림집에 혼자 있을’ 뿐, 일터나 학교나 마을에서나 여러 사람하고 얼크러져요. 늘 수많은 사람하고 뒤섞여 살아가요. 다만, 하루일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혼자 밥을 차리고 혼자 빨래를 하며 혼자 책을 읽어요.


- ‘일어나면 천천히 목욕을 하자. 그리고 갓 지은 밥을 먹자. 그래, 머리도 잘라야지. 돌아오는 길에 꽃이라도 살까. 뭘 해도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힘을 축적해서 다시 싸우는 거야.’ (122쪽)
- ‘언젠가 만날 수 있을까. 아무리 한심해도 볼썽사나워도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과.’ (137쪽)


  ‘같이 산다’는 뜻은 무엇일까요. 한 집안에 사람이 여럿 있을 적에 ‘같이 산다’라 말할 만할까요. 한 집안에 한 사람만 있기에 ‘혼자 산다’라 말할 만할까요.


  학교에서나 일터에서나 마을에서나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사람들 많은 데에서 여럿이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따로 떨어져 돌아다니기를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는 여럿이 어울리기를 쑥스럽게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동무랑 있대서 혼자가 아닐까요. 살붙이랑 있으니 혼자가 아닐까요.


  혼자란 무엇일까요. 외로움이나 쓸쓸함은 언제 스멀스멀 기어나올까요.


  같이 꾸리는 살림은 어떤 모습일까요. 서로 북돋우는 살림은 어떤 사랑으로 피어날까요. 내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 하루 살림을 꾸리는 내 모습은 어떤 빛깔로 환하게 드리울까요.


  하늘을 보고 아이들을 봅니다. 집안을 보고 마당을 봅니다. 마을을 보고 서재도서관을 봅니다. 들길을 보고 멧자락을 봅니다. 마음속에 사랑을 곱게 건사할 적에는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마음속에 사랑을 불러들이지 않을 적에는 언제나 허전합니다. 혼자이지 않은 사람 없고, 혼자인 사람 없으리라 느낍니다. 누구나 혼자일 수 없으면서, 누구라도 혼자 아닐 수 없습니다. (4345.11.6.불.ㅎㄲㅅㄱ)

 


― 솔로 이야기 1 (타니카와 후미코 글·그림,김진수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12.8.15./5500원)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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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704) -살이 1 : 사람살이

 

대만 사람들은 음식 먹을 때 두 시간 정도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렇게 천천히 먹고, 채식에 물고기 정도 먹는 적은 먹을거리를 붙잡을 때에 사람살이가 살아나고 사람답게 사는 길이 열린다고 옛사람들이 글 속에 담았다고 생각하니 그 슬기에 새삼 놀랐습니다
《홍승표-마음 하나 굴러간다》(호미,2002) 28쪽

 

  낱말책에 실린 낱말은 ‘인생(人生)살이’ 한 가지입니다. ‘사람살이’는 아직 낱말책에 안 실립니다. 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사람살이’를 말합니다. 사람들 말씀씀이를 헤아린다면 이 같은 낱말은 낱말책에 실려야 마땅한데, 낱말책에 안 실렸다는 핑계로 보기글이 모자라 낱말책에 못 실리곤 해요.


  낱말책을 살펴보면 ‘타향살이’라는 낱말이 실립니다. 이밖에 ‘시집살이’라는 낱말이 실립니다. ‘처가살이’나 ‘남의집살이’ 같은 낱말이 나란히 실려요. 여러모로 헤아린다면, ‘-살이’는 뒷가지 구실을 알뜰히 합니다. ‘감옥살이’나 ‘셋방살이’ 같은 자리에서도 “어떤 일을 하는 모습”이나 “어떻게 살아가는 모습”을 잘 나타내요.

 

 인생(人生) = 사람(人) + 삶/살다(生)
→ 사람이 + 살아가는 + 살이(삶)
 사람살이 = 사람 + 살이
→ 사람이 + 살아가는 일

 

  한자말 ‘인생’ 말짜임을 들여다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일”, 곧 한 마디로 간추려 ‘사람살이’를 뜻합니다. 말짜임과 말뜻을 돌아보면 ‘인생살이’처럼 적을 때에는 겹말입니다.


  어느 모로 보면, 처음부터 한겨레가 쓰던 낱말은 ‘사람살이’요, 이 한국말을 한자로 옮겨서 적자니 ‘人生’이 되었다 할 수 있어요.

 

 나비살이·벌레살이·짐승살이·나무살이·거미살이·제비살이

 

  다른 벌레나 짐승이나 새가 살아가는 모습을 가리키며 ‘-살이’라 가리킬 수 있습니다. 하루를 살아가면 ‘하루살이’, 이틀을 살아가면 ‘이틀살이’, 한 해를 살아가면 ‘한해살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고 보면 풀살이를 일컫는 낱말로 ‘여러해살이’가 있어요. 우리들은 ‘두해살이’라든지 ‘예순해살이’ 또는 ‘예순살이’ 같은 낱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백해살이’라든지 ‘천년살이’ 같은 낱말을 빚을 수 있겠지요.


  죽고 산다는 뜻으로 ‘죽살이’를 쓸 수 있어요.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간대서 ‘너나살이’라 하면 어떨까요. 책을 좋아하는 이는 ‘책살이’요, 노래를 좋아하는 이는 ‘노래살이’입니다. 춤살이·영화살이·축구살이·야구살이·글살이·만화살이·바둑살이처럼 온갖 ‘-살이’가 흐드러지게 피어날 수 있습니다. (4335.10.1.불/4345.11.5.달.ㅎㄲㅅㄱ)

 

 

 새말 짓는 애틋한 틀
 (310) -살이 2 : 섬살이

 

섬살이가 하도 힘들어서 몇 번인가 도망칠 맘도 있었다
《강제윤-어머니전》(호미,2012) 141쪽

 

  우리 식구는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나는 ‘시골살이’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식구가 아직 도시에서 살던 때에는 ‘도시살이’라 말했어요. 그리고, 우리 식구가 살던 곳 이름을 따서, ‘인천살이·음성살이’라 했고, 이제는 ‘고흥살이’라 일컫습니다.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바다살이’나 ‘바닷가살이’라 말할 수 있어요. 멧골에서 살아가면 ‘멧살이’나 ‘멧골살이’가 될 테지요. 두멧자락에서 살아가면 ‘두메살이’가 돼요.


  너른 들을 끼고 살아가면 ‘들살이’입니다. 우거진 숲에서 살아가면 ‘숲살이’입니다. 냇물을 옆게 끼고 살아가면 ‘냇물살이’나 ‘물살이’라 하면 되겠지요.

 

 섬살이 (o)
 섬생활 (x)

 

  이리하여, 섬에서 살아가는 이는 ‘섬살이’를 합니다. 꿈을 꾸며 살아가기에 ‘꿈살이’요, 사랑을 빛내며 살아가기에 ‘사랑살이’입니다. (4345.1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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