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

 


눈을 들어 하늘 보며
바람 살랑
흙내음 나르는 빛
바라보고.

 

눈을 살짝 감고 보면
풀내 물씬
볕살 번지는 냇물
헤아리며.

 

눈을 마주 서로 보면
꽃씨 포근
달무늬 드리운 구름
품는다.

 

석류꽃 피는 유월

 

한낮은 제비 노래마당
한밤은 개구리 얘기잔치

 

모를 심고
나무그늘서 쉬며
매화 열매 익는 소리
바람결에 듣는다.


4346.6.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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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 3
카이타니 시노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57

 


삶을 읽는 길이란
―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 3
 카이타니 시노부 글·그림,서현아
 학산문화사 펴냄,2010.3.25./4200원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사이좋게 지낼까요. 서로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텅 비운 채 외려 마음문을 꽁꽁 닫아걸려 할까요. 따로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을 헤아려 따사롭게 사랑을 나누는 하루를 누릴까요.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아픈 데를 파고들려 할까요.


- “으악! 이렇게 쉽게 돈을 빌려준단 말이야?” “돈을 못 빌려줘서 안달난 놈들이니까 심사도 별 거 없어.” “저, 정말 그 돈을 그냥 꿀꺽 하려고?” “당연하지. 말했잖아? 세상은 약은 놈이 이기는 거라고.” (9∼10쪽)


  마음을 읽을 수 있기에 너그럽고 따사롭게 서로 감싸안으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마음을 읽으면서 넉넉하고 즐겁게 서로 어깨동무하면 아름다운 나날 누릴 테지요.


  마음을 읽었는데 모르는 척할 수 있을까요. 마음을 읽으면서 일부러 등을 돌릴 수 있나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어느 어른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어른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어느 아이라 하더라도 어른들을 가만히 바라보면 마음을 살필 수 있어요.


  어른도 아이 마음을 읽고, 아이도 어른 마음을 읽습니다. 어른은 어른끼리 서로 마음을 느끼며, 아이도 아이끼리 저마다 마음을 알아요.


  한마음이 되어 한길을 걸어요. 한몸이 되어 한솥밥 먹어요. 풀과 한마음 되면 풀 한 포기에 깃든 숨결을 읽습니다. 나무와 한마음 되면 나무가 살아낸 기나긴 나날을 읽습니다.


  사람들이 풀과 한마음이 되거나 나무와 한마음이 된다면, 섣불리 숲을 밀지 않겠지요. 사람들이 개구리와 한마음이 되거나 잠자리와 한마음이 된다면, 함부로 도시를 늘리지 않겠지요.


  마음과 마음이 만나 사랑을 꽃피워요. 마음과 마음으로 사귀니 사랑을 속삭여요. 마음이 만나지 못하면 이야기를 느끼지 못해요. 책 한 권 읽을 적에도 마음을 읽지, 줄거리를 읽지 않습니다. 노래 한 가락 들을 적에도 마음을 읽지, 목청이나 반주를 읽지 않아요. 옷 한 벌에 깃든 마음을 읽고, 나락 한 알에 서린 마음을 읽습니다. 글월 한 장에 담긴 마음을 읽고, 쇠돈 한 닢에 스민 마음을 읽습니다.

 

 


- “너희들 혹시 그 어린 나이에 이 세상은 약은 놈이 이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니야? 정직한 사람은 손해만 본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만약 그렇다면 똑똑히 말해 줄게. 그 생각은 틀렸어. 약은 사람은 잠깐은 이득을 볼지 몰라도 반드시 그 악행이 발각되고 말지. 지금의 너희들처럼 말이야. 누가 뭐래도 사람이 가장 행복하려면 아무 거리끼는 일 없이 당당히 살 수 있어야 해. 그걸 들키지 않더라도 그 죄책감이 언제나 응어리로 남을 테니까.” (22쪽)


  카이타니 시노부 님 만화책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학산문화사,2010) 셋째 권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 만화책 줄거리는 책이름에 모두 나옵니다. 마음을 읽는다고 하는 ‘오다기리 쿄코’가 들려주는 ‘거짓말’ 이야기입니다. 만화책 주인공 오다기리 쿄코는 ‘영능력자’라는 이름을 쓰지만, 정작 마음을 읽지 않아요. 마음 아닌 생각을 읽습니다. 그러니까, ‘마음을 읽는다는 말’은 거짓말인데, 마음은 읽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느냐 하는 대목을 읽기 때문에, 둘레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하’면서도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느 사람들이 바라는 이야기란 ‘저이 속마음’이라기보다 ‘저 사람하고 나하고 즐겁게 누릴 삶을 찾아나서는 길’이거든요.


