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뜯는 겨울부추

 


  봄과 여름에 정구지(부추) 신나게 뜯어서 먹었는데, 꽃대 오르고 씨앗 터지고 난 뒤에도 가을부추 새삼스레 먹었다. 게다가 겨울로 접어들어도 정구지는 푸르게 푸르게 또 푸르고 푸르게 새 잎사귀 뻗는다. 얼마나 고마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얼마나 즐거운가, 노래노래 부르면서 한 잎 두 잎 톡톡 끊는다. 손톱으로 살며시 눌러 끊을 때에 들리는 통통 소리는 싱그럽다. 까마중을 훑느라 손톱 언저리 까맣게 물들고, 겨울정구지 끊으면서 두 손에 풀내음 그득 묻는다. 먹을 적에도 즐겁지만, 풀을 뜯고 작은 열매 훑을 적에도 즐겁다. 뜯거나 훑기 앞서 가만히 바라볼 적에도 즐겁다. 눈과 손과 입과 몸으로 즐거우니, 마음으로도 즐겁다. 겨울정구지란 따순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한테 하늘이 내려주고 땅이 베푸는 예쁜 선물이다. 벌써 냉이가 오르는 곳이 있다는데, 냉이도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겠다. 4346.1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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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08 09:27   좋아요 0 | URL
오늘은 정구지 총총 썰어서 고명 얹힌
맛있는 국시를 해 먹고 싶네요~~

파란놀 2013-12-08 11:14   좋아요 0 | URL
아하, 국수에다가 정구지를 썰어서 넣어도 되는군요.
정구지를 끊을 적마다
다른 어디에 넣어 먹기는 아쉽다 여겨
늘 날푸성귀로만 먹었어요~
 

사진과 함께 - 무엇을 즐기는 삶일까

 


  아침을 차려 아이들 불러 함께 먹고 먹이다가, 큰아이가 오이놀이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얘야, 밥 먹다가 무얼 하니, 하고 물으니, “나 수박 먹어.” 하면서 오이로 수박 먹듯이 논다. 이 아이가 배 안 고파서 이러나 하고 살짝 생각하다가, 그래 언제나 놀이로 무엇이든 바꾸는 마음일 테지, 하고 깨닫는다. 처음에는 오이 속만 파먹다가, 나중에는 오이 겉만 갉아먹는다. 오이 겉만 갉아먹은 뒤에는 “아버지, 돌이야 돌.” 그러더니 “어, 돌이면서 단추인가.” 한다. 작은아이도 누나처럼 겉만 갉아먹어 ‘동그란 돌’을 만들어 달란다. 작은아이 입을 벌려 조금씩 갉작갉작 먹도록 해서 만들어 준다. “자, 봐, 너도 스스로 할 수 있겠지?”


  밥상머리에서 밥만 먹지 않아도 되리라. 참말, 이 아이들처럼, 밥상머리에서 한창 밥을 먹다가 놀 수 있다. 밥을 먹다가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밥을 먹다가 잠을 잘 수도 있겠지. 밥을 먹다가 마당으로 뛰쳐나가 땀 흠뻑 쏟으며 놀 수 있다.


  즐기려는 삶이다. 아름답게 즐기고, 신나게 즐기며, 사랑스레 즐기려는 삶이다. 억지로 붙잡거나 붙들 삶이 아니다. 꼭 이것을 해야 하거나 반드시 저것을 해야 하지 않다. 활짝 웃고 맑게 노래할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갈 때에 즐겁다. 즐겁게 누리는 삶일 때에 아름답게 일구는 하루가 될 수 있다.

 

  밥상맡 오이놀이 큰아이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 그래, 밥 바지런히 먹으라 다그치거나 나무랄 일이란 없지. 네가 이렇게 놀면, 이 싱그러운 놀이빛을 사진으로 담으면 되겠네. 천천히 먹으면 되지. 쉬었다가 나중에 먹어도 되지. 놀다가 찬찬히 먹으면 되지. 이 겨울에 밥도 국도 다 식는다 하더라도, 국은 다시 끓여서 따뜻하게 먹으면 되지. 즐겁게 먹고, 즐겁게 놀며, 즐겁게 살아야, 비로소 즐겁게 노래하는 사진을 찍지. 4346.1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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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3-12-0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 끝에 하얀 솜털이 보여요. 애들은 뭘해도 예쁘네요.

