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면 돈 나오나

 


  ‘땅을 파면 돈이 나오느냐?’ 하는 말을 듣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혼자서 조용히 마음속으로만 생각합니다. ‘네, 땅을 파면 돈이 나오네요.’ 시멘트길이나 아스팔트길은 팔 수도 없지만, 흙으로 되고 풀과 나무가 자라는 땅을 파면 돈이 나오네요. 상품가치나 화폐가치로 따지는 돈이 아닌, 삶을 밝히는 돈이 나오네요. 땅을 파서 콩을 심으면 식구들 즐거이 누릴 콩알이 나와요. 땅을 파서 풀뿌리를 캐면 맛난 먹을거리가 나와요. 땅을 파지 않고 풀을 뜯으면 한 끼니 소담스레 즐길 수 있어요.


  시골사람이 땅을 판들 도시사람이 누릴 물질문명을 사들일 돈은 안 되리라 느껴요. 그렇지만, 시골사람이 시골에서 살아가자면 늘 땅을 아끼고 살찌우고 파고 돌보고 사랑하면서 지내면 넉넉하리라 느껴요. 시골사람 하는 일이란 ‘땅파기’인걸요. 흙땅에서 들꽃을 만나고, 흙땅에서 풀벌레를 마주해요. 들바람을 쐬고 풀노래를 들어요. 그 어느 돈으로도 채울 수 없는 아름다운 삶빛을 땅뙈기가 베풀어요. 나무그늘 싱그러운 시월이에요. 4346.10.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과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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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꼐 살아가는 말 163] 집술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 오취섬 조그마한 가게에서 동동주를 팝니다. 조그마한 가게를 꾸리는 할매가 이녁 집에서 손수 빚는 술입니다. 집에서 빚으니 ‘집술’이지요. 예전에 나라에서는 이런 술을 ‘밀주(密酒)’라고 깎아내렸어요. 몰래 빚는 술, 곧 ‘몰래술’이란 이름을 붙였어요. 그렇지만, 술을 빚든 떡을 빚든 두부를 빚든 무엇을 빚든, 손수 흙을 일구어 거둔 곡식으로 빚을 뿐입니다. 나라에서 허가를 하거나 말거나 할 일이 아닙니다. 단술을 담거나 김치를 담가 먹거나, 집살림 꾸리는 사람이 스스로 즐겁게 하는 일입니다. 요사이에는 바깥에서 사다 먹는 것이 부쩍 늘어, ‘집밥·집두부·집떡·집만두’처럼 따로 ‘집-’이라는 앞머리를 붙여야 집에서 손수 차려 먹는 무언가를 제대로 가리킬 수 있습니다. 집살림 돌보는 집일꾼이 집논과 집밭에서 일군 곡식을 갈무리해서 집식구와 즐기려고 집술을 빚는다, 이렇게 말해야겠지요. 4346.10.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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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01 09:42   좋아요 0 | URL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 오취섬 조그마한 가게에서 할머니가 손수
빚으신 동동주는 무척 만난 술이 될 듯 합니다~*^^*
이거 10월의 첫날 아침부터, 집술과 집두부와 집만두가...^^;; ㅎㅎ

파란놀 2013-10-01 09:52   좋아요 0 | URL
읍내나 면내 막걸리는 한 통에 2500원이지만, 그 할매 동동주는 5000원이에요. 가끔 그곳까지 자전거를 달려 두 통씩 장만하곤 하는데, 그 섬(이 아닌 섬)에까지 자전거로 다녀오는 데에 한 시간 반 즈음 걸리지요~ ^^
 

꽃밥 먹자 24. 2013.9.29.

 


  우리 집 대문 위로 뻗은 호박넝쿨에 달린 아이 머리통만 한 호박을 드디어 딴다. 드디어 따고는 무얼 해 먹을까 생각하다가 스텐팬을 여린불로 오래 달구고는 천천히 익혀 본다. 조금 두껍게 썰었더니 한참 걸리지만, 맛이 퍽 좋다.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옆지기도 모두 맛나게 먹는다. 이제부터 한동안 밥상에는 호박익힘이 오르겠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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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9-30 11:44   좋아요 0 | URL
아직 아침 점심도 안 먹었는데...ㅠㅠ 너무 맛 있게 보입니다!!*^^*
사진만 보는데도 입안에서 군침이 마구 도네요.ㅎㅎ
비벼 먹으면 정말 맛 있겠어요~*^^*
라면 먹어야겠어요.ㅋㅋ

파란놀 2013-09-30 13:10   좋아요 0 | URL
이궁, 배고프시겠어요.
얼른 밥 자셔요~~
 

빗물먹기 1

 


  비가 온다. 얼마만에 내리는 단비인가. 마당에서 빗물을 받아서 먹는다. 큰아이가 혀를 낼름 내민다. 빗물 듣는 마당을 달리면서 혀를 자꾸자꾸 쭉쭉 내밀면서 빗물을 받아서 먹는다. 맛있니? 시원하니? 상큼하니? 4346.9.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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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9-30 11:44   좋아요 0 | URL
너무 예쁩니다~!!!*^^*
대구에도 비님이 오십니다.

