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밥

 


  전화기에 밥을 주는 꼭지를 안동에 놓고 왔다. 움직이는 길에 손전화밥 채울 만한 마땅한 데가 없으리라 여겨, 짐을 다 꾸리고 나오기 앞서까지 밥을 주다가 그만 놓고 왔다. 예전 손전화 기계하고는 안 맞는 새로운 꼭지는 어떻게 얻어야 할까. 예전 손전화 기계를 스마트전화 기계로 바꾸었더니, 밥 주는 꼭지를 잃어버린 일 하나도 무척 번거롭다. 읍내에 가서 사야 할까. 읍내에서는 그 꼭지를 팔려나. 4346.8.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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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

 


  한 해에 한 번 맞이하는 난날(생일)을 여섯째 맞이하는 큰아이는 아직 ‘생일’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열 차례 넘게 이런 말 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 큰아이 스스로 ‘태어나다’와 ‘생일’을 어렴풋하게 느끼는 듯하다. 그러더니, “할머니가 벼리 생일이라고 치마 사 주신다고 했어요. 치마 사 주셔요.” 하고 말한다.


  네 할머니 두 분은 너한테 고운 치마 여러 벌 사 주셨지. 맛난 밥도 차려 주셨지. 너른 사랑도 베풀어 주시지. 네 아버지는 네 난날에 맞추어 그림 하나를 그려서 준다. 하늘과 흙과 별과 나무와 꽃과 새와 풀벌레를 모두 가슴에 안는 어여쁜 꽃순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빈다. 4346.8.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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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19 11:10   좋아요 0 | URL
사름벼리가 아버지께 참 고운 그림선물을 받았네요~!
아버지가 마음빛으로 그려준 생일선물을 받고 즐거운 사름벼리. ^^

사름벼리야! 아줌마도 생일 축하해~~*^^*

파란놀 2013-08-19 15:26   좋아요 0 | URL
일곱 살이 되면
생일과 선물을
조금 더 잘 알아차리리라 생각해요~
 

[아버지 그림놀이] 큰아이 난날 (2013.8.16.)

 


  큰아이 사름벼리가 태어난 날에 맞추어 그림을 그린다. “꽃순이 여섯째 난날”이라는 이름과 날짜를 먼저 적고 나서, 아침에 본 나팔꽃을 그리고, 곁에 무지개를 그린다. 그러고 나서 별을 그리고 제비와 꽃을 그린다. 우리 집을 나타내는 후박나무를 한 그루 그리고서는 하늘과 바다와 땅을 찬찬히 빛깔로 입힌다. 사름벼리야, 이 그림은 네가 누릴 삶을 보여준단다. 올해까지 씩씩하게 큰 결대로 앞으로도 튼튼하게 잘 살아가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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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19 10:56   좋아요 0 | URL
그림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는 저까지 다
눈과 마음에 고운 빛 가득 찹니다~!

파란놀 2013-08-19 15:26   좋아요 0 | URL
아이고, 고맙습니다~~ ^^
 

책아이 37. 2013.8.10.

 


  어느 자리에서 읽느냐에 따라 책에 깃든 줄거리가 스미는 기운이 다릅니다. 똑같은 줄거리요 똑같은 책이라 하더라도, 아파트와 시골집과 다세대주택과 골목집마다 기운이 달라, 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받아먹는 빛이 달라요. 숲속에서 숲바람 마시며 읽는 책하고, 대청마루에서 나뭇결 누리며 읽는 책하고, 풀밭을 이룬 마당 평상에서 읽는 책도, 서로서로 맛과 빛이 달라요. 어느 쪽이 더 좋거나 낫다고 할 수는 없어요. 다만, 가장 살가우며 사랑스러운 자리라 여기는 데에서 책을 읽으면 스스로 가장 살가우며 사랑스러운 삶 가꾸면서 책 하나 보듬습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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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8-20 02:0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전에 읽었던 책을 생각하면 어디서 읽었는지도 함께 떠오르는군요~
노래 듣는 일도 그래요~

파란놀 2013-08-20 06:23   좋아요 0 | URL
어디에서 하느냐 하는 대목을
잘 살피면
날마다 새롭고 즐겁게 지낼 수 있으리라 느껴요~
 

선교하는 책읽기

 


  안동으로 나들이를 왔다가, 안동 와룡면 이하리 조그마한 교회에 ‘사역’을 나온 대학생들을 만난다. 포항이라는 도시에서 살아간다고 하는데, 이 젊은이들은 조그마한 시골 교회에 조그마한 시골마을 사람들 다닐 수 있도록 ‘선교’를 하는 일을 맡은 듯하다. 그러면, ‘선교’란 무엇일까. 종교를 퍼뜨리는 일이 선교인가, 종교를 알리는 일이 선교인가. 종교는 왜 퍼뜨려야 하고, 종교는 어떻게 알려야 하는가.


  우리 집 작은아이 이름을 생각한다. ‘산들보라’는 “산들바람처럼 시원한 눈길로 마음속에 있는 빛을 보라”를 뜻한다. 하느님이란 모든 사람 마음속에 있다는 뜻이고, 사람뿐 아니라 풀 한 포기와 꽃 한 송이와 나무 한 그루와 벌레 한 마리와 물 한 방울과 흙 한 알에도 똑같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모든 숨결은 똑같이 하느님이요, 모든 빛은 똑같이 사랑이라는 소리가 된다.


  내 몸을 이룬 우주를 헤아리면서 우주를 이루는 나를 헤아린다. 내 마음을 이끄는 빛을 살피면서 우주를 이끄는 빛을 살핀다. 하느님을 예배당 한켠이나 십자가 한쪽이나 성경 한 대목에만 못박아 둔다면, 어느 누구도 참빛을 깨닫지 못한다. 하느님이 우주를 빚었다는 말은 ‘나 스스로 이 우주를 빚었다’는 뜻이다.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하느님, 곧 내가 빚은 님이라는 뜻이다. 좋은 일도 궂은 일도 하느님, 그러니까 나 스스로 빚은 일이라는 뜻이다.


  선교를 하면 얼마나 즐거울까. 선교를 하면 누가 즐거울까. 무엇보다도, ‘무엇’을 퍼뜨리거나 알리거나 말할 수 있을까. 예배당으로 나오라는 말, 십자가를 몸에 건사하라는 말, 성경을 읽으라는 말, 이 세 가지 굴레에 사로잡힌 채 이녁 마음속을 살피거나 느끼거나 바라보지 않는다면, 내 빛뿐 아니라 우주를 알아낼 수 없으리라 본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섬기는 까닭은, 내 이웃도 나와 똑같이 하느님이기 때문이지, 다른 뜻이 없다. 사랑을 나누는 까닭은 나와 같이 누구나 하느님이기 때문이지, 다른 뜻이 없다. 4346.8.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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