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고 싶은 글

 


  시골마을에서는 아이가 읽어 달라 얘기하는 ‘글 적힌 알림판’이 드물다. 도시로 나들이를 나오니, 이곳에도 글 저곳에도 글이다. 그런데, 시외버스 걸상 뒤판에 적힌 글을 비롯해, 도시에 가득한 글은 온통 광고하는 글이다.


  여섯 살 큰아이는 한글을 꾸준히 익히면서 새롭게 보는 글을 즐겁게 읽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우리 사회를 이루는 어른들은 돈을 더 벌도록 물건을 더 팔고 싶은 광고와 홍보만을 꾀하는 글판(알림판)을 붙인다.


  아이와 함께 누구나 즐겁게 바라볼 만한 글판은 어디에 있을까. 삶을 밝히면서 사랑을 빛내는 글을 붙이면서 마을과 보금자리를 돌보려는 어른은 몇이나 있을까. 어른들은 어떤 글을 써서 둘레 사람들한테 읽히려고 하는가. 4346.8.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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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14년에 '7~8살 어린이 첫 국어사전'을 쓸 생각입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초등 낮은학년 국어사전'을 쓰려고 합니다. 지난 1994년부터 그러모은 온갖 국어사전과 자료를 바탕으로, 쉬우면서 즐겁고 아름답게 읽는 국어사전을 쓰려고 합니다.

 

지난 스무 해에 걸쳐 그러모은 자료가 넉넉하지만, 아직 못 갖춘 자료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리고, 국어사전을 쓰는 동안 다른 '글삯벌이'는 거의 할 수 없는 만큼, [국어사전 집필기금 모으기]를 해야겠다고 느낍니다.

 

여러 학술기금이나 문화재단기금이 있기에, 이곳저곳 알아보았지만, '국어사전 쓰는 일'은 '전문 영역'이라고 여겨, 대학교 관련학과 졸업장이나 대학원 석사학위를 증빙자료로 바라곤 합니다. 나는 고졸학력으로도 '보리국어사전 엮는 편집장'으로 일했고, '국립국어원 한글문화학교 강사'라든지 '한글학회 공공언어순화지원단 단장'을 했지만, 이런 경력으로는 '국어사전 집필기금'을 받기가 너무 어렵고, 현실로는 '불가능'이로구나 싶습니다.

 

어떻든, 시골에서 아이들과 살뜰히 지낼 살림돈을 어느 만큼 건사할 수 있는 테두리에서 국어사전을 조금이나마 느긋하게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무튼, 오늘부터 '국어사전 쓰기'를 할 생각이고, 2014년 한글날에 '7~8살 어린이 첫 국어사전'을 선보이려고 해요. [국어사전 집필기금]에 한손 거들어 주는 분들 모두한테는 이 책이 나오면 정갈하게 쓴 손글씨 담은 책을 선물로 드리려 합니다. 얼마나 어떻게 모아야 할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길은 틀림없이 있을 테지요.

 

항공방제 대피로 고흥을 떠나 여러 날 지내면서 곰곰이 생각하면서, 바지런히 국어사전을 쓰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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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잔치 〈책순이〉를 합니다.

 

 지난 2013년 7월 31일부터 했으며,

 오는 2013년 8월 31일까지 합니다.

 

 8월 17일 토요일 낮 두 시(14시)에는

 사진작가와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책을 즐기는 '책순이' 이야기를

 사진으로 조촐히 만나면서,

 이 사진들 내건 전남 순천 예쁜 헌책방에서

 즐겁게 책마실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순이

책 읽는 시골아이

2013.7.31.(수)∼ 2013.8.31.(토)

- 전남 순천 연향동 1465-4 〈형설서점〉 061.723.1069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사업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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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1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헌책방에서 하는 <책순이> 사진잔치, 얼마나 정답고 아름다울까요~? ^^
가 보지는 못하지만, 보내주신 예쁜 <책순이> 사진도록 넘겨보며 사진엽서도 바라보며
즐거운 웃음이 가득합니다~*^^*

파란놀 2013-08-18 08:38   좋아요 0 | URL
마음속에 고운 책빛 언제나 환하게 누리셔요~
 

항공방제 대피하는 마음

 


  오늘 2013년 8월 12일과 13일은 우리 마을 논에 항공방제를 하는 날입니다.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우리 마을을 비롯해 고흥군 곳곳에 항공방제를 합니다. 이리하여,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한동안 고흥을 떠나기로 합니다. 항공방제는 친환경농약 뿌려서 벼멸구와 나방을 잡으려 한다는 일이라는데, 이 항공방제가 지나가고 나면 벼멸구와 나방도 죽을 테지만, 잠자리와 나비뿐 아니라 온갖 풀벌레가 모조리 죽습니다. 개구리도 죽고 제비도 죽습니다. 해오라기는 아예 자취를 감춥니다. 온 들판과 마을에서 아무런 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항공방제가 지나간 시골은 ‘죽은 소리만 고요하게 퍼질’ 뿐입니다.


