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2.12.27. 큰아이―숫자를 쓰다 (18 20)

 


  아이한테 글이나 숫자를 따로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가 궁금해 할 때에만 알려준다. 아이가 스스로 익히려 하면 익히라고 할 뿐, 아이 이름조차 딱히 외우도록 하지는 않는다. 아이는 무엇보다 먼저 제 이름 넉 자를 익힌다. 그러고 한 해쯤 지난 요즈막, 아이 제 나이를 일컫는 숫자 ‘다섯(5)’을 알아챈다. 그러고 나서 동생 나이를 일컫는 숫자 ‘둘(2)’을 알아본다. 그런데, 이제 곧 새해가 되어 네 나이는 여섯 살이 되네. 해바뀜을 아직까지 모르는 아이인데, 엊그제까지 ‘내 나이’로 여긴 숫자를 내려놓고 새롭게 ‘내 나이’로 여길 숫자를 얼마나 일찍 받아들일 수 있으려나. 하루만에 받아들이려나, 며칠 걸리려나.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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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와 겨울눈과

 


  겨울에도 포근한 날씨이니 빨래 말리기에 좋은 고흥이다. 그런데 올겨울에 눈이 퍽 자주 찾아온다. 빨래를 널어 말릴라치면 눈발이 듣는 바람에 바삐 걷어 집안으로 들이는 날이 이어진다. 쳇, 빨래는 말리게 해 주고 눈이 오면 안 되남, 하고 생각하다가는, 아이들은 눈이 내리면 좋아하니, 빨래야 집안에 널자고 생각을 고친다. 그리고, 이렇게 온다 한들 곧 멎고 해가 들겠지, 하고 생각한다. 빨래가 한동안 눈을 맞도록 지켜보다가, 아무래도 눈발이 안 그치겠다 싶으면 천천히 걷는다. 빨래를 걷으며 푸념 아닌 푸념을 한다. 눈발이 날리려면 빨래를 널기 앞서 날려야지, 왜 일을 두 번 시킨담, 쳇쳇.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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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반가운 어린이

 


  충청북도 멧골집에서 살 적에는 눈이 펑펑 쏟아졌고, 눈을 쓰느라 바빴다. 큰아이는 세 살과 네 살 언저리에 겨울날 눈쓸기를 거들곤 했다. 전라남도 두멧시골집에서 다섯 살 어린이는 눈 만날 일이 뜸하다. 눈이 내린다 한들 쌓이지도 않는다. “나 눈 좋아하는데, 눈 보고 싶어.” 하고 말하는 아이가 흐뭇해 할 만큼 눈이 찾아들지 않는다. 진눈깨비라 할 만한 눈송이가 조금 뿌리다가 그치곤 하는데, 고작 이런 눈으로도 아이는 즐겁다. 마당을 이리 달리고 저리 뛰면서 입을 헤 벌리며 눈을 받아먹는다.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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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22] 아주까리 동백꽃


  둘레 어른들이 모두 ‘피마자’라고 말해서, 우리 집 뒤꼍이나 텃밭에서 자라던 풀을 ‘피마자’라고만 생각했다. 이 이름이 한국말 아닌 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내가 풀이름을 잘 모른다고만 여겨, 어른들이 일컫는 이름을 그예 따라서 익히면 되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걸, 한겨레가 예부터 일컫던 풀이름은 ‘아주까리’요, ‘피마자(蓖麻子)’는 ‘아주까리’라는 풀을 한자로 옮겨적은 이름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아주 어릴 적에도 내 둘레 어른들은 ‘피마자’라는 한자말을 곧잘 썼구나 싶다. 어른들은 똑같은 풀 하나를 놓고 한쪽에서는 오랜 한국말(토박이말)로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자로 껍데기를 씌운 말을 쓰는 셈이다. 한편, 〈아리랑목동〉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아무리 고와도”처럼, 노래나 시에서는 으레 ‘아주까리’라 말한다. 이 노래를 그토록 많이 듣고 불렀지만, 정작 아주까리가 무엇이요 어떤 모습인지 알아보려 한 적이 없었다. 궁금해 하지 않았고, 가슴 깊이 느끼지 못했다. 그러면 “아주까리 동백꽃”에서 ‘동백꽃’은 무엇일까. 김유정 님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강원도말로 ‘생강나무 꽃’을 가리킨다고 했는데, “아주까리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 또한 생강나무 꽃은 아닐까. 남녘 바닷가 마을이나 제주섬에 흐드러지게 피는 동백나무 꽃일까. 참말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가지만, 한국말을 슬기롭게 들려주는 어른을 보기 어렵고, 한국사람답게 한국말 빛내는 어른을 마주하기 힘들다.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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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곳곳은 어디를 가나 막개발이다. 서울도 부산도... 모두 막개발이다. 도시도 시골도 온통 막개발이다. 막개발을 끝내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길을 찾을 수는 없을까. 작은 책 하나가 서로서로 길동무 구실 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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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 거대한 상실- 낙동강 하구 30년 막개발 탐사
박창희 지음 / 페이퍼로드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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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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