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키 낮고 몸 작고 힘 여린
가시내들은
아기 낳고 젖 물리고 밥 먹이고
하나 둘 서이 너이
잘도 줄줄이 꿰어 델꼬 다닌다.

 

키 높고 몸 크고 힘 센
사내들은
애 안 낳고 젖 안 물리고 밥 안 먹이고
한 녀석조차
홀로 데불고 다니질 못한다.

 

모든 아이들
어머니가 키우는데
사내들은 아버지 되어
어디서 누구한테 무슨 힘 쓰나.

 

150센티 될락 말락 아줌마
자전거 앞뒤에 두 아이 태운다.
150센티 살짝 넘는 아줌마
하나 업고 하나 이끌며 장본다.
햇볕이 아이들 머리를 살살 어루만진다.

 


4346.10.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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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 나들이 가는 사진

 


  시골집에 두 아이를 두고 혼자 나들이를 떠나 바깥일을 보아야 하면, 언제나 아이들 모습을 몇 장 찍는다. 이른새벽 아이들이 아직 깊이 잠들었으면 자는 모습을 몇 장 찍고,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 아버지를 배웅할 만하면 아이들 노는 모습을 몇 장 찍는다. 고흥을 떠나 어느 도시나 다른 시골로 가서 볼일을 보아야 하면 길이 멀어 하룻밤 밖에서 묵어야 한다. 이동안 나는 내 사진기 메모리카드에 깃든 아이들 모습을 다시 보고 또 본다. 얘들아, 너희는 시골집에서 어머니하고 즐겁게 뛰노니? 맛난 밥 먹었니? 가을바람 싱그러이 마셨니? 깊은 가을에 마을 텃새인 참새와 딱새가 우리 마당에 찾아와 노래하는 소리 들었니?


  나들이 떠나기 앞서 찍은 아이들 사진에 대고 조곤조곤 말을 건다.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들은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진 만큼, 활짝 웃음꽃 피우는 얼굴로 노래하면서 하루를 빛낼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 하나는 먼먼 길과 길과 길과 또 길과 길과 길과 길을 잇는 사랑스러운 징검다리가 된다. 4346.10.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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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품과 재활용품

 


  새책방만 있는 문화는 1회용품 문화가 되고 맙니다. 왜냐하면, 책 하나를 한 사람만 읽고 더 읽히지 못하도록 책꽂이에 꽁꽁 가두어 모신다면, 이 책은 한낱 1회용품 물건하고 똑같기 때문입니다.

  새책방 곁에 헌책방이 있으면, 책은 재활용품 문화로 거듭납니다. 내 살림집에 건사한 내가 즐겁게 읽은 책을 헌책방에 내놓으면 이 책들은 누군가 다른 사람 손으로 건너갑니다. 가난한 이웃이든 마냥 책이 좋아 새책방도 헌책방도 신나게 마실하는 책님이든, 책이 돌고 돕니다. 다른 책벗이 헌책방에서 장만해서 읽은 책은 또 헌책방으로 나올 수 있고, 이 책 하나 돌고 돌면서 수없이 되읽힙니다.


  도서관이라는 곳은 바로 책 하나 되읽히도록 이음돌 놓는 책터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 도서관은 책 두는 자리를 새로 짓거나 늘리지 못합니다. 책은 날마다 새로 나오는데, 날마다 새로 나오는 책을 모두 장만하지 못하고, 모두 건사하지 못합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을 뺀 다른 도서관은 꾸준히 ‘묵은 책은 버리’고 ‘새로 나온 책을 사들이’는 일을 하고야 맙니다. 도서관 곁에 헌책방이 없다면, 이 나라 도서관에서 버릴 수밖에 없는 슬프고 안타까운 책이 모두 종이쓰레기가 됩니다.


  꾸준하게 많이 팔리는 책이라면 몇 권쯤 종이쓰레기 되어도 다시 찍어 다시 읽힐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줄거리와 속살이 아름답고 훌륭하지만 미처 사람들한테 제대로 사랑받지 못해 새책방 책시렁에서 사라진 책은 몇 권이라도 종이쓰레기가 되면 자칫 두 번 다시 만날 길 없는 책이 될 수 있습니다.


  100만 권 팔리는 책만 아름답지 않습니다. 1000권 겨우 팔린 책도, 100권 가까스로 팔린 책도, 10권 힘겹게 팔린 책도 아름답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참으로 많이 읽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 님이 처음 펴낸 책은 빚을 지고 혼잣돈으로 펴냈는데 몇 해에 걸쳐 고작 100권 남짓 팔렸다고 해요. 소로우 님은 이녁 삶을 책으로 써서 내놓고는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아 이 빚을 갚느라 여러 해 고되게 일해야 했다고 해요. 이 책들을 도서관에서 버린다면, 이 책들을 받아줄 헌책방이 없다면, 아마 소로우 님 책은 앞으로도 제대로 빛을 못 받을 수 있었겠지요.


  삶은 1회용품이 아닙니다. 1회용품은 모두 쓰레기로 바뀝니다. 부엌칼도 도마도 빗자루도 쓰레받기도 1회용품이 아닙니다. 얼마든지 다시 쓰고 또 쓰며 오래 쓰는 재활용품입니다.


  재활용품 파는 가게에서 사는 물건이 재활용품이 아니라, 우리가 꾸준히 곁에 두며 쓰는 물건이 모두 재활용품입니다. 바지 한 벌 열 해째 잘 건사해서 입는다면, 나는 바지 한 벌을 열 해째 재활용품으로 즐기는 셈입니다. 자전거 한 대 열 해째 잘 돌보며 탄다면, 나는 자전거를 탈 적마다 재활용을 하는 셈입니다.


