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책방에 손님 끌기
한여름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맨발로 이리저리 달리며 노는 산들보라. 책방 사이를 지나가는 사람들 눈길을 끌면서 밖에서 구경만 하지 말고 들어오라고 이끄는 바람잡이 노릇을 한다. 4346.11.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귤 선물
유기농에 무농약이라는 귤한 상자 선물받는다.
칼로 테이프 끊어 여니울퉁불퉁 울긋불긋재미나게 생긴 크고작은 귤가득하다.
안내글 A4종이로 두 장함께 있기에 읽는다.감기예방, 피부미용, 동백경화, 고혈압모두에 좋다고 한다.
아무렴농약 안 치고 똥오줌 거름이면나락도 귤도 보리도 감도우리 몸에 좋기만 하고나쁠 일 없으리라.
4346.10.23.물.ㅎㄲㅅㄱ
‘글숲그림나무’라는 이름으로 1995년에 처음 내놓았지만 이럭저럭 사랑받다가 사라진 《부자의 그림일기》는 헌책방에서 입소문을 타고 꽤 높은 값으로 사고팔리는 책이 되었다. 이러다가 2001년에 새옷을 입고 다시 태어났는데, 이때에는 ‘글논그림밭’으로 펴낸곳 이름을 고쳤고, 새로 낸 책 뒤쪽에 ‘낙찰가 3만 원!’이라는 말을 자랑처럼 박았다. 출판사 스스로 절판시키고 헌책방에서 높은 값으로 사고팔리는 책을 자랑으로 삼은 쓸쓸한 모양새라고 할까? 그런데, 새로 펴낸 책도 오래지 않아 절판된다. 이렇게 다시 절판을 시키려면 왜 새로 펴냈을까. 사람들이 많이 사 주리라 생각하며 새로 펴냈을까. 그래도 새로 펴냈으니, 이제는 헌책방에서도 《부자의 그림일기》 책값은 예전처럼 비싸지는 않다. 다만, 새로운 만화독자와 책독자를 늘릴 수 없을 뿐이다. 오세영 님 만화를 아름답게 돌보고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출판사는 아직 이 나라에 없는 듯하다. 4346.11.27.물.ㅎㄲㅅㄱ
우사미 마키 님 만화책을 한창 읽다가, 이 작품이나 저 작품이나 주인공이 거의 똑같고 줄거리와 흐름마저 거의 똑같다고 깨닫는다. 여러 작품을 보다가 그만 더는 못 보겠다고 느껴 덮는다. 책은 장만했으나 비닐을 아예 안 뜯은 채 내 서재이자 도서관에 갖다 놓는데, 우리 서재도서관에 찾아온 열여섯 살 아이들은 이 만화책을 가장 먼저 집어서 읽는다. 어라? 그런가? 문득 생각하니, 우사미 마키 님 만화책에 나오는 주인공 아이들이 꼭 열여섯 살이다. 서른아홉 살 먹은 아저씨로서는 늘 똑같은 주인공에 이야기에 줄거리에 흐름을 여러 작품으로 보니 더는 볼 마음이 안 들지만, 열여섯 살 푸름이로서는 아무리 똑같은 흐름에 똑같은 마무리에 똑같은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러 작품이라 하더라도 재미있게 보겠구나 하고 느낀다. 4346.11.27.물.ㅎㄲㅅㄱ
책아이 74. 2013.8.12.
아이들이 책방에서 논다.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신을 훌쩍 벗어던지고 맨발로 뛰어논다. 말릴 수 없고, 말린대서 듣지 않는다. 그저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 아이들이 책방에서 어떻게 노는지. 이 아이들이 책방에서 무얼 즐기면서 노는지. 그래, 책방에서는 너처럼 납작 엎드리듯 해야 아래쪽 책꽂이가 한결 잘 보일 테지. 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