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벌거숭이 과학은 내친구 20
야규 겐이치로 지음 / 한림출판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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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88

 


즐겁게 놀고 싶을 때에는
― 벌거숭이 벌거숭이
 야규 겐이치로 글·그림,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1997.5.10./9000원

 


  아이들은 아무 거리낌이 없이 벌거숭이가 되어 놉니다. 이 옷도 저 옷도 훌훌 벗어던집니다. 어른들 가운데에도 아무 거리낌이 없이 벌거숭이가 되는 사람이 있지만, 웬만한 어른은 홀가분하게 벌거숭이가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눈길을 살핍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즐겁게 놀 길을 찾으니 스스럼없이 벌거숭이가 됩니다. 신나게 놀 때에는 몸에 이것저것 걸치면 번거롭거든요. 사진기도 보석도 신도 목걸이도 아주 번거롭습니다. 달리기를 하려는데 손에 뭘 들어 보셔요. 얼마나 거추장스러운가요. 뜀뛰기를 하거나 뒹굴뒹굴 구르려 하는데 귀걸이를 하거나 손목시계를 차 보셔요. 얼마나 걸리적거리는가요.


  벌거숭이 된 아이는 아이일 뿐입니다. 가시내도 아니고 머스마도 아닙니다. 큰 아이도 아니고 작은 아이도 아니에요. 오직 아이일 뿐입니다. 아이들은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습니다. 오직 앞을 바라보면서 달립니다. 오로지 신나게 달리고, 그예 기운차게 뛰며 구릅니다.


.. 이 아이는 남자 아이일까? 여자 아이일까? 팬티를 벗으면 알까? ..  (5쪽)

 


  책을 읽자면 책을 들여다보면 됩니다. 책을 읽으려는데 금목걸이를 하거나 은팔찌를 차야 하지 않아요. 다이아반지를 끼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니, 이 모두를 걸치며 책을 읽을 수 있어요. 누구이든 이녁 마음이니까요.


  그런데, 이것을 걸치거나 저것을 차더라도 책을 읽어서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되거나 걸림돌이 되지 않아요. 값진 자가용 걸상에 앉아야 책을 더 잘 읽을까요. 40층이나 50층 아파트 툇마루에 앉아야 책을 더 잘 읽을까요.


  다만, 숲속은 많이 달라요. 바닷가도 크게 달라요. 나무그늘도 아주 달라요. 똑같은 책이라 하더라도 시외버스에서 읽을 적하고 숲속에서 새와 벌레와 풀잎 소리를 들으며 읽을 적은 사뭇 다릅니다. 지하철에서 읽는 책하고 바닷가에서 읽는 책은 더할 나위 없이 다릅니다. 입시지옥에 짓눌린 마음으로 읽는 책이랑 나무그늘에서 뭉게구름 올려다보며 읽는 책은 여러모로 다릅니다.


.. 눈에 띄는 걸로 말하면 엄마의 찌찌는 굉장히 눈에 띄지요. 엄마가 벌거숭이가 되면 엉덩이도 눈에 띄지요. 볼록해 볼랙해 엄마 엉덩이는 볼록해 ..  (18∼19쪽)

 


  즐겁게 놀고 싶으면 맨몸뚱이 되면 됩니다. 맨몸뚱이 되어 바람을 가르고 바람을 마시며 바람을 타면 즐겁게 놀 수 있어요. 맨몸뚱이로 들판을 달리고 흙땅에서 뒹굴며 나무랑 풀이랑 꽃이랑 벗삼으면 즐겁게 놀 수 있어요.


  즐겁게 책을 읽고 싶을 때에도 맨몸이 되면 돼요. 내가 이제껏 거둔 졸업장과 자격증은 내려놓을 때에 책이 마음속으로 살가이 스며들어요. 내가 여태껏 읽은 다른 책들은 모두 잊은 채 바로 오늘 이곳에서 두 손으로 살며시 쥔 책을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바라볼 때에 책이 마음밭에 씨앗 한 톨 베풀어요.


  언제나 처음이요, 언제나 마지막입니다. 모든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처음으로 하기에 새롭고 마지막으로 하기에 기쁩니다. 손수 글월을 띄워 보셔요. 똑같은 이야기를 똑같은 글씨에 담아서 쓰는 글월은 나오지 않아요. 백 사람한테 보내면 백 사람한테 다 다르게 쓰는 글월입니다. 같은 사람한테 백 차례 글월을 띄워도 백 차례 늘 다른 글월이 나와요.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노래를 부를 적에도 언제나 달라요. 밥을 지을 적에도 늘 달라요. 국을 끓여도 날마다 달라요. 같은 쌀밥이고 같은 된장국이라 하더라도 날마다 같은 밥은 두 번 다시 못 짓습니다.


