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밀리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22
모리스 샌닥 그림, 그림 형제 지음, 랄프 만하임 엮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20

 


전쟁을 일으키는 마음
― 사랑하는 밀리
 모리스 센닥 그림,빌헬름 그림 글,김경미 옮김
 비룡소 펴냄,2006.5.11./9000원

 


  전쟁이 터지면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나도 총을 들고 싸움터에 가야 할까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좋을까요.


  전쟁이 터지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으레 시골로 떠나겠지요. 도시에 남으면 폭탄이 터져 건물 와르르 무너질 만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물과 전기는 쉬 끊어질 테며, 도시는 온통 어지럽고 어수선할 테니까, 조용한 시골로 떠나리라 느낍니다.


  전쟁은 누가 일으켜 누구를 짓밟아 죽이려는 움직임일는지 생각해 봅니다.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킬까요. 공장에서 기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킬까요. 회사원이, 공무원이, 가게 일꾼이, 저잣거리 할매나 할배가 전쟁을 일으킬까요.


  초등학교 아이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아이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갓난쟁이도, 어린이도 전쟁을 일으키지 않아요.

 

 


.. 어린 딸은 사랑스럽고 말도 잘 듣는 착한 아이였지. 잠자리에 들 때와 아침에 일어나서는 꼭 감사 기도를 했단다. 신기하게도 아이가 하는 일은 늘 잘되었어. 작은 마당에 씨앗을 심으면 제비꽃이건 로즈메리건 뭐든지 다 뿌리를 내리고 쑥쑥 자랐단다 ..  (4쪽)


  전쟁은 흙을 안 만지는 사람이 일으킵니다. 전쟁은 공장을 지키지 않거나, 버스나 택시나 전철을 몰지 않는 사람이 일으킵니다. 전쟁은 어린이 마음에서 멀어진 사람이 일으킵니다. 전쟁은 어버이 노릇 하지 않는 사람이 일으키며, 전쟁은 교사 노릇 하지 않는 사람이 일으킵니다.


  전쟁은 책을 안 읽는 사람이 일으킵니다. 전쟁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 사람이 일으킵니다. 전쟁은 사랑을 속삭이지 않는 사람이 일으킵니다. 전쟁은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이 일으킵니다.


  따사로운 마음이 아닐 때에 전쟁을 일으킵니다. 너그러운 마음이 아니기에 전쟁을 일으킵니다. 배고픈 이웃을 돕는 마음이 아닐 때에 전쟁을 일으킵니다. 살가운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넋이 아니기에 전쟁을 일으킵니다.


.. 밤이 되었을 때, 아이는 평평한 땅에 이르렀지. 이제는 가시도 뾰족한 돌멩이도 없었지. 부드러운 이끼와 풀이 상처 난 발을 달래 주었어. 하나 둘 별이 나오기 시작했어 ..  (16쪽)

 

 


  모리스 센닥 님 그림하고 빌헬름 그림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사랑하는 밀리》(비룡소,2006)를 읽습니다.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사랑스러운 아이를 홀로 숲으로 보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시골마을에서 아름답고 즐겁게 살아갔지만, 어떤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어버이하고 떨어진 채 서른 해 동안 숲속에서 혼자 지냈다고 합니다.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왜 어버이는 아이만 혼자 숲속으로 보내 전쟁에서 벗어나도록 했을까요. 왜 어버이는 아이와 함께 숲속으로 깃들어 전쟁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을까요.


  전쟁이 일어난다 할 적에, 아이도 어른도 모두 마을 떠나 숲속으로 깃들면 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쟁을 일으킨 권력자끼리 싸우라 맡기고, 조용한 마을 사랑스러운 사람들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깊은 숲속에서 더 조용히 흙을 아끼며 살아가면 될 노릇 아닐까 싶습니다.


  도시사람도 시골사람도 전쟁터에 끌려가야 하지 않습니다. 나도 내 이웃도 내 동무도 군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전쟁무기가 나라를 지키지 않습니다. 군대와 전차와 전투기와 잠수함이 나라를 지키지 않습니다. 오직 사랑이 나라를 지킵니다. 오직 따스한 마음이 나라를 지킵니다.


.. 할머니는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꼭 끌어안았어. 그러고는 아이가 숲속에서 성 요셉과 보낸 지 서른 해가 되었다는 말을 했지. 아이에게는 사흘밖에 안 된 것 같았는데 말이야 ..  (33쪽)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텃밭을 일구어야지 싶습니다. 시장도 군수도 텃밭을 일구어야지 싶습니다. 판사도 검사도 경찰도 모두 텃밭을 일구어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아이를 맡아서 보살펴야지 싶습니다. 시장도 군수도, 또 판사도 검사도 경찰도 모두, 아이를 맡아서 보살펴야지 싶습니다.