파란놀 2013-09-30 13:10   좋아요 0 | URL
네, 시원한 비 듬뿍 맞으며 후애 님도 비맛을 보셔요~
 
호기심 많은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124
레미 찰립 그림, 버나딘 쿡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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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00

 


아이들은 궁금덩어리
― 호기심 많은 고양이
 레미 찰립 그림
 버나딘 쿡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펴냄, 2002.3.23. 6500원

 


  아이들은 궁금덩어리입니다. 만지지 말라 하면 만지고, 만지라 해도 만집니다. 먹지 말라 하면 먹고, 먹으라 해도 먹습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만큼, 아이들은 하라는 짓도 하고 하지 말라는 짓도 해요. 무엇이든 스스로 겪거나 부대끼거나 부딪히면서 몸으로 알고 싶어 해요.


  우리 집 아이들을 보면서도 느끼지만, 나 스스로 내 어릴 적을 돌아보아도 느낍니다. 나부터 어릴 적에 어른들이 하지 말라 하면 앞에서는 다소곳하게 ‘네’ 하고 말한 뒤, 어른들이 없거나 안 보이는 데에서 슬쩍 일을 저질러요.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 하고 아무리 얘기해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귀로 듣기만 해서는 알 수 없고, 눈으로 보기만 해서도 알 수 없어요. 손으로 대 보아야 하고, 살짝 만지기라도 해 보아야 합니다.


  매우니 먹지 말라 하지만, 매운맛이 궁금해서 한입 먹습니다. 짜니 먹지 말라 하지만, 짠맛이 궁금해서 한 숟갈 뜹니다. 어른들이 무엇을 하지 말라 말할 적에는 마치 ‘너 그것 좀 해 보렴’ 하고 말하는 셈이라고 듣는다고 할까요. 이제까지 모르던 무엇을 스스로 알아보라면서 알려주는 셈이라고 생각한다고 할까요.


.. 이웃집에는 새끼 고양이가 살았어요. 큰 새끼 고양이도 아니고, 보통 크기 새끼 고양이도 아니고,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였지요. 새끼 고양이는 아주아주 호기심이 많았답니다 ..  (5쪽)

 


  아이들한테 이것 하지 말고 저것 하지 말라며 말할 적에는 부질없구나 싶어요. 그래,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이것 하고 저것 하렴 하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할 만한 것을 찾고 챙기며 보여주어야지 싶어요. 자, 실컷 해 보렴. 자, 신나게 해 보렴. 자, 마음껏 해 보렴.


  마당에서 맨발로 뛰어놀아 보렴. 비오는 날 옷 흠뻑 젖어도 되니까 빗물 받아먹으며 놀아 보렴. 우리 함께 골짜기에 가서 골짝물에 몸을 담그며 놀아 보자. 우리 자전거 타고 바닷가에 가서 모래밭에서 뒹굴고 바닷물에서 헤엄을 치자. 우리 들마실 가서 들꽃 꺾고 들풀 뜯으며 놀자. 우리 책방에 가서 수많은 책들 구경하고 살피면서 놀자.


  얘야, 봄에는 우리가 유채를 뜯어서 먹지? 민들레잎도 맛나게 먹지? 씀바귀 고들빼기 코딱지나물 꽃마리 꽃다지 모두모두 맛나게 훑어서 먹지? 갈퀴덩굴 모시잎 환삼덩굴 도꼬마리 모두모두 맛나지. 젓가락나물 까마중 아주까지 모두모두 우리 입맛을 돋우지.


  후박나무 잎이 지는구나. 겨울날 짙푸르게 빛나려고 여름과 가을에 헌 잎 떨구어 가랑잎 내놓는구나. 우리 후박잎 주워서 가만히 들여다볼까. 후박잎을 그림으로 예쁘게 그려 볼까.


  이웃집 할매가 심은 호박넝쿨이 우리 집 대문까지 타고 오르네. 멋지구나. 이 호박넝쿨은 우리 집으로도 큼지막한 호박알을 선물해 주네. 할매 할배 두 분이 저 많은 호박을 다 자실 수 없으니 우리한테 넌지시 선물해 주네. 이 커다란 호박알 따서 다 먹을 무렵 새 호박알 굵고, 새 호박알 또 따서 다 먹을 무렵 다른 호박알 굵겠지. 얘들아, 모두모두 함께 만지고 함께 보자. 다 같이 들여다보고 다 같이 일하다가 다 같이 놀자.