  그런데 기계로 척척 찍어낼 때에는 아주 똑같다 느끼곤 해요. 이를테면, 빵집 빵이나 가겟집 과자가 아주 똑같구나 싶어요. 우리 혀를 길들이고 우리 눈과 코와 머리를 가두어요.


  스스로 씨앗을 뿌려 거둔 나락으로 밥을 짓는다고 생각해 보셔요. 스스로 거둔 쌀이 아니더라도 손수 쌀을 씻고 물을 안쳐 짓는다고 생각해 보셔요. 늘 다른 밥이 나오고, 늘 다른 맛이 감돌아요. 그러나, 늘 다르더라도 ‘밥맛’이라는 데에서는 같아요. 날마다 다르지만 언제나 같은 밥맛을 느끼면서 삶맛을 누려요. 왜냐하면, 몸과 마음에 거추장스럽거나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즐거움과 사랑과 꿈으로 지은 밥이기 때문입니다.


.. 벌거숭이 벌거숭이, 이쪽에 귀를 갖다 대면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요.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 두근. 달리기한 바로 뒤에 심장 뛰는 소리는 크고 빨라요 ..  (30쪽)

 


  야규 겐이치로 님 그림책 《벌거숭이 벌거숭이》(한림출판사,1997)를 읽습니다. 아픈 아이들을 자리에 눕히고 천천히 읽어 줍니다. 아이들은 혼자서도 으레 읽었고, 어머니도 가끔 읽어 주었기에 다음 쪽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는지 압니다. 그래도 즐겁게 다시 읽고 다시 듣습니다. 벌거숭이로 노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습이 그림책에서 싱그럽게 춤추거든요.


  벌거숭이가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습니다. 벌거숭이는 벌거숭이일 뿐인데, 홀가분하면서 가벼운 몸이자 마음이에요. 내 몸을 꾸밈없이 바라봅니다. 내 몸과 함께 네 몸을 가만히 살펴봅니다. 어디 아픈 데 있는지 살피고, 얼마나 튼튼한지 돌아봅니다. 여기에 점이 있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닫고, 아이들 팔뚝은 참말 가늘구나 하고 느낍니다. 어른들 허벅지는 아이들 머리통보다 클 수 있다고 깨달으며, 이 조그마한 몸이 날마다 무럭무럭 커서 씩씩한 어른으로 이 땅에 우뚝 서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즐겁게 놀고 싶다면 벌거숭이 되면 되듯이, 즐거운 나라를 이루자면 모두 벌거숭이 되면 됩니다. 주머니에 감추거나 뒤에 숨기면 즐거운 나라 이루지 못해요. 재산이 10억이나 100억쯤 되는 정치꾼이라면, 이녁 몫으로 1억이나 1천 즈음 남긴 채 나머지는 가난한 이웃한테 나누어 주면 아주 즐겁습니다. 어느 재벌 식구들은 재산이 몇 조이니 하기도 하는데, 몇 조에 이르는 돈을 혼자 거머쥐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싶어요. 부자인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하루에 밥 두어 그릇이면 넉넉하잖아요. 죽어 흙으로 돌아갈 때에 그 돈 어떻게 가져가겠어요. 책 많이 읽은 사람도 머리에 담은 지식을 흙으로 못 가져가고, 잔뜩 장만한 책 가운데 한 권조차 흙으로 못 가져가요.


