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살림 어떻게? (도서관일기 2013.11.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여수문화방송에서 도서관을 취재해서 내보낸 뒤, 도서관을 찾아오는 손님이 하나둘 는다. 도서관을 찾아오시면서 으레 ‘이 시골에서 어떻게 살림을 꾸리는지’ 걱정스러움 그득 담긴 말을 묻는다. 우리 서재도서관 살림이 걱정스러울까? 이런 말을 들으면 그저 빙그레 웃는다. “제 책을 사 주시면 되고요,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시면 되지요.” 하고 이야기한다.


  우리 서재도서관 책은 모두 내가 스스로 읽으려고 장만한 책들이니, 내 서재가 되면서, 나 혼자만 즐기기에는 아깝다 싶어, 이웃들도 스스럼없이 찾아와서 돌아보고 함께 누리기를 바라는 책들이라, 우리 도서관이 된다. 서재이면서 도서관이다. 2007년부터 2013년 올해까지 이모저모 어려운 고비 많았지만, 이럭저럭 잘 꾸리면서 잘 살아온다. 앞으로도 힘든 고비가 찾아올까? 아마, 찾아올 수 있고, 이제는 안 찾아올 수 있다. 어찌 되든 이 시골마을 한복판에 살림집을 마련했고, 도서관을 꾸린다. 곰팡이 피어나는 책꽂이에는 니스를 바르고, 비가 새는 곳도 앞으로 잘 다스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직 방수페인트 장만할 돈까지는 없지만, 내 새로운 책이 곧 나오고, 이 책이 신나게 팔려서 글삯을 더 벌면, 다가오는 새봄에는 방수페인트 넉넉히 사서, 빗물 새는 자리부터 찬찬히 발라 볼까 싶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 수 있고, 누구라도 느긋하게 책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넉넉하리라 생각한다. 꼭 이 모든 책을 다 살펴서 읽어야 하지는 않다. 마음을 살찌울 책을 한 달에 한 권씩 만나서 가슴에 새길 수 있으면 즐겁다. 겨울에는 도서관이 추워, 도서관에서 책을 보기 어려운데, 그러면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책을 빌리면 된다. 누구나 이곳에 찾아와서 어떤 책이든 살필 수 있지만, 빌려가도록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서관 지킴이 되는 분한테는 빌려준다.


  이렇게 하면 도서관살림은 알뜰살뜰 한결 잘 꾸릴 수 있고, 추운 겨울에도 집에서 한갓지게 책을 즐길 만하다. 우리 도서관은 공공도서관처럼 ‘반납일’ 따로 두지 않으니,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천천히 읽으면 되지.


  도서관 책손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큰아이가 작은 천을 쥐고는 ‘바나나 만들기’를 한다. 안동에 마실 갔을 적에 편해문 아저씨한테서 배운 대로 하는구나. 작은아이가 작은 그림책 담은 상자를 머리에 이고 가져와서 죽 풀어 놓는다. 옆에서 큰아이가 이 작은 그림책을 상자에 담는다. 작은아이가 한 권씩 건네고, 큰아이가 한 권씩 넣는다. 책은 차근차근 넘기며 읽어도 재미있고, 넣고 빼는 놀이를 해도 재미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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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물감 상자 미래그림책 48
카를로스 펠리세르 로페스 글.그림, 김상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10

 


아름다운 그림
― 줄리엣과 물감 상자
 카를로스 펠리세르 로페스 글·그림
 김상희 옮김
 미래M&B 펴냄, 2006.9.20.

 


  아이들은 누구나 연필이나 크레파스를 쥐면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들이 글씨를 쓸 적에도, 이 글씨는 꼭 그림을 닮습니다. 아니, 그림이지요. 아이들한테 글을 가르쳐 보셔요. 또박또박 그리는 글씨가 얼마나 고운지 모릅니다. 글을 배우지 못한 늙은 할매한테 글을 가르쳐 보셔요. 할매들 처음 익혀 쓰는 글이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인지 모릅니다.


.. 물감 상자를 선물로 받은 날, 줄리엣은 앞으로 어떤 신나는 일이 일어나게 될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  (5쪽)


  글은 작가만 쓰지 않습니다. 글은 모든 사람이 씁니다. 그림은 작가만 그리지 않습니다. 그림은 모든 사람이 그립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 지구별에서는 작가 아니라면 글도 그림도 못 하는 줄 잘못 여깁니다. 학교가, 사회가, 문화가, 제도가, 정치가, 경제가, 글이나 그림을 하는 사람을 따로 ‘작가·예술가’로 몰아넣습니다. 이리하여,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삶하고 동떨어진 채 ‘글 만들기·그림 만들기’가 되고 말아요.