  돌고 돌 때에 돈이듯이, 돌고 돌 때에 책입니다. 여러 사람이 골고루 누릴 때에 아름다운 돈이 되듯이, 여러 사람이 골고루 읽으며 스스로 이녁 삶을 살찌우는 징검돌로 삼을 적에 아름다운 책이 됩니다. 큰책방과 작은책방, 인터넷책방과 동네책방, 여기에 새책방과 도서관과 헌책방이 고루고루 골골샅샅 아름답게 어깨동무를 해야 책빛이 환하게 드리울 수 있습니다. 4346.10.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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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15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새책방 옆에 헌책방이 있고, 더구나
도서관 옆에 헌책방이 있어야 함을, 함께살기님의 글을 읽으니
더욱 절감이 드네요.
저도 즐겁고 살뜰하게 읽은 책들을 꼭 소장할 책이 아니라면
부지런히 헌책방에 내놓으려 합니다~^^

파란놀 2013-10-16 14:57   좋아요 0 | URL
모두들 아름답게 어우러지며
책빛도 삶빛도 환하게 드리운다면 좋겠어요~
 

즐겁게 산 책이 아쉬울 적에

 


  책을 장만할 적에는 언제나 즐거운 마음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읽고 다시 읽고 또 읽는 동안 즐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하는 책이 자꾸 나타난다. 책을 덮고 한참 곰곰이 생각한다. 아이들 밥을 차리고,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하며, 마당에 옷가지를 널면서, 평상에 살짝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후박나무 스치는 바람을 마시며 가만히 생각한다. 아무래도 나 스스로 즐거우며 아름다운 책을 제대로 살피거나 고르지 못한 탓이리라. 속살까지 찬찬히 살피고 책을 골랐다면, 이렇게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았으리라. 겉으로만, 책이름으로만, 줄거리로만 얼추 살피고 너무 가볍게 책을 장만했기에 마음이 아리고 쓰리며 저릴밖에 없으리라.


  온누리 모든 책을 장만해서 읽어야 하지 않는다. 하루에 열 권을 읽는대서 더 훌륭한 책읽기 되지 않는다. 열흘에 한 권 읽더라도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즐겁게 읽으면, 내 삶이 스스로 가장 사랑스러운 하루로 이어갈 기운을 얻을 때에, 비로소 훌륭한 책읽기 된다.


  처음 장만할 적에는 즐거웠지만, 책을 손에 쥐어 한 쪽 두 쪽 끝 쪽 읽는 내내 마음속에서 웃음이 피어나지 않는 책을 덮고는, 한숨을 후유 내뱉은 뒤, 찬찬히 느낌글을 쓴다. 내 마음속에 즐거운 이야기꽃 건드리지 못한 책에서 무엇이 아쉬웠는가를 하나둘 짚으면서 느낌글을 쓴다.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이 느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백이면 백 모두 다른 사람들일 테니까. 더구나, 오늘날 사람들은 99%(또는 99.99%) 도시에서 일거리 얻고 도시에서 살림집 꾸리며 도시사람으로 살아간다. 나는 오늘날 인구통계에서 1%(또는 0.01%)인 시골사람이다. 시골에서 일하고 시골집을 돌보며 시골사람으로서 글을 쓴다. 이러고 보면, 시골내음 풍기고 시골빛 보여주는 시골글 찬찬히 헤아릴 만한 사람도 백 사람 가운데 얼마나 있을는지 잘 모를 노릇이다.


  도시사람한테만 읽히는 책만 태어나야 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골사람과 함께 읽을 책이 태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만 읽는 책만 태어나야 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와 어른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읽을 책이 태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내가 아쉽다고 여기는 책에 시골내음이나 시골빛이 없어서 아쉬운가? 아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빚을 수 있는 삶내음과 삶빛이 드러나지 않을 적에 아쉽다. 도시에서도 사랑스러운 마을빛 꾸릴 수 있다. 도시에서 따사롭고 넉넉한 마을내음 일굴 때에 아름답다. 99%(또는 99.99%)를 이루는 작가와 독자와 편집자가 도시에서도 싱그러운 마을내음과 밝은 마을빛 담는 책을 조금 더 살피고 어루만지면서 아껴서 베풀 수 있기를 빈다. 4346.10.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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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선물하는 마음

 


  고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마실을 오는 동안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공책을 폅니다. 마음속에서 흐르는 여러 생각을 하나둘 적습니다. 내가 만날 고운 님들한테 싯노래 한 가락씩 적어서 선물하고 싶습니다.


  조곤조곤 삶빛을 싯노래로 적습니다. 다 적은 싯노래를 몇 차례 읊습니다. 손질하거나 고칠 데를 추스릅니다. 이제 되었구나 싶으면 깨끗한 종이를 꺼내 천천히 옮겨적습니다. 흔들리는 시외버스에서 글씨가 안 떨리도록 살몃살몃 옮겨적습니다.


  싯노래를 옮겨적은 뒤, 싯노래 적은 종이에 구김살 안 지도록 가방에 잘 여밉니다. 서울에 버스가 닿을 때를 기다립니다. 시를 선물받을 분들이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반길 수 있기를 빕니다. 시골빛 먹으면서 사랑빛 씨앗으로 심고픈 꿈이 내 이웃들한테 하나둘 퍼지는 삶이란 얼마나 예쁜가 하고 되뇝니다. 이야기를 선물하면서, 나 또한 이 이야기를 나한테도 선물하는 셈입니다. 4346.10.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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