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장터 이야기 - 세상과 만나는 작은 이야기
정영신 지음, 유성호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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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34

 


고무신 꿰는 시골아이
― 시골 장터 이야기
 정영신 글,유성호 그림
 진선출판사 펴냄,2002.3.15./8000원

 


  나는 운동신이나 구두를 못 신습니다. 서른 살까지 어찌저찌 이런 신 저런 구두를 신으며 이럭저럭 버티었는데, 서른 살 때부터 고무신을 만나, 이때부터 언제나 고무신만 신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고무신을 신으며 즐겁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고무신 신을 일이 없었을는지 모릅니다. 내 둘레 아이나 어른 모두 운동신이나 구두를 발에 꿰니 나도 이런 신만 익숙하게 신었을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도시라 하더라도 저잣거리로 마실을 가면 고무신 만날 수 있어요. 서울이든 인천이든 부산이든, 큰길에 있는 신집 말고 저잣거리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신집으로 찾아가면 어김없이 고무신을 다룹니다.


.. 농사에 필요한 연장을 파는 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립지다. 호미와 낫을 비롯하여 이토록 많은 연장이 시골 농사에 필요하다는 것을 장에 와서야 알았습니다.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물건들입니다 ..  (36쪽)


  요사이에는 ‘고무’로 만든 고무신 말고 플라스틱을 눌러 만든 ‘이름만 고무신’인 ‘플신(플라스틱신)’이 아주 많습니다. 고무로 만든 고무신은 딱딱해서 뒷굽과 앞꿈치 자꾸 까진다며 사람들이 꺼리면서 이제는 예전 고무신은 더는 나오지 않아요. 그나마 고무신 공장이 모두 중국에 있는데, 딱딱한 고무신은 중국에서만 사고팔리는 듯해요.


  서른 살부터 서른아홉 살 오늘까지 줄곧 고무신만 신으며 둘레를 돌아보면, 내 또래 가운데 고무신 발에 꿴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는지 모릅니다.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엇비슷합니다. 고무신 발에 꿰는 사람은 시골 할매와 할배 빼고는 없습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아저씨나 아주머니조차 내 고무신을 바라보며 “그 고무신 어디서 사요?” 하고 묻기까지 합니다. 읍내 신집이든 면내 신집에 가면 다 있는 고무신인데, 나한테 묻는 사람이 참 알쏭달쏭합니다. 아니, 요즈음 같은 이 나라에서 저잣거리 신집 찾아가는 젊은 사람 없을 테니, 고무신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모두들 모른다고 할 만하겠지요.


  시골 아닌 도시에서 지낼 적에도 그래요. 도시에서도 오래된 도심 저잣거리 찾아가면 그곳 신집에 고무신 있는걸요. 어른 고무신도 있고 아이 고무신도 있어요. 아이 고무신은 130미리부터 있어요. 우리 아이들 신는 고무신은 도시에서도 사고 시골에서도 사요. 어디에든 다 있어요.


.. 몇 십 년 동안 뻥튀기 장사를 해 온 아저씨의 꿈은 시골마을에 뻥튀기 기계를 마련해서, 장날이 아니라도 아이들이 뻥튀기를 먹고 싶을 때면 언제라도 동구 밖에서 아이들의 함성과 함께 기계를 돌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  (45쪽)


  전남 순천에는 아랫장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큰 저잣거리 있어요. 이곳에서는 저자가 날마다 열려요. 시외버스 타고 순천에 갈 적에 으레 아랫장을 스치는데, 아랫장에는 사람 아주 많아요. 시외버스 타고 고흥에서 순천으로 나오는 길에 벌교를 지나고 보면, 벌교 저잣거리에도 사람이 매우 많아요. 구경하는 사람도 장사하는 사람도 무척 많아요. 고흥하고 고작 한 시간 거리인데, 순천도 벌교도 사람 참 많구나 싶어 놀라요. 왜냐하면, 고흥에서는 오일장이라 하는 장날에도 장터 장사꾼 얼마 없고, 장터 구경꾼 얼마 없거든요. 장날에 볼일 보러 읍내로 나가면 군내버스에 할매와 할배 바글바글 넘쳐 때로는 버스를 못 타기까지 해요. 그렇지만 군내버스에만 사람 가득할 뿐, 저잣거리에도 마을에도 읍내에도 사람은 얼마 없어요.