.. 새끼 고양이는 속으로 생각했지요. 한 번 더 건드리면, 머리가 쑥 나올지도 몰라 ..  (21쪽)

 

 


  아이들이 궁금덩어리라면, 새끼 짐승도 궁금덩어리로구나 싶습니다. 고양이도 강아지도 병아리도 모두 궁금덩어리일 테지요. 알고픈 누리가 넓어요. 알고픈 바다가 깊어요. 알고픈 숲이 깊어요. 저마다 이것 살짝 건드립니다. 서로서로 저것 가만히 집어서 입에 넣습니다.


  아이들은 모래도 흙도 돌도 거리끼지 않고 입에 넣습니다. 뭐, 돌멩이를 삼켜도 걱정할 일 없어요. 아이 뱃속을 두루 거쳐 똥으로 나오니까요. 아이가 잘 안 씹고 밥을 먹으면, 밥알도 콩알도 도로 똥으로 고스란히 나와요. 우리 집 두 아이 아직 똥오줌 못 가릴 적에 똥바지 치우고 밑을 씻기면서 ‘이 아이들이 제대로 안 씹고 삼킨 것’이 똥으로 어떻게 나오는가를 참 오래도록 보았어요.


  그러나, 아이들은 밥상머리에서 언제나처럼 잘 안 씹고 꿀꺽 삼켜요. 배고프니 얼른 삼키지요. 입에 군침이 도니 얼른 입에 넣고는 또 손으로 집어서 또 삼키고, 자꾸자꾸 되풀이하지요.


.. 새끼 고양이는 한 발, 한 발, 또 한 발 물러났고요. 웅덩이 바로 앞까지 말이에요 ..  (35쪽)

 


  버나딘 쿡 님 글에 레미 찰립 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호기심 많은 고양이》(비룡소,2002)를 읽습니다. 온통 궁금덩어리인 고양이는 거북이를 처음 만납니다. 무엇일까? 누구일까? 가만히 생각하며 살그마니 다가섭니다. 거북이는 덩치 큰 고양이(비록 새끼라 하더라도)를 보고는 머리를 움찔, 쏙 숨습니다. 이내 네 다리 쏙 감춥니다. 고양이는 화들짝 놀랍니다. 아니, 어떻게 저럴 수 있담?


  그런데, 머리와 다리가 다시 뿅 나옵니다. 고양이는 더 놀랍니다. 뭘까, 무엇일까, 어떤 녀석일까, 살금살금 뒷걸음을 하다가 그만 웅덩이에 퐁당 빠집니다.


  새끼 고양이는 거북이하고 물에 대어 꽁지 빠져라 내뺍니다. 궁금덩어리 새끼 고양이는 궁금한 이야기 한 가지를 풀었을까요. 앞으로는 웅덩이 언저리에 얼씬도 안 할가요. 다시 거북이를 만나면 놀라서 숨을까요.


  궁금함을 풀면서 한 살 두 살 자랍니다. 궁금함을 마음으로 품으며 어른이 됩니다. 어른이 되어도 궁금한 이야기가 많아, 동무를 사귀고 책을 읽으며 나들이를 다닙니다. 해마다 새로 봄을 만나도 새삼스러워 다시 봄꽃을 누리고 봄풀을 뜯습니다. 해마다 새로 가을을 맞이해도 새삼스러우니 다시 가을볕을 쬐고 가을바람을 마십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얽힌 궁금함을 모두 풀었음직한 어른이지만, 어른들도 해마다 철마다 날마다 새삼스럽다고 느낍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해한테 인사합니다. 햇볕을 가리는 구름을 쳐다보며 손을 흔듭니다. 늦여름에 바다 건너 따스한 나라로 돌아간 제비가 새봄에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며 바닷가에서 물결 소리를 듣습니다.


  삶은 온통 새롭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 솟습니다. 아이들이 자라고, 어른들도 함께 자랍니다. 아이들은 배우고, 어른들도 함께 배웁니다. 삶을 이루는 빛은 그예 궁금덩어리입니다. 4346.9.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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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30 08:57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아이들이랑 새끼 고양이는 닮았네요~
한시도 가만 안 있고 늘 무엇인가를 궁금해하고 이것이 무엇일까? 새끼 고양이가 폴싹폴싹 앞발로 살짝 건드려 보고 뒷발로 펄썩 뛰어 오르다, 또 다시 다가가 보며...자기가 지칠 때까지 아주 즐겁게 잘 놀지요~~

지난번에 보내주신 후박나무 가랑잎이 "하루하루 깨어서 살고, 하루를 되돌아보며 쓰며 그 하루하루가 쌓여서 이오덕의 온 삶이 되었습니다."라고 적힌 이오덕 선생님 사진엽서 옆에서 오늘도 예쁘게 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아직도 코끝에 대어 보면 풋풋한 나뭇잎 냄새가 나요...

파란놀 2013-09-30 09:36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가을비와 함께 가을바람
상큼하게 하루를 누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