  사람을 뺀 모든 목숨이 죽어서 사라지는 일을 무섭게 느끼지 않는다면, 사람만 살아남고 다른 모든 목숨은 죽어도 된다고 여기는 짓을 끔찍하게 느끼지 않는다면, 사람은 스스로 사람됨을 내버리는 노릇이라고 봅니다.


  시골마을에 늙은 어르신만 있어 농약을 치기 어렵다 하지만, 늙은 어르신들은 늙은 몸으로 농약을 잘 치십니다. 항공방제가 아니어도 여느 때에 곳곳에 수없이 농약을 칩니다. 논둑에도 밭둑에도 길섶에도 온통 농약투성이입니다. 독재정권이 새마을운동 앞세워 시골마을 골골샅샅 풀지붕을 슬레트지붕으로 바꾸고, 온 나라 흙길을 시멘트길로 바꿀 무렵부터 길든 농약농사 버릇은 이제 쉰 해 마흔 해 동안 몸에 착 달라붙어 안 떨어집니다. 시골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적에 농약을 마시고 죽으면서, 정작 이 농약을 들과 숲에 뿌리면 사람들 몸이 어떻게 달라질는지를 조금도 헤아리지 않습니다. 그저 ‘사람 몸에 나쁘지 않을 만큼 뿌린다’고 할 뿐입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하루빨리 시골 떠나 도시로 가는 길’만 배운 탓에, 시골에 늙은 할매 할배만 남았으니 어쩔 수 없을는지 모릅니다. 시골에서 늙은 할매 할배와 함께 흙을 만지며 아끼고 사랑할 어린이와 젊은이가 몽땅 사라졌다 할 만하니, 늙은 몸으로 농약을 만지며 흙을 죽이고 달달 볶을밖에 없을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늙은 몸이기에 농약만 써야 한다고 여겨, 흙을 죽이거나 망가뜨리면, 나중에라도 어린이와 젊은이가 시골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흙이 농약에 절디전 마당에, 비닐농사 지으며 밭마다 1미터 깊이까지 비닐쓰레기 파묻어 비닐쓰레기 넘치는 마당에, 어떤 도시 어린이와 젊은이가 시골이 좋다고 돌아올 수 있을까요? 시골을 아끼며 사랑할 젊은 일꾼이 시골로 찾아들기를 바란다면, 마을 어르신부터 군수와 공무원 모두 ‘흙을 살리고 살찌우는 길’을 북돋우면서 ‘숲을 지키고 돌보는 삶’을 가꾸어야 할 텐데요.


  오늘날 시골은 농약도 농약이지만, 밭자락에 몰래 함부로 파묻은 쓰레기가 그득그득합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고흥 시골마을 작은 집에 깃들었지만, 이 시골마을 작은 집에 와서 한 첫 일이란 밭에 파묻힌 쓰레기 캐내기였습니다. 우리 식구는 우리 밭에서만 1톤에 가까운 쓰레기를 캐내어 고흥쓰레기매립지로 옮겨야 했습니다. 쓰레기를 캐낸 밭은 아직 아무것도 심을 수 없습니다. 쓰레기냄새와 쓰레기물을 들풀이 걸러내고 씻어내기까지 앞으로 열 해쯤 기다려야겠지요. 여기에, 시골 어르신들은 비닐이나 농약병이나 플라스틱을 따로 가르지 않고 몽땅 그러모아서 ‘흙바닥 빈터’에서 태웁니다. 쓰레기를 태운 흙바닥 빈터는 마을마다 집집마다 있습니다.


  우리 시골에 언제부터 이처럼 쓰레기가 넘쳤을까요. 우리 시골에 언제부터 이렇게 ‘쓰레기농사’가 뿌리내렸을까요. 왜 농사짓기를 마친 논밭 둘레에 쓰레기가 잔뜩 굴러다녀야 할까요. 해마다 비닐쓰레기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데, 이 비닐쓰레기는 누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농약병과 농약봉지와 비료푸대와 막걸리병이 도랑이며 개울이며 밭둑이며 굴러다닙니다. 이것들은 누가 어디에 치워야 할까요.


  지난 7월 첫 항공방제 지나간 뒤부터 새벽멧새 노랫소리를 못 들으면서 새벽을 맞이합니다. 우리 집 풀밭에 깃들어 살아가는 풀벌레 몇몇 울음소리로 겨우 새벽을 느낍니다. 4346.8.1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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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싸개

 


  요즈음 나오는 책들은 으레 비닐로 겉을 덮는다. 이른바 ‘비닐코팅’이다. 이 비닐코팅은 아주 얇게 덮기 일쑤라, 코팅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못 느끼도 한다.


  지난날에는 비닐코팅 책이 거의 없었다. 아니, 지난날에는 비닐코팅이 아예 없었다고 해야 옳지 싶다. 따로 품을 들여 비닐을 씌운 책은 있되, 비닐로 책겉을 덮은 책은 없었다. 그래서 책방에서 책을 살 때면 으레 종이로 책을 싸 주었고, 나중에는 비닐(아스테지)로 싸 주곤 했다. 책방에서 책을 쌀 때에는 책방 이름이 적힌 종이를 쓰거나, 책방 이름을 새긴 스티커를 붙이곤 했다.