  도시로 마실을 가서 커다란 가게, 이른바 마트라 하는 데에 들어가면 사람 아주 많아요. 숨이 막히도록 사람이 많아요. 도시에서는 시내라는 데에도 사람 참 많아요. 버스에도 전철에도 온통 사람물결이에요. 그러고 보면, 도시에서는 스무 층이건 마흔 층이건 높다라니 층집 세우지 않고서는 사람들 지낼 보금자리 마련하지 못하지요. 너무 많은 사람을 너무 좁은 곳에 몰아놓는 바람에, 도시에서는 사람들 스스로 서로를 알뜰히 여기거나 보살피려는 마음 옅어요. 사람 많아 장사하기 좋다 하기도 하고, 사람 많으니 일거리 많다 여기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외려 사람내음 맡기 어렵기 일쑤예요.


  그러면, 시골에서는 사람내음 구수할까요. 시골이기에 사람내음 따사로울까요.


  잘 모르겠어요. 시골이라서 더 구수하거나 따사롭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어디에서건 사람들 스스로 구수한 마음 되려 애쓸 때에 구수한 내음 흐르고, 어디에서라도 사람들 스스로 따사로운 사랑을 가꿀 때에 따사로운 사랑 감돌아요.


  도시에 있는 마트라서 나쁠 수 없고, 시골에 있는 저잣거리라서 좋을 수 없어요. 일하는 사람 마음이 좋을 때에 좋고, 장사하는 사람 마음이 나쁠 때에 나쁠 뿐이라고 느껴요.


.. 이름이 다른 씨앗들끼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한 톨의 씨앗이 훗날엔 나무가 되고, 많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어떤 마술사도 하지 못할 일을 자연만은 말없이 해내고 있습니다. 땅을 지키며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시골사람들의 정직함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65쪽)


  오늘날 시골에서 고무신 꿰는 어린이나 푸름이는 아예 없다고 해도 좋아요. 군내버스 타고 읍내에 나갈 적이든, 자전거 타고 면내에 나갈 때이든, 고무신 꿴 어린이나 어른은 거의 못 봐요. 마을에서 흙 만지는 할매와 할배는 으레 고무신이거나 맨발이지만, 읍내나 면내를 돌아다니는 분들은 모두 운동신이거나 구두예요. 군내버스 타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도 상표 있는 운동신이거나 구두예요. 때때로 시골 초·중·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아이들 바라보아도 하나같이 상표 있는 운동신이거나 구두예요. 아마, 이 시골 아이들 낳아 키우는 시골 어버이도 모두 상표 있는 운동신이거나 구두일 테지요. 흙을 만져도, 시골 젊은 어른들은 고무신하고 사귀지 않아요.


  그리고, 시골 젊은 어른들은 저잣거리를 돌아다니지 않아요. 시골 젊은 어른들은 자가용 몰아 ‘시골 마트’를 다녀요. 또는 자가용 몰아 가까운 도시 ‘큰 마트’를 찾아가요. 도시와 가까운 시골이든 두멧자락 시골이든, 젊은 어른들은 자가용하고 사귀어요. 시골마을 젊은 어른들은 시골일 그닥 좋아하거나 즐기지 않아요. 텔레비전을 좋아하고 손전화(요새는 스마트폰)를 즐기지요. 도시나 시골이나 거의 같아요. 도시나 시골이나 흙하고는 멀어져요. 도시나 시골이나 학교에서는 흙을 보여주지 않고 말하지 않으며 가르치지 않아요. 도시 학교나 시골 학교나 흙운동장 그대로 두지 않고, 인조잔디나 아스콘을 깔려고 해요.


.. 산을 끼고 있는 마을이 많아서 아주머니들은 철따라 나는 산나물을 가지고 나와서 팝니다. 주변 마을의 소식이 궁금한 아주머니들은 빙 둘러앉아서 그간의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는 모습이 다정해 보입니다 ..  (87쪽)


  정영신 님 글과 유성호 님 그림으로 이루어진 《시골 장터 이야기》(진선출판사,2002)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책에 깃든 유성호 님 그림은 아무래도 ‘정영신 님이 찍은 사진’을 고스란히 옮겼구나 싶습니다. 정영신 님은 2012년 8월에 《한국의 장터》(눈빛)라는 사진책 내놓았어요. 그러니까, 《시골 장터 이야기》라는 책은 정영신 님이 스스로 쓴 글이랑 손수 찍은 사진으로 엮을 수 있었어요. 굳이 ‘사진을 베낀 그림’을 넣지 않아도 돼요.


