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군내버스도 타고 걸어서 다니기도 하지만, 자전거를 씩씩하고 즐겁게 타면서 살아간다. 두 아이는 아직 많이 어려 스스로 자전거를 몰지 못하고, 샛자전거에 타는 큰아이도 아직 발판을 굴러 아버지를 거들지 못한다. 오직 내 두 다리에 기대어 큰자전거 하나와 샛자전거 하나에 자전거수레, 이렇게 세 가지를 끌고 다닌다.


  길게 늘어서서 달리는 자전거는 큰길도 달리지만, 고샅도 마을길도 달린다. 이 자전거로 가파른 비탈이나 높다란 오르막도 오르곤 한다. 골짜기 찾아가느라 우둘투둘한 멧길을 달리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달리느라 아버지는 늘 땀투성이 된다. 땀이 비오듯이 흐른다. 비오는 날에 자전거를 몰면 빗물에 땀방울 씻길 테지만, 아이들은 비를 쫄딱 맞아야 하니까, 아직 비오는 날에 아이들과 자전거를 달리지는 않는다.


  자전거로 이 마을 저 마을 달리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우뚝 멈춘다. 하늘을 바라보고 들을 둘러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다른 빛을 느낀다. 맑은 바람을 마시고, 시원한 그늘을 누린다. 자전거와 함께 살아가며 하루하루 새로운 빛과 결을 맞아들인다. 4346.8.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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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식탁 8
시무라 시호코 글.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60

 


다 같이 먹는 밥
― 여자의 식탁 8
 시무라 시호코 글·그림
 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3.8.15. 4200원

 


  아이들을 씻기고는 옷을 갈아입힙니다. 한여름 흠뻑 흘린 땀으로 젖은 옷을 빨면서 내 몸을 씻습니다. 빨래를 마친 옷은 마당에 넙니다. 후끈후끈 내리쬐는 땡볕에 빨래는 한 시간이 안 되어 바짝바짝 마릅니다. 다 말랐지만 마당에 옷가지를 그대로 둡니다. 오래오래 햇볕 머금으며 따스한 기운 한결 깊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빨래가 마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집살림 이것저것 바깥에 내놓습니다. 나무로 된 살림살이를 말리고 또 말리며 자꾸 말립니다. 햇볕이 한가득 쏟아질 때마다 거듭거듭 말립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볕 듬뿍 머금은 살림살이를 집안으로 들이면 퍽 오랫동안 따스한 기운이 감돕니다. 베개도 이불도 기저귀도 옷가지도 주걱도 평상도 걸상도 밀대도 수저도 모두 따스합니다. 날마다 빨래를 하고 언제나 집안일을 하면서 이 햇살이 이렇게 사람살이를 북돋우면서 어루만지는구나 하고 새롭게 깨닫습니다.


- “난 옛날에 닭껍질을 못 먹었어. 오톨도톨하고 흐물흐물해 보여서 먹어 보지도 않고 덮어놓고 싫어했거든. 이렇게 구운 건 물론이고, 프라이드 치킨도 카라아게도 전부 껍질을 일일이 벗겨 먹었을 정도니까.” “그런 사람 있더라. 그래서 언제부터 먹게 됐는데?” “아. 그건 말이지. 그것은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었어.” (4쪽)
- “이거 치킨 샌드위치야?” “응.” “그러고 보니까 엄마가 언니네 치킨 샌드위치 맛있다고 그랬는데.” “어머, 기뻐라. 내 자신작이야.” “먹고 싶어. 근데 난 닭껍질 싫어하는데. 오톨도톨하고 흐물거려서, 징그러워서 못 먹겠어. 벗겨내고 먹어도 돼?” “응.” (11쪽)

 


  낮잠 자야 할 아이들을 대청마루에 놀립니다. 자장노래를 부른들 시원한 자리에 누인들, 이 아이들이 곱게 잠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두 눈에는 졸음 가득하고, 아이들 스스로 몸이 무거운 줄 알기에 마루에 드러누운 채 일어나지 않아요. 드러누워서 마루 이곳저곳 뒹굴며 놀아요. 드러누워서 만화책을 집기도 하고, 드러누워서 노래를 부르기도 해요.


  그러면, 그렇게 놀아야지. 졸려도 안 자고 싶으면 졸음 가득한 몸으로 놀아야지.