- “뭐야. 증거가 있으면 인정한다 그거구나.” (20쪽)

 


  삶을 읽는 길이란, 즐겁게 살아가려는 길을 읽는다는 뜻입니다. 삶을 읽으며 마음을 읽을 테고, 마음을 읽으니 생각을 읽고, 생각을 읽기에 사랑과 꿈을 읽어요. 폴짝폴짝 뛰면서 가볍게 노는 아이들 몸짓과 웃음을 읽어 보셔요. 이 아이들이 얼마나 기쁘며 환한 마음이 되어 노는가를 읽어 보셔요. 이리하여, 아이들 놀이에서 아이들이 바라는 아름다운 나라를 읽어 보셔요. 아이들이 바라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나라를 이루자면, 우리 어른들이 어떤 하루 누리면서 어떤 삶 일구어야 하는가를 읽어 보셔요.


  지식은 안 읽어도 됩니다. 정보는 안 읽어도 됩니다. 철학이나 과학이나 문학은 안 읽어도 됩니다. 서로서로 삶을 읽고, 마음을 읽으며 사랑을 읽으면 됩니다. 즐겁게 살아갈 길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가를 읽고, 살가이 어깨동무하는 길을 스스로 어떻게 가꾸는가를 읽으면 돼요.


- “하스미 씨, 제 남편의 소설을 읽으세요. 하스미 씨는 제 남편의 소설을 줄거리 정도밖에 모르시죠? 한번 시간을 들여 차분히 읽어 보세요. 그러면 아실 거예요. 왜 그이 주위에 지금도 여러 편집자들이 모이는지. 이야기는 그 다음에 하죠.” (93쪽)


  줄거리만 읽자면 처음부터 안 읽어도 됩니다. 간추린 이야기는 아예 안 읽어도 돼요. 대입시험에 나온다든지 공무원시험에 나온들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무개가 무엇을 좋아한다더라 하는 정보는 안 읽어도 돼요. 아무개는 새로운 무언가를 좋아할 수 있어요. 꼭 어느 틀에 얽매일 까닭 없어요. 마음을 읽는 사람은 홀가분합니다. 마음은 틀에 짜인 대로는 못 읽습니다. 마음은 틀에 얽매인 사람 앞에서 열어 보이지 않아요. 하늘이 맑게 열려 파랗게 눈부시듯, 사람들도 마음을 활짝 열면 해맑게 빛나는 이야기가 터져나옵니다. 4346.7.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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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쩍 뛰어노는 어린이

 


  동생 꽁무니에 붙어 막대기놀이를 하던 큰아이가 혼자 펄쩍 뛰면서 논다. 달음박질을 하다가 펄쩍 뛰어오르니 제법 높이 난다. 달리다가 뛰고, 또 달리다가 뛰며, 다시 달리다가 뛴다. 가볍게 달리면 가볍게 뛰고, 신나게 뛰면 신나게 날 수 있지. 4346.7.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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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7-25 05:23   좋아요 0 | URL
아이들 몸은 이제 나았나요? 아이가 한번 아프기라도 하면, 저렇게 뛰어 노는 것만 봐도 안심이 되고 감사한 마음이 들지요.
그런데 이젠 함께살기님 몸이 많이 피곤하고 힘드신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파란놀 2013-07-25 07:32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이렁저렁 많이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차츰 나아지는구나 싶어요.

저도 즐겁게 기운을 내야지요 ^^;;;
 

막대기놀이 1

 


  작은아이가 대나무 막대기를 가랑이 사이에 꽂고는 하늘을 난다며 마당을 걷는다. 어느새 큰아이가 동생을 덥석 안으며, 나도 나도 날게 해 줘, 하며 달라붙는다. 둘이 훨훨 날아 봐라. 4346.7.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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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아이 다시 안아 재우기

 


  꼭 서른 해 앞서, 내가 열 살 즈음이던 때 방학을 맞이해서 집에서 뒹굴거리며 놀던 나날을 떠올린다. 나는 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으며 만화책을 읽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종이를 오려 무언가 만들다가 이래저래 쉬잖고 논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마루에서 툇마루에서 큰방에서 쉬잖고 움직이면서 집안일을 한다. 집안일을 얼추 마치셨다 싶으면 가게나 저잣거리로 마실을 다녀오고, 마실을 다녀오시면 저녁을 차리기 앞서까지 부업을 하신다. 아버지 도시락을 싸고 내 아침을 차려 주신 뒤에는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신다. 어머니는 딱히 나더러 청소하라 말씀을 하지 않지만, 어머니가 말없이 마룻바닥을 걸레로 훔칠 적에 천천히 방에서 나와 걸레를 빨아 곁에서 걸레질을 거든다. 그런데 이렇게 걸레질을 하면 “네 방(형과 함께 쓰는 방)이나 치워.”라든지 “거기 좀 제대로 닦아.” 하는 소리를 듣는다.