  그리 오래지 않은 지난날까지, 모든 사람이 저마다 작가이면서 예술가였고 살림꾼이었습니다. 짚 한 오라기로 엮는 예술품이었습니다. 나무토막 하나로 깎는 예술품이었어요. 겨를 벗기려고 하는 절구질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행위예술’인가요. 도리깨를 들고 콩을 터는 어깻짓이란 얼마나 아리따운 ‘행위예술’인지요. 겨를 벗긴 쌀을 키로 까부르며 잔 부스러기를 날립니다. 쌀을 물로 헹구면서 조리로 돌을 입니다. 솥에 쌀을 안치면서 장작을 때어 불을 지핍니다. 밥물을 맞추어 고들고들 보들보들 고소고소한 새 밥을 짓습니다. 밥짓기란 날마다 이루어지는 멋진 ‘창작’이요 ‘창조’입니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창작과 창조가 어느 때부터 모조리 사라졌어요. 가게에서 쌀을 사지요. 겨를 벗길 일이 없고, 돌을 일 까닭이 없습니다. 키를 까부르는 사람조차 없지만, 키가 무언지조차 몰라요. 조리가 뭔지 아려나요. 한 해 끝물에 사고파는 복조리는 알아도, 조리가 언제 어떻게 쓰는 살림살이인 줄 깨닫는 사람이 없어요. 더구나, 조리가 되든 복조리가 되든, 누구나 손수 짚으로 엮어서 썼지, 돈을 주고 사다 쓰지 않았어요.

 

 


.. 줄리엣은 물감 상자를 가지고 노는 게 점점 좋아졌어요. 이제 물감 상자만 있으면 도화지 위에서 무엇이든 볼 수 있다고 믿었지요 ..  (13쪽)


  살아가는 하루가 모두 그림입니다. 살아가는 나날이 언제나 글입니다. 프랑스인지 어느 유럽인지, 또 네덜란드인지 어느 유럽인지, 밀레가 고흐가, 들녘 들사람 이야기를 들빛 묻어나도록 들숨 담아 들노래로 그렸습니다. 밀레는 한겨울에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밀레네 식구들도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살았습니다. 고흐네 형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 그림값이 얼마나 되었든 말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밀레도 고흐도 어디 먼 나라에서 똑 떨어진 그림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살아가는 사람을 그렸고, 살아서 숨쉬는 싱그러운 시골사람 시골빛을 그림으로 되살렸습니다.


  이제 시골에서 살아가는 화가도 작가도 거의 없다 할 테지만, 그림이나 글은 화가와 작가만 이루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 모습을 그리고 쓰면 됩니다.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자장노래 부르는 어버이 모습을 그리고 쓰면 됩니다. 자전거를 타든 자가용을 몰든, 여느 삶을 즐거이 누리면서 그리고 쓰면 됩니다.


  언제나 스스로 즐기면서 아름답게 태어나는 삶입니다. 늘 스스로 가꾸면서 환하게 빛나는 하루입니다. 내 아이가 없으면 이웃 아이를 그려요. 모두 우리 아이들입니다. 내 동무가 없으면 이웃 동무를 그려요. 모두 우리 동무요 이웃입니다.


  나무를 그리고 풀을 그리며 꽃을 그려요. 마음속에 곱게 빛나는 숨결 자라도록, 스스로 내 삶을 사랑하고 이웃 삶을 사랑하며 옆지기와 아이들 삶을 사랑하는 넋으로 그림을 그려요.

 


.. 줄리엣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물감 상자를 꺼냈어요. 그리고 아침에 들었던 새들의 노랫소리를 상상해 보았어요. 그래, 새들의 노랫소리는 바로 이런 색깔이야 ..  (21쪽)


  카를로스 펠리세르 로페스 님이 빚은 그림책 《줄리엣과 물감 상자》(미래M&B,2006)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줄리엣이라는 아이는 물감 상자를 받고서 언제나 즐겁게 그림을 그립니다. 누가 시켜서 그리는 그림이 아닙니다. 예술품 되라며 그리는 그림이 아닙니다.


  마음을 그립니다. 꿈을 그립니다. 사랑을 그립니다. 생각을 그립니다.