  다그친대서 아이들이 잠들지 않아요. 닦달하거나 들볶아도 아이들은 잠들지 않아요. 참말 졸음에 겨워야 잠들어요.


  가만히 돌아보면, 나도 이 아이들마냥 어릴 적에는 낮잠도 밤잠도 달갑지 않았어요. 참말 지쳐서 스르르 곯아떨어질 무렵까지 놀았어요.


  시계를 보며 놀지 않습니다. 해가 떨어지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놀고 싶으니 놉니다. 놀고 싶기에 놀아요. 그래서, 새벽이건 아침이건 딱히 대수롭지 않습니다. 일어나면 놀고, 잠들기 앞서까지 놉니다. 하루 내내 온통 놀이입니다.


- “진짜 괜찮아. 안 벗겨도.” ‘미치루 언니 앞에서, 지금, 징그러워서 못 먹겠어,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늘 아무렇지도 않게 벗겨내고 먹었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휙 버렸으면서. 그때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 (16∼17쪽)
- ‘쥬키니 호박을 된장국에. 아. 맛있어.’ “오이처럼 생겼는데 잘라 보니까 속은 가지 같아서, 된장국에 넣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엄마가 만드는 건 다 이런 것뿐이지만. 하하.” ‘난, 정말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아무리 요즘 되는 일이 없다지만, 난 여기서 시골을 탓하러 온 건가? 친구에게 시시한 허세를 부리러 온 건가? 아니면 엄마에게 짜증을 내러 온 건가? 그게 아니잖아. 내가 여기 오는 건 언제나, 잠시 도시를 잊고, 한숨을 돌리기 위해서잖아.’ (31∼32쪽)

 

 


  아이들이 먹기 알맞도록 밥을 차립니다. 한여름에는 미리 밥을 짓습니다. 아이들이 배고프다 말하기 한 시간쯤 앞서 밥을 다 해 놓고 천천히 식힙니다. 국도 조금 일찍 끓여서 식힙니다. 반찬도 그렇지요. 모든 밥차림을 아이들더러 “자, 밥 먹자.” 하고 부르기 앞서 마무리를 지어요. 그러고서 30분쯤 지나서야 비로소 “배고프니? 밥 먹을까?” 하고 묻고는 1분도 안 되어 촤라락 밥상에 밥이며 국이며 반찬을 올립니다.


  한겨울에는 한겨울대로 밥을 차려요. 한겨울에는 먼저 밥상 앞에 앉힙니다. 그러고서 국이든 밥이든 먼저 다 되는 쪽부터 내어줍니다. 추운 날씨에 몸에 따순 기운 감돌도록 뜨끈뜨끈 김 나는 국이나 밥을 아이들한테 주어요. 한겨울에는 갓 지은 밥과 국도 10분쯤 지나면 다 식어요.

  다 같이 먹는 밥이니 밥상맡에 다 같이 둘러앉아서 먹습니다. 다 같이 먹는 밥이니, 아이들 몸을 살펴 밥을 짓습니다. 어른들 입을 살펴서 밥을 짓는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아이들이 먹을 만한 밥과 국과 반찬을 마련합니다. 어른들은 아이 몸에 맞춥니다. 아이들더러 어른 입맛에 맞추도록 끌어당기지 않습니다. 참 마땅한 일인데, 다 같이 먹는 밥인걸요. 어른만 먹으면 무슨 재미인가요. 어른만 즐기면 무슨 즐거움인가요.


  가장 낮고 가장 작으며 가장 여린 숨결을 헤아릴 때에 사랑이 되고 평화가 되며 평등과 꿈이 됩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쪽을 헤아리면 사랑도 평화도 평등도 꿈도 안 됩니다.


  가난한 사람에 맞추는 복지요 문화이지, 돈있는 사람한테 맞추는 복지나 문화가 아니에요. 아이들과 할매 할배 다 함께 누리도록 꾀할 문화요 예술이지, 전문가와 평론가 눈높이에 맞출 문화나 예술이 아닙니다.