  나는 어릴 적에 책방에서 책을 사면서 책방 누나들 잽싸며 빈틈없는 손놀림으로 책을 싸는 모습이 참 놀랍다고 여겼다. 다른 사람이 책을 사서 ‘책싸개’를 두르는 모습을 오래도록 하염없이 지켜보곤 했다. 손님이 뜸할 적에 책을 어떻게 싸야 예쁘며 빈틈이 없는 한편 종이를 덜 버리는지를 배우기도 했다.


  국민학교를 다닐 적에는 교과서에 연필 자국 하나 내면 안 되었다. 교과서는 아주 깨끗하게 쓴 다음 겨울방학을 앞두고 모두 학교에 내야 했다. 겨울방학 즈음이면 반마다 과목에 따라 교과서를 모으느라 바빴고, 담임선생은 교과서에 낙서가 있는지 없는지 살폈다. 낙서 있는 교과서를 내는 아이는 몽둥이찜질을 받는다. 그러고는 지우개로 모든 낙서를 다 지우도록 시킨다. 낙서를 못 지우면 집에 못 돌아간다. 반마다 머릿수에 맞추어 교과서를 다 모아야 했고, 이렇게 모은 교과서는 낮은학년 반 대표 둘이나 셋쯤 우리 교실로 찾아와서 ‘언니 오빠 누나 형이 쓰던 교과서’를 받아서 돌아가고, 우리는 우리 웃학년으로 찾아가서 똑같이 ‘언니 오빠 누나 형이 쓰던 교과서’를 받아서 돌아왔다.


  동무들은 교과서를 물려받으면 ‘낙서 때문에 담임 선생한테 두들겨맞은 일’을 그새 잊고는 ‘와, 이 교과서는 어떤 형(또는 누나 언니 오빠)이 쓰던 책일까?’ 하고 궁금해 했다. 교과서 냄새를 맡고, 교과서를 주루룩 펼쳐 낙서가 있는지 없는지, 지운 자국은 얼마나 되는지를 따졌다.


  나는 웃학년한테서 물려받은 교과서를 펼치지 않았다. 한 해 동안 잘 아끼고 써야 이듬해에 안 얻어맞으며 학교에 낼 테니까, 살금살금 한쪽 끝만 쥔 채 속을 살폈다.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하고 달력종이 뜯어 ‘물려받은 교과서’ 겉을 곱게 싸고는 ‘뒤집은 달력종이 하얀 겉’에 굵은 펜으로 교과서 이름을 적고 내 이름을 적었다.


  1995년 봄에 대학교 구내서점에서 알바생으로 한 학기를 일했다. 이때 내가 이른아침에 아직 손님이 없을 적에 한 일은 아스테지를 잘라 ‘책을 싸기 알맞다 싶은 크기’로 만드는 일이었다. 날마다 미리 100장쯤은 잘라야 했는데, 새 학기 맞이하는 때라면 하루에 500장을 미리 잘라도 모자랐다. 책값을 셈하고 책을 싸 주고는, 밥 먹을 겨를 없이, 손님 없는 틈에 후다닥 아스테지를 자르고 또 또 자르면서 진땀을 흘렀다. 그런데, 내가 대학교 2학년이던 1995년에는 ‘비닐코팅’이 된 책이 제법 나왔다. 그러니까, 비닐코팅이 된 책은 굳이 아스테지로 쌀 까닭이 없다. 그러나, 철없는 대학생들은 책방 일꾼이 아스테지로 하나하나 싸서 주어야 ‘대접받는다’고 여긴다. 책을 살피거나 생각한다기보다 겉멋을 따진다.


  뭐, 어쩌겠는가. 비닐코팅 책에도 아스테지 싸 달라 하면 싸 주어야지. 이무렵, 갓 대학생이 된 새내기들은 ‘고작 한 살 선배’일 뿐이지만, 선배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바지런히 아스테지로 책을 싸서 건네는 모습이 미안하다며 ‘비닐코팅 안 된 책’도 그냥 가져가곤 했다.


  책싸개란 무엇일까. 책은 왜 종이나 비닐로 겉을 싸야 할까. 책을 자주 많이 틈틈이 들춰 읽으면서 낡거나 닳은 모습이란 무엇일까. 책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여러 해 지나도 낡거나 닳은 모습 하나 없다면, 이런 모습은 또 무엇을 말할까. 4346.8.1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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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8-11 22:31   좋아요 0 | URL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중에 교보문고,종로서적명이 인쇄된 종이로 포장된 책들이 있습니다.예전에는 서점에서 책을 참 아껴 읽으라고 이렇게 싸주는구나 생각하면서 요즘은 왜 책포장을 안해주나 의아심을 가진적이 있는데 이제는 책에 얇은 비닐코팅이 되어있어 굳이 책을 쌀 필요가 없어서 그런거군요^^

파란놀 2013-08-12 05:56   좋아요 0 | URL
네.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