  우리 아이들은 작가나 화가나 사진가 되어야 하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은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어야 하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은 가수나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되어야 하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은 그예 아이들로 자라서 ‘사람’이 되면 되어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아이들과 어깨동무하는 예쁜 ‘어른’이 되면 되어요.


  즐겁게 그릴 그림은 바로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서 다 다르면서 다 같은 빛으로 곱게 자랍니다. 4346.11.1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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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21) 역할 3 : 가장의 역할을 하게

 

결혼해서 가장의 역할을 하게 되는 남성과, 육아와 집안일을 맡은 여성의 삶은 평행선을 그린다
《안미선-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철수와영희,2009) 156쪽

 

  일본 한자말이기는 해도 워낙 자주 쓰는 ‘결혼(結婚)’입니다. 같은 한자말이라 하여도 우리가 예부터 쓰던 ‘혼인’으로 고치기가 쉽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자꾸 써야 익숙합니다. 얄궂은 역사 때문에 흘러든 일본 한자말도 처음부터 사람들이 익숙하게 쓰지 않았어요. 쓰고 또 쓰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장(家長)’은 ‘집안 어른’이나 ‘집안 기둥’으로 손보고, ‘육아(育兒)’는 ‘아이키우기’로 손봅니다. “여성의 삶”은 “여성 삶”이나 “여성이 보내는 삶”이나 “여성이 누리는 삶”으로 손질하고, “평행선(平行線)을 그린다”는 “나란한 금을 그린다”나 “나란히 달린다”나 “다르게 달린다”나 “서로 엇나간다”로 손질해 줍니다.

 

 가장의 역할을 하게 되는 (x)
 집안일을 맡은 (o)

 

  글쓴이 스스로 짧은 글월 하나에 ‘역할’과 ‘맡다’를 나란히 쓰는 줄 깨닫지 못합니다. 어쩌면, 일부러 이렇게 나누어 놓았는지 모르는데, 앞쪽이나 뒤쪽이나 ‘맡다’를 넣어야 올바릅니다. ‘역할’은 일본 한자말이기도 하지만, 이 낱말을 자꾸 쓰면 토씨 ‘-의’가 저절로 들러붙곤 합니다. 이와 달리 한국말 ‘맡다’를 쓸 적에는 토씨 ‘-의’가 달라붙을 구석이 없습니다.

 

 가장의 역할을 하게 되는 남성
→ 가장 구실을 하는 남성
→ 한 집안 기둥이 되는 남성
→ 한 집안 버팀나무가 되는 남성
→ 집안에서 기둥 구실 하는 남성
 …

 

  한자말 ‘가장’을 그대로 둔다면 “가장 노릇”이나 “가장 구실”이나 “가장 몫을 맡는”처럼 적습니다. 있는 그대로 적으면 됩니다. 있는 그대로 적을 때에 옳고 바르며 아름다운 글이 됩니다. 있는 그대로 적지 않으니, 자꾸 얄궂게 뒤틀리고 말아요.


  글이나 말이 싱그럽지 못하거나 살갑지 못한 까닭은, 자꾸 꾸미려 하기 때문입니다. 겉치레를 하면 할수록 글도 말도 엇나갑니다. 삶을 가꾼다는 마음으로 글을 가꾸면 되고, 삶을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말을 사랑하면 됩니다. 4342.8.7.쇠/4346.11.11.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혼인해서 한 집안 기둥이 되는 남성과, 아이키우기랑 집안일을 맡은 여성은 삶이 다르게 달린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88) 역할 4 : 도망자 역할

 

설령 누가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우리가 가여운 도망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는 못했을 것이다
《수잔 크렐러/함미라 옮김-코끼리는 보이지 않아》(양철북,2013) 82쪽

 

  ‘설령(設令)’은 ‘아마’로 손볼 수 있으나, 이 글월에서는 덜어도 됩니다. “하고 있다는 걸”은 “하는 줄”로 손질하고, “못했을 것이다”는 “못했으리라”나 “못했으리라 본다”로 손질합니다.

 

 도망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 도망자 노릇을 하는 줄
→ 도망자처럼 노는 줄
→ 도망자가 된 줄
 …

 

  한자말 ‘역할’과 함께 ‘-고 있다’라는 말투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이 모두 아픈 역사 때문에 쓰는 말입니다. 이제는 아픈 역사 앙금이나 생채기가 사라졌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우리들이 늘 쓰는 말 곳곳에 앙금과 생채기가 고스란히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말 속살이 온통 멍들거나 다쳤다고 할 만합니다.