- “아이스크림이 녹아 있었거든.” “뭐?” “마지막 두 번은 마유코가 들고 온 아이스크림이 많이 녹아 있었어. 사실은 우리 집 바로 옆이 편의점이라, 다른 때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와도 전혀 안 녹았거든. 그런데 마지막 2번은 꽤 녹아 있어서, 멀리 있는 편의점에서 샀나 생각했지만, 그 편의점은 이 근처에는 우리 집 옆 말고는 없어. 그럼 왜 녹았을까. 사고 나서 우리 집까지 오는 동안 뭘 하느라 그렇게 시간이 걸렸을까. 어쩌면, 돈 빌리는 걸 망설인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48∼49쪽)
- “어라? 맛이 예전만 못하네. 진짜 깜짝 놀랄 만큼 맛있었는데.” “그래? 이 만하면 충분히 맛있는데.” “한 입만 먹어 봐도 돼?” “응. 역시 달라. 이런 게 아니야. 훨씬 더 맛있어서 이 동네에서 최고라고 다 같이…….” ‘다 같이? 다 같이…… 먹었기 때문에 맛있었던 거야? 아.’ (60∼62쪽)

 

 


  시무라 시호코 님 만화책 《여자의 식탁》(대원씨아이,2013) 여덟째 권을 읽습니다. 《여자의 식탁》이라는 이름 붙은 만화책은 8권에서 끝납니다. 2011년 봄에 일곱째 권이 한국말로 나온 지 이태만에 여덟째 권이 나오면서 긴 이야기가 끝을 맺습니다.


  만화책 《여자의 식탁》은 책이름 그대로 ‘여자가 밥상맡에서 누리는 삶과 느끼는 생각과 맞이하는 사랑’을 들려줍니다. 밥 한 그릇에서, 반찬 한 가지에서, 차 한 잔에서, 길고 깊으며 너른 이야기를 길어올려요. 아름다운 이야기를 길어올리기도 하고, 슬픈 이야기를 길어올리기도 합니다. 애틋한 이야기도, 그리운 이야기, 아픈 이야기도, 이제는 다 아문 이야기도 찬찬히 길어올립니다.


- “그렇게 싫어하면서 말을 못했다고?” “일부러 사왔는데 싫다고 하면, 남친이 상처 받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커피 말고 다른 걸 마셨으면 좋겠는데.” (76쪽)
- ‘누가 말해 줬으면 좋겠어. 루리는 그런 애가 아니라고. 루리는 자신보다 ‘밑’이라고 생각하는 애하고만 어울리는 그런 애가 아니라고 말해 줬으면 좋겠어. 루리는 바닐라 에센스처럼 달콤하고 착한, 정말 멋진 아이라고 믿게 해 줬으면 좋겠어.’ (96쪽)

 


  나는 《여자의 식탁》 1권부터 8권까지 읽으며 “남자 식탁”을 누군가 그리면 어떤 이야기 나올까 하고 곱씹어 보았어요. 사내들도 가시내들 못지않게 이런 이야기 저런 삶 있을 테지요. 그런데, 예나 이제나 사내들은 밥상을 스스로 차리는 일이 얼마나 될까요. 예나 이제나 사내들은 밥 한 그릇에서 사랑과 꿈과 이야기를 누리는 일이 얼마나 잦을까요.


  아이들한테 도시락 싸 주는 아버지는 얼마나 있지요? 사랑스러운 짝꿍이나 옆지기한테 날마다 도시락 싸서 내미는 사내는 몇이나 있지요? 웃음과 기쁨과 노래와 춤을 밥 한 그릇에 실어 날마다 살림 아름다이 여미는 사내는 있기나 있는가요?


- ‘왜냐하면, 왜냐하면, 왜냐하면,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건, 엄마의 접시에도 한 잎 정도는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152∼153쪽)


  한낮 무더위를 한껏 느끼면서 땀을 흘립니다. 비록 오늘날 시골마을도 농약투성이가 되었기에 풀벌레나 매미나 개구리나 멧새 노랫소리를 먼먼 옛날처럼 아늑하거나 넉넉하게 듣기는 어렵습니다만, 이럭저럭 여러 풀노래와 숲노래를 가만히 듣습니다. 아이들도, 어른인 나 스스로도 고운 노래 기쁘게 누리는 하루를 빛내자고 생각합니다.