  모두 내려놓아야지요. 즐겁게 살아가는 오늘도 모두 내려놓고, 즐겁게 돌아가는 모레에도 모두 내려놓을 때에 환하게 웃을 수 있어요. 다 함께 벌거숭이 되어 춤을 추어요. 서로서로 벌거숭이 놀이를 하면서 지구별에 사랑을 불러요. 4346.7.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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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읽으면서 나눌 만하구나 싶은 만화책을 가만히 살피면, 이들 만화책에 담는 줄거리는 참 수수하거나 투박하기 일쑤이다. 아주 놀랍다거나 대단하다 싶은 이야깃감을 좇아 만화를 그리지 않는다. 만화를 그리는 분 둘레에서 흔히 보거나, 만화를 그리는 분 스스로 겪은 삶을, 참 스스럼없이 홀가분하게 보여준다. 만화도 글도 그림도 사진도 모두 같다. 사랑스레 누리면서 아름답게 빛내는 삶을 즐겁게 보여주면 된다. 기쁘게 웃고 슬프게 울던 내 조그마한 이야기가 바로 내 동무하고 도란도란 나누는 가장 살가우며 재미난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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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눈 랑데부 2
카와치 하루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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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학교에서 ‘머리’만 쓰는 교육을 받는다면, 이 아이들은 앞으로 ‘머리’만 쓰는 일을 해야 할까 궁금하곤 하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머리’도 쓰고 ‘몸’도 쓰며 ‘마음’도 쓰는 교육을 골고루 아름답게 배울 노릇 아닌가 생각한다. 만화책 《은수저》에 나오는 머스마는 입시지옥 무게에 짓눌리다가 축산고등학교로 내뺐다 할는지 모르지만, 아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머리’만 쓰는 삶 아닌, ‘몸’과 ‘마음’을 함께 쓰는 삶으로 나아가고 싶구나 하고 느꼈으리라 본다. 머리와 몸만 쓴대서 끝나지 않는다. 머리와 몸을 ‘어떤 마음’으로 쓰느냐는 대단히 큰 일이다. 마음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착하고 참답게 쓰는 길을 어버이와 어른한테서 배워야 아이들이 오롯이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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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Silver Spoon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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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날마다 재미있고, 하루하루 새롭게 먹는 밥은 즐겁게 몸을 살찌운다. 배고파서 먹고, 배불러서 그만 먹고, 다시 배고파서 먹고, 또 배불러서 그만 먹는다. 배고프니 일을 쉰다. 배고프니 밥을 차린다. 배부르니 느긋하게 쉰다. 배부르니 신나게 일하거나 놀이한다. 배고프니 다 함께 모여서 밥을 먹는다. 배부르니 다 같이 모여서 일하거나 놀이한다. 날마다 이루어지는 조그마한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엮으면 재미난 그림책 하나 뚝딱 하고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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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요
야규 겐이치로 글 그림, 예상열 옮김 / 한림출판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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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못 개는 빨래

 


  어릴 적에 어머니 곁에서 빨래를 으레 개곤 했다. 어머니는 내가 빨래를 갤 적에 고맙다는 말씀을 늘 하셨다. 어느 때에는 당신이 나중에 개면 되니 그대로 두라 하셨지만, 어머니 집일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면, 도무지 언제 저 빨래를 갤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아마 식구들 모두 잠들고 나서 깊은 밤에서야 갠다는 뜻이었으리라.


  빨래를 다 마친 옷가지 개는 일은 하나도 안 힘들다. 10분쯤 말미를 내면 정갈하고 예쁘게 갤 만하다. 그런데, 집안일 가운데 10분 말미를 따로 못 빼기 일쑤이다. 이럭저럭 집안일 다 했구나 싶으며 등허리를 펼라치면 이때서야 ‘미처 못 갠 빨래’가 보인다. 빨래는 손으로 비비고 헹구어 다 한 다음 마당에 해바라기 시켜 보송보송 잘 말려 놓고는, 정작 곱게 개어 제자리에 두어야 할 몫은 뒤로 미룬다.


  집에서 한손 거드는 몫이란 아주 크다. 설거지를 조금이나마 거든다든지, 밥상에 수저를 놓는다든지, 다 먹은 빈 그릇 치운다든지 하는 한손조차 큰 손이 된다. 밥상 밑을 걸레로 한 번 훔쳐 준다든지, 마루와 방바닥을 슬쩍 비질을 하거나 걸레질 하는 손길도 대단히 반가운 일손이다.


  내 어머니는 내가 가시내로 태어나기를 바라셨을까. 나는 가시내로 태어났으면 집일을 어떻게 건사하며 살았을까. 4346.7.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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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7 07:43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들이 먹고 난 밥그릇을 싱크대에 갖다놓으면
그 마음이 너무 예뻐 "고맙다~!" 얘기합니다.
오늘은 마음을 곱게 개듯...빨래를 개야겠어요..^^

파란놀 2013-07-27 11:06   좋아요 0 | URL
빨래는 마음을 곱게 빨고
갤 적에는 마음을 곱게 개는데
늘 뒤엣일을 미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