  아이들 보는 책이라서 사진 아닌 그림을 넣었을까요. 아이들 보는 책에는 사진을 넣으면 안 될까요. 시골 저잣거리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라 한다면, 그림보다는 오히려 사진이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정영신 님은 사진을 구수하니 곱게 찍어요. 구수하니 곱게 담은 시골 저잣거리 사진하고 수수하니 투박하게 빚은 글을 잘 엮으면, 어른도 아이도 즐겁게 읽을 《시골 장터 이야기》 되리라 느껴요.


  시골 저잣거리 누리는 어린이도 푸름이도 젊은이도 사라지는 오늘날로서는 《시골 장터 이야기》와 《한국의 장터》처럼 ‘바로 오늘 이곳에서 사람들 어울리는 이야기’ 보여주는 책은 더 없으리라 느껴요. 지나간 옛 모습이나 사라진 지난 모습 아닌, 바로 오늘 시골사람 누리는 시골 저잣거리 이야기로는 정영신 님 책 두 가지만 있구나 싶어요. 이 이야기책 곱게 아끼는 손길로 시골마을 또한 곱게 돌보는 사람들 하나둘 태어나면 좋겠어요. 4346.5.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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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불쑥 집에 들린, 친구와 그림책들을 보며 이야기하다가
<한이네 동네 이야기>에 골목 담옆에서 목마 타는 아이들 그림을 보며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나중에 이런 목마 태우는 사람이 되어, 타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다 목말을 태워주면 그것도 참 재밌겠다.~' 저는 이구, 이 목마아저씨는 생업이야. 너는 낭만이고.
'그러니 더 즐거울 것 아니야' 합니다. ^^

파란놀 2013-05-28 14:37   좋아요 0 | URL
한이네 동네 이야기라는 그림책
한번 찾아보아야겠군요~

동무와 그림책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이란
참 즐거우리라 느껴요
 

책을 읽는 두 발

 


  아이들은 스스로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줄 알까. 아마 알는지 모르고, 모를는지 모른다.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다. 그러면,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는 아이들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가를 어느 만큼 알까. 어버이로서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줄 모르는 사람 있다면, 어버이가 모르는 삶이란 서로한테 얼마나 좋은 일이 될까.


  큰아이가 무릎에 그림책 얹는다. 동생을 불러 옆에 앉힌다. 그림책을 동생 무릎에도 나란히 얹는다. 누나 발이랑 동생 발이 나란히 마룻바닥에 있다. 여섯 살 누나는 여섯 살 누나대로 그림책 읽으며 발가락 꼼지락, 세 살 동생은 세 살 동생대로 그림책 들여다보며 발가락 꼬물.


  책을 눈으로 읽는지, 손으로 읽는지, 발로 읽는지 알 수 없다. 아니, 아이들은 온몸으로 책을 읽으리라.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온몸으로 아로새기리라.


  아이들은 재미없는 책은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 아이들은 스스로 재미있구나 싶은 책만 골라서 천 번 만 번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읽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 어른들도 재미있는 책만 골라서 읽을 노릇이다. 스스로 가장 재미있고 좋으며 아름답다 여기는 책을 골라서 천 번 만 번 자꾸자꾸 되풀이하며 읽을 노릇이다.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가장 사랑스러운 책을 찾아서 읽으며 몸이랑 마음 모두 가장 사랑스러운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북돋울 노릇이다.


  사랑을 읽어 사랑이 된다. 꿈을 읽어 꿈이 된다. 4346.5.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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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만에 옆지기가 집으로 돌아온다.

여러 날

아이들과 지내다가

오늘 드디어

아이들은 어머니를 만난다.

올해 들어 아이들 어머니가

마음을 다스리며 공부를 하느라

집을 비우는 날이 잦은데

아이들은 이래저래 어머니를 바라면서도

막상 어머니 없는 날이 잦으니

퍽 어렵다.

그러나

아버지가 늘 함께 있고

밥이며 놀이이먀 마실이며

함께하니까

그럭저럭 견디어 주는구나 싶다.

아이들한테는 어머니가 으뜸이다.

 

그래,

아버지가 아무리 어머니 없는 동안 잘 해도

어머니가 온다 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젠장!

... 참말 그래도 뭐 어쩌겠나

엄마가 으뜸인걸.

 

여러 날,

어머니 없이 아버지가 지낸 나날

우스운걸......


부디 잘 자렴.

부디 좋은 꿈 꾸렴.

네 어머니는

손으로 뻗어 옆에 있어도 옆에 있고

멀리 있어도 옆에 있단다.

 

마음을 생각하자.

