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393) 선천적 1 : 선천적으로 태어난

 

사람은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난 사람도 있고, 못생긴 얼굴로 태어난 사람도 있다
《박도-아버지는 언제나 너희들 편이다》(우리문학사,1997) 27쪽

 

  얼굴은 타고 태어납니다. 어버이가 내 얼굴과 몸을 낳아 줍니다. 처음부터 타고서 태어나는 얼굴이요 몸입니다.


  한자말 ‘선천(先天)’은 “태어나면서부터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을 뜻한다 합니다. ‘선천적(先天的)’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을 뜻한다 해요. 곧, 이 보기글처럼 “선천적으로 … 태어난 사람도 있고”처럼 적으면 겹말이 됩니다. 한자말 ‘선천’을 쓰더라도 “선천으로 아름다운 얼굴인 사람도 있고”처럼 적어야 올발라요. 국어사전을 보면 “선천적 재능 때문이라기보다는”과 “선천적으로 약한 체질이어서” 같은 보기글이 나와요. 이 보기글은 “타고난 재주 때문이라기보다는”과 “처음부터 여린 몸이어서”로 손질합니다.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난 사람
→ 처음부터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난 사람
→ 태어날 적부터 아름다운 얼굴인 사람
→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난 사람
→ 아름다운 얼굴을 물려받은 사람
 …

 

  어버이가 물려주는 얼굴인 만큼, ‘태어날’ 적부터 얻은 얼굴입니다. 태어날 적부터 얻은 얼굴이란 ‘물려받은’ 얼굴이거나 ‘이어받은’ 얼굴이에요. ‘처음부터’ 이러한 얼굴입니다.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 고맙게 받은 얼굴을 고마운 말빛으로 나타내는 길을 하나둘 생각합니다. 4338.12.24.흙/4346.11.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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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난 사람도 있고, 못생긴 얼구롤 태어난 사람도 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668) 선천적 2 : 선천적으로 타고난

 

저런 능력이야말로 다람쥐들에겐 선천적으로 타고난 거야

《한스 페터슨/김정희 옮김-마티아스와 다람쥐》(온누리,2007) 155쪽

 

  ‘능력(能力)’은 ‘재주’나 ‘솜씨’로 다듬어요. “타고난 거야”는 “타고나”나 “타고나지”로 다듬어 줍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거야


→ 처음부터 타고나
→ 하늘에서 타고나지
→ 처음부터 있지
→ 어버이한테서 타고나지
 …

 

  “선천적으로 타고난”은 겹말입니다. 둘 가운데 하나를 덜어야 알맞습니다. 누군가는 ‘타고난’을 덜는지 모르나, 한국말을 올바르고 사랑스레 쓰고 싶은 분이라면 ‘선천적으로’를 덜어 줍니다.


  다람쥐는 나무 잘 타는 재주를 어미 다람쥐한테서 물려받습니다. 어미 다람쥐는 새끼 다람쥐한테 나무 잘 타는 재주를 물려주어요. 타고나는 재주요, 먼먼 옛날부터 하늘이 내려 즐겁게 누리는 재주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다람쥐들한텐 타고나지”처럼 적으면 되는데, 사이에 꾸밈말로 ‘처음부터’나 ‘하늘에서’를 넣을 수 있습니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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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재주야말로 다람쥐들한텐 처음부터 타고나지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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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글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머리로 꾸며서 쓸 수 있을까. 책을 좀 읽으면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야기 잘 풀어내는 사람한테서 이모저모 도움말 들으면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을 쓰려면 마음속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느낀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즐거움과 보람과 아름다움을 곱게 품으면서 이야기가 차근차근 마음속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느낀다. 우러나오지 않을 때에는 글이 되지 못한다고 느낀다. 우러나오는 글이 아니라, 머리로 만들거나 손으로 꾸밀 적에는 글이 될 수 없다고 느낀다.


  살아가는 마음에서 글이 나오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글이 흐른다. 동무를 생각하고 숲을 노래하는 마음에서 글이 샘솟는다. 풀과 꽃과 나무를 아끼면서 돌보는 마음에서 글이 태어난다. 차분하고 즐겁게 흐르는 글을 살짝살짝 집어서 종이에 찬찬히 옮겨적는다. 반가운 님한테 글종이를 선물한다. 내 마음을 곱게 드린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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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3-11-28 14:51   좋아요 0 | URL
마음에 기쁨이 고이듯이 무엇인가 한가득 고여,
감추지 못하고 흘러나오듯하는 글쓰기를 생각해본적 있어요.
그럴려면, 전 한참을 더 안으로 고여들어야 할 듯~^^

파란놀 2013-11-28 15:23   좋아요 0 | URL
고이지 않아도
즐겁게 스스로 길어올리면 돼요.