  텃밭을 일구어 먹을거리를 스스로 기르면 전쟁 생각할 틈이 없겠지요. 아이를 보살피며 사랑을 물려주면 전쟁이 마음속에 깃들 겨를 없겠지요.


  고속도로 말고 텃밭과 숲이 늘어나기를 빌어요. 공장이나 발전소 말고 놀이터와 빈터가 늘어나기를 빌어요. 자동차는 이제 그만 만들고 사랑을 가르치고 꿈을 배울 수 있기를 빌어요. 졸업장이나 자격증 아닌 따사로운 마음이 넘치는 나라가 되기를 빌어요. 4346.5.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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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8 23:02   좋아요 0 | URL
정말, 흙에다 무엇인가를 기르고 살펴본 사람은 절대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리라고 생각해요.
살가운 눈으로 주변을 살뜰히 사랑의 눈길로 지켜보는 사람은 절대 전쟁을 일으킬 수 없겠지요.
인용해 주신 33쪽,을 읽으니 마음이 철썩,하고 슬픕니다..
저도 이 <사랑하는 밀리> 담아갑니다.

파란놀 2013-05-29 00:39   좋아요 0 | URL
이 그림책을 장만한 지 일곱 달만에 드디어
이런 느낌글 하나 썼어요.

글과 그림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를 놓고
참 오래도록 생각과 생각을 거듭했어요.

마음 한편으로는 이런 그림책까지 굳이
한국말로 옮겨야 할까 싶기도 했는데,
어떤 책이든 다 뜻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이 그림책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돌아보니,
아무래도 '전쟁'과 '숲'과 '사람' 이야기를 보여주려 하는
그림책 느낌을 되씹으면 되겠구나 싶더군요.

모두들,
흙을 생각하는 마음 되어
서로 아끼기를 빌어요..
 

샘솟는 글쓰기

 


  글을 안 쓰면 글로 쓸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을 테지만, 글을 쓰면 글로 쓸 이야기가 자꾸자꾸 떠오른다. 말을 안 하면 말로 나눌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을 터이나, 말을 하면 말로 나눌 이야기가 한결같이 떠오른다.


  생각을 하는 사람한테는 생각문 스르르 열린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씨앗 한 톨 두 톨 심는다. 꿈을 꾸는 사람은 꿈날개 시원스레 펼친다. 하기 때문에 할 수 있지, 안 하는데 할 수 없다.


  책을 읽는 사람은 꾸준하게 책을 읽는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은 돈을 갖다 준다 하더라도 책을 못 읽는다. 스스로 즐기는 삶일 때에 즐겁게 이야기가 샘솟는다. 스스로 누리는 사랑일 때에 아름답게 이야기가 피어난다. 4346.5.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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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5-28 17:03   좋아요 0 | URL
이와 같은 내용의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있겠지요.
관성의 법칙이라든가, 시냅스의 증가라든가...
여기에선 한 편의 시가 되었네요. 감동입니다ㅜㅜ

블로그를 하기 되면서 그런 걸 느꼈거든요.
내가 이렇게 쓸 말이 많은 사람이었나???
글은 쓰기 시작하면 자동으로 써지더라구요ㅇ.ㅇ
앞으로는 글의 수준도 점차 올라갔으면 하네용~

파란놀 2013-05-28 19:20   좋아요 0 | URL
스스로 아름다운 글 생각하시면
언제나 아름다운 글 쓸 수 있어요.
생각이 그대로 글이 되니까요,
스스로 어떤 글을 바라는가 하고
곰곰이 마음을 기울이면
모두 이루어지리라 느껴요.

찬찬히 즐겁게 생각을 빚어 보셔요~
 

꽃밥 먹자 1. 2013.5.27.

 


  지난해부터 우리 꽃밭에 옮겨심은 돗나물이 씩씩하게 무럭무럭 잘 자란다. 보름쯤 앞서 꽃망울 맺히고, 이레쯤 앞서부터 꽃을 피운다. 노랗게 꽃송이 벌어진 돗나물 즐겁게 톡톡 끊어서 밥상에 올린다. 큰아이는 “꽃을 먹네.” 하고 말한다. “그래, 노란 꽃송이처럼 노랗게 예쁘라고 꽃을 먹지.” 하고 얘기하면서 하나씩 먹으라고 내민다. 큰아이는 “꽃이야, 꽃.” 하고 흔든다. 먹기도 하고 놀기도 한다. 손에 쥐어 흔들고 입에 앙 넣는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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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내내 비가 퍼붓느라

월요일이었어도 우체국에 못 가느라

어제 애써 싼 책은 하나도 못 부쳤습니다.