우리는 모두 한마음이란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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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찍는 사진

 


  나는 내가 쓰는 사진기로만 바라본다. 내가 쓰지 않는 사진기로는 바라보지 않는다. 나는 내 주머니에 있는 돈만큼 책을 사서 읽는다. 나는 내 주머니에 없는 돈으로 어떤 값비싼 책을 사서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헌책방을 다니면서 책을 고르고 읽다가 ‘이렇게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며 읽는’ 느낌이 참 좋구나 싶어서 헌책방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아름답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사진을 배우고 찍을 무렵에는 필름사진만 있었고, 디지털사진이 처음 나온 때에는 값이 매우 비싸서 엄두를 못 내다가, 사람들이 디지털사진 널리 쓰며 값이 많이 떨어진 뒤, 비로소 2006년에 처음으로 장만해서 써 보았다.


  오래도록 필름사진을 찍다가 디지털사진을 찍으며 든 생각은 꼭 하나이다. ‘화각이 필름사진을 따라가지 못하는구나.’ 그런데 디지털사진기 가운데 천만 원쯤 들여 장만하는 장비는 필름사진에서 얻는 화각이 나온다. 이천만 원이나 일억 원쯤 들여 어떤 디지털사진기를 장만하면 필름사진을 뛰어넘는 화각을 얻는다. 언젠가 천만 원짜리 디지털사진기를 1분쯤 빌려 들여다보면서 ‘값비싼 디지털사진기 화각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느낀 적 있다. 그러나 나는 딱히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리 값비싼 장비를 손에 거머쥔 사람이라 하더라도, 헌책방 나들이를 할 적에 책과 한몸 되어 책을 사랑하는 넋이 아니라 한다면 ‘헌책방을 비춰 보이는 사진 한 장’ 얻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필름사진을 더 안 찍는다. 필름을 새로 살 돈이랑, 필름 현상을 맡기는 돈을 대지 못한다. 앞으로는 흑백사진 찍더라도 디지털사진기로만 찍을밖에 없다. 내 디지털사진기는 화각이 매우 좁고, 어쩌면 내가 이제껏 찍던 느낌을 못 살릴는지 모른다. 그런데 내 필름사진기도 그닥 대단한 장비는 아니다. 디지털사진이 아직 없고 필름사진만 있던 때에, 내 둘레 사람들은 내 필름사진기를 바라보며 ‘어쩜 그런 싸구려 사진기를 쓰느냐’ 하고 얘기하곤 했다.


  그러니까, 필름사진을 더는 못 찍고, 화각 많이 좁은 값싼 디지털사진기를 쓰더라도, 나 스스로 ‘내 화각’을 내 나름대로 새로 만들면 된다고 느낀다. 값싼 필름사진기로도 ‘내 화각’을 만들어서 찍었듯, 값싼 디지털사진기로도 새로운 ‘내 화각’을 만들어서 찍으면 된다.


  거의 마지막이라 할 필름을 스캐너로 긁으며 내 사진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 사진 얻은 필름사진기로는 이 화각이 나오지만, 같은 자리에서 내 디지털사진기를 꺼내면 이 화각이 안 나온다. 나는 이 사진에서 책손이 책값을 셈하는 모습이랑 책방 일꾼 실장갑이 책더미 사이에 묻힌 모습을 나란히 담으려 했다. 화각이 안 나오는 디지털사진기를 손에 쥐었다면, 아마 ‘이 사진 같은 화각’과는 다른 ‘새롭게 바라보는 화각’으로 새로운 사진 찍으리라 생각한다. 만 원이 주머니에 있으면 만 원에 맞게 즐겁게 읽을 책을 찾듯, 값싼 디지털사진기 있으면 값싼 디지털사진기로 찍을 만한 사진을 찍으면 된다. 천 원이 주머니에 있으면 꼭 천 원으로 장만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책을 장만해서 삶을 즐거이 누리면 된다. 디지털사진기조차 없이 손전화 기계로 사진을 찍더라도 내 마음 담아낼 모습을 빚으면 된다.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으면, 돈이 없는 대로 홀가분하게 책시렁 돌아보면서 조금씩 책을 읽어 마음밭 살찌우면 된다. 사진기 없으면 없는 대로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 마음에 담으면 된다. 참말 그렇다. 4346.5.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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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롭게 바라보는 화각'으로 새로운 사진 찍으리라...-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 마음에 담으면 된다. -

그런데 정말 필요한 돈은, 생겼으면 참으로 좋겠어요..,

파란놀 2013-05-28 07:19   좋아요 0 | URL
네, 사진기 하나 새로 장만해야 하는데
아직 돈을 모으지 못해서
새로 장만하지 못하네요.