  다 같이 먹는 밥이요, 다 같이 살아가는 땅입니다. 다 같이 즐기는 이야기요, 다 같이 사랑하는 삶입니다. 다 같이 노래하는 벗님이면서, 다 같이 꿈꾸는 이웃입니다. 4346.8.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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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약 글쓰기

 


  ‘돈’이 따로 없던 지난날에는 누구나 ‘밥’을 얻으려고 흙을 일구었다. 도시가 아주 자그맣고, 자그마한 도시를 뺀 넓은 모든 곳이 시골이던 지난날에는, 누구나 스스로 ‘밥’을 즐겁게 누리려고 흙을 만졌다. 이때에는 농약이 없었을 뿐 아니라, 나 스스로 먹을 밥에 농약을 칠 바보란 없었다.


  ‘돈’이 나타나고 널리 퍼진 오늘날에는 몇몇 사람을 빼고 누구나 ‘돈’을 얻으려고 흙을 일군다. 오늘날 시골 흙일꾼 가운데 ‘밥’을 얻으려고 흙을 만지는 사람은 아주 드물고, 거의 모두 ‘돈’을 벌려고 흙을 만진다. 이리하여, 오늘날 시골 흙일꾼은 으레 농약을 치고 기계를 부린다. 내가 먹을 ‘밥’이 아닌 만큼, ‘돈’이 될 만한 상품이 되자면 겉보기에 굵직하고 때깔 좋으며 달달해야 한다.


  우리 집 부추밭에 모기들이 산다. 부추잎을 뜯자면 모기가 팔등과 손등과 얼굴에 달라붙는다. 그러나 이 모기를 손을 휘휘 저어 쫓기만 할 뿐, 모기약이건 살충제를 안 뿌린다. 왜냐하면, 부추잎은 내가 먹고 옆지기가 먹으며 아이들이 먹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밥’에 대고 살충제(농약)를 뿌리는 바보스러운 짓을 할 까닭이 없다.


  요즈음 들어 ‘친환경농업’을 내세운 곡식과 열매가 많다. 이들 ‘친환경농업 상품’은 ‘친환경농약’을 친다. 그리고, 이 ‘친환경농약’은 온갖 벌레를 죽이고, 벌레를 잡아먹는 개구리와 새를 죽인다. 다만, 벌레와 개구리와 새는 죽되 사람이 죽었다고는 하는 말이 없어, 친환경농약이건 여느 화학농약이건 그대로 쓰고 자꾸 쓴다.


  그러면, 친환경농업에서는 왜 농약을 쓰는가? 친환경이라 한다면 흙과 풀과 땅과 바람 모두를 살리는 농업이어야 하지 않는가? 왜 아무것도 안 살리고 친환경농업을 짓는다고 하는가? 바로 ‘돈’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스스로 먹을 ‘밥’이 아니라, 비싼값을 받아 내다팔 상품이 되어 ‘돈’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돈’을 바라보기에 농약을 쓴다. 상품 이름이 ‘친환경농업 곡식과 열매’이니 ‘친환경농약’이라면서 농약 이름까지 새로 붙인다. 도시사람은 어쨌든 ‘친환경’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마음을 놓고 돈을 치른다. 왜냐하면, 도시사람은 스스로 ‘밥’을 일구지 않고, 도시에서 돈만 벌기 때문이다. 도시사람은 돈을 치러서 밥을 사다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흙을 안 만지는 터라, 친환경농약이나 화학농약이 흙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숲과 들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살갗으로 못 느끼고 조금도 못 알아챈다. 시골과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그저 ‘돈을 더 치르’면서 ‘친환경’ 이름 붙은 곡식과 열매를 사다가 먹을 뿐이다.


  다시 말하자면, ‘돈’만 버는 도시사람이 ‘돈’만 바라는 시골사람을 만드는 노릇이다. 도시사람 스스로 텃밭을 마련하면서 푸성귀 몇 가지나마 스스로 길러서 먹는다면, 시골사람이 ‘돈’만 바라보면서 농약을 함부로 쓰는 굴레에 갇히도록 내몰지 않을 수 있다.


  생각해야 한다. 도시사람이 논까지 장만해서 쌀을 얻기는 힘들 테지. 도시사람이 능금나무 배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하나하나 심을 땅을 얻어서 돌보기는 힘들 테지. 딸기 수박 참외 오이 토마토 배추 무 가지 연뿌리 들을 도시사람이 하나하나 길러서 먹기는 어렵다. 그러나, 스스로 기르기는 어렵다지만, 도시사람도 ‘돈’만 바라보지 않으면, 시골사람과 즐거이 어깨동무하는 길 열 수 있다.