  비질과 걸레질을 마칠 즈음 빨래기계가 멈춘다. 기계빨래가 다 되었다고 한다. 빨래를 함께 넌다. 이불은 욕조에 넣어 발로 밟아서 빨래한다. 여름방학은 며칠마다 한 차례씩 이불을 밟아서 빨래하며 보낸다고도 할 만하다. 5층짜리 아파트 열다섯 동으로 이루어진 동네인데, 집집마다 청소하고 빨래하는 때가 엇비슷하다. 우리 집에서 이불을 툇마루 난간에 척 하고 걸칠 언저리에 1층부터 5층까지 서로서로 이불 빨래를 척 하고 걸친다. 빨래한 이불 아닌 말리기만 할 이불을 널 적에는 웃층을 먼저 올려다본다. 웃집에서 젖은 이불을 말리느라 물방울 떨어지면 이불말리기 하나 마나이기 때문이다. 웃집에서 사는 사람도 아랫집을 살핀다. 아랫집 이불이 어느 쪽에 있는가를 헤아려 물방울이 아랫집 이불에 안 닿는 자리에 걸친다.


  부업을 한창 하시는 어머니는 저녁을 차려야 할 때가 다가오면 으레 묻는다. “오늘 저녁 뭘 할까?” 그무렵 어머니가 왜 이렇게 묻는지 몰랐다. 오늘에서야 아침저녁으로 아이들 밥상 차리면서 ‘오늘은 아침에 뭘 할까?’라든지 ‘오늘은 저녁으로 무얼 차리지?’라든지 ‘오늘은 낮에 샛밥으로 무얼 주지?’와 같이 생각하니까 어릴 적 어머니 말씀이 새록새록 스며든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는 이른새벽부터 늦은밤까지 허리 펼 겨를 거의 없이 하루를 보낸다. 형과 내가 훨씬 어려 갓난쟁이였거나 서너 살짜리였다면, 또 대여섯 살밖에 안 된 때였으면, 집안일은 더더욱 많아서 눈코를 뜰 수 없었을 테며, 그때에는 빨래기계 따위는 아예 있지도 않았을 테고, 냉장고가 어디 있었겠는가. 그나마 시골살림 아니기에 끼니마다 절구 빻아 쌀겨 벗기고 키질 해서 부스러기 날린 다음 조리개로 돌 일지 않아도 된다뿐이었지만, 우리 식구 먹던 쌀은 정부미였기에 끼니마다 조리개로 돌 이는 몫은 내가 맡았다. 애써 돌 일었다 하더라도 밥을 먹다가 누군가 돌 씹으며 아작 소리를 내면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어머니는 아무 말 않으시지만 아버지나 형이 돌을 씹으면 밥상머리에서 꿀밤을 맞는다.


  어제와 그제는 아이들 재우며 노래를 못 불렀다. 내 몸이 몸 같지 않다 싶어 그냥 드러누워서 아이들 땀 흘리지 말라고 부채질을 하다가 내가 먼저 곯아떨어졌다. 오늘은 두 아이 나란히 눕히고는 노래를 조곤조곤 부르며 큰아이 먼저 재우고 작은아이 늦게 재운다. 그런데 큰아이가 자꾸 뒤척인다. 한참 머리카락 쓰다듬고 배와 가슴 문지르다가, 큰아이더러 일어나 보라 해서 가슴에 안는다. 큰아이 안고 부엌으로 가서 얼굴과 코에 물을 바른다. 코에 살짝 물을 넣으며 풀어 보라 한다. 큰아이 안고 대청마루에 서서 밤바람을 쐰다. 오늘 하루 큰아이를 얼마나 안아 주었는가 돌아본다. 살며시 자리에 누인다. 머리카락 다시 쓸어넘기면서 다리께를 부채질한다. 큰아이와 작은아이 등판을 만진다. 땀이 배었나 없나 살핀다. 땀이 배었으면 부채질을 해야 할 테고, 작은아이가 또 바지에 쉬를 했다면 갈아입혀야지.


  뒤척이던 큰아이가 달게 잠든다. 품이 그리웠을까. 마당에까지 와서 우는 개구리 노래를 듣는다. 사이사이 풀벌레 노래가 씨이씨이 울린다. 호젓하다. 내 자장노래가 이 개구리와 풀벌레 노래처럼 보드랍게 아이들 마음으로 젖어들기를 빈다. 내 손길이 풀잎처럼 부드러우면서 푸르게 빛나기를 빈다. 4346.7.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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