필름값도 모으지 못하지만,
필름값 드는 돈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제가 쓸 디지털사진기 하나 장만하려고 하는데
이 또한 참 만만하지 않습니다 @.@

그러나, 곧 그 돈 즐거이 들어올 테지요~
 


 딸기밭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3.5.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과 도서관에 간다. 며칠 동안 집에서 다 읽은 책을 갖다 놓으려고 간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간다는 말에 “딸기 먹으러 가요?” 하고 묻는다. 그래, 오월 끝자락 우리 도서관은 딸기밭이다. 도서관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온통 딸기밭이지. 지난해와 지지난해에 우리 네 식구 모두 딸기밭 노래를 부르며 무럭무럭 자라기를 빌었기 때문인지, 어디에나 온통 딸기밭이로구나.


  책을 내려놓고 이럭저럭 갈무리한다. 볕이 조금 더 잘 들어오도록 책꽂이 몇 군데를 옮긴다. 땀을 흠뻑 쏟으며 일하다가, 아차 딸기 따러 왔잖아, 하고 떠올린다. 그래, 너희 먹을 딸기 따 주겠다. 이듬날 비가 온다고도 했으니 터질듯 말듯 굵게 영근 딸기알은 오늘 모조리 따 주겠어.


  아버지가 딸기가시에 찔리고 긁히는 한편, 딸기하고 어우러진 찔레나무 가시에 찔리고 긁히면서 큰 통으로 둘 가득 들딸기를 딴다. 왼손이고 오른손이고 가시 잔뜩 박힌다. 낫을 들고 풀을 베고 덩굴을 자른다. 이듬날이나 다른 날 다시 올 적에는 조금 수월하게 딸기를 딸 수 있을까.


  따서 통에 담은 딸기보다 앞으로 영글 딸기알이 훨씬 많다. 지난해와 견주면 아주 눈에 뜨이도록 딸기밭 넓어졌다. 옛 관사 자리 둘레로도 딸기밭이 된다. 마삭줄꽃 피는 둘레로도 딸기밭이 퍼진다. 쇠뜨기풀과 쑥풀 우람하게 자라는 밑으로도 딸기알 있다. 어른 허리나 어깨 키만큼 자란 풀을 베니 어른 발목과 종아리 언저리에 빨갛게 익은 알이 하나둘 나타난다. 낫으로 풀을 살살 긁으며 치우니 앞으로 자라날 딸기알 달린 딸기풀 길게 이어진다. 앞으로 유월에는 익은 딸기알 먹느라 몹시 바쁘겠구나 싶다. 스스로 자란 들딸기 내다 팔면 꽤 돈이 될 수 있구나 싶지만, 돈보다는 우리 아이들과 옆지기 즐겁게 먹으면서 몸도 씩씩 마음도 튼튼 예쁘게 살아갈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처 못 따는 딸기알은 땅으로 떨어져 이듬해에 딸기밭 훨씬 넓어지겠지. 해마다 딸기밭 넓어지면 앞으로 우리 도서관에 오뉴월에 찾아올 손님들은 들딸기 한 움큼 함께 즐길 수 있으리라.


  낫질 하랴 딸기 따랴 땀으로 젖은 몸을 쉰다. 도서관 곳곳에 이것저것 붙인다. 묵은 짐을 뒤지면 뒤질수록 재미난 볼거리 쏟아진다. 다섯 해 지나고 열 해가 지나면서 새삼스레 재미난 볼거리로 거듭난다. 올해에 보는 전단종이 하나와 포스터 하나와 엽서 하나조차 앞으로 열 해 뒤에는 또다른 이야깃거리 될 테지.


  큰아이 갓 태어났을 적에 아기와 옆지기 모습을 후다닥 연필로 그린 그림 두 장이 어느 상자에서 톡 튀어나온다. 어, 이 그림 여기에 있었네. 2008년 10월 24일에 인천 화평동 그림할머니 박정희 님이 찾아오셨을 적에 그린 그림 하나. 2008년 11월 13일에 자정이 훨씬 넘어 가까스로 잠든 큰아이 안고 어르던 모습 그린 그림 하나.


  사진으로도 남은 모습이지만, 이렇게 그림으로 슥슥 그려서 남은 모습이 새삼스레 애틋하다. 딸기알과 찔레꽃 나란히 있는 모습 사진으로 한 장 찍고 집으로 돌아간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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