  ‘돈’이 아닌 ‘삶’을 바라보면서, 시골과 몸소 1:1 직거래를 하면 된다. 1:1 직거래를 할 적에는 적어도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한 해에 네 차례는 시골로 가서 품을 팔아야 한다. 제대로 직거래를 하겠다면, 달마다 한 차례는 시골로 가서 함께 일하고 함께 쉬며 함께 노래해야 한다. 철마다, 또는 달마다 시골숲 누리면서 시골일 함께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직거래를 할 만한 ‘자격’이 된다. ‘돈’만 내고 사다가 먹는 도시사람이라면, 시골사람은 너무 마땅히 농약을 칠밖에 없다.


  ‘돈’으로 뱃속 채우는 먹을거리 아닌, ‘밥’으로 삶을 북돋우는 먹을거리 바란다면, 도시사람은 대형마트에서 카트 밀며 자가용 짐칸에 잔뜩 먹을거리 실어서 나르는 쳇바퀴 아닌, 아름다운 시골마을 한 군데를 찾아서, 서로서로 돕고 아끼는 1:1 직거래, 이를테면 생활협동조합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먹는 ‘밥’이니 내 손길을 들여 내 땀을 쏟는다. 내가 ‘즐겁게 살아가고 싶은 꿈을 이루는 길’이기에 돈을 아름답게 벌면서 아름답게 쓰는 길을 헤아린다.


  글을 쓸 적도 이와 같다. 돈을 얻고자 쓰는 글은 글다울 수 없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에 글을 쓴다. 서로 즐거이 주고받으면서 생각을 북돋우며 사랑을 길어올리고 싶기에 글을 쓴다. 이리하여, 글이란 대학교 문예창작학과라든지 문예교실이나 글쓰기학원에서 가르칠 수 없다. 글은 ‘이야기’이니까, 스스로 누리는 ‘삶’에 따라 스스로 즐겁게 태어난다. 4346.8.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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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0. 저기 잠자리 있어요 (2013.8.1.)

 


  두 아이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하다가 들 한복판에서 살짝 멈춘다. 너른 들 논도랑이 거의 모두 시멘트도랑으로 바뀌었지만, 아직 흙도랑인 곳이 드문드문 있어, 큰아이더러 “자 봐 봐. 여기는 참말 도랑이야.” 하고 말하며 가리키는데, 조금 뒤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저기 잠자리 있어요. 조용히 해요.” 하고 말한다. 어디 있나 기웃거리니, 자전거 옆 땅바닥에 밀잠자리가 앉았다. 넌 이 잠자리를 알아보았구나. “움직이지 마요. 그러면 잠자리 날아가요.” 그래, 안 움직일게. 그런데 우리는 땡볕에 이곳에서 얼마나 꼼짝 않고 있어야 할까? 한참 잠자리를 바라보며 모두 땀을 뻘뻘 흘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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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8-09 12:34   좋아요 0 | URL
이 이야기 너무 재밌어요ㅎㅎ

파란놀 2013-08-09 13:00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살아가며
날마다 재미난 일
숱하게 겪으며 즐겁습니다~
 

산들보라 머리띠 쓰고 잡기놀이

 


  누나가 머리띠를 쓰면 산들보라도 머리띠 쓰고 싶어. 누나가 달리면 산들보라도 달리고 싶어. 둘이는 저절로 잡기놀이, 서로서로 시나브로 웃음놀이.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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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09 09:03   좋아요 0 | URL
ㅎㅎ 산들보라는 누나 따라쟁이~!
새벽에 비가 후두둑, 한줌 내렸지만 여전히 무더울 하루의 시작을
벼리와 보라의 활짝~웃음꽃 핀 예쁜 얼굴로 좋은 하루 시작합니다~

파란놀 2013-08-09 12:59   좋아요 0 | URL
서울에는 비 내렸군요.
고흥에는 참말 비가 안 온답니다 ^^;;;;;

그래서... 올해에는 아주 징허게
모두들 농약에 기대어
고흥 안에서는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