즐거운 마음과 사랑으로 누리는 삶이면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이나 노래나 춤 모두
저절로 흘러나올 테니까요~
 

헌책방에서 노는 아이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논다. 집에서도 마루에서도 마당에서도 골목에서도 찻길에서도 아이들은 거리끼지 않는다. 아이들로서는 어디이든 삶터이고 놀이터 된다. 어른들이 따로 돈을 들여 시설을 마련한 데가 놀이터 아니다. 아이들이 놀면 어디나 놀이터 된다.


  아이들은 헌책방에서 개구지게 뛰어논다. 헌책방이라 해서 시끌벅적 뛰어놀아도 되지 않지만, 아이들은 새책방에서든 헌책방에서든 거리끼지 않는다. 어떤 어른은 헌책방에 있는 책을 만질 적에 장갑을 끼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떤 어른은 헌책방에 있는 책은 먼지와 세균이 많다 여기는데, 아이들은 어느 하나 따지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먼지와 세균은 어디에나 있고, 헌책방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도서관에서 오래도록 묵는 책이야말로 먼지와 세균을 많이 품지 않을까.


  순천에 있는 헌책방집 막내와 우리 집 큰아이는 같은 또래이다. 우리 집 작은아이는 누나랑 형이 노는 틈에 함께 끼어 놀고 싶다. 아이들은 책방마실을 하더라도 책보다 놀이가 훨씬 맛있다. 아이들은 온갖 책이 그득한 숲에서 이리 뛰고 저리 노래하면서 논다. 책방에서 놀며 천천히 책내음 맡고, 책방에서 뒹굴며 가만히 책빛 마신다. 아이들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책노래가 아이들 마음속으로 젖어든다.


  골목에서 놀듯 책방에서 논다. 골목에서 놀며 골목숨 마시고 골목빛 먹듯이, 책방에서 놀며 책방숨 마시고 책방빛 먹는다. 시골에서 놀며 시골숨과 시골빛 먹듯이, 책방에서 놀며 책숨과 책빛을 한껏 들이켠다.


  땀 실컷 흘린 뒤 살짝 땀을 식히며 그림책이나 만화책 집어들 수 있겠지. 땀 옴팡지게 쏟은 뒤 살짝 땀을 달래며 나무그늘 찾아 쉬거나 풀밭에 드러누울 수 있겠지. 놀고 쉬고, 놀고 먹고, 놀고 자고, 놀고 노래하는 아이들이다. 천천히 튼튼하게 자란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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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바라본다

 


  책을 바라본다. 골라들어 장만할 책일는지, 그냥 훑었다가 다시 꽂을 책일는지 모르나, 책을 바라본다. 내가 읽을 만한 책이 될는지, 그냥 얼추 살폈다가 내려놓을 책일는지 모르지만, 책을 바라본다.


  수많은 책들 가운데에는 내 마음 사로잡는 책이 있다. 내 마음은 사로잡지 못하다 다른 사람들 마음 사로잡는 책이 있다. 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일구어 태어난 책들은, 다 다른 사람들이 찬찬히 엮기에 태어날 수 있고, 다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즐기기에 책시렁에 놓인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삶을 누리며 이야기를 빚어 책을 쓴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손길로 이야기를 사랑하며 책을 엮는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눈빛 밝히며 이녁 마음으로 스며들 이야기를 찾아 책을 읽는다.


  책을 바라본다. 이제껏 살아온 발자국대로 책을 바라본다. 책을 마주한다. 오늘까지 살아온 사랑을 듬뿍 실어 책을 마주한다. 책을 품에 안는다. 바로 이곳에서 가슴 두근두근 설레도록 이끈 책 하나 품에 안는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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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놀이 1

 


  인천에서 살던 때에는 옥탑집에서는 옥탑집대로 4층까지 오르내리는 계단이었고, 벽돌집에서는 2층을 오르내리는 커다란 계단이었다. 큰아이는 인천에서 태어나 세 살까지 자라며 언제나 계단놀이를 즐겼다. 이와 달리 멧골자락에서 태어난 작은아이는 계단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도시로 나들이를 가면 그제서야 계단을 만난다. 큰아이는 오랜만에 계단놀이 즐기고, 작은아이는 새롭게 계단놀이에 흠뻑 빠져든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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