파란놀 2013-12-09 04:32   좋아요 0 | URL
언제나 예쁘게 놀 줄 알고,
늘 무럭무럭 잘 자라는 아이들이에요!
 

아이키우기와 트위터

 


  나한테 트위터나 카카오톡 하자는 이웃들이 퍽 많다. 그렇지만 나는 어느 하나도 안 한다. 페이스북도 안 한다. 그러나, 더 헤아려 보면, 이런 여러 가지 가운데 할 만한 것이 없다. 아이들과 살아가며 트위터이니 카카오톡이니 페이스북이니 언제 어떻게 하는가. 더군다나 스마트폰 전자파는 예전 손전화 전자파보다 훨씬 세고 나쁜데, 아이들과 살아가면서 스마트폰을 자꾸 들여다볼수록 아이한테 좋을 일이 없다. 무엇보다, 하루 내내 아이들과 복닥이며 지내는 틈을 쪼개어 트위터라든지 카카오톡이라든지 페이스북 들여다볼 수 없다.


  아이하고 공놀이를 하다가 “얘야, 기다려 봐. 이것 좀 하게.” 하면서 아이한테서 고개를 휙 돌려도 될까? 아이한테 밥을 차려 주다가 “얘야, 배고파도 기다려. 이것 좀 하게.” 할 수 있을까? 아이를 토닥토닥 재우다가 “얘야, 잠은 나중에 자. 이것 좀 하게.” 할 수 있을까? 아침이고 낮이고 저녁이고 밤이고, 트위터·카카오톡·페이스북 어느 하나 할 수 없다.


  요즈음은 아이키우기 하면서도 이런저런 것들 하는 분이 제법 많으리라 본다. 그런데, 손전화 쪽글을 보낼 적에도 아이하고 놀다가 그쳐야 하는 마당에, 이런 것들 자꾸 늘려, 어른들끼리 얼굴조차 안 보고 목소리마저 안 들으면서 노닥거리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스마트폰으로 노는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보여주거나 무엇을 물려주는 셈일까.


  아이들은 삶을 배우고 삶을 누리며 삶을 사랑하는 넋으로 자랄 때에 아름다우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꿈을 배우고 꿈을 누리며 꿈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자랄 때에 착하고 참다우리라 생각한다. 어른들이여, 스마트폰 제발 내려놓자. 고무줄을 쥐고 아이들과 고무줄놀이를 하자. 공을 쥐어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자. 맨손 맨발로 숲길을 걷고 들길을 달리면서 아이들과 싱그럽고 푸른 바람을 함께 마시자. 햇볕을 함께 쬐며 아이어른 할 것 없이 까무잡잡하게 살결 태우자. 4346.1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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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놀이 1

 


  한창 밥을 먹는데 큰아이가 수저를 내려놓고 딴짓을 한다. 큰아이다운 무언가 새로 스멀스멀 피어나는가 보다. 또 무얼 하나 살펴본다. 오이를 속만 파먹은 뒤 “아버지, 수박 같지?” 하고 묻는다. 얘, 너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놀지 않으면 못 견디는 놀이순이로구나. 수박놀이니? 오이놀이라고 해야 하나? 신나게 밥을 퍼넣던 작은아이가 누나 ‘오이놀이’를 보고는 저도 저렇게 해 달라 한다. 그래, 먹고 놀고, 또 놀고 먹어라. 4346.1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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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42. 2013.12.7.

 


  읍내에서 양배추랑 세발나물을 장만해서 간장 살짝 넣어 무친다. 마당에서 정구지를 십이월에도 뜯는다. 까마중알 훑는다. 무채와 오이채를 밥상에 얹는다. 다른 것 더 올리지 않아도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 준다. 밥상을 차리며 언제나 고맙다고 느낀다. 이 씩씩하며 예쁜 아이들이 우리 집 아이들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즐겁다. 밥차림이란, 잘 먹는 얼굴빛과 손빛을 보면서 흐뭇한 살림이라고 날마다 새록새록 깨닫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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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2-08 05:52   좋아요 0 | URL
와, 벌써 저렇게 혼자 젓가락질을 하네요?

파란놀 2013-12-08 05:56   좋아요 0 | URL
날마다 부쩍부쩍 늘며 아주 예쁘답니다~~~

하늘바람 2013-12-08 08:21   좋아요 0 | URL
사랑이 묻어나네요

파란놀 2013-12-08 10:53   좋아요 0 | URL
에고고, 고맙습니다~