  보기글을 더 살피면 ‘역할’에 ‘-고 있다’뿐 아니라 ‘것’을 함부로 씁니다. 한국말에서 ‘것’은 아무 자리에나 쓰지 않습니다. 어느 것을 가리키는 자리 아니라면 ‘것’을 거의 안 써요. 우리 스스로 우리 말투를 잊거나 잃었기에, 아무 데나 자꾸 ‘것’을 넣습니다.


  낱말 하나부터 찬찬히 다스리면서, 말투를 가만히 추스릅니다. 알맞게 쓸 낱말을 돌아보면서, 즐겁게 빛낼 말투를 헤아립니다. 4346.11.11.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누가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우리가 가여운 도망자가 된 줄 눈치채지는 못했으리라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89) 역할 5 : 이야기 들어 주는 역할

 

나는 담당 편집자로서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직 그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역할에 충실했고
《오쓰카 노부카즈/송태욱 옮김-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한길사,2007) 58쪽

 

  “담당(擔當) 편집자로서”는 그대로 둘 만한데, “그 책을 맡은 편집자로서”로 손질할 수 있어요. “특별(特別)한 일은”은 “남다른 일은”이나 “다른 일은”이나 “돋보이는 일은”으로 다듬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는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 주는”이나 “그분 이야기를 들어 주는”으로 손보고, ‘충실(忠實)했고’는 ‘힘썼고’로 손봅니다. 글흐름을 살피면 “역할에 충실했고”에서 ‘충실’은 덜어도 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역할에 충실했고
→ 그분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일을 했고
→ 그분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 주었고
→ 그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차분히 들었고
→ 그분이 하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었고
 …

 

  일본사람은 ‘역할’이라는 한자말을 즐겨씁니다. 일본말에서는 이 한자말이 돋보입니다. 한국사람은 일제강점기부터 이 한자말이 일본사람 입과 손을 거쳐 들어온 뒤 여러모로 즐겨씁니다. 이래저래 고치거나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져도 한국사람은 좀처럼 한국말을 찾지 못합니다.


  이 보기글을 들여다보면, 일본사람이 즐겨쓰는 한자말 ‘역할’뿐 아니라, 일본사람이 즐겨쓰는 ‘-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말로는 “그 사람 이야기”나 “그분 이야기”나 “그가 하는 이야기”나 “그분이 들려주는 이야기”이지만, 나날이 이러한 한국말이 사라지거나 잊혀집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잊습니다.


  글을 쓰는 분 못지않게,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는 일을 하는 분들도 한국말을 슬기롭고 알맞으며 아름답게 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어른들 읽는 책이든 아이들 읽는 책이든, 글을 다루는 분들은 모두 한국말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기를 빕니다. 4346.11.11.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는 그 책을 맡은 편집자로서 딱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오직 그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었고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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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215) 역할 1 : 여자 친구 노릇은 힘든 역할

 

성주의 여자 친구 노릇은 힘든 역할일 거라는 예감이 든다
《김옥-청소녀 백과사전》(낮은산,2006) 125쪽

 

  “성주의 여자 친구 노릇”은 “성주 여자 친구 노릇”이나 “성주한테 여자 친구 노릇(하기는)”으로 다듬습니다. ‘예감(豫感)’은 ‘생각’이나 ‘느낌’으로 손볼 수 있어요. “미리 느낀다”를 뜻하는 한자말 ‘예감’이니 “예감이 든다”를 “미리 느낀다”나 “먼저 느낀다”로 손보아도 됩니다. “역할일 거라는”은 “역할이겠다는”으로 손봅니다.


  한자말 ‘역할(役割)’은 “(1) 자기가 마땅히 하여야 할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 ‘구실’, ‘소임’, ‘할 일’로 순화 (2) 역(役)”, 이렇게 두 가지 뜻으로 씁니다. 그런데 이 한자말은 ‘일본 한자말’이기에 다른 낱말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자주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막상 ‘역할’이라는 일본 한자말은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교과서에도, 문학책에도, 신문글에도 이 한자말은 자꾸자꾸 나타납니다.