 

어제 부친 책마다 적은 쪽글월 가운데

몇 가지를 사진으로 남겨 보았어요.

 

이 책들 받는 분들한테도 ^^

이 책들 안 받는 분들한테도 ^^;;;

좋은 이야기 한 자락

나누어 주는 쪽글월 되기를 빌어요.

 

1인잡지 '함께살기' 7호 <우리 말 살려쓰기, 하나> 받는 분들한테 쓴

쪽글월입니다.

 

..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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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빚기
― 날마다 샘솟는 사진

 


  집안일 하는 사내들 무척 적어, 집안일 하면서 사진을 찍는 사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예나 이제나 사내로 태어나 자라면, 으레 집안일 가시내한테 맡기고, 사내는 집밖으로 나가서 집밖일 찾아야 하는 줄 여긴다. 이리하여, 아이들 자라는 동안 가만히 지켜보면서 사진으로 담는 사내가 드물고, 아이들뿐 아니라 집살림 두루두루 사진으로 담는 넋 북돋우는 사내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사진감은 집밖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전쟁과 평화라는 사진감을 찾을 수 있고, 보도사진이나 패션사진이나 다큐사진 얼마든지 집밖에서 찾을 만하다. 아름다운 멧자락이나 물줄기 찾아다니며 사진 찍을 수 있다. 봄꽃 여름꽃 가을꽃 겨울꽃 두루 살피며 사진 찍을 수 있다. 골목마실 하거나 온누리 여러 나라 찾아다니며 사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집밖에서 사진을 찍듯, 우리 집 마당이나 안뜰이나 텃밭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집살림을 요모조모 가꾸며 사진으로 담을 수 있고, 우리 집 책시렁을 사진으로 엮을 수 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담다가 문득 깨닫는다. 이 아이들하고 함께 지내는 동안 아이들 바라보며 찍는 사진이란 얼마나 넓고 깊은가 하고 깨닫는다. 꼭 바깥에서 다른 마을 다른 집 아이들 찍어야 하지 않다. 우리 아이들 소꿉놀이 사진 찍으면 되고, 우리 아이들 마을빨래터 물놀이 사진 찍으면 된다. 우리 아이들 맨발로 뛰어노는 모습 찍으면 되고, 우리 아이들 서로 책을 읽어 주고 읽는 사이좋은 모습 찍으면 된다. 한 가지 모습을 한 장으로만 담을 수 있으나, 날마다 꾸준히 담으면서 한 해치나 여러 해치 그러모으면 ‘새로운 사진 이야기’로 거듭난다.


  사진감은 날마다 샘솟는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란 이름을 붙여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다. ‘놀이하는 아이들’이란 이름을 달아 ‘아이가 크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줄 만하다. 그러니까, 아이를 낳아 돌보는 모든 어버이는 이녁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더라도 수십 수백 수천 가지 사진감을 날마다 얻을 수 있다. 꼭 으리으리한 전시장에 사진을 걸어야 사진잔치가 되지 않는다. 한 해 동안 ‘한 가지 이야기’로 찍은 사진을 백 장쯤 그러모아서, 해마다 한 차례씩 돌아오는 아이들 생일에 ‘우리 집 사진잔치’를 벌여도 즐겁다. ‘우리 집 사진잔치’를 벌이면서 아이더러 동무를 부르라 해서 집에서 생일잔치 마련하면, ‘우리 집 사진잔치이자 생일잔치’에 놀러온 아이들은 모두 입을 쩍 벌리며 놀라하면서 좋아하리라. 그리고, 부러워하겠지.


  아이들과 밥을 먹으며 찍는 사진으로도 한 해에 백 가지 이야기 길어올린다. 아이들과 마실 다니면서 들길 걷는 사진으로도 한 해에 백 가지 이야기 얻는다. 아이들과 자전거 타고 나들이하는 사진으로도 한 해에 백 가지 이야기 샘솟는다. 모든 삶이 사진이 되고, 모든 사진은 이야기 된다. 모든 이야기는 사랑이 되고, 모든 사랑은 고스란히 아름다운 삶이다. 4346.5.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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