 

 여자 친구 노릇은 힘든 역할일 거라는
→ 여자 친구 노릇은 힘들다는
→ 여자 친구 노릇은 힘들겠다는
→ 여자 친구로 있자면 힘들겠다는
→ 여자 친구로 지내기면 힘들다는
 …

 

  보기글을 생각합니다. 이 글월에서 ‘역할’과 ‘노릇’이 겹치기로 나옵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일이 나쁘지 않다지만, 뒤에 나오는 ‘역할’을 덜어내면 한결 낫습니다. 아니, 이 글월에서는 굳이 뒤에 ‘역할’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국어사전 뜻풀이를 보아도 ‘역할’은 고쳐쓸 낱말로 풀이합니다. ‘구실’이나 ‘노릇’이나 ‘몫’이나 ‘자리’와 같은 우리 말이 있으니, 이러한 한국말로 알맞고 바르게 쓸 수 있으면 됩니다.

 

 역할 분담 → 할 일 나누기 / 몫 나누기 / 맡은 일 함께하기
 중대한 역할을 한다 → 크나큰 노릇을 한다 / 큰일을 한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 제 할 일을 잘하다 / 제몫을 다하다
 비서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 비서 노릇까지 한다 / 비서 일까지 한다

 

  국어사전을 보면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하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이 글월은 “저마다 맡은 몫을 다하다”나 “모두들 맡은 일을 다하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부장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 같은 보기글은 “부장이 하는 일을 맡아 할 사람”이나 “부장 일을 맡아 줄 사람”으로 손질할 수 있어요.

  일본 한자말이기 때문에 고쳐써야 하지 않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우리들이 넉넉히 쓰던 말이 있으니, 오늘날에도 이 말을 즐겁게 쓰면 됩니다. 쉬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한국말을 가다듬고 아낄 수 있으면 됩니다. 4340.1.30.불/4342.8.7.쇠/4346.11.10.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성주 여자 친구 노릇은 힘들겠다고 느낀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07) 역할 2 : 선생님의 역할

 

그 학급에 속한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건 바른 항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선생님의 역할이 참으로 크다
《정창교-마이너리티의 희망노래》(한울림,2004) 97쪽

 

  “그 학급에 속(屬)한 아이들”은 “그 학급 아이들”이나 “그 학급에 있는 아이들”로 다듬습니다. “어떤 환경(環境)에서건”은 “어떤 터전에서건”이나 “어떤 곳에서건”으로 손보고, “바른 항해(航海) 길로 나아갈”은 “바른 길로 나아갈”로 손봅니다.

 

 선생님의 역할이 참으로 크다
→ 선생님 몫이 참으로 크다
→ 선생님 자리가 참으로 크다
→ 선생님이 할 일이 참으로 많다
 …

 

 이 자리에서는 ‘역할’만 ‘몫’이나 ‘구실’이나 ‘노릇’이나 ‘자리’나 ‘할일’ 들로 고쳐써도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쳐쓰더라도 토씨 ‘-의’를 붙여서 “선생님의 몫”이나 “선생님의 노릇”처럼 적는 분이 틀림없이 있으리라 봅니다. 낱말 하나는 다듬어도 말투를 옳게 가누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글월을 더 손질해서 “선생님이 할 일이 참으로 크다”라든지 “선생님이 맡은 일이 참으로 크다”라든지 “선생님이 마음쓸 일이 참으로 많다”처럼 새롭게 다시 써 봅니다. 이렇게 적어 본다면 토씨 ‘-의’는 어디에도 들러붙지 못합니다.

 

 선생님이 큰일을 맡는다
 선생님이 큰일을 해야 한다
 선생님이 큰일을 하는 자리에 있다
 …

 

  낱말 하나하나 알뜰히 살펴서 쓸 때에 아름다운 만큼, 말투 또한 차근차근 살뜰히 돌보며 가누어서 쓸 때에 아름답습니다. 옳고 바르고 알맞으며 사랑스럽다 싶은 낱말을 잘 골라서 쓸 때에 아름다운 만큼, 옳고 바르고 알맞으며 사랑스럽구나 싶은 말투로 생각과 뜻을 보여줄 때에 아름답습니다.
  낱말 하나 아름답게 다스리는 일이 아름답습니다. 말투 하나 아름답게 추스르는 일이 아름답습니다. 낱말 하나가 큰 몫을 하고, 말투 하나가 큰 자리를 차지합니다. 4340.7.18.물/4342.8.7.쇠/4346.11.10.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 학급 아이들이 어떤 곳에서건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자면 선생님이 할 일이 참으로 많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

 

'역할' 3, 4, 5번 글이 있는데, 글을 새로 쓰고 고치는 데에 힘과 품이 많이 들어,

나중에 따로 더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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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혀 읽는 만화책

 


  여러 해 묵힌 만화책 가운데 하나를 꺼내어 어젯밤 읽는다. 다 읽고 덮으면서 생각한다. 나는 왜 이 만화책을 여러 해 묵힌 채 비닐도 안 뜯었을까. 그런데, 여러 해 묵히고 안 읽은 만화책 바로 옆에, 똑같이 여러 해 묵히고 아직 비닐조차 안 뜯은 만화책이 다섯 권 더 있다.


  읽자면 아주 빨리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만화책들은 즐겁게 읽고 나서 즐겁게 느낌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앞서 읽은 다른 만화책들을 놓고 느낌글을 다 쓸 때까지 안 읽기로 다짐했는데, 이러다 보니 이 만화책들은 그만 여러 해를 묵혔다.


  곰곰이 생각하면, 만화책만 묵히지 않는다. 그림책도 사진책도 글책도 곧잘 묵힌다. 앞서 읽은 다른 아름다운 책에서 퍼져나오는 사랑스러운 빛물결을 찬찬히 내 가슴으로 받아들이느라, 막상 다른 책을 곧장 읽지 않기 일쑤이다.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어느 책이든 갓 나올 적에 읽으면 더 맛날 수 있다. 갓 구운 빵이나 갓 지은 밥이란 얼마나 맛있는가. 아무 양념도 간도 안 한 네모빵이라 하더라도, 갓 구워 나온 따끈따끈 김 오르는 네모빵을 살짝 뜯어서 먹으면, 대단히 달콤하면서 맛나다. 갓 지은 뜨끈뜨끈 김 피어나는 밥을 아무 반찬이나 국 없이 한 술 떠서 먹으면, 더없이 고소하면서 맛나다.


  책을 묵혀서 읽으면, 몇 달이나 몇 해 뒤에 새롭게 느끼곤 한다. 이 책들을 몇 달이나 몇 해 앞서 읽었으면 내가 얼마나 깊거나 넓게 헤아릴 수 있었나 하고 살피곤 한다. 오래 묵혀서 읽는 만화책이 되면, 이 만화책을 놓고 느낌글을 쓸 때쯤 안타깝게도 절판되어 이웃사람한테 추천을 하기 어렵곤 하다. 그러나, 내 느낌글을 읽고 그 책을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라면, 헌책방마실을 하면서라도 그 책들을 만나리라 믿는다.


  책상맡에 있는 《여행하는 나무》는 언제쯤 마저 읽고 느낌글을 쓸 수 있을까. 1993년에 처음으로 다 읽고 나서 그 뒤로 여러 차례 되읽었으나 여태 느낌글을 안 쓴 《우리 글 바로쓰기》 이야기는 언제쯤 느낌글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내 마음이 더 자라면, 이 책들 이야기를 쓸 수 있을 만큼 내 사랑이 더 크면, 그때가 되어서 이 책들 느낌글을 쓸 수 있으리라 본다. 웃으면서. 노래하면서. 4346.11.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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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맡 묵힌 책들 몇 가지...

 

 

 

 

 

 

 

 

 

 

 

 

 

 

 

 

 

 

 

 

 

 

 

 

 

 

 

 

 

 

 

 

 

 

 

 

 

 

 

 

 

 

 

 

 

 

 

 

 

 

 

 

 

 

 

 

 

 

 

 

 

 

 

 

 

 

 

 

 

 

 

 

 

 

 

 

 

 

 

 

 

 

 

 

 

 

 

 

 

 

 

 

 

 

 

 

 

 

 

 

 

다 읽은 책은 얼른 느낌글로...

아직 안 읽은 책은 얼른 읽어...

집에서 서재도서관으로 옮겨 놓자...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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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3-11-10 16:18   좋아요 0 | URL
ㅋ~, 저만 책을 쌓아두는게 아니군요.
이런 것에서 느끼는 동지감도 위안인걸요.
두루두루 제게는 위안이십니다, ㅋ~.

파란놀 2013-11-10 16:29   좋아요 0 | URL
아... 집안에 쌓아 둔 책이 아마 300~400권은 될 텐데...
ㅠ.ㅜ
날마다 옆지기한테 한소리 들으면서도,
게다가
저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데,
이 책들 옮기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렇답